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경제공약 분석 | 국민의당·정의당] 국민의당 ‘벤처 육성’ 정의당 ‘임금 인상’ 간판 공약 내세워
[20대 총선 경제공약 분석 | 국민의당·정의당] 국민의당 ‘벤처 육성’ 정의당 ‘임금 인상’ 간판 공약 내세워
‘하나는 색깔이 너무 옅고, 다른 하나는 너무 짙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경제 공약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다. 야권 통합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의석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원내 소수 정당들도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공정성장론’을 중심으로 ‘히든챔피언 육성’ ‘청년고용 할당제 도입’ ‘노동회의소 설립’ 등의 공약을 마련했다. 정의당도 진보적 의제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임금상한제 도입’ ‘사회복지세 신설’ 등을 발표했다.
국민의당 1순위 정책인 ‘공정경제’는 중소기업 육성책인 ‘히든챔피언 육성’과 ‘대기업 정도경영’이 큰 축이다. 히든챔피언은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기반을 구축해 매출 1000억원 벤처 100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안 공동대표의 창업 이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벤처, 창업기업을 위한 정책을 전면에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납품단가연동제’ ‘원·하청 이익공유제’ ‘벤처 M&A 활성화’ 등의 정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를 두고 최우선 공약 치고는 크게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이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의 ‘더불어성장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포지션상 창조경제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개발해 선점할 수 있었음에도 내부적인 정체성 혼란이나 더민주당을 의식한 탓인지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 나온 듯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책에는 ‘다중대표소송 도입’ ‘집단소송 활성화’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 재벌개혁 정책과 함께 대기업 규제 대상을 선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 기준’ 조정이 포함됐다. 대기업집단 기준 조정은 재계에서 요구한 사안이다. 공약대로라면 자산 규모 5조~10조원의 기업집단은 규제 부담을 덜 수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기업을 옥죈다는 이미지를 완화하려고 포함시켰는데 최근 내부에서 논란이 일어 공약에서 제외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일자리·노동 공약 중에서는 노동회의소 설립이 독특하다. 노조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비정규직을 규합해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입법청원에 나서는 민간기구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청년구직수당 지급’도 공약으로 내놨다. 고용보험을 통해 미취업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간 구직활동 수당을 지급하되, 취업에 성공하면 할증된 고용보험료를 내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더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청년고용할당제 민간기업 도입도 공약에 넣었다. 5년 한시로 1000명 이상 사업장에 5% 할당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복지 공약으로는 노인 기초생활·국민연금 수급자의 기초연금 감액을 폐지한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8600억원의 재정은 세금을 더 걷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학자금 대출 금리를 현행 2.7%에서 1.5%로 낮추고 대학 입학금은 폐지할 방침이다. 또 현재 ‘1가구 1연금’ 시스템을 ‘1소득자 1연금’ 체계로 바꿔 경력단절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을 확대한다. 출산휴가 확대, 누리과정의 국가 책임 강화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은 중앙정부가 50%, 지방정부·교육청이 25%씩 분담하고, 향후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20.27%에서 25.27%로 상향해 예산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총선 공약은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공약에서 따온 공약이 많다. 이번에 포함된 ‘하도급 불공정 거래 행위 처벌 강화’ ‘중소기업 지원 행정조직 개편’ ‘벤처 M&A 활성화’ ‘소비자 집단소송 활성화’ ‘금융소비자보호기금 도입’ 등이 대선 공약에 있던 내용이다. 이와 달리 대선 공약 중에서 진보 색깔이 강한 정책 다수는 이번 총선 공약에서 제외됐다. 그만큼 2016년 국민의당이 2012년 안철수 대선 후보보다 ‘우클릭’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국민의당 총선 공약은 쟁점을 피해가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이에 대해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국장은 “기초연금을 30만원씩 준다는 공약처럼 쟁점이 될 만한 공약은 내걸긴 쉽지만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정책 비용을 줄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만든다는 데 초점을 두다 보니 화제성 정책이 적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의 공약은 이념색이 짙고, 같은 사안의 적용 방법이 급진적인 편이다. 최우선 공약으로는 임금격차 해소를 내세웠다. 대표적인 정책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다. 공기업·대기업 CEO·임원의 임금을 여기에 연동해 상한선을 두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하위 계층의 소득은 올리고 상위계층 소득은 묶어 놓겠다는 것이다.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현 정부나 새누리당 공약과 대척점에 섰다. 기간제 근로 허용 사유와 기간을 제한하고 파견법은 3단계에 거쳐 폐지한다.
