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투자는 일시적 유행이다 vs 아니다 - 인덱스 펀드는 믿을만한 꽃놀이패?
패시브 투자는 일시적 유행이다 vs 아니다 - 인덱스 펀드는 믿을만한 꽃놀이패?
인덱스 펀드 선두주자인 뱅가드 그룹은 펀드 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의 57%를 먹어치우는 중이다. 승리는 뱅가드 그룹과 창업주 보글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 ‘쏠림’ 현상이 지나칠 수도 있지 않을까?인덱스 펀드에게 참으로 좋은 시절이다. 증시 및 채권 시장을 그대로 복제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액티브 펀드(펀드매니저 분석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펀드)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액티브 펀드에 투자하라고 설득하는 건 더 어려워졌다. 반면 인덱스 펀드 선두주자인 뱅가드 그룹(Vanguard Group)은 펀드 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의 57%를 먹어치우는 중이다. 승리는 뱅가드 그룹과 창업주 보글(John C. Bogle)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인덱스펀드 ‘쏠림’ 현상이 지나칠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을 던진 사람은 제임스 그랜트(James Grant)다.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만큼은 큰 투자 뉴스레터 ‘그랜트의 인터레스트 레이트 옵서버’ 논평에서였다. 투자이론에도 사이클이 있다고 그랜트는 주장했다. 성공을 거두면 쏠림 현상이 생기고 그러다 결국 실패를 맞는다. 똑똑한 투자자라면 쏠림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1972년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쏠렸던 곳은 에이본과 폴라로이드 등 50대 대형 우량주 ‘니프티 50’이었다. 시장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이들 종목은 영원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만 같았지만 결국 하락했다. 10년 뒤에는 너도나도 재무부 국채를 매도하는 또 다른 쏠림이 나타났다. 결국 투자자들은 두 자릿수 수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1999년에는 IT종목으로 투자가 몰렸다. 지금 대중이 사랑에 빠진 대상은 패시브 펀드다. 그러나 그 사랑이 지나치다고 그랜트는 말한다. 따라서 액티브 투자 매니저들이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시장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려 투자자와 함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헛소리’라고 보글은 응수한다. 뱅가드를 세우고 4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패시브 투자를 가장 열정적으로 전파해온 보글은 아주 미세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한 인덱스 펀드의 경우 운영수수료뿐 아니라 매매수수료, 세금 등의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해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에 실린 기사에서 보글은 액티브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매년 자산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종 수수료와 비용으로 지불했다고 계산했다. 해당 계좌에 과세되는 세금까지 합하면 비용은 3%가 된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비용을 연간 0.1%까지 낮출 수 있다. 아주 현명한 결정이며, 다른 많은 사람이 같은 지혜를 가졌다 해서 현명함이 어리석음으로 바뀌는 건 아니라고 보글은 말했다.
6권의 역사서를 저술한 68세의 그랜트는 역사 속 투자 광풍과 패닉 현상을 상세히 알고 있다. 그는 어떤 저평가 종목을 매입하고 어떤 채권을 피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랜트는 분석 속에 신랄한 비평을 끼워 넣는 논평으로 유명하다. “월스트리트가 자아성찰에 몰입하는 아주 드문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뭐 하나 바뀐 건 없지만)” 이런 식이다. 그랜트는 무엇이든 유행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최고의 투자자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역투자 뚝심만큼은 자신한다”고 그는 말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2년 전인 2006년부터 그는 전문 투자자가 대다수인 독자들에게 주택담보채권과 연계 부채담보부증권(CDO)에서 빠져 나오라고 촉구했다. 2008년 말에는 위험하다고 비난 받던 증권상품을 다시 매입하라며 더욱 본능에 어긋나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그의 역발상 투자가 항상 맞았던 건 아니다. 1년 전에는 푸틴이 보유한 석유회사 가즈프롬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펀드 신규 투자금에서 뱅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은 한물간) GM의 호시절 자동차 시장 점유율과 비슷해지면서 역발상 투자자 그랜트는 뱅가드에 돈을 넣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뱅가드 인덱스 펀드의 높은 인기를 기준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한 종목을 밝혀내는 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랜트는 S&P 500 대기업으로 구성된 ‘니프티 500’이 옛날옛적 ‘니프티 50’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럴 듯한 주장이다. 지난 해 S&P 500은 다수의 액티브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진한 투자자들은 어제의 유망종목으로 몰려든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 S&P 500 인덱스 펀드를 사들이는데 아주 열심이다.
