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업계의 구글
음악업계의 구글
스웨덴과 음악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스파티파이와 사운드클라우드는 스웨덴 회사다. 모두 수개월 간 지속되는 그 나라의 긴 어둠을 견뎌낼 방법을 찾던 음악 애호가 엔지니어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그에 못지 않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도 있다. 코발트다.
2001년 스웨덴의 또 다른 엔지니어 빌라르트 아드리츠가 하나의 과업에 착수했다. 음악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기술적인 과제였다. 현재 음악업계의 후방을 움직이는 팩스, 이메일,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대체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 작업에 15년 가까이 걸렸다. NASA가 달에 사람을 올려 보내는 데 걸린 기간보다 6년이 더 길었다. 6000만 달러의 벤처 자본도 투입됐다. 그러나 이제 코발트는 일종의 자축 커밍아웃 파티를 열고 있다.
빌보드는 지난 분기 미국 라디오 방송을 토대로 그 혁명적 기업을 2위 음악 출판사로 선정했다. (코발트는 푸 파이터스 밴드의 데이브 그롤, 록 밴드 노 다웃, 폴 매카트니 같은 가수들의 저작권을 관리한다.) 영어 노래 톱 100의 40~50%를 그 회사가 관리한다고 아드리츠는 추산한다. “음악업계는 앞으로 완전히 다른 구조로 움직여야 한다.” 코발트의 뉴욕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그가 말했다. “후방 인프라가 모두 붕괴됐다. 1달러 벌자고 5달러를 쓸 수는 없다.”
스파티파이와 사운드클라우드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그와 달리 코발트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면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신생 벤처다. 실제로 음악 팬들은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지 모를 만도 하다. 절름발이가 된 음악업계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기업이지만 말이다.
음악업은 각종 제품 판매에서 서비스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노래가 한 곡 재생될 때마다 1센트의 아주 작은 비율만큼 아티스트에게 소득이 돌아가는 구조다. 12월 중순 워너뮤직이 발표한 데이터에 그런 변화가 잘 드러난다. 2013년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은 74% 증가한 반면 디지털 판매는 12% 감소했다. 하지만 가수에게 수입을 안겨주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추심대행사, 지상파 음악 에이전시, 지역 에이전시, 그리고 변호사들의 복잡기괴한 기기다. 앨범 판매와 지상파 라디오 방송계 용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음악 한 곡을 사용한 뒤 그 대가가 지급되기까지 2.5년이 걸린다. 언젠가 지불된다면 말이다.
코발트는 그 오랜 시간과 자금(델 컴퓨터의 창업자 마이클 델도 투자했다)을 들여 기술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 곡의 노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십 억 건의 소액거래를 기록하고 결제하기 위한 기술적 후방 지원 시스템(즉 대형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이다. 코발트의 고객은 바로 가수들이며 그 기술을 이용하는 다른 에이전시들도 어느 정도 코발트의 고객들이다.
미국음반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음악업계는 실물 음반이 주도하는 미국 내 130억 달러 규모의 산업에서 스트리밍에 좌우되는 70억 달러의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음악업계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는 암담한 추세선이다. 하지만 아드리츠는 앨범이 주도하는 ‘빅 뮤직’의 시대가 비정상이었다고 본다.
“그때는 CD 한 장에 20달러나 받으면서 괜찮은 노래는 한두 곡에 불과한 황금기였음은 누구나 안다”고 그가 말했다. “싱글 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질 떨어지는 노래 7곡을 20달러에 구입하지 않게 됐다.”
아드리츠는 2001년 코발트를 창업했다. 당시 음악업계는 개인간 파일 공유(P2P) 서비스인 냅스터와 치열한 법정투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침실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청소년들을 법정에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음악업계 배후의 운영 측면에선 파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베보·스파티파이·유튜브·판도라 같은 음악 서비스가 창출하는 수십억 건의 소액거래가 주를 이루는 미래의 사업방식에 전혀 대비가 되지 않았다. 전 세계의 라디오 방송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코발트는 가수들에게 일종의 계기판을 제공한다. 돈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1센트의 소수점 9자리 이하까지 계산 가능한 계기판이다. “기존 음악업계의 사업 방식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비전이다.” 음악업계 단체 ‘음악의 미래 연합’ 케이시 레이 대표가 말했다. “어떻게 판을 뒤엎을지 알 수 있다. 기존 음악산업은 본질적으로 쇠락하는 실물 판매에서 다시 가치를 짜내려 한다.”
