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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IT기적은 끝났는가

인도의 IT기적은 끝났는가

2000년대 초반 인도 벵갈루루에 본사가 있는 인포시스(INFOSYS)는 포브스아시아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인도의 아웃소싱 시장에서 굳건한 선도업체의 지위를 구축했고,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인포시스의 창업멤버들도 인도 최고의 부호 반열에 올랐다. 최근 들어 매출과 직원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인포시스의 시가총액은 2010년 12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17% 하락했고, 특유의 강력한 매력 역시 잃어버린 듯하다.

고객과 뛰어난 인재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인포시스는 1년 전 독일 SAP사의 고위급 임원인 비샬 시카(Vishal Sikka)에게 창업멤버가 아닌 외부영입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자사의 CEO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48세의 비샬 시카는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서 공학 학위를 받고 스탠포드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SAP에 합류한 비샬 시카는 2007년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수석기술담당 자리에 올랐다.

활력이 넘치는 성격의 비샬 시카는 인포시스를 예전의 활력에 찬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비샬 시카가 매달 들르는 전자도시(Electronics City) 교외 캠퍼스의 방문길에 포브스 아시아와 진행한 인터뷰의 발췌문이다.



인포시스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카맛(인포시스 전 회장이자 BRICS 은행 은행장인 K. V. 카맛)과의 끈끈한 관계다. 두 번째는 나라야나 무르티가 구축한 교육을 중시하는 인포시스만의 기업 문화이다. 우리가 만났을 때, 무르티는 내게 퍼즐을 건넸다. 이 퍼즐은 여러 개의 행과 열로 구성된 매트릭스였는데, 나는 이 퍼즐을 풀 수 있었다. 나는 인포시스를 이끄는 회장이 이처럼 현실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고향인 인도에서 무언가를 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인재들이 떠나는 IT기업 인포시스


인포시스에서 당면한 도전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가?


고위급 리더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었다. 성장을 추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문제는 내가 이미 알고 있고 예상했던 바였다.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고투마켓(GTM) 및 세일즈와 관련한 수많은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서구의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서는 이러한 프로세스들이 당연시되는 것들이다. 인포시스는 창업 초기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포시스라는 이유만으로 고객들은 우리의 서비스를 구매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 사업 환경을 둘러싼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졌다. 인포시스의 경쟁사들은 훌륭한 세일즈 및 마케팅 도구를 창조해냈다. 두 번째로 내게 충격을 안겨준 것은 직원들 사이에 인포시스가 경쟁사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잠깐, 위대한 기업 인포시스에 그러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


IT 서비스 기업으로서, 인포시스는 혁신하기보다는 고객들이 하라는 대로 할 뿐이라고들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인식에 화가 나고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으며, 이러한 사고방식을 바꾸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인포시스 혹은 인포시스와 같은 기업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에는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설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무수히 많이 탑재되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상을 위해 대단히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계속 우리가 ‘능동적이지 않다,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개선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우리는 놀라운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인포시스는 한번에 1만5000명의 직원을 교육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교육 역량을 갖춘 기업은 없다. 내가 인포시스에 합류한 이후, 우리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와 관련해 1만여 명의 직원들을 교육했다. 창의력 함양을 위해서다. 이러한 교육 역량은 우리에게 대단한 힘이 된다. 바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포시스는 젊은 기업으로, 우리는 엄청난 긍정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 내가 CEO가 된 이후로, 직원들은 나와 함께 2만여 장에 이르는 셀카를 찍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의 ‘IT 기적’이 종말을 맞는 것인가?


그렇다. 인도의 IT 기적은 종언을 고했다. 이미 끝난 것이다. 나는 예전의 모델이 더는 현재 상황에 유효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현재 매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지리적 위치 추정이 가져다 주는 이점을 누구나 모두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자동화 역시 큰 대세로,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가 굉장히 쉬워졌다.



인포시스의 새로운 모델은 무엇인가?