그러나 투자 실수의 원인을 인덱스 펀드의 개념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패시브 투자는 더 이상 S&P 500 인덱스 펀드로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뱅가드는 증시 전체를 포괄하는 펀드를 판매 중이다. 500대 대기업에 중소기업 3300개까지 함께 포함시킨 펀드다. 500대 기업 인덱스 펀드에 지나친 쏠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확신이 든다면 이를 제외한 다른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중소기업에만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도 따로 있다.
어디에 투자해야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마젤란 등의 액티브 펀드일까? 인덱스 펀드라면 전종목이 들어간 게 좋을까, 아니면 특정 종목으로 한정된 펀드가 좋을까? 종목 범위가 어떻든 인덱스 펀드에 투자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행운이다. 소매 투자자들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할 기회를 갖게 된 건 존 보글이 자신의 첫 중요 직책에서 해고된 덕분이다. 보글은 상장 펀드운용사 최고경영자 지위까지 올라갔다. 회사가 운영하던 상품 중에는 보수적 투자기준으로 주식 및 채권 종목을 선별하는 웰링턴 펀드가 있었다. 그런데 보글이 큰 실수를 했다. 높은 수익률을 좇다가 투기 종목을 매입하는 펀드 운용사와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1973~74년 뜨겁게 달아올랐던 이들 종목의 주가가 차갑게 식으면서 거품은 깨졌고, 웰링턴 매니지먼트 이사회는 보글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키워야 할 아이들이 6명이었던 44세의 보글은 단순히 직장만 잃은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잃었다. 심장이 약해지면서 병원을 끊임없이 방문했다. 의사는 그에게 몇 년 남지 않았으니 은퇴 후 해변에서 쉬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는 의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투자펀드의 특이한 법적 구조에서 구원의 빛을 찾았다. 관련법에 따라 투자펀드는 펀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펀드 이사회를 따로 두어야 한다. 펀드 이사회는 운용사에서 제출하는 수수료 명세서와 기타 제안서를 도장만 찍어주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래도 아주 드물게 의견을 내세울 때가 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 중역 회의실에서 해고를 통보 받은 바로 다음 날, 보글은 웰링턴 펀드를 감독하는 펀드 이사회를 찾아가 파격적 제안을 했다. 펀드 운영권을 새로운 회사로 넘겨주고 이 회사를 펀드 주주들이 상호 소유하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보글의 요청이 그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7개월의 협상을 거친 끝에 그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 웰링턴 펀드의 회계와 매입, 환매 등 백오피스 업무를 담당하는 법인 뱅가드의 설립을 허가 받은 것이다. 투자종목을 선별하는 영예로운 업무는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그대로 맡게 됐다.
언뜻 보면 뱅가드는 웰링턴의 단순 서류작업을 처리해주는 협력업체로 전락한 것 같다. 그러나 보글은 판을 뒤집었다. 통제는 뱅가드가 하고 웰링턴은 수주를 받아 펀드 운용을 대신 해주는 하청업체 같이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는 뱅가드의 힘을 이용해 종목 선택 수수료를 인하 하도록 웰링턴을 압박했다. 수년간 웰링턴과 다른 펀드 운용사를 압박해 104건의 수수료 인하를 끌어낸 건 보글의 자랑이다.
뱅가드는 1975년 펜실베이니아 밸리 포지에 문을 열었다. 직원은 28명이었고, 펀드 자산은 그 해 연말 18억 달러로 늘어났다. 상호금융기관이었던 뱅가드는 펀드업계에서 기묘한 존재였다. 다른 모든 운용사는 영리기관이었기 때문이다. 피델리티처럼 비상장 법인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었고, 블랙록처럼 상장 법인으로 운영되거나 핌코처럼 보험사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기관도 있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는 뱅가드와 분사를 결정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했다.) 뱅가드 고객들은 펀드 운용에서는 어떤 발언권도 없지만 대신 훨씬 낮은 수수료가 적용되어 더 높은 순수익(적립금에 보태지는 금액은 비공개)을 누릴 수 있다. 본사와 1만 4200명의 직원 대다수는 바로 옆 도시 맬번으로 옮겼지만 뱅가드는 밸리포지에 남았다. 덕분에 혁신적 느낌의 주소지를 고수할 수 있게 됐다.
