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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경제공약 대해부] 재탕에 베끼기 … 공염불 될 공약(空約)만 남발

[20대 총선 경제공약 대해부] 재탕에 베끼기 … 공염불 될 공약(空約)만 남발

살벌했던 각 정당 공천 심사가 마무리됐다. 이제 본격적인 정책 대결이 시작된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총선 공약을 내놓고 있다. 방점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복지 확대’에 찍혀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 빈곤률, 무기력한 한국 경제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혁신적인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늘 그랬듯이 선심성·포퓰리즘 공약도 남발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의 경제공약을 중간 점검했다.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사진:중앙포토
‘만 0~5세 보육과 육아를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 ‘2014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 ‘청년의 실질실업률을 10%로 줄이겠다’ ‘비정규직 비율 25% 수준으로 감축하겠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유권자의 표와 맞바꾼 공약이다.
 19대 의원 공약 이행률 51%에 그쳐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고, 실제로 지키지 않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대 국회의원 239명(공석·사고·미제출 제외)의 공약 이행률은 51%다. 그나마 이행된 공약은 지역 민원성이 대부분이다. 당 차원에서 낸 굵직한 경제·복지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에 그쳤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그들이 또 새끼 손가락을 걸고 있다. 핵심은 일자리와 복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 정당 10대 정책 목록을 보면 새누리당은 정책 순위 1~3위가 모두 일자리 공약이다. 다음은 가계부담 완화, 사교육비 경감, 주거 안정 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노인 기초연금 확대를 1순위에 뒀다. 정책 순위 2위는 청년 일자리다. 다음은 성평등 사회 실현과 경제민주화 추진, 가계부채 완화 순이다. 국민의당은 공정 경제를 정책 1순위로 내세웠다. 2~3순위는 정치 혁신과 복지 확대다. 청년 일자리와 노인 복지가 그 다음이었다. 정의당은 내 월급이 오르는 경제, 내 일자리가 좋아지는 경제를 정책 1~2 순위에 뒀다. 선거 슬로건도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하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의 큰 틀을 ‘일자리 더하기, 부담 빼기, 공정 곱하기, 배려 나누기’로 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 성장론’을 내세우면서 ‘777(쓰리세븐) 플랜’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 노동소득 분배율, 중산층 비중을 모두 7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이다.

각 당은 2월 초부터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총선이나 대선 때 이미 내놨거나 다른 당에서 추진하려던 정책을 재탕·표절한 공약이 적지 않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야당은 여당을 놓고 “선심성·포퓰리즘 공약이다” “뜬구름 잡는 정책”이라며 비난하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작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곳도 드물다. 눈에 확 들어오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공약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복지 공약만 해도 그렇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복지 공약이 중구난방”이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정치인이 나서 선거 공약으로 복지를 확대한 나라치고 경제가 멀쩡한 나라가 없다”며 “한국이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줄일 건 줄이고, 버릴 건 버리면서 한국의 복지시스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주거·기업·민생 공약 역시 화려한 숫자만 보이고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장년·노년층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새누리당보다 야당이 노인 관련 공약에 집중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유가 있다. 4월 13일 열리는 총선은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이 30대나 40대를 추월한 첫 번째 선거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주민등록통계(2월) 기준으로 이번 총선에서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은 전체의 23%가량을 차지한다. 인구로 따지면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다. 18대 총선까지는 30대, 그 이후부터 2014년 지방선거까진 40대의 비중이 가장 컸다.

- 김태윤·장원석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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