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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 IN FURNITURE CEO JO, JAE-MIN - “원목가구로 이케아 공략에 맞선다”

JANG IN FURNITURE CEO JO, JAE-MIN - “원목가구로 이케아 공략에 맞선다”

▎베트남 공장을 전진기지로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조재민 장인가구 대표.
한국의 가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연매출 42조 원에 달하는 스웨덴의 다국적 가구기업 이케아(IKEA)가 오는 12월 광명점을 오픈하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한국 상륙이 가구업계에 어떤 충격을 주게 될지 모두 주시하고 있다.

2012년 한국가구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 시장 규모는 8조 원이다. 이 중 한샘·현대리바트·퍼시스·장인가구 등 브랜드가구 시장은 2조 원 대. 나머지 6조 원 시장은 비 브랜드 가구가 차지하고 있다. 동네 매장이나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중소기업 가구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이 비 브랜드가구 시장이다.

이케아는 ‘불편함을 판다’며 저렴한 가격과 모던한 디자인, 소비자가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시스템을 내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다. 브랜드 가구는 그나마 고급화 전략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1964년 부산 동래구에서 제재소로 시작해 1989년 2월 가구시장에 진출해 연매출 700억 원을 올리는 장인가구 조 재민(49) 대표를 만나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장인가구 본점이 있는 인천시 남구 도화동은 흔히 가구 단지로 불린다. 이곳에 입주한 첫 가구업체는 보루네오였다. 이후 장인가구·동서가구·삼익가구 등의 브랜드가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구 공장과 전시장이 모여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가구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게 가구단지의 장점이다. 예비 신혼부부나 중년 부부들이 주말마다 이곳으로 모여드는 이유다. “이곳에 가구업체가 많은 것같다”는 기자의 말에 조 대표는 “평일에는 가구업체 차량만 보이지만, 주말에는 사람들이 밀려 온다”며 웃었다.

‘모든 가구의 시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장인가구의 장점은 원목가구다. 인천과 베트남에 생산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중소기업은 대부분 가구를 해외에서 수입해 파는 경우가 많지만, 장인가구는 두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한다. 해외에 공장을 갖고 있는 중견 가구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

가구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조립이 힘든 자재가 원목이다. 온도나 습도에 민감해 비틀어지거나 색이 바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원목가구를 수입해 파는 경우 가장 큰 문제가 애프터서비스(AS)다. “소비자는 빨리 처리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수입 원목가구 업체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 직접 가구를 만들어 파는 것과 수입해서 파는 것은 제품 경쟁력에서 차이가 크다.”

장인가구의 경우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 원목가구에 문제가 생겨도 한국에서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품질의 원목가구를 만드는 것은 노하우와 경험이 없으면 힘들다.”

조 대표는 장인가구의 장점을 살리면 이케아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인가구=원목가구’라는 점을 내 세워 맞설 계획이다. “이케아가 하지 못하는 것이 원목가구다. 이케아와 차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케아는 나무를 톱밥처럼 갈아 압축한 파티클 보드로 만든 제품에 주력한다.

“이케아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이케아와 경쟁하면 장인가구도 힘들 것 같다”는 질문에 “1990년대 100만 원했던 가구가 여전히 100만 원이다. 그만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조 대표는 대답했다. “이케아 광명점이 문을 열면 가구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거라고 하는데,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이케아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킬지 두고봐야 한다. 다만 이케아 때문에 가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 소비자는 유행에 민감하지만, 이케아는 한국 소비자의 유행에 맞춰 매번 디자인을 바꾸기 어렵다. 한국 가구업체는 1년에 2번씩 신제품 품평회를 열고 있다. 유행하 는 가구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을 내놓는다. 가구 업계의 가장 큰 행사는 매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다. 조 대표는 “밀라노가구박람회가 끝나면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케아가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2006년 장인가구는 전국 직배시스템을 구축했다. 전국 어느 곳이든 소비자에게 배송과 설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인가구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다수 가구업체는 운송과 설치를 직접 맡고 있다. 하지만 이케아는 10월 중순 현재까지도 물류를 담당해줄 배송파트너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케아가 어떤 식으로 운송과 설치를 해결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케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걱정만큼 큰 파괴력은 없을 것이다. 비 브랜드 중소업체는 힘들겠지만, 브랜드 가구업체는 다들 준비하고 있다. 장인가구는 원목가구라는 차별성으로 이케아의 공략을 이겨낼 것이다.”
 베트남 공장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
1994년 조 대표는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가 운영하던 장인가구에 입사했다. 20여 년 동안 가구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셈이다. 조 대표는 가구업계의 호황과 불황을 모두 경험했다. 2007년 아버지와 형을 대신해 장인가구 대표에 오른 것은 가구시장의 변화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가구업계는 최고의 호황이었다. 건설업의 호황시기와 맞물린다. 아파트가 지 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졌고, 가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집에 비싼 가구 하나씩은 들여 놓을 때였다. 하지만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환위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는 가구 소비를 변화시켰다. 소비자는 비싼 가구를 사지 않기 시작했다. 많은 가구업체가 부도로 무너졌다. 그때 장인가구도 큰 타격을 입었다. 흔히 말하는 흑 자부도를 맞았다. “부채 비율이 높지 않아서 6년 만에 정상 궤도에 다시 올라섰다.”

외환위기로 가구업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조 대표가 택한 것은 해외 시장이다. 내수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수출을 뚫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세계로 진출하려면 해외에 공장이 있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베트남 공장 건설은 조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2~3년 동안 베트남에서 살았다”고 말할 정도. 해외 수출 전략과 베트남 공장 건설을 책임지면서 장인가구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장인가구는 말 그대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가구를 만드는 회사다. 품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기업의 규모를 더욱 키울 것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걱정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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