우리의 테마는 “새롭게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다. 우리의 업무 방식을 새롭게 하고 더욱 개선하고자 한다. 우리는 로드스톤(Lodestone, 2012년 인포시스가 인수한 취리히에 있는 컨설팅 기업)과 인포시스의 사업을 통합하고 이를 인포시스 일상 업무의 일부로 내재화했다. 로드스톤에는 100여 명의 매우 뛰어난 고위급 리더들이 있으며, 각각의 리더마다 우리의 상위 200대 고객 중 2개사가 할당되었다. 이들 리더는 세일즈팀과 함께 사업을 이끌고 나가며, 이러한 조합을 통해 우리는 고객사에 더욱 총체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디자인 사고가가 이끄는 중앙 팀은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안서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이러한 중앙 팀은 우리가 다섯 건의 주요 계약을 따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나는 RFP(제안요청서, 입찰 참여)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기이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어떤 비즈니스를 누가 하게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인포시스의 업무방식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우리 사업의 핵심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프로젝트이다. 현재 3만5000건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 중 8천 500건은 마스터 프로젝트다. 우리는 이 중 7~8개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연구했으며, 흥미롭게도 공통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의 명확한 템플릿을 규명해 이를 1000명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에게 배포했다.

우리의 은행 사업팀은 이 템플릿을 이용해 13개의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4개로 통합해 고객사가 12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만약 자동화가 도입되어 반복적인 수작업이 사라진다면, “직원들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이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나는 이러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의 역량을 강화해 우리를 ‘증폭(amplify)’시켜줄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철도 직원이셨던) 아버님은 기관사들이 끊임없이 스위치를 작동하는 기차의 증기기관실을 보여주시곤 했다. 오늘날 초고속열차인 테제베의 경우, 열차는 실질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달리고 기관사들은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력증원보다는 직원능력 증폭으로 해결


인포시스의 혁신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는데?


인포시스 최고의 교육담당 직원 세 명이 스탠포드의 디자인스쿨에서 3일을 보냈다. 그 다음에는 디자인스쿨에서 세 명의 전문가가 인포시스의 마이소르(Mysore) 교육캠퍼스를 이틀 동안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3만1000명을 교육시켰다. 믿기 힘든 놀라운 결과다.

우리의 “새롭게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라는 테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고객사 중 대규모 초콜릿 제조업체가 있다. 이 고객사의 최고전략책임자는 내게 설탕이 몸에 굉장히 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에 대처하는 것이 자사의 큰 도전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혁신가로서, 우리는 고객사가 당면한 모든 각각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소재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파나야(Panaya)를 인수하는 데 2억 달러를 투자한 이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5억 달러 펀드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스타트업을 높이 사는 이유는 창업가들이 우리가 예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문제를 발견하는 기술(skill)에서 우리는 혁신을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하며,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인포시스에서 일하는 수만 명의 직원은 고객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창업가가 될 것이며, 이들 직원은 우리의 사업에서 전략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인재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보스턴, 이스라엘, 아일랜드, 베를린, 중국 등지에서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이들 기업이 재무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 동참하고자 한다.



CEO로서 비샬 시카가 인포시스에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은?


나는 수많은 이들과 개인적으로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내가 인포시스에 합류하기 전부터 수많은 고객사 CEO들과 친구로 지내왔다.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는 모두 인간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간과하고 살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짧다.



차세대 IT 서비스 기업은 어떤 형태를 띨까?


이상적으로, 우리는 직원 증원 모델에서 벗어나, 우리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팀은 고객들과 협업하며,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동시에 고객사가 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증원보다는 증폭이 더 낫다. 인도는 식량 부족을 해결하는 데 이바지한 1970년대의 녹색혁명에 비견될만한 인적자원의 혁명이 필요하다. 녹색혁명은 농부들의 역량을 대대적으로 증폭시켰다. 농부의 수는 감소했으나, 생산하는 식량의 양은 대폭 늘어났다. 이처럼,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우리가 가진 인적자원의 힘을 증폭시켜야 한다.

- SARITHA RA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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