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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주가 열전 - 삼성물산 vs 현대건설 | 절치부심 9년 만에 삼성물산 수위 탈환

라이벌 주가 열전 - 삼성물산 vs 현대건설 | 절치부심 9년 만에 삼성물산 수위 탈환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싱가포르 LNG터미널 공사현장(왼쪽). 현대건설이 지은 카타르 라스라판 복합화력발전소(오른쪽).



건설업계 1위가 뒤집혔다. 지난 7월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결과,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누르고 1위에 등극했다. 삼성물산은 종합 시공능력평가액 13조1208억원으로 현대건설(12조5666억원)을 5542억원 차이로 앞섰다. 2005년 현대건설에 1위를 빼앗긴 삼성물산은 9년 만에 수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들 건설업계 라이벌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 각각 속해 있어 두 거대 재벌의 자존심 대리전을 치러왔다.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가 진행하고 정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제도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건설사 평가다. 건설공사 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매년 순위를 정한다. 순위가 높으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에 입찰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공사를 수주할 때 유리하고, 주관사가 돼 지배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향후 영업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시평 순위에 관심이 높다. 시평은 곧 건설사 서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발표 전부터 삼성물산의 1위 탈환을 예상했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따라올 수 없는 만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9조5000억원을 수주했다. 매출 13조9383억원, 영업이익 7929억원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를 훨씬 추월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호주 로이힐 광산 개발 사업과 중국 서안 반도체 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 건립 등 국내외 삼성전자 공장건설 사업으로 지난해만 28조33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에서 이미 현대건설을 2배 이상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평의 평가 항목 중에 들어있는 경영평가액(실질자본금·건설매출 비율·경영평점)에서 삼성물산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도 삼성물산 > 현대건설삼성물산이 1위를 빼앗기 위해 노력했던 면은 지난 5년간 주가변화에 그대로 나타난다. 삼성물산 주가는 2009년 11월 27일 4만3450원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2011년 7월 22일 9만2500원을 기록했다. 5년래 최고가로 1년 반 만에 53%나 오른 수치다. 이후 건설업 전체가 불경기에 빠지면서 삼성물산 주가도 한풀 꺾였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와중에도 삼성물산 주가는 상대적으로 적게 빠지며 주가 수준을 지켜나갔다. 수년간 6만원대를 유지하며 선방했다. 최근에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7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올해 시평이 발표된 지난 7월 31일 삼성물산 주식은 7만3700원에 거래됐다. 시평 1위에 따른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현대건설 주가는 가파른 널뛰기를 이어왔다. 2010년 5월 20일 4만6050원까지 떨어진 주가는 2011년 5월 6일 9만2900원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주가가 2배가량 뛴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되자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에 들어갔다. 이후 3년 동안 현대건설 주가는 6만원대 수준에서 거래되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7월 31일 시평 1위를 빼앗긴 현대건설 주식은 6만3400원에 거래됐다.

올해 시평 발표 이후 두 라이벌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까지 불황에 허덕이던 국내 건설경기가 하반기 살아날 조짐이다.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를 동원해 주택시장 부양 정책을 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 부양을 기다려온 건설업계가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경기가 회복세에 들어가 주요 건설사의 주택사업부문 실적 경쟁이 재개될 전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공급이 늘고 착공이 안 되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물량이 착공으로 전환되면 하반기 두 라이벌 건설사의 실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중순 시평 발표 때까지 두 건설사의 1위 경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판세는 해외 건설 수주에서 결정될 수 있다. 두 거대 건설사의 공사 수주액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을 필두로 한국의 2분기 글로벌 건설 수주액은 375억 달러(약 39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규모 어닝쇼크를 불러온 해외 저가 공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 건설 수주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두 라이벌이 경쟁할 수 있는 해외 먹거리가 푸짐해진 상황이다.

이미 수주한 해외 공사도 올해 착공되면서 두 라이벌의 해외 공사 매출액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올해 연이어 진행되면서 직접적인 매출액에 산입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호주 로이필 프로젝트의 매출액을 인정받았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아드 메트로 프로젝트도 곧 매출로 잡을 수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발주한 6억7800만달러(약 6948억원) 규모 뭄바이 복합 문화시설 다이섹(DAICEC)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등 내년 이후의 공사 수주도 확보해 가고 있다.

1위를 탈환하기 위한 현대건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우즈베키스탄의 GTL(Gas to Liquid), 아랍에미리트의 SARB 프로젝트와 베트남 몽즈엉 프로젝트 등이 하반기 매출을 키울 수 있다. 현대건설은 가스 관련 플랜트 전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해외수주 확대 가능성도 크다.

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수전력청이 발주한 9억8799만달러(약 1조원) 규모 미르파 민자 발전·담수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올해 해외수주 누적금액은 67억1231만달러로 늘어났다. 또한 국내 대형 공사로 4500억원 규모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 신축공사도 수주했다. 하반기 이후엔 두 라이벌의 1위 경쟁이 더 가속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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