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불가 특가 항공권’ 주의보 - 아에로플로트(러시아 국영항공사) 대놓고 배짱 영업
‘환불 불가 특가 항공권’ 주의보 - 아에로플로트(러시아 국영항공사) 대놓고 배짱 영업

“여행사에서 특가상품이라 환불이 안 된다는 겁니다. 자신들은 도와줄 방법이 없으니 항공사에 문의해보라고 했죠. 그래서 항공사에 연락했더니 그쪽에서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어요. ‘하루 차이로 항공권을 두 개나 끊었는데 취소를 못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도 ‘원래 취소와 환불이 불가능한 특가상품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죠. 계속 따졌더니 결국 ‘앞서 결제한 항공권을 1년 내에 쓸 수 있는 항공권으로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하더군요. 언제 어딜 갈 줄 알고 그런 걸 받느냐며 환불해달라고 끝까지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결국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37만5000원짜리 티켓인데 취소 수수료가 22만원?

먹고 살 만한데도 항공사의 ‘꼼수 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환불 불가 특가상품’이 대표적이다. 특가상품은 항공사들이 비수기 때 가격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상품이다. 일반 항공권 가격보다 20~30%가량 저렴해 소비자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만하다. 그러나 싸다고 덥석 샀다가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격이 싼 대신 환불이 불가능하거나 일정을 변경할 수 없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항공권도 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할 때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한다. 그러나 아예 환불이 불가능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행기를 못 타도 요금 전액을 취소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취소·환불은 항공권 관련 분쟁 중 비중이 가장 크다. 2013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서비스 관련 피해 927건 중 424건(44.5%)이 ‘항공권 구매 취소 시 위약금(수수료) 과다 및 환급 거절’ 사례였다. 국내 항공사(122건)보다는 외국계 항공사(302건)에서 피해가 더 잦았다.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환불 불가 상품 판매에 관한 규제가 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2012년 공정거래 위원회는 교통정리에 나섰다. 싱가폴항공·호주콴타스항공이 특가 항공권에 환불 불가 규정을 둔 것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는데 이후 두 항공사는 권고를 따랐다. 2013년에도 에어아시아·카타르항공·터키항공에게 같은 내용의 시정 조치를 내렸다. ‘환불 불가는 고객이 운임 할인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과한 손해배상의무’라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소셜 커머스 특가, 해외 직구 때 수수료 잘 따져야
환불 불가 약관을 시정한 항공사가 많지만 여전히 특가상품을 구입할 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항공권은 좌석 등급이 높고, 요금이 비쌀수록 일정 변경이 쉽고, 취소 수수료가 저렴하다. 가격이 싼 특가상품은 당연히 수수료도 가장 비싸다. 수수료 또한 항공사별로 천차만별이다. 유럽으로 가는 가장 저렴한 요금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최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베트남항공의 취소 수수료는 5만원이지만 아에로플로트는 200달러(약 22만원)다. 아에로플로트는 최근 파리·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지역으로 가는 37만5000원(가장 저렴한 N등급)짜리 특가상품을 내놨다. 만약 이 항공권을 구매했다가 취소하면 요금의 약 60%에 달하는 200달러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고작 15만5000원만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일정을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다. 싱가폴항공 유럽행 항공권의 변경 수수료가 2만원(최저 요금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반면 에어프랑스나 영국항공은 15만원의 변경 수수료를 받는다. 7.5배 차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소셜 커머스나 해외 직구(해외에선 환불 불가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음)를 이용해 특가 항공권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약관이 워낙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항공 용어가 많아 제대로 인지하기 쉽지 않다”며 “여행 일정이 3개월 이상 남은 경우라면 가급적 특가상품 구입을 자제하고, 구입 땐 결제 전에 반드시 환불 가능 여부와 취소 수수료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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