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에드윈 렁, 부화뇌동하지 않는 낙관주의자

에드윈 렁, 부화뇌동하지 않는 낙관주의자

억만장자 부동산 투자자 에드윈 렁(Edwin Leong, 63)은 196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닐 때 중국의 전통 유교문화에 영향을 받은 친구들이 “선생님께 감히 큰 소리로 말을 건네지도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학생들 목소리가 선생님보다 크다. 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차 급진적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회에 불만을 품은 수만 명의 홍콩 젊은이들이 우산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960년대 마오쩌둥 문화혁명 이후 홍콩에서 가장규모가 크고 파괴적인 시위였다. 포브스아시아 추산 29억 달러의 재산으로 홍콩 상위 1% 부자로 분류된 렁은 시민들이 터뜨린 불만의 표출 현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애드미럴티 극동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이 정부 청사 건너편에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길을 봉쇄하는 바람에 렁은 자가용으로 건물 바로 앞에 내리는 대신 파이낸스센터와 연결된 타워를 통해 100야드(91m)를 걸어 다녀야 했다.

그러나 75일간 계속된 점령시위가 못마땅했던 건 이 때문이 아니라고 렁은 말했다. 43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내려다본 도로가 다시 차량으로 가득 찬 후 가진 인터뷰에서 렁은 아무리 정당한 불만이라도 ‘무법사태’를 초래한건 시위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마오쩌둥 문화혁명으로 홍콩이 불안해지자 학교를 끝마치기 위해 캐나다로 갔던 경험 때문인지 그의 눈으로 본 우산시위는 자신이 홍콩으로 돌아온 원인이자 지금까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부동산 투자를 가능케 해준 홍콩의 법질서를 위반하는 행위였다.

기업들의 항의로 시위대가 점거한 지역을 철거하기 위한 법원 명령이 내려졌다. 렁을 비롯한 기업가들은 시위로 많은 불편을 겪었지만, 애드미럴티와 다른 2개 지구에서 펼쳐진 장기적 대치상태가 홍콩에 대한 이들의 신뢰를 깨지는 못했다. 시위가 장기화되던 11월, 렁은 이스트구룡에 있는 낡은 공장 건물을 1억82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상업용 센터로 재단장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렁이 2014년 홍콩에서 매입한 7번째 건물이다.
 정치 시위에도 홍콩 경기 낙관
거리에서 이어지는 정치 시위로 기업들이 신음하는 와중에도 렁처럼 홍콩 경기를 낙관하는 사람은 많았다. 일례로 시위 기간 홍콩 증시는 강세를 보였고, 기존 주택의 거래가격 또한 상승했다. 시위가 정점을 이루었던 10월과 11월, 소매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낙관적 입장의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는 중국 본토 방문객 또한 10월 집계된 수치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18% 증가해 400만 명을 기록했다. 호텔 점유율은 88%까지 오르며 최근 기록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세와 자신의 투자를 뒷받침하는 렁의 설명은 간단하다. ‘북쪽’에 있는 거대 경제국(중국)과 긴밀하게 연결된 홍콩의 앞날에 더 많은 번영이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지율이 낮은 렁춘잉 행정장관을 자리에 앉히고 차기 행정장관을 뽑기 위한 2017년 직선제 정신을 훼손해 우산 시위를 촉발시킨 직접적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런 모순적인 조합에 대해 렁은 홍콩에 경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는 인정했다. 그는 “빈부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사건을 통해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홍콩도 깨달았을 것이다. 정부는 주택 보조금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고 보조금 재원을 확보하려면 증세가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홍콩 경제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렁은 말했다. 이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 대규모 시위의 근저에는 삶의 질 악화에 대한 불만이 자리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사회가 좀더 공정해진다면 불만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렁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 주민 700만 명 모두에게 ‘1인당 1표’를 주는 건 불가능하다는 중국 본토 및 홍콩 지배층의 시각에 동의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정한 룰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엮는데 있어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자본주의, 아니면 적어도 홍콩에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나는 홍콩 틈새시장을 노리는 투자자로 중국 본토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솔직히 아직은 중국 본토의 법률 제도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홍콩 주민들은 이데올로기의 차이 때문에 중국을 두려워했다. 지금은 그들도 현실을 알게 됐다. 이제는 나도 이들을 무조건 공산주의로 분류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 좀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집중하는 건 무엇보다 중국 본토다.”

2014년 기업공개(IPO) 건수 기준 세계 2위를 차지한 홍콩은 적어도 당분간은 중화권 금융 중심지로 남을 전망이다. 홍콩으로 몰리는 돈은 에드윈 렁을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준 부동산 호황의 기반이 되고 있다.

에드윈 렁은 사업가 헨리G.렁(Henry G. Leong)의 여섯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국계 종합상사 자딘 매디슨이 지정한 매판 관리였지만 에드윈이 9살 때 돌아가셨다. 토론토에서 컴퓨터과학 학위를 따고 홍콩에 돌아온 그는 수년 간 은행에서 힘겹게 일을 하다가 1977년 타이흥파이 사업소를 열었다. 외환거래를 시도했지만 성과는 변변치 않았고 이후 부동산을 보는 눈을 키우게 됐다.