보글은 수익형 펀드 모델을 뒤흔들며 혁명의 문을 열었다. 1년 뒤에는 유망주를 추천하는 증권 전문가 없이 신규 펀드를 조성하는 또 다른 혁명을 시작했다. 기업 시가총액에 비례해서 S&P 500대 기업의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뱅가드 인덱스 500 펀드’였다. 처음에는 대실패였다. 세상에는 수백 개의 주식형 펀드가 있었고, 짭짤한 수익을 거둘 전망이 높은 펀드가 도처에 있었다. 평균 정도의 ‘나쁘지 않은’ 수익을 보장하는 펀드에 목맬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보글은 강연이나 책, 신문 기고, TV 출연 등을 통해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끊임 없이 설파했다. 돌아온 탕아만큼 열렬한 신자도 없는 법이다. 웰링턴으로 펀드매니저를 영입해 높은 수수료를 줬던 시절을 회개라도 하듯 보글은 인덱스 펀드를 전도하며 나섰다. 인덱스 펀드는 다른 이들이 정성을 들여 내놓은 종목 연구결과를 이용해 무임승차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넷플릭스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거듭한 끝에 결국 319달러로 안착했다고 하자. 매입 후 수익이 날 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영화산업과 관련된 복권인 넷플릭스의 합리적 가격이 319달러 정도임을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 해 정도는 액티브 투자펀드가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투자에서 결국 큰 역할을 하는 건 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년의 세월을 두고 봤을 때 행운을 이기는 건 결국 ‘평균의 법칙’이다. 그 기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펀드 매니저가 자신의 투자기술로 제공하는 수익은 크게 줄어든다.
지난 20년간 주로 미국 대형주에 투자한 펀드의 성과를 살펴보자.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1995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투자 가능한 1105개 종목을 추적했다. (주식 클래스 별로 따로 계산) 이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목은 491개였고, S&P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은 151개 뿐이었다. 기간이 아주 짧을 경우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높을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러나 기간이 20년으로 늘어나면 가능성은 7분의 1로 낮아진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보글을 신봉하는 열렬한 추종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팬클럽과도 같은 보글헤즈(Bogleheads)는 온라인 포럼과 회의를 개최한다.) 인덱스 투자기법의 개념은 뱅가드를 비롯한 여러 펀드를 통해 주식뿐 아니라 채권, 해외종목으로 범위를 넓혀 갔다. 뱅가드 고객도 2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펀드 자산규모는 3조 달러다. 소규모긴 하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도 있다. 뱅가드로 들어오는 투자금 3달러 중 2달러는 인덱스 펀드로 들어간다. 뱅가드에 돈을 묻어둔 투자자들은 낮은 수수료 덕분에 비용으로만 연간 180억 달러의 돈을 절약한다고 보글은 추산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의 의미는 크다. 미국의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인 401(k)에 상당한 돈을 묻어둔 사람이라면 은퇴할 때쯤 수십만 달러의 돈을 가져갈 수 있다. 심장 상태가 점차 악화되면서 보글은 1996년 뱅가드 경영직에서 물러나 필라델피아 병원 심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수술을 기다렸다. 그리고 19년 전 이식수술을 받았다. “기증자의 나이가 26세였으니까 지금 심장 나이는 45세인 셈”이라고 85세의 뱅가드는 말했다. 차분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말투였다. 인덱스 펀드 설파는 어느 때보다 힘차게 계속할 계획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도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 최근 반응이 좋은 인덱스펀드 중에는 시가총액이 아니라 매출액과 장부가치, 수익을 기준으로 기업의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펀드도 있다. 수수료는 더 높지만 뱅가드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보글은 이 펀드를 이단으로 규정지으며 비난했다.
상장법인이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것 또한 보글의 눈에는 이단이나 다를 바 없다. 운용사 주주를 생각하면 수수료를 최대한 높게 받아야 하는데 펀드 주주를 생각하면 최대한 낮춰야 한다. “두 명의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는 없다”고 보글은 말했다.
