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글로벌 파워 피플 (112) 알렉스 고스키 존슨앤드존슨 최고경영자] 러더십+비즈니스 기술 겸비

[글로벌 파워 피플 (112) 알렉스 고스키 존슨앤드존슨 최고경영자] 러더십+비즈니스 기술 겸비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미국의 종합 제약기업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다양한 의약품은 물론 의료용구와 진단 제품, 피부관리용 화장품을 포함한 소비자 제품을 생산, 판매한다. 전 세계 57개국에 걸쳐 250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175개국에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 기업이다. 이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표준이 되다시피 한다.

존슨앤드존슨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의약품으로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가장 유명하다.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의 이 약품은 독일의 아스피린(성분명 아세탈살리신산), 영국의 브루펜(성분명 이부프로펜)과 함께 세계 해열진통제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제품이다. 아스피린은 라이증후군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어린이에게는 쓰지 않도록 권장되지만 타이레놀은 간에 부담을 주는 정도일 뿐 이런 특이한 부작용은 없어 널리 사용된다. 이 제품은 특허가 오래 전에 만료돼 전 세계의 다양한 제약사에서 관련 제품을 발매하고 있지만 타이레놀은 브랜드 이름과 품질관리, 그리고 탄탄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1위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엄청난 개발비가 드는 신약 부문은 물론 레드오션에서도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 기업 수장
‘밴드에이드’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반창고 제품도 이 회사 제품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존슨즈 베이비케어’라는 브랜드의 영유아용품 제품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콘택트렌즈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아큐브’라는 브랜드가 익숙하다. 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콘택트렌즈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비전케어 제품군도 유명하다. 피부관리 화장품인 뉴트로지나로 널리 알려진 화장품 사업도 활발하다. 혈당검사기 같은 진단 제품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제품을 보면 건강의약 분야 전반을 커버하고 있다. 종합 제약기업, 또는 종합 헬스케어 업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이러한 사업 부문의 복합은 존슨앤드존슨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매출도 엄청나다. 2014년 743억3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세전이익 205억6300만 달러에 세후이익 163억23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총자산이 1311억1900만 달러나 된다. 전 세계적으로 12만6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거대 그룹이다. 의약품 단독으로는 2위이지만 제품 전체를 합치면 세계 최대의 헬스케어 업체다.

존슨앤존슨은 지금으로부터 129년 전인 1886년 미국 뉴저지주 뉴브런즈윅에서 설립된 유서 깊은 기업이다. 로버트 존슨, 제임스 존슨, 에드워드 존슨 등 존슨 가문이 창업해 이름이 존슨앤드존슨이 됐다. 지금도 본사가 창업주의 고향인 뉴저지주 뉴브런즈윅에 있다.

이 거대한 기업을 경영하는 사령관이 알렉스 고스키(55) 최고 경영자(CEO)다. 2012년 4월부터 존슨앤드존슨을 맡고 있다. 특이한 것은 고스키가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군 출신이라는 점이다. 1982년 웨스트포인트를 마치고 포병장교로 임관해 6년간 복무했다. 군 복무 기간의 대부분을 유럽, 파나마 등 해외에서 보냈다. 1988년 대위로 전역한 뒤 비즈니스 분야에 뛰어들었다. 존슨앤드존슨에 입사해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대기업들은 전역한 군 출신, 특히 장교 출신을 선호한다. 군에서 요구하는 리더십, 희생, 인내심, 추진력 등의 자질은 기업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군복무를 통해 기본 인성이 검증된 것으로 본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은 대기업에서 특별히 선호한다. 강력한 추진력에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보기 때문이다. 웨스트포인트는 리더십 교육으로 명성이 높다. 리더십은 군 장교에게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지만 웨스트포인트는 첫째,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팀원 하나하나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경청의 리더십, 둘째 팀원들의 단점을 지적하고 고치려 하기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개인이 아닌 팀이 일하도록 하는 팀워크의 리더십, 그리고 셋째, 불굴의 정신력과 강철 같은 체력을 단련하는 준비의 리더십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리더십이 웨스트포인트 리더십의 핵심이다. 경영의 리더십과 다르지 않다. 팀워크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주어진 임무는 반드시 달성하고야 만다는 의지를 가진 직원은 기업으로서는 탐낼 수밖에 없다. 이는 군 생활을 중도에 그만두고 사회에 뛰어든 인물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런 고스키는 정확하게 말하면 존슨앤드존슨의 의약품 관련 자회사인 존슨앤드존슨 파마슈티카에서 가방을 들고 현장을 뛰는 영업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맡은 분야마다 두각을 나타낸 그는 마케팅, 경영관리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그러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 때문에 고스키는 웨스트포인트의 리더십과 와튼스쿨의 비즈니스 기술이 결합된 ‘리더십 비즈니스’의 유전자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1996년 MBA를 마친 존슨앤드존슨의 의약품 분야 자회사인 얀센의 영업 책임자를 맡았다.
 의약품 마케팅 수준 한단계 끌어올려
2004년 그는 존슨앤드존슨을 떠나 거대 글로벌 제약사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일반의약품 담당 영업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남미 영업을 총괄했다. 노바티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그는 입사 이듬해인 2005년 가을 노바티스의 CEO를 맡았다. 심장약의 판매 신장에 기여하고 방광 긴장을 줄여주는 신약 에나블렉스를 무사히 시장에 안착시켰다. 특히 눈에 띄는 업적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포칼린XR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주의가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과 학습장애를 보이는 소아청소년기의 정신과적 장애인 ADHD는 사회문제로까지 파급됐기에 관련 의약품의 출시는 큰 관심을 끌었다.

