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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종 외교’ 비판까지 나온 라인야후 사태…네이버 ‘경영권 유지’ 가닥

日 정부,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한 주라도 넘어가면 ‘경영권 상실’
야권 중심 ‘對日 외교 실패’ 비판 확산…대통령실 “부당 조치 시 강력 대응”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라인야후 계열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본사에서 직원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네이버가 일본 정부 압박에 대한 대응 전략을 일단 ‘라인야후 지분 유지’로 설정했다. 국내서 반일 기조가 확산하자,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네이버 지키기’에 팔을 걷어붙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이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된다면, 이 사안이 일본에 대한 ‘굴종 외교’로 비출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상실이 네이버의 사업적 필요로 이뤄지는 의사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압박을 전제하고 있어 언제든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란 비판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는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대응 기조를 ‘경영권 유지’로 정했다는 점을 최근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정부의 외교적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네이버 경영권’을 빌미로 향후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단 우려는 남아있다. 이 지점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네이버가 ‘지분 매각’보다 더욱 큰 사업적 피해를 볼 수 있단 분석도 나오고 있다.

日 최대 IT기업 키운 네이버

라인은 네이버 일본 법인이던 NHN재팬이 2011년 출시한 메신저다. 라인 애플리케이션(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현재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을 기록하고 있다. 월마다 108개국에서 약 2억명이 접속하는 앱으로, 한국 기업이 만든 가장 성공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불린다.

네이버는 2019년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던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했고 2021년 A홀딩스를 세웠다.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검색 서비스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거대 기업 라인야후가 탄생한 배경이다. 라인야후가 지닌 일본 내 영향력을 국내로 비유하자면 ‘최대 포털’ 네이버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합친 수준이다. 실제로 라인야후는 일본 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통한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지분 64.4%를 보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중 단 한 주라도 소프트뱅크 측에 넘어간다면 경영권을 상실하는 구조다.

라인야후는 포털·메신저 사업 외에도 수많은 자회사를 통해 ▲간편결제(페이페이) ▲이커머스(조조·아스쿨) ▲배달(데마에칸) 등에 진출해 있다. 자회사들 역시 해당 업계에서 각각 1위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지배구조를 보면 ‘A홀딩스(네이버·소프트뱅크)→라인야후→페이페이·조조·아스쿨·데마에칸’ 등으로 이어진다.

얽히고설킨 ‘라인야후 사태’…복잡해진 셈법

문제는 지난 2023년 11월 라인에서 약 51만9000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네이버 협력사 PC에 심겨 있던 악성코드가 클라우드 서버를 타고 라인 시스템에 접근해 발생한 사고다. 일본 총무성은 이에 지난 3월 라인야후에 첫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의 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라인야후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1월 재발 방지 및 개선 보고서 제출했다.

일본 총무성이 개선 보고서를 받아본 뒤에도 재차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라인야후 사태’가 외교적 분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보안 강화를 넘어선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행정지도에 담겼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이 같은 사안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그것도 한 달 사이 내린 건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일본 정부가 네이버가 지닌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라고 압박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후 관련 기업에서 나온 입장과 조치들 모두 네이버에 곤혹스러운 내용이 담겼다. 라인야후는 8일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 발표 설명회를 통해 네이버에 위탁하고 있는 기술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라인야후는 이미 네이버의 초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대신 오픈AI의 ‘GPT-4’를 택하고, 클라우드도 네이버에서 구글로 교체하는 등 협업 관계를 단절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라인야후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인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CPO 직위는 유지됐지만, 이사회가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지게 됐다. 신 CPO는 NHN재팬 시절부터 메신저 앱 개발과 사업을 주도하며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사장)는 더욱이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라인야후 이사진은 신 CPO와 함께 오케타니 타쿠 최고전략책임자(CSO) 퇴임에 따라 기존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3명 구조에서 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 체제로 전환됐다.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카와베 켄타로 회장과 이데자와 CEO는 사내이사를 유지했다.

소프트뱅크 역시 9일 결산 설명회에서 ‘자본 재검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소프트뱅크가) 제안해 (네이버와) 계속 논의 중이지만 아직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라면서도 “A홀딩스 이사회 비율은 소프트뱅크가 더 높다. 이미 우리가 컨트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침묵으로 시간을 벌어왔던 네이버가 입을 열었다. 회사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라인야후의 주요 주주이자 협력 파트너로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중요한 결정을 해나갈 것”이라며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라인야후 사태’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네이버 입장문에 ‘지분 매각’이란 단어가 담기자, 야권을 중심으로 ‘대일(對日) 굴종 외교’란 지적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지난 13일과 14일 연속해 현안 브리핑을 열고 “지금까지 네이버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정부 대응에 반영해 왔고, 네이버 추가 입장이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선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리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마지막 브리핑 직후 다수 언론에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 조치 보고서에 지분 매각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며 “네이버의 추가 입장을 받아 조율한 결과”라고 밝혔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를 7월 1일까지 제출토록 요구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네이버가 대통령실에 밝힌 입장인 셈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가치는 10조원대로 추산된다. A홀딩스가 라인야후 지분 64.4%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32.7%를 보유 중인 셈이다. 라인야후 시가총액이 약 2조8000억엔(약 25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가치는 8조3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0조원대에 달할 거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향후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한다손 치더라도 전량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엔 재무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일본 이외에 대만·태국 사업과 라인망가·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이 연결돼 있기에 전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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