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력·유망 산업은 어디로] 바이오·제약·화장품 ‘맑음’ 철강·조선 ‘흐림’
[한국 주력·유망 산업은 어디로] 바이오·제약·화장품 ‘맑음’ 철강·조선 ‘흐림’

전기·전자 | ‘스마트폰 샌드위치’ 신세 우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신흥국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 수요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샌드위치론’을 제기했다.
가전 부문은 브라질 올림픽 특수가 기대되지만, 중국 경기 둔화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센스·하이얼·TCL 등 중국 기업의 도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전 제조사들이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 부문에서 다소 밀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 때문인데, 2016년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반도체인데, 현재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16년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6년에는 국내 업체들의 D램 반도체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등 2015년보다는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6년 3D 낸드(NAND)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 ‘친환경·SUV·럭셔리’ 대격돌 예고
2016년 한국 자동차산업의 키워드는 친환경과 소형·SUV, 럭셔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수소차가 대세가 되겠지만, 당장은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리드 시장의 성장은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국내 업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늘리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앞서 있는 시장을 현대·기아차가 얼마만큼 빼앗아 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국내 업계가 올 하반기 집중적으로 출시한 소형·SUV 차량이 2016년 국내외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2015년 1월 고급차 전용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꺼내 든 현대차의 승부수가 2016년 어떤 결과를 낼지도 관심거리다. 2016년은 물론이고, 더 먼 미래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 최악의 불황 탈출 ‘시계 제로’
저유가 기조도 조선산업에는 부정적이다. 해양플랜트 발주 등 이익을 내기 위한 국제 유가는 최소 70달러 이상이라는 게 석유화학 업계의 정설이다. 문제는 2016년에도 국제 유가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불황의 늪에서 언제 벗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16년에도 국내 조선산업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불황기에 한국 조선소에 적잖은 물량을 제공한 LNG선 시장도 당분간 위축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철강 | 수요도 공급도 중국이 탈출구
그럼에도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효과를 거두고, 중국과 동남아, 중동·유럽에 이르는 지역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로 철강 수요가 늘면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이야기는 해마다 이 맘 때면 반복되는 이슈다. 시장에서 기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도 마찬가지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 효과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대일로 사업 중 철강이 필요한 철도 등 수송에 대한 투자액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 업계는 2016년에도 힘든 한 해를 보낼 듯하다. 중국 철강 업계가 정리될 때까지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살아남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미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포스코는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며 내실 다지기가 한창이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를 자동차 강판 부문에 집중하도록 했다.
석유화학 | 유가 급등락만 없다면…
국제유가 외에 큰 변수는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주요 산업 생산량을 10% 줄이면 국내 화학 업종의 부가가치는 4.3% 떨어진다. 석유와 석탄(2.9%), 항공(2.9%)보다 높은 수준으로 국내 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도 본격 시행 등도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특히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면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도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김평중 본부장은 “2016년보다는 규제 폭이 커지는 2017년에 파급력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화학 업계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려고 하지만, 업계는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총론은 맞는데 어떻게, 누구를 중심으로 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사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바이오·제약 | R&D 역량, 규제 완화에 미래 달려

물론 전망대로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바이오·제약 업계를 주로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며, 차제에 기술 발전 속도에 뒤처진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바이오·제약 분야가 과거 전자·자동차 등이 그랬듯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스스로 시장 변화를 잘 예측해서 R&D의 결과물을 제대로 상업화해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신약 론칭 시기와 효능의 차별화, 해외 틈새시장 공략 등으로 승산 있는 싸움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화장품·식품·의류 | 시장 지각변동-원자재 값 상승이 변수

불황에 강하다는 식품·의류산업 기상 예보는 ‘다소 흐림’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에선 원재료 가격 상승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2015년 하반기 들어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2016년에는 연초부터 음식료 업계의 고전이 예상된다. 더욱이 엘니뇨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다른 곡물 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 3~4년간 국제 곡물 가격은 하락 추세였고, 국내 식품 업계도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언제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의류 업계는 해외 직구 열풍 속에 험난한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의류 등의) 국산 소비재 시장점유율이 하락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온라인 쇼핑 업체의 국제화를 지원하고 수·출입 통관 빅데이터를 적극 공개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문희철·이창균·박성민·함승민 기자 moon.heechul@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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