코발트는 음악업계에 다소 구글 같은 존재다. 음악배급의 이 같은 신세계를 구현하려 할 뿐 아니라 그 세계의 거의 모든 구성원과 경쟁한다. 코발트는 완전히 밑바닥에서 출발해 수십 억 건의 소액결제 세계에서 번창하고 있다. 작사·작곡가를 대신해 로열티를 걷어들이는 음악 에이전시뿐 아니라 다른 에이전시들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제공자 역할도 맡는다. 전통 음반사와 에이전시들은 과거 그리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여전히 회계상의 블랙 박스다.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얼마를 떼어가는지 아티스트들은 모른다.
음악업계는 디지털 판매에 적응했듯이 스트리밍에도 적응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태의연한 사업방식을 고수하려 애쓰고 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히트 앨범 ‘1989’를 출시하면서 스파티파이에서 자신의 노래를 모두 내려 화제를 모았다. 스파티파이의 이윤 배분율이 너무 박하다는 이유였다. 스파티파이와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서비스는 음악 불법복제를 틈새 사업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음악 애호가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로선 가수, 작사·작곡가, 저작권 소유자, 그리고 서비스 업체들에게 최선의 대안은 세계적으로 유료 회원 수의 실질적인 증가를 실현하는 것이다.” 워너 뮤직 CEO 스티븐 쿠퍼가 12월 중순 주주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주요 음반사들은 스파티파이로부터 거액의 선수금을, 최대 음반사들은 지분을 건네 받았다. 이 같은 돈이나 장차 스파티파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수입이 아티스트들에게 어떻게 분배될지는 불분명하다. 상당한 거금을 받는 아티스트들도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거의 모른다. 지난 가을 기술업계 컨퍼런스 ‘더블린 웹 서밋’에 참가한 가수 보노의 말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디지털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간의 싸움이 아니다. 진짜 싸움은 불투명성과 투명성 간에 벌어지고 있다.”
리처드 샌더스 코발트 사장은 음반업계의 터줏대감이며 소니뮤직의 국제사업부 회장이자 글로벌 마케팅 사장을 지냈다. 그는 투명성이 음반사 모델에 넘기 힘든 장벽이 된다고 말한다. “기존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에 투명성을 실현할 수 없다. 밑바닥에서 출발하면 숨길 게 전혀 없기 때문에 투명 경영이 가능하다.” 2012년 소니에서 코발트로 이직한 샌더스가 말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왜 스웨덴에서 일어날까? 아드리츠가 한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그 나라는 6개월 동안 어둠에 덮여 있다.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자메이카에 산다고 생각해보라. 멍청이나 거기 어둠 속에 앉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고민하지 않겠나.”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1년 스웨덴의 또 다른 엔지니어 빌라르트 아드리츠가 하나의 과업에 착수했다. 음악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기술적인 과제였다. 현재 음악업계의 후방을 움직이는 팩스, 이메일,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대체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 작업에 15년 가까이 걸렸다. NASA가 달에 사람을 올려 보내는 데 걸린 기간보다 6년이 더 길었다. 6000만 달러의 벤처 자본도 투입됐다. 그러나 이제 코발트는 일종의 자축 커밍아웃 파티를 열고 있다.
빌보드는 지난 분기 미국 라디오 방송을 토대로 그 혁명적 기업을 2위 음악 출판사로 선정했다. (코발트는 푸 파이터스 밴드의 데이브 그롤, 록 밴드 노 다웃, 폴 매카트니 같은 가수들의 저작권을 관리한다.) 영어 노래 톱 100의 40~50%를 그 회사가 관리한다고 아드리츠는 추산한다. “음악업계는 앞으로 완전히 다른 구조로 움직여야 한다.” 코발트의 뉴욕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그가 말했다. “후방 인프라가 모두 붕괴됐다. 1달러 벌자고 5달러를 쓸 수는 없다.”
스파티파이와 사운드클라우드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그와 달리 코발트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면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신생 벤처다. 실제로 음악 팬들은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지 모를 만도 하다. 절름발이가 된 음악업계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기업이지만 말이다.
음악업은 각종 제품 판매에서 서비스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노래가 한 곡 재생될 때마다 1센트의 아주 작은 비율만큼 아티스트에게 소득이 돌아가는 구조다. 12월 중순 워너뮤직이 발표한 데이터에 그런 변화가 잘 드러난다. 2013년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은 74% 증가한 반면 디지털 판매는 12% 감소했다. 하지만 가수에게 수입을 안겨주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추심대행사, 지상파 음악 에이전시, 지역 에이전시, 그리고 변호사들의 복잡기괴한 기기다. 앨범 판매와 지상파 라디오 방송계 용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음악 한 곡을 사용한 뒤 그 대가가 지급되기까지 2.5년이 걸린다. 언젠가 지불된다면 말이다.