ADHD 환자는 우울증과 품행장애, 학습장애, 언어장애 등과 함께 나타나면서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질환을 가진 어린이의 75%가 지속적으로 적대감, 분노, 공격성, 반항 등의 행동상의 문제를 가져 학교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행동의 예측과 분노조절이 어려워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자극에 약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참견을 잘하고 집중력이 부족해 수업시간에 자리에 계속 앉아있기가 힘들다. 감정의 변화가 커서 주변 사람들과 자주 다투며 기억력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어린이는 학교에 다니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ADHD는 미국의 주요 사회문제로 비화했는데, 고스키의 노바티스는 포칼린XR을 출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ADHD는 뇌의 기질적인 이상에서 출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를 완화하는 치료제의 개발이 이뤄진 것이다.

그는 의약품 마케팅에서 풍부한 자료로 의사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의료기관 간부들에게 이 의약품의 처방이 가져오는 경제적인 이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영업전략을 발전시켰다. 이에 따라 그가 론칭한 의약품은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정착하고 확산했다. 영업으로 제약사 근무를 시작한 고스키 특유의 영업 전략이다. 그는 노바티스에서 근무하면서 이처럼 의약품 관련 마케팅 전략을 발전시킨 것과 함께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련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원들에게 포상하는 노바티스 상을 만든 것이다. 웨스트포인트 출신 특유의 강한 리더십으로 의약품 전문회사 노바티스를 경영하면서 노바티스를 합리적이고 뚝심이 강한 기업으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고스키는 2008년 친정인 존슨앤드존슨으로 돌아왔다. 존슨앤드존슨의 글로벌 수술용품 담당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의약품 담당 중역을 맡았다. 이후 글로벌 의료용구 및 진단용품 담당을 맡았다. 2009년부터 부회장을 맡았는데 2012년 그에게 기회가 왔다. 존슨앤드존슨의 전 CEO 빌 웰던이 맥닐 컨슈머 헬스케어의 각종 리콜 문제로 사임하면서다. 고스키는 CEO에 오른 뒤 신뢰가 떨어진 존슨앤드존슨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미국의 전국정신질환연맹과 전국노령화연맹에서 이사로 활동했으며 필라델피아 약대, 도일스타운 병원에서도 이사진의 일원으로 봉사했다. 그가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 보이스카우트 이사를 맡아 청소년들의 리더십 함양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존슨앤드존슨 CEO를 맡으면서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신분열증과 양극장애를 치료하는 신약 리스퍼달의 마케팅 과정에서 부작용을 축소해서 알리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분야까지 처방하도록 권장하는 한편 요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옴니케어라는 업체에 리베이트까지 제공한 혐의다. 이 때문에 존슨앤드존슨은 22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
 부작용 축소, 리베이트 등으로 구설수
사실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는 극심한 경쟁 때문에 무리한 영업 관행이 상존하고 있다. 거래처를 지키고 처방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무리한 영업은 수시로 법적, 도덕적 문제를 일으킨다. 의사들에게 해당 의약품의 의학적인 장점을 설명하고 자료를 전달하면서 관련 의료기관에게 경제적인 이익이 있음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부작용을 충분하게 알리지 않은 것은 의약품 처방 과정에서 환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 때문에 이런 행동은 도덕적인 비난을 부를 수 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제약기업에서 도덕적 문제는 곧 기업 이미지의 추락으로 이어진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는 그릇된 행동이다. 이는 브랜드 이름으로 버티는 수많은 비특허 제품의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스키의 전임자도 이런 문제 때문에 자리를 떠났다.

고스키는 잘못된 관행을 깨끗하게 사과하고 도덕성을 강화한 새로운 영업전략으로 존슨앤드존슨의 이미지를 혁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덕분에 존슨앤드존슨에 대한 비난도 누그러지는 상황이다. 웨스트포인트의 리더십에 와튼 스쿨의 경영학을 결합한 그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美 국채시장, 관세 유예에 일시 진정…증시 급락에 '시장 불안'

2현금도 실적도 마이너스 다올證…배당은 '유지'

3통신 3사, 입 맞춘 듯 또 AI, AI, AI...주총서 밝힌 3色 전략 살펴보니

4‘IPO 베테랑 영입’ 메리츠증권, 전통 IB 강화에 WM 공략까지

5뉴욕증시 하루 만에 급락…美 대중관세 145% 확인에 무역불안 재점화

6국제유가, 경기둔화 우려에 3%대 하락…급락·금값 최고치

7 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지하 굉음”...인근 도로 통제

8하나증권, 오산 스마트타워 시행사 상대 120억원 회수소송 승소

9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 82억 달러…'여기'가 최다

실시간 뉴스

1美 국채시장, 관세 유예에 일시 진정…증시 급락에 '시장 불안'

2현금도 실적도 마이너스 다올證…배당은 '유지'

3통신 3사, 입 맞춘 듯 또 AI, AI, AI...주총서 밝힌 3色 전략 살펴보니

4‘IPO 베테랑 영입’ 메리츠증권, 전통 IB 강화에 WM 공략까지

5뉴욕증시 하루 만에 급락…美 대중관세 145% 확인에 무역불안 재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