뱅가드로 돈이 모여들고 있으니 보글의 투자원칙이 입증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토론의 여지는 남아 있다. 그랜트는 액티브 펀드의 돈이 말라버려 기업 재무제표를 읽고 경영방식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의 힘든 작업이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시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넷플릭스 주가는 적정가치 범위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액티브 투자자의 종목 선정이 쉬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들의 수익을 다 합치면 결국 (비용을 제하기전) 시장 평균수익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패시브 투자자의 수익과 비슷하지만 비용을 제한 후의 수익은 패시브 투자가 더 높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수학적 사실”이라고 뱅가드에서 최고투자책임을 맡았던 구스 사우터는 말했다.
그러나 증시 효율성이 낮아지면 액티브 투자에서 행운 보다 매니저의 투자역량이 더 큰 성과 차이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수익률이 높은 펀드매니저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다. 물론, 이들이 성공을 구가하려면 평균 보다 수익률이 낮은 피해자(다시 말해 개인투자자들)가 있어야 한다.
보글과 그랜트가 끝장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그랜트는 헤지펀드 운용사와 대규모 투자사를 대상으로 강연하는 이번 봄 회의(참가료: 2150달러)에서 보글을 직접 만나 논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누가 이길 지 돈을 걸어도 좋겠다.
- WILLIAM BALDW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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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진 사람은 제임스 그랜트(James Grant)다.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만큼은 큰 투자 뉴스레터 ‘그랜트의 인터레스트 레이트 옵서버’ 논평에서였다. 투자이론에도 사이클이 있다고 그랜트는 주장했다. 성공을 거두면 쏠림 현상이 생기고 그러다 결국 실패를 맞는다. 똑똑한 투자자라면 쏠림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1972년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쏠렸던 곳은 에이본과 폴라로이드 등 50대 대형 우량주 ‘니프티 50’이었다. 시장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이들 종목은 영원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만 같았지만 결국 하락했다. 10년 뒤에는 너도나도 재무부 국채를 매도하는 또 다른 쏠림이 나타났다. 결국 투자자들은 두 자릿수 수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1999년에는 IT종목으로 투자가 몰렸다.
그랜트, 인덕스펀드 쏠림현상에 제동
이에 대해 ‘헛소리’라고 보글은 응수한다. 뱅가드를 세우고 4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패시브 투자를 가장 열정적으로 전파해온 보글은 아주 미세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한 인덱스 펀드의 경우 운영수수료뿐 아니라 매매수수료, 세금 등의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해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에 실린 기사에서 보글은 액티브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매년 자산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종 수수료와 비용으로 지불했다고 계산했다. 해당 계좌에 과세되는 세금까지 합하면 비용은 3%가 된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비용을 연간 0.1%까지 낮출 수 있다. 아주 현명한 결정이며, 다른 많은 사람이 같은 지혜를 가졌다 해서 현명함이 어리석음으로 바뀌는 건 아니라고 보글은 말했다.
6권의 역사서를 저술한 68세의 그랜트는 역사 속 투자 광풍과 패닉 현상을 상세히 알고 있다. 그는 어떤 저평가 종목을 매입하고 어떤 채권을 피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랜트는 분석 속에 신랄한 비평을 끼워 넣는 논평으로 유명하다. “월스트리트가 자아성찰에 몰입하는 아주 드문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뭐 하나 바뀐 건 없지만)” 이런 식이다. 그랜트는 무엇이든 유행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최고의 투자자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역투자 뚝심만큼은 자신한다”고 그는 말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2년 전인 2006년부터 그는 전문 투자자가 대다수인 독자들에게 주택담보채권과 연계 부채담보부증권(CDO)에서 빠져 나오라고 촉구했다. 2008년 말에는 위험하다고 비난 받던 증권상품을 다시 매입하라며 더욱 본능에 어긋나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그의 역발상 투자가 항상 맞았던 건 아니다. 1년 전에는 푸틴이 보유한 석유회사 가즈프롬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펀드 신규 투자금에서 뱅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은 한물간) GM의 호시절 자동차 시장 점유율과 비슷해지면서 역발상 투자자 그랜트는 뱅가드에 돈을 넣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뱅가드 인덱스 펀드의 높은 인기를 기준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한 종목을 밝혀내는 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랜트는 S&P 500 대기업으로 구성된 ‘니프티 500’이 옛날옛적 ‘니프티 50’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럴 듯한 주장이다. 지난 해 S&P 500은 다수의 액티브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진한 투자자들은 어제의 유망종목으로 몰려든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 S&P 500 인덱스 펀드를 사들이는데 아주 열심이다.