코발트는 그 오랜 시간과 자금(델 컴퓨터의 창업자 마이클 델도 투자했다)을 들여 기술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 곡의 노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십 억 건의 소액거래를 기록하고 결제하기 위한 기술적 후방 지원 시스템(즉 대형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이다. 코발트의 고객은 바로 가수들이며 그 기술을 이용하는 다른 에이전시들도 어느 정도 코발트의 고객들이다.
미국음반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음악업계는 실물 음반이 주도하는 미국 내 130억 달러 규모의 산업에서 스트리밍에 좌우되는 70억 달러의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음악업계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는 암담한 추세선이다. 하지만 아드리츠는 앨범이 주도하는 ‘빅 뮤직’의 시대가 비정상이었다고 본다.
“그때는 CD 한 장에 20달러나 받으면서 괜찮은 노래는 한두 곡에 불과한 황금기였음은 누구나 안다”고 그가 말했다. “싱글 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질 떨어지는 노래 7곡을 20달러에 구입하지 않게 됐다.”
아드리츠는 2001년 코발트를 창업했다. 당시 음악업계는 개인간 파일 공유(P2P) 서비스인 냅스터와 치열한 법정투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침실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청소년들을 법정에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음악업계 배후의 운영 측면에선 파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베보·스파티파이·유튜브·판도라 같은 음악 서비스가 창출하는 수십억 건의 소액거래가 주를 이루는 미래의 사업방식에 전혀 대비가 되지 않았다. 전 세계의 라디오 방송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코발트는 가수들에게 일종의 계기판을 제공한다. 돈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1센트의 소수점 9자리 이하까지 계산 가능한 계기판이다. “기존 음악업계의 사업 방식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비전이다.” 음악업계 단체 ‘음악의 미래 연합’ 케이시 레이 대표가 말했다. “어떻게 판을 뒤엎을지 알 수 있다. 기존 음악산업은 본질적으로 쇠락하는 실물 판매에서 다시 가치를 짜내려 한다.”
코발트는 음악업계에 다소 구글 같은 존재다. 음악배급의 이 같은 신세계를 구현하려 할 뿐 아니라 그 세계의 거의 모든 구성원과 경쟁한다. 코발트는 완전히 밑바닥에서 출발해 수십 억 건의 소액결제 세계에서 번창하고 있다. 작사·작곡가를 대신해 로열티를 걷어들이는 음악 에이전시뿐 아니라 다른 에이전시들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제공자 역할도 맡는다. 전통 음반사와 에이전시들은 과거 그리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여전히 회계상의 블랙 박스다.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얼마를 떼어가는지 아티스트들은 모른다.
음악업계는 디지털 판매에 적응했듯이 스트리밍에도 적응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태의연한 사업방식을 고수하려 애쓰고 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히트 앨범 ‘1989’를 출시하면서 스파티파이에서 자신의 노래를 모두 내려 화제를 모았다. 스파티파이의 이윤 배분율이 너무 박하다는 이유였다. 스파티파이와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서비스는 음악 불법복제를 틈새 사업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음악 애호가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로선 가수, 작사·작곡가, 저작권 소유자, 그리고 서비스 업체들에게 최선의 대안은 세계적으로 유료 회원 수의 실질적인 증가를 실현하는 것이다.” 워너 뮤직 CEO 스티븐 쿠퍼가 12월 중순 주주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주요 음반사들은 스파티파이로부터 거액의 선수금을, 최대 음반사들은 지분을 건네 받았다. 이 같은 돈이나 장차 스파티파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수입이 아티스트들에게 어떻게 분배될지는 불분명하다. 상당한 거금을 받는 아티스트들도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거의 모른다. 지난 가을 기술업계 컨퍼런스 ‘더블린 웹 서밋’에 참가한 가수 보노의 말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디지털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간의 싸움이 아니다. 진짜 싸움은 불투명성과 투명성 간에 벌어지고 있다.”
리처드 샌더스 코발트 사장은 음반업계의 터줏대감이며 소니뮤직의 국제사업부 회장이자 글로벌 마케팅 사장을 지냈다. 그는 투명성이 음반사 모델에 넘기 힘든 장벽이 된다고 말한다. “기존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에 투명성을 실현할 수 없다. 밑바닥에서 출발하면 숨길 게 전혀 없기 때문에 투명 경영이 가능하다.” 2012년 소니에서 코발트로 이직한 샌더스가 말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왜 스웨덴에서 일어날까? 아드리츠가 한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그 나라는 6개월 동안 어둠에 덮여 있다.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자메이카에 산다고 생각해보라. 멍청이나 거기 어둠 속에 앉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고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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