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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 건은 경찰용 살상 무기?

테이저 건은 경찰용 살상 무기?

미국 경찰 중 95% 이상이 테이저 건을 휴대하지만 남용을 방지하는 엄격한 규정이 없다.
‘톰 스위트와 그의 전기총(Tom Swift and His Electric Rifle)’은 ‘테이저 인터내셔널’을 다룬 닉 베라르디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첫 15분 동안은 미국의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다. 릭과 톰 스미스 형제의 창업 초기를 재현한다. 무용지물이던 스턴 건(전기충격기) 기술을 응용해 경찰 업무에 혁신을 일으키면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야심만만한 형제다.

그러던 중 스토리가 방향을 틀더니 스미스 형제가 테이저 건의 위험성에 관해 시치미를 뗀다. 2001~2013년 그 전기충격기로 인해 540명이 희생됐다고 국제사면위원회는 지적했다. “영화는 복잡한 문제에 대해 손쉬운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우리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베라르디니 감독이 말했다. 그의 영화는 지난 4월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된 뒤 현재 배급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무기를 휴대하면서 위험에 둔감해져 실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베라르디니 감독은 2008년 미주리대학에서 학보 기자로 활동하던 중 그 스토리를 접했다. 23세였던 스탠리 할란의 죽음을 취재할 때였다. 할란은 미주리주 마벌리의 자택 앞길 건너편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최고 시속 56㎞ 지역에서 61㎞로 차를 달린 속도위반이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선지 31초 동안 경찰의 테이저 건 공격을 받은 뒤 숨졌다. 엄마가 보는 앞에서였다. 베라르디니 감독은 처음 계획 단계에선 이 사건으로 마을이 어떻게 분열됐는지를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려 했다. 그러던 중 특별검사가 공소를 기각했다. 경찰 교육 중에 반복적인 테이저 건 공격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자 베라르디니 감독은 교육을 제공했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바로 스미스 형제와 테이저 인터내셔널이다.

베라르디니 감독은 “그들이 테이저 건으로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가르쳤다”며 “하지만 분명 그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의 여정, 성공, 그리고 그 부차적 피해를 다룬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이 영화가 경찰관들이 테이저 건 사용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테이저 인터내셔널의 스티브 터틀 부사장은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테이저 건이 목조르기(chokeholds), 경찰봉, 최루탄 등 경찰이 사용하는 강제 진압용 도구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존 도구들이 주는 고통은 1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지만 테이저 건은 5~8초에 불과하다. 터틀 부사장은 “용의자를 땅바닥에 넘어뜨려 제압하는 것보다 경찰관에게 더 안전하다”며 “경찰당국은 산업재해 보상금 지출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테이저 건에 위험이 없다고 말한 적은 없다. 베라르디니는 우리를 인정사정 모르는 인간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우리는 숭고한 사명을 갖고 있다.”
 테이저 건 15초 이상 사용하면 안 돼
국제사면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테이저 건 남용으로 연간 최소 40명 이상이 사망한다.
테이저 건 남용(권장시간을 넘긴 공격이나 여러 차례의 테이저 공격)과 관련된 사고로 해마다 대략 40명이 희생된다고 국제사면위원회의 저스틴 매졸라 연구원이 말했다. 그리고 그 무기에 더 엄격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또한 이른바 대형 ‘경-산 복합체(industrial-police complex)’ 문제도 다룬다. 뉴욕 경찰관과 지방검사보 출신으로 현재 뉴욕 시립대학 존제이 형사사법 칼리지의 교수인 유진 오도넬이 붙인 이름이다. 그 체제에서는 경찰이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자체 실험을 실시하기도 전에 무기를 구매해 공급한다.

다큐멘터리는 2007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사건 등의 충격적인 동영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다. 방향 감각을 잃은 한 폴란드 남성을 경찰관 4명이 에워싸고는 땅바닥에 넘어뜨려 위에 올라탄 뒤 연거푸 테이저 건으로 공격했다. 비폭력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서 즉사 판정을 받았다.

영화는 그런 장면들과 함께 대비되는 화면들을 나란히 편집한다. “어느 사건을 봐도 그 사람들은 어쨌든 죽었을 것”이라고 릭 스미스가 말하는 장면이다. 또는 그 무기에 아무 위험도 없다고 회사가 말한 적은 결코 없다고 톰 스미스가 단언한 뒤 곧이어 그들의 홍보자료에서 그 말이 거짓으로 판명나는 장면도 있다. 또한 영화는 2006년 과학자들이 위험성에 관해 회사에 경고한 증거를 제시한다. 2009년 테이저 인터내셔널은 마침내 정책을 바꿔 가슴을 향해 테이저 건을 쏘지 말도록 경찰관들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 고객들과의 미국 전역에 걸친 통화에서 릭 스미스가 그 말을 뒤집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준다. “테이저 건으로 가슴을 공격하는 게 위험하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라고 그는 말한다.

터틀 부사장은 국제사면위원회의 사망자 통계와 기타 우려에 관해 다수의 연구를 인용해 가며 반박한다. 하지만 그가 인용하는 미국 법무부 조사 결과는 실제로 몇 가지 경고를 던진다. 첫째, 15초 이상 사용해선 안 된다. 둘째, ‘건강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취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만 전기충격 방식이 안전한 듯하다. 셋째, ‘사법 당국자들이 그 무기를 여러 차례 또는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최소화하거나 피해야 한다.’

