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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의 한의학 칼럼 - 혈압약 먹을까 말까 - 복용보다 스트레스·체중 관리부터

정윤섭의 한의학 칼럼 - 혈압약 먹을까 말까 - 복용보다 스트레스·체중 관리부터

드라마 영향인지 고혈압은 욕심이 많은 부유한 노인이 충격을 받으면 생기는 질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요즘 40대 초반의 장년층도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혈압이 질병으로 정의된 건 20세기 중반이다. 1950년대에 시행된 연구에 의해 혈압이 높은 사람이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확률이 높은 것을 발견하고, 고혈압을 질병으로 정의했다. 이어 혈압을 낮추는 고혈압 약물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양 고혈압과 한국 고혈압 환자는 약간 차이가 있다. 서양의 고혈압 환자는 주로 본태성 고혈압이다. 증세도 없으면서 혈압의 변동도 크지 않다. 이와 달리 한국인의 혈압은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주로 시간, 몸 상태, 정신의 예민도에 따라서 혈압 변동 폭이 크다.

고혈압이라고 모두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고혈압이 지속될수록 혈관과 심장의 부담이 커지고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성도 커진다. 이외에도 신장과 콩팥 등 동맥혈관이 분포하는 장기에 해를 끼치게 되는데 눈의 망막혈관이 손상돼서 시력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

고혈압은 유전일까. 고혈압 환자를 보면 가족 중에 고혈압인 사람이 또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끼리 체질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식습관을 어릴 때부터 유지했기 때문이다. 고혈압·당뇨·뇌졸중·심장병 등은 유전적인 요인보다 생활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고혈압이라고 진단 받으면 혈압약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된다. 한번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도 부담이다. 대체로 건강을 챙기는 노인은 혈압약을 필수로 챙긴다. 안 먹고 나오면 하루가 불편하다. 그러나 젊은층들은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들으면 가능하면 혈압약은 안 먹고 버텨보려 한다.

혈압약은 현재 문제가 되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는 효과적이다. 그래서 심부전이나 뇌졸중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당장은 도움이 된다. 고혈압이 좋아지지 않고 위험한 상황인데, 혈압약조차 복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혈압약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다. 혈압은 높아진 원인이 분명히 있고, 그걸 찾아 치료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다. 일단 치료가 되면 혈압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생활 속에서 치료돼야 한다는 의미다.

고혈압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대인의 고혈압은 주로 스트레스와 비만이 원인이다. 체형이 마른 사람인데도 고혈압이 있다면 몸과 정신이 예민해서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작은 자극에도 혈압이 쉽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혈압이 높아져도 두통, 뒷목 뻣뻣함, 두근거림, 불안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사람은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휴식을 자주 취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을 향상하면 혈압도 많이 개선될 수 있다.

비만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몸이 커지면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해야 돼서 부담을 받으며, 혈관 압력도 높아진다. 심장을 교체할 순 없으니 몸의 부피를 줄여야 한다. 심장의 압력이 크면 혈관의 압력이 커지고 지속적인 압력으로 혈관은 약해진다. 고열량 식품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혈관 내에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쓰레기 처럼 누적되면서 혈액이 끈적해지고 혈관벽은 좁아진다. 대뇌의 혈관벽이 좁아져서 막히는 현상이 뇌경색이다.

혈압은 단순히 보면 혈관에 피가 흐르는 압력을 의미한다. 도시가 낙후되면 하수도관이 낡아서 씽크홀이 생기듯, 혈관도 낙후되면 쉽게 터지고 막힌다. 이를 암시하는 현상이 고혈압이다. 평소 생활 습관을 관리해 혈관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게 고혈압의 근본 예방법이다.
정윤섭 - KAIST 화학공학과와 원광대 한의학과를 나왔다. 대한 한방약침학회 정회원이며 성인병·다이어트 전문 병원 미소진 한의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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