‘5시 칼퇴근법’ ‘연 30일 유급휴가 지급’ 등 직장인의 눈길을 끄는 공약도 포함됐다. 10대 재벌 사내하청 40만 명의 정규직 전환도 공약했다. 10대 재벌기업이 4년 간 늘려온 사내유보금의 일부만 사용해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정의당의 계산이다.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수당지급 공약도 다른 정당과 비슷하지만, 적용 대상과 규모를 더 늘렸다. 정의당이 내세운 청년 디딤돌급여는 15~34세 청년 중 필요한 사람에게 월 50만원, 연간 최대 540만원을 지급한다. 청년고용할당률은 5%로 올리고 300인 이상 민간기업에도 상시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복지 공약 중 쟁점이 될 만한 건 사회복지세 신설과 법인세·부동산세 인상이다. 정의당은 공약으로 내건 건강보험 보장률 80%, 저소득계층 주거비 20만원 지원과 임대주택 연간 15만 호 공급, 부양의무제 폐지하고 공적연금만으로 노후보장, 누리과정 100% 국가책임제, 고교 무상교육 등 복지 정책을 위해 필요한 증액 세수가 약 50조원이 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에 10~20%를 부과하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보편적 증세나 사실상 부유세라는 논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정의당에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색깔이 강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임금상한제는 자영업자 소득이나 시간제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는 도외시한 채 선거만 생각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복지세의 경우 한국은 누진세 체계가 약한 만큼 자칫 중산층에게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우 소장은 “스스로 정권 창출보다는 향후 야권 연대에서의 타협을 감안해 현실성을 배제하고 색깔만 뚜렷한 정책을 내놓은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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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표 정책 2012년 대선 때보다 ‘우클릭’
그러나 이를 두고 최우선 공약 치고는 크게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이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의 ‘더불어성장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포지션상 창조경제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개발해 선점할 수 있었음에도 내부적인 정체성 혼란이나 더민주당을 의식한 탓인지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 나온 듯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책에는 ‘다중대표소송 도입’ ‘집단소송 활성화’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 재벌개혁 정책과 함께 대기업 규제 대상을 선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 기준’ 조정이 포함됐다. 대기업집단 기준 조정은 재계에서 요구한 사안이다. 공약대로라면 자산 규모 5조~10조원의 기업집단은 규제 부담을 덜 수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기업을 옥죈다는 이미지를 완화하려고 포함시켰는데 최근 내부에서 논란이 일어 공약에서 제외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일자리·노동 공약 중에서는 노동회의소 설립이 독특하다. 노조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비정규직을 규합해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입법청원에 나서는 민간기구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청년구직수당 지급’도 공약으로 내놨다. 고용보험을 통해 미취업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간 구직활동 수당을 지급하되, 취업에 성공하면 할증된 고용보험료를 내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더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청년고용할당제 민간기업 도입도 공약에 넣었다. 5년 한시로 1000명 이상 사업장에 5% 할당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복지 공약으로는 노인 기초생활·국민연금 수급자의 기초연금 감액을 폐지한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8600억원의 재정은 세금을 더 걷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학자금 대출 금리를 현행 2.7%에서 1.5%로 낮추고 대학 입학금은 폐지할 방침이다. 또 현재 ‘1가구 1연금’ 시스템을 ‘1소득자 1연금’ 체계로 바꿔 경력단절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을 확대한다. 출산휴가 확대, 누리과정의 국가 책임 강화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은 중앙정부가 50%, 지방정부·교육청이 25%씩 분담하고, 향후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20.27%에서 25.27%로 상향해 예산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총선 공약은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공약에서 따온 공약이 많다. 이번에 포함된 ‘하도급 불공정 거래 행위 처벌 강화’ ‘중소기업 지원 행정조직 개편’ ‘벤처 M&A 활성화’ ‘소비자 집단소송 활성화’ ‘금융소비자보호기금 도입’ 등이 대선 공약에 있던 내용이다. 이와 달리 대선 공약 중에서 진보 색깔이 강한 정책 다수는 이번 총선 공약에서 제외됐다. 그만큼 2016년 국민의당이 2012년 안철수 대선 후보보다 ‘우클릭’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국민의당 총선 공약은 쟁점을 피해가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이에 대해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국장은 “기초연금을 30만원씩 준다는 공약처럼 쟁점이 될 만한 공약은 내걸긴 쉽지만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정책 비용을 줄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만든다는 데 초점을 두다 보니 화제성 정책이 적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의 공약은 이념색이 짙고, 같은 사안의 적용 방법이 급진적인 편이다. 최우선 공약으로는 임금격차 해소를 내세웠다. 대표적인 정책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다. 공기업·대기업 CEO·임원의 임금을 여기에 연동해 상한선을 두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하위 계층의 소득은 올리고 상위계층 소득은 묶어 놓겠다는 것이다.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현 정부나 새누리당 공약과 대척점에 섰다. 기간제 근로 허용 사유와 기간을 제한하고 파견법은 3단계에 거쳐 폐지한다.
‘5시 칼퇴근법’ ‘연 30일 유급휴가 지급’ 등 직장인의 눈길을 끄는 공약도 포함됐다. 10대 재벌 사내하청 40만 명의 정규직 전환도 공약했다. 10대 재벌기업이 4년 간 늘려온 사내유보금의 일부만 사용해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정의당의 계산이다.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수당지급 공약도 다른 정당과 비슷하지만, 적용 대상과 규모를 더 늘렸다. 정의당이 내세운 청년 디딤돌급여는 15~34세 청년 중 필요한 사람에게 월 50만원, 연간 최대 540만원을 지급한다. 청년고용할당률은 5%로 올리고 300인 이상 민간기업에도 상시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 사회복지세 신설은 논란 예상
정의당에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색깔이 강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임금상한제는 자영업자 소득이나 시간제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는 도외시한 채 선거만 생각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복지세의 경우 한국은 누진세 체계가 약한 만큼 자칫 중산층에게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우 소장은 “스스로 정권 창출보다는 향후 야권 연대에서의 타협을 감안해 현실성을 배제하고 색깔만 뚜렷한 정책을 내놓은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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