터틀 부사장은 대형 담배업체와 기후변화 반박론자들의 전술을 모방하고 있다고 베라르디니 감독은 말한다. 언론에 보고서 세례를 가하는 방식이다. 그런 식으로 “논쟁을 유발해 사람들이 양쪽 다 진실을 말한다고 가정하게 만든다.”

미국의 경찰력 중 95% 이상이 테이저 건을 휴대한다. 따라서 영화가 제기하는 의문은 그만한 무게를 지닌다. 경찰관에게 지급된 또 하나의 무기가 ‘전기 충격 먼저’ 사고를 부추긴 듯하다.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수동적인 불복종’ 태도를 보인 게 전부였을 때도 말이다. 마이애미에서 12세 소녀가 못 들은 척하고 달아났을 때, 최근 텍사스에서 76세 노인이 정기검사 시효가 지난 자동차 스티커로 검문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크 웩슬러는 경찰 고위 당국자들의 전국 조직인 ‘경찰간부연구포럼’의 사무총장이다. 지원을 요청하거나 말로 상황을 진정시킬 방안을 찾는 대신 “내게는 이런 무기가 있으니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찰관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모든 상황에서 테이저 건을 사용할 수 있고 그래도 해가 없다고 여기는 경찰관이 많다”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너무 오랫동안 테이저 건 공격을 가하면 사람이 죽는다.”
 테이저 건은 ‘긴장 고조시키는 도구’
영화는 주로 테이저 인터내셔널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경찰서와 지방 정부에도 자체적으로 엄격한 정책과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다. 지방정부와 경찰서가 책임을 방기했다고 오도넬 교수는 주장한다. 독자적으로 평가와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처음부터 테이저 인터내셔널이 무기를 선보이고 모든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테이저 인터내셔널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라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그가 말했다. “당국자들이 나서서 ‘이건 우리 책임’이라고 말해야 한다. 테이저 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민주적인 경찰활동의 본질에 직결되는 문제다.”

터틀 부사장은 자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옹호하면서도 테이저 건이 언제나 적절히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시인한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사용하라고 이 제품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그가 말했다. “우리가 상식을 가르칠 수는 없어도 현명한 사용법을 가르칠 수는 있다. 수동적 불복종일 때 경찰관이 테이저 건을 사용한다면 시스템이 붕괴되고 고소당할 위험이 커진다. 적절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더 자주 고소당하지 않는 게 비정상이다.”

휴스턴 경찰청 마이클 더든 청장보좌관은 테이저 건 감독 위원회를 이끈다. 2004년 이후 시의 테이저 건 사용이 진화했다고 말한다. 초기 정책에선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도 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공급사에서 취객·고령자 또는 정신질환자에게 사용할 때의 잠재적인 위험을 명시한 지침도 제공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백인 경찰관의 스턴 건 사용이 흑인 경찰관보다 훨씬 빨랐다. “흑인은 큰 소리로 말하거나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시비를 거는 게 아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역시 흑인인 더든 부국장이 말했다. 경찰청에서 문화적 차이에 관한 자체 교육 시스템을 개설하고 긴장완화 기법과 갈등 해결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자 테이저 건 사고가 감소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와 같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찰당국이 많다. 뉴욕시민자유연합(NYCLU)이 2011년 조사를 실시했다. 뉴욕주에선 외부 전문가가 수립한 기준에 미달한 테이저 건 사용 비율이 60%에 달했다. 75%의 경우 구두 경고가 없었고, 40%에선 피해자가 위험군이었다(정신질환, 음주자 등). 27%가 가슴에, 3분의 1 이상이 여러 차례 또는 오래 테이저 건 충격을 받았다. “테이저 건은 경찰 전문가들이 지지하는 긴장완화의 대체수단이라기보다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구가 됐다”고 보고서 작성자 중 1명인 코리 스타우턴 변호사가 말했다.

스타우턴 변호사는 2012년 뉴욕주 시라큐스의 사례를 인용한다. 한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나가라는 명령에 불응했다. 기말고사를 봐야만 졸업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 경찰관이 테이저 건을 꺼내 들고 도착해 결국 그 학생에게 네 차례 사용했다. 학생의 신체적인 저항은 전혀 없었다.

불행히 NYCLU 보고서는 지역 경찰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스타우턴 변호사가 말했다. 그러나 시라큐스 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시라큐스 경찰청이 테이저 건 정책을 대폭 수정했다.

테이저 인터내셔널은 테이저 건 덕분에 구한 생명과 부상·사고 예방 통계를 제시하며 제품을 과장광고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밴쿠버 공항 사건 이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당국은 테이저 건 사용에 엄격한 규제를 가했다. 사용이 87%나 감소했지만 용의자나 경찰관의 부상은 늘지 않았다. 베라르디니 감독은 미시건주 워런의 제레 그린 경찰국장도 인터뷰한다. 그가 휘하 경찰관들의 테이저 건 사용을 전면 중단한 뒤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테이저 인터내셔널 측은 ‘이것을 없애면 혼란이 일어난다’는 입장”이라고 베라르디니 감독이 말했다. “나는 적어도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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