그러나 투자 실수의 원인을 인덱스 펀드의 개념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패시브 투자는 더 이상 S&P 500 인덱스 펀드로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뱅가드는 증시 전체를 포괄하는 펀드를 판매 중이다. 500대 대기업에 중소기업 3300개까지 함께 포함시킨 펀드다. 500대 기업 인덱스 펀드에 지나친 쏠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확신이 든다면 이를 제외한 다른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중소기업에만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도 따로 있다.
어디에 투자해야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마젤란 등의 액티브 펀드일까? 인덱스 펀드라면 전종목이 들어간 게 좋을까, 아니면 특정 종목으로 한정된 펀드가 좋을까? 종목 범위가 어떻든 인덱스 펀드에 투자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행운이다. 소매 투자자들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할 기회를 갖게 된 건 존 보글이 자신의 첫 중요 직책에서 해고된 덕분이다.
보글, 해고당하고 난 뒤 판을 뒤집다
키워야 할 아이들이 6명이었던 44세의 보글은 단순히 직장만 잃은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잃었다. 심장이 약해지면서 병원을 끊임없이 방문했다. 의사는 그에게 몇 년 남지 않았으니 은퇴 후 해변에서 쉬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는 의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투자펀드의 특이한 법적 구조에서 구원의 빛을 찾았다. 관련법에 따라 투자펀드는 펀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펀드 이사회를 따로 두어야 한다. 펀드 이사회는 운용사에서 제출하는 수수료 명세서와 기타 제안서를 도장만 찍어주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래도 아주 드물게 의견을 내세울 때가 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 중역 회의실에서 해고를 통보 받은 바로 다음 날, 보글은 웰링턴 펀드를 감독하는 펀드 이사회를 찾아가 파격적 제안을 했다. 펀드 운영권을 새로운 회사로 넘겨주고 이 회사를 펀드 주주들이 상호 소유하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보글의 요청이 그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7개월의 협상을 거친 끝에 그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 웰링턴 펀드의 회계와 매입, 환매 등 백오피스 업무를 담당하는 법인 뱅가드의 설립을 허가 받은 것이다. 투자종목을 선별하는 영예로운 업무는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그대로 맡게 됐다.
언뜻 보면 뱅가드는 웰링턴의 단순 서류작업을 처리해주는 협력업체로 전락한 것 같다. 그러나 보글은 판을 뒤집었다. 통제는 뱅가드가 하고 웰링턴은 수주를 받아 펀드 운용을 대신 해주는 하청업체 같이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는 뱅가드의 힘을 이용해 종목 선택 수수료를 인하 하도록 웰링턴을 압박했다. 수년간 웰링턴과 다른 펀드 운용사를 압박해 104건의 수수료 인하를 끌어낸 건 보글의 자랑이다.
뱅가드는 1975년 펜실베이니아 밸리 포지에 문을 열었다. 직원은 28명이었고, 펀드 자산은 그 해 연말 18억 달러로 늘어났다. 상호금융기관이었던 뱅가드는 펀드업계에서 기묘한 존재였다. 다른 모든 운용사는 영리기관이었기 때문이다. 피델리티처럼 비상장 법인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었고, 블랙록처럼 상장 법인으로 운영되거나 핌코처럼 보험사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기관도 있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는 뱅가드와 분사를 결정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했다.) 뱅가드 고객들은 펀드 운용에서는 어떤 발언권도 없지만 대신 훨씬 낮은 수수료가 적용되어 더 높은 순수익(적립금에 보태지는 금액은 비공개)을 누릴 수 있다. 본사와 1만 4200명의 직원 대다수는 바로 옆 도시 맬번으로 옮겼지만 뱅가드는 밸리포지에 남았다. 덕분에 혁신적 느낌의 주소지를 고수할 수 있게 됐다.
