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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 새옹지마] 질주하던 독일차 3인방 급제동

[수입차 업계 새옹지마] 질주하던 독일차 3인방 급제동

독일 검찰은 사퇴한 마틴 빈터콘 전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 사진:뉴시스


summary | 거침없이 질주하던 독일 자동차 3사가 복병을 만났다.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벤츠·BMW는 차량 결함, 리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과점하던 독일 3사의 아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자동차 환불·교환 기준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1. 9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엔 폴크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고소장이 제출됐다. 폴크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소송이다. 폴크스바겐 측은 국내에서 판매된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자발적 리콜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선 폴크스바겐을 겨냥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2. 9월 11일 한 30대 남성이 2억원짜리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했다. 3월에 나온 새 차가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등 심각한 결함이 있었지만 판매 업체가 다른 차로 교환해주지 않아 불만을 표시한 것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벤츠코리아는 “당사자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고 밝혔다.

질주하던 독일차 3인방인 폴크스바겐·벤츠·BMW에 비상이 걸렸다. 9월 벤츠 리콜 문제를 시작으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그리고 BMW·미니 성능 결함 리콜 사건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독일 3사는 지난 수년간 수입차 판매 1·2·3위를 휩쓸며 한국 시장을 이끌어온 업체들이다. 올해 1~8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증가한 15만8739대였다. 이 가운데 독일 브랜드는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8월 한 달간 독일 브랜드 점유율은 무려 74.6%로 7월(66.9%)에 비해 7.7%포인트 늘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3사를 대적할 브랜드를 찾기 어렵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파문으로 미국과 일본 브랜드의 부러움을 받던 독일 3사의 상황이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폴크스바겐이다. 그동안 폴크스바겐은 독일의 선진 자동차 기술,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고효율 디젤엔진을 앞세워 승승장구 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 디젤차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올해 8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은 15.61%, 아우디가 12.56%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폴스크바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난관에 직면했다.

9월 23일 미국 환경청(EPA)은 폴크스바겐그룹이 미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맞추려고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며 48만2000대의 디젤 차량에 리콜 명령을 내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는 “미국 법무부와 검찰은 배기가스 조작이 의도적인 ‘범죄 행위’라고 보고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배기 가스재순환) 장치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깔아 배기가스 양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승인 검사 때 같은 실험실 환경에서처럼 엔진과 바퀴만 구동할 때에는 EGR이 정상 작동하다가 실외 운전 때 조향장치(핸들)까지 움직이면 EGR 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는 식이다.
 폴크스바겐의 미국 내 벌금 20조원 예상
시동 꺼짐 문제로 차량 교환·환불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벤츠 고객이 골프채로 차량을 파손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폴크스바겐그룹은 최근 판매 호조로 세계 1위인 일본 도요타(지난해 1023만대 판매)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공교롭게도 도요타 역시 2009년 8월 미국에서 불거진 리콜 사태 탓에 1000만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 또는 수리 조치하고 40억 달러의 벌금을 내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도요타의 네 배 수준이 넘는 최대 180억 달러(약 20조원)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독일의 일간지 빌트는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최대 650억 유로(약 86조원)를 동원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폴크스바겐그룹의 2014년 영업이익 127억 유로(약 16조원)의 5.1배 수준이다.

폴크스바겐 디젤승용차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문제 차종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 정부가 자동차 연비 검사를 합격 처리했다가 재조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폴크스바겐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도 나섰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문제가 된 5개 차종 중 국내에서 인증한 4개 차종(제타·골프·A3·비틀)에 대해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검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험은 냉난방 장치를 켜지 않은 상태로 시속 120km 범위에서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도로 주행은 시내, 교외, 고속주행 구간을 최대 시속 110km의 속도로 달려 배출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국내에 판매된 폴크스바겐 차량의 리콜 여부는 시험 결과가 나오는 11월 이후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1일 폴크스바겐은 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한국에서 판매된 모든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판매된 해당 차량은 폴크스바겐 브랜드 9만2247대, 아우디 브랜드 2만8791대 등 총 12만1038대에 달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의 배출가스 준수 여부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할 것”이라며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방침”이러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폴크스바겐코리아가 국내 홍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고연비·친환경·신뢰의 이미지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무너진 상황이다. 폴크스바겐은 그룹 내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우디를 비롯해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포르셰 등 12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BMW 국내에서 5만대 리콜
폴크스바겐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또 다른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BMW도 미국 연방도로교통안전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연방도로교통안전국은 9월 28일 연방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는데도 신속하게 결함을 시정하지 않은 BMW 미니 브랜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토부도 지난 9월 24일 BMW 코리아에서 수입·판매한 승용·이륜차 제작 결함을 발표했다. BMW 5시리즈와 미니 등 주력 차종에서 엔진 타이밍벨트 텐셔너 기능 결함이 발견됐다. 텐셔너는 타이밍벨트 장력을 조절하는 부품으로,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다. 2007년 11월 13일부터 2013년 6월 29일까지 제작된 5만여대가 리콜 대상이다.

벤츠에도 악재가 이어졌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은 9월 28일 벤츠 연비 관련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는 벤츠 차량이 실제 주행 때 소모한 연료가 발표 수치보다 평균 48% 많았고 신형 A·C·E 클래스 모델은 50%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벤츠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최근 교환·환불 관련 사건으로 애를 먹었다. 9월 11일 한 30대 남성이 2억원짜리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한 사건이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3월에 나온 새 차가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등 심각한 결함이 있었지만 판매 업체가 다른 차로 교환해주지 않아 불만을 표시한 것이었다. 초반 벤츠는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됐고, 전국 곳곳에서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서자 전략을 바꿨다. 일주일 후 벤츠 관계자는 “당사자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고 밝혔다.

독일 3사에 연이어 문제가 터지는 가운데 정부는 자동차 교환 및 환불 관련 법령 개편을 예고했다. 김용석 국토교통부 자동차기획단장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동차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 부작용이 없도록 미국의 레몬법 같은 해외 사례도 보면서 연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75년부터 레몬법(lemon law)이라 불리는 소비자보호법으로 자동차를 살 때 불량품 교환·환불을 쉽게 할 수 있다.

마침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7월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새로 산 차를 제조 업체에서 받은 뒤 30일 안에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차를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 또 새 차를 받은 뒤 1년 안에 중대한 결함을 세 차례 수리했는데도 이후 결함이 또 발생하거나 1년간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넘을 경우 차를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 심 의원은 “새 차의 중대한 결함과 관련해 현재 교환 및 환불 여부를 결정하는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새 차에 큰 문제가 있어도 소비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대해 김 단장은 “지금의 자동차관리법만으로 해결하기는 자동차 시장이 너무 크게 성장했다”며 “개정안의 기본적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교환·환불 관련 법령 개편 착수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4년 자동차 제작결함 신고는 4999건을 기록했다. 2010년 1850건보다 1.7배 증가했다. 결함 신고가 늘면서 리콜 차량 대수도 2010년 27만905대에서 지난해 86만9808대로 2.2배 증가했다. 결함이 늘수록 당국에 대한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자동차 교환·환불에 대한 민원이 높아져 가던 중 문제가 터지자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 자동차 업계는 차량 가격이 최소 수천만에서 억대를 넘어 차량 구매 후 제품 결함을 주장하는 무조건적인 교환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교환하거나 환불 받으려면 주행 시험 등에서 같은 하자가 발생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자동차 커뮤니티를 활용한 정보 교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블랙 컨슈머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 레몬법 : 1975년 미국에서 나온 소비자보호법. 구입한 자동차의 성능에 문제가 있을 경우 법으로 교환과 환불을 보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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