지금 그는 직원 250명을 거느리고 주거용 건물에서 상업,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각종 부동산에 1000여 명의 세입자를 둔 부동산 사업가로 성장했다. “부동산에서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그는 말했다. 물론 현지 부동산에 대한 ‘정확하고 폭넓은 지식’은 분명한 강점이다. 외국 파트너 기업으로는 로스앤젤레스의 오크우드 아파트와 태국의 오닉스 호스피탈리티,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이 있다.

렁은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베팅을 2배로 올리는 투자로도 유명하다. 2003년 사스(SARS) 사태 때 투자한 후 경기회복으로 많은 수익을 거둔 그는 “내 결정이 옳았기 때문에 큰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렁은 투자하기 전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많은 공부”를 한다고 거대 부동산기업 헨더슨 랜드 부회장인 친구 콜린 램(Colin Lam)은 말했다. 일례로 중국 관광산업이 한창 전성기를 누리기 2년 전부터 렁은 성장 단계에 있는 홍콩 호텔 매매에 돈을 투자했다. 내년에는 실로 오랜만에 3번째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다.

지금은 홍콩 북부지역으로도 눈을 돌렸다. 코스웨이 베이나 침사추이처럼 각국 관광객이 명품 브랜드를 사들이는 쇼핑 지구와는 멀리 떨어진 홍콩 신계(New erritories)다. 중국과 국경 지대에 위치한 이 곳은 과거에는 농지가 많은 완충 지역이었다. 그러나 홍콩의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저렴한 아파트와 호텔, 상업개발 프로젝트들이 신계로 몰려들고 있다. 렁은 도심 지역과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지난 11월 투자처럼 버려진 공장 건물을 매입하는 중이다.

렁은 자신의 사업이 홍콩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믿는다. “소매지출 확대, 관광 진흥, 일자리 창출, 버려진 부동산 개발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말한 렁은 자신의 투자로 호텔 경영, 회계, 소매유통, 건설, 부동산 관리, 식음료 부문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덧붙였다.
 수년간 1300만 달러 기부하고 장학금 지급
인터뷰가 녹음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렁은 렁춘잉 행정장관에 대해 온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지지율이 43%까지 떨어지고 시위대의 강력한 퇴진 요구를 받았지만, 사실 런춘잉은 취임 전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예산이 삭감되면서 생긴 불만의 “피해자”라고 렁은 말했다. 무엇보다 큰 원인은 미 달러와 연동된 홍콩 달러다. 그러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자산 가격을 부풀리고 빈부격차를 확대시킨 미 양적완화 정책이 홍콩에 큰 타격을 줬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게 바로 문제의 근원”이라고 렁은 말했다.

정부 지출 확대와 더불어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선활동이 늘어나야 한다고 렁은 믿는다. 그래서 지난 수년 간 노인 지원 및 의료보험, 교육 개선을 위해 회사와 산하 자선 재단을 통해 13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기부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 중에는 노인계층에 무료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헨리 G. 렁 통합 이동의료센터와 치매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 등이 있다. 그는 중국빈곤퇴치재단을 지원하며 저소득층 학생에게 해외유학 장학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1967년 악몽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자선사업을 이야기할 때 렁의 말투에서는 조심스러운 경계심이 묻어 나왔다. 장학금 후보에서 이번 시위 참가자를 제외한다고 말한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이 직접 학생들을 인터뷰하겠다고 밝혔다. 허가를 받은 합법 시위와 불법 시위는 완전히 다르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존중한다. 그러나 위법행위는 지지하지 않는다.” 눈부신 경제 성과의 근저에는 이런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렁은 굳게 믿는다. “안정된 법체계는 지금껏 홍콩의 성공을 만들어준 주요 요소 중 하나다. 훌륭한 법체계가 없다면 지금의 홍콩은 존재할 수 없다.”

- RUSSELL FLANNERY 포브스아시아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AI·클라우드 집중하는 삼성SDS, 신임 대표로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 선임

2옛 국립보건원 부지, 창조산업 중심지로 육성

3음란물 단속하다 그만…박지현, 억대 빚에 '19금' 손 댔다

4비트코인, 9만 7000달러선 회복…10만 돌파 할까?

5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p 인하…연 3.00%

6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p 인하…연 3.00%로

7미래에셋증권, 인도 현지 증권사 미래에셋쉐어칸 출범

8'무시해' 일파만파…최후 통첩의 날, 뉴진스-어도어 결말은

9삼성SDI, 트럼프 시대 맞이한 배터리 사업 구원투수로 최주선 대표 낙점

실시간 뉴스

1AI·클라우드 집중하는 삼성SDS, 신임 대표로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 선임

2옛 국립보건원 부지, 창조산업 중심지로 육성

3음란물 단속하다 그만…박지현, 억대 빚에 '19금' 손 댔다

4비트코인, 9만 7000달러선 회복…10만 돌파 할까?

5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p 인하…연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