보글은 수익형 펀드 모델을 뒤흔들며 혁명의 문을 열었다. 1년 뒤에는 유망주를 추천하는 증권 전문가 없이 신규 펀드를 조성하는 또 다른 혁명을 시작했다. 기업 시가총액에 비례해서 S&P 500대 기업의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뱅가드 인덱스 500 펀드’였다. 처음에는 대실패였다. 세상에는 수백 개의 주식형 펀드가 있었고, 짭짤한 수익을 거둘 전망이 높은 펀드가 도처에 있었다. 평균 정도의 ‘나쁘지 않은’ 수익을 보장하는 펀드에 목맬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보글은 강연이나 책, 신문 기고, TV 출연 등을 통해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끊임 없이 설파했다. 돌아온 탕아만큼 열렬한 신자도 없는 법이다. 웰링턴으로 펀드매니저를 영입해 높은 수수료를 줬던 시절을 회개라도 하듯 보글은 인덱스 펀드를 전도하며 나섰다. 인덱스 펀드는 다른 이들이 정성을 들여 내놓은 종목 연구결과를 이용해 무임승차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넷플릭스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거듭한 끝에 결국 319달러로 안착했다고 하자. 매입 후 수익이 날 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영화산업과 관련된 복권인 넷플릭스의 합리적 가격이 319달러 정도임을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 해 정도는 액티브 투자펀드가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투자에서 결국 큰 역할을 하는 건 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년의 세월을 두고 봤을 때 행운을 이기는 건 결국 ‘평균의 법칙’이다. 그 기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펀드 매니저가 자신의 투자기술로 제공하는 수익은 크게 줄어든다.
지난 20년간 주로 미국 대형주에 투자한 펀드의 성과를 살펴보자.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1995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투자 가능한 1105개 종목을 추적했다. (주식 클래스 별로 따로 계산) 이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목은 491개였고, S&P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은 151개 뿐이었다. 기간이 아주 짧을 경우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높을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러나 기간이 20년으로 늘어나면 가능성은 7분의 1로 낮아진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보글을 신봉하는 열렬한 추종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팬클럽과도 같은 보글헤즈(Bogleheads)는 온라인 포럼과 회의를 개최한다.) 인덱스 투자기법의 개념은 뱅가드를 비롯한 여러 펀드를 통해 주식뿐 아니라 채권, 해외종목으로 범위를 넓혀 갔다. 뱅가드 고객도 2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펀드 자산규모는 3조 달러다. 소규모긴 하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도 있다. 뱅가드로 들어오는 투자금 3달러 중 2달러는 인덱스 펀드로 들어간다. 뱅가드에 돈을 묻어둔 투자자들은 낮은 수수료 덕분에 비용으로만 연간 180억 달러의 돈을 절약한다고 보글은 추산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의 의미는 크다. 미국의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인 401(k)에 상당한 돈을 묻어둔 사람이라면 은퇴할 때쯤 수십만 달러의 돈을 가져갈 수 있다.
보글 추종자들 보글헤즈 만들다
상장법인이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것 또한 보글의 눈에는 이단이나 다를 바 없다. 운용사 주주를 생각하면 수수료를 최대한 높게 받아야 하는데 펀드 주주를 생각하면 최대한 낮춰야 한다. “두 명의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는 없다”고 보글은 말했다.
뱅가드로 돈이 모여들고 있으니 보글의 투자원칙이 입증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토론의 여지는 남아 있다. 그랜트는 액티브 펀드의 돈이 말라버려 기업 재무제표를 읽고 경영방식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의 힘든 작업이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시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넷플릭스 주가는 적정가치 범위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액티브 투자자의 종목 선정이 쉬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들의 수익을 다 합치면 결국 (비용을 제하기전) 시장 평균수익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패시브 투자자의 수익과 비슷하지만 비용을 제한 후의 수익은 패시브 투자가 더 높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수학적 사실”이라고 뱅가드에서 최고투자책임을 맡았던 구스 사우터는 말했다.
그러나 증시 효율성이 낮아지면 액티브 투자에서 행운 보다 매니저의 투자역량이 더 큰 성과 차이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수익률이 높은 펀드매니저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다. 물론, 이들이 성공을 구가하려면 평균 보다 수익률이 낮은 피해자(다시 말해 개인투자자들)가 있어야 한다.
보글과 그랜트가 끝장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그랜트는 헤지펀드 운용사와 대규모 투자사를 대상으로 강연하는 이번 봄 회의(참가료: 2150달러)에서 보글을 직접 만나 논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누가 이길 지 돈을 걸어도 좋겠다.
- WILLIAM BALDW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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