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과 전문가의 자질 부족
영화 [연평해전]과 전문가의 자질 부족
영화 [연평해전]이 올해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 영화 중 7월까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2002년 월드컵의 광풍에 가려져 거의 잊혀졌던 전투를 재조명했다. 제작 과정의 어려움이 많다는 소식을 간간이 접해오던 터에 개봉 초기에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다. 예상 외로 많은 젊은 세대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영화도 재미있어 흥행성공이 예감됐다.
하지만 이른바 전문가라는 영화평론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21세기판 배달의 기수’ ‘강요된 애국심의 한계’ 등의 수사를 동원해 영화 개봉 전부터 약속이나 한 듯이 집단적으로 깎아 내리기 바빴고 평점도 최하급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600여만명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고,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의 평점은 최고 등급이었다.
연평해전을 대하는 이른바 평론가와 관객의 시각차이를 보면서 엉뚱하게 2008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네르바 해프닝이 떠올랐다. 당시 미국 뉴욕 월가에서 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시기, 인터넷에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일련의 글이 게재됐다. 특히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적중시키자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의 관심까지 모으면서 ‘인터넷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미네르바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적지 않은 국내 경제학자들이 미네르바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심지어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통화위원까지 역임했다는 국내 유수 대학의 명망 높은 경제학 교수는 미네르바를 ‘국민의 스승’으로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실체가 전문대를 졸업한 일반인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저런 내용을 짜깁기한 글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네르바를 두둔하며 정책을 비판하던 경제학자의 얄팍한 지식과 성급한 주장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자 단순한 해프닝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경제학계의 사망 선고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누구나 일정한 지식으로 사회적 사안을 논할 수 있지만 전문적 영역의 주장은 해당 전문가 집단의 객관적 전문지식과 이론에 근거해 검토되고 갈무리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문대 출신 일반인 미네르바의 주장을 전문 경제학자가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괴담 수준으로 확대재생산한 것으로 판명됐다. 머쓱해진 일군의 경제학자가 또다시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들의 실력과 도덕성 부족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했다.
연평해전과 미네르바 사건은 정보지식 사회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격차가 급격히 축소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전처럼 전문가의 지식독점과 권위를 내세우기 힘든 환경이 도래했지만 역설적으로 일부 전문가의 우월의식과 자만은 더욱 심해지는 느낌이다.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객관성과 직업윤리가 결여되면 평론가는 편견을 전파하고 학자는 주술을 퍼뜨리는 무지한 선동가로 전락할 뿐이다. 인간이 추구해온 객관적 지식은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지식이 축적되고 분화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고 사회는 발전해왔다. 하지만 지식 자체는 경외의 대상일지라도 자질 부족의 선동적인 전문가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최근 연평해전 평론과 미네르바 사건에서 절감하게 된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이른바 전문가라는 영화평론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21세기판 배달의 기수’ ‘강요된 애국심의 한계’ 등의 수사를 동원해 영화 개봉 전부터 약속이나 한 듯이 집단적으로 깎아 내리기 바빴고 평점도 최하급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600여만명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고,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의 평점은 최고 등급이었다.
연평해전을 대하는 이른바 평론가와 관객의 시각차이를 보면서 엉뚱하게 2008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네르바 해프닝이 떠올랐다. 당시 미국 뉴욕 월가에서 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시기, 인터넷에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일련의 글이 게재됐다. 특히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적중시키자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의 관심까지 모으면서 ‘인터넷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미네르바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적지 않은 국내 경제학자들이 미네르바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심지어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통화위원까지 역임했다는 국내 유수 대학의 명망 높은 경제학 교수는 미네르바를 ‘국민의 스승’으로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실체가 전문대를 졸업한 일반인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저런 내용을 짜깁기한 글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네르바를 두둔하며 정책을 비판하던 경제학자의 얄팍한 지식과 성급한 주장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자 단순한 해프닝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경제학계의 사망 선고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누구나 일정한 지식으로 사회적 사안을 논할 수 있지만 전문적 영역의 주장은 해당 전문가 집단의 객관적 전문지식과 이론에 근거해 검토되고 갈무리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문대 출신 일반인 미네르바의 주장을 전문 경제학자가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괴담 수준으로 확대재생산한 것으로 판명됐다. 머쓱해진 일군의 경제학자가 또다시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들의 실력과 도덕성 부족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했다.
연평해전과 미네르바 사건은 정보지식 사회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격차가 급격히 축소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전처럼 전문가의 지식독점과 권위를 내세우기 힘든 환경이 도래했지만 역설적으로 일부 전문가의 우월의식과 자만은 더욱 심해지는 느낌이다.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객관성과 직업윤리가 결여되면 평론가는 편견을 전파하고 학자는 주술을 퍼뜨리는 무지한 선동가로 전락할 뿐이다. 인간이 추구해온 객관적 지식은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지식이 축적되고 분화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고 사회는 발전해왔다. 하지만 지식 자체는 경외의 대상일지라도 자질 부족의 선동적인 전문가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최근 연평해전 평론과 미네르바 사건에서 절감하게 된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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