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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메이저리그에서 배우는 선진 마케팅] 군사 레이더 기술로 심층 데이터 제공

[美 메이저리그에서 배우는 선진 마케팅] 군사 레이더 기술로 심층 데이터 제공

뉴욕 메츠는 구장 명칭 사용권을 팔아 연간 25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 필드. / 사진:임선규 제공
지금 한국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열성 야구팬들만을 위한 취미를 뛰어넘어, 퇴근 후와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생활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야구장을 가면 이런 생각은 확신으로 바뀐다.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다정하게 앉아 야구를 보는 연인들도 많다. 이제는 여성 관중이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도 그게 낯설지가 않다.
 동아시아에 MLB 문화 전파 노력
MLB 사무국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더 많은 국가의 야구와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사무실의 4분의 1을 WBC 관련 부서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도 위기는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이 그랬다. 국제무대에서의 성적 부진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여파로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리를 축구에 내줬다. 그 내적으론 병역비리와 선수협 사태 등 악재가 이어졌다. 관중 수는 지금의 4분의 1인 200만 명 수준에 그쳤다. 이런 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MLB 사무국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 질을 향상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스탯캐스트다. 전시에 사용하는 군사 레이더 기술을 야구장에서 사용한다. 이 기술을 통해 관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순히 투수의 구속만이 아니라 공의 초속과 종속까지 알 수 있다. 투수가 던진 변화구의 각이 얼마나 컸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는 수비수가 공을 따라가는 최적 경로를 예측해 수비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비를 했는지, 혹은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친 것은 아닌지도 정확한 숫자로 제공한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의 서비스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KBO는 스탯캐스트와 같은 고차원적 데이터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허술하게 관리한다. 2002년 이전의 일부 기록은 찾기조차 어렵다.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였던 선동열과 최동원 선수의 기록을 찾기 위해 야구 게임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살핀 적도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출루율·장타율·OPS 등의 기록은 아예 찾을 수 없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꼼꼼하게 기록을 살펴보고 경기를 예측하는 재미는 야구만의 매력 중 하나다. 팬들이 보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기록을 관리하는 것은 KBO가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리그가 더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MLB 사무국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더 많은 국가의 야구와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그 관심과 정성은 사무국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사무실의 4분의 1을 WBC 관련 부서가 차지하고 있다.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 MLB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시작한 이 대회는 10년이 채 되지 않아 많은 결실을 맺었다.
 MLB 30개 구단 중 22개 구장 명칭 사용권 판매
일본의 최고 투수 다르빗슈·이와쿠마·다나카와 한국의 류현진·강정호 등의 선수가 태평양을 건너가 MLB에 정착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MLB에 가지는 관심이 뜨겁다. MLB는 이 관심을 이용해 다양한 상품을 팔고, 중계권료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MLB 로고가 박힌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을 길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국내 기업인 f&f가 수입해 파는 제품들인데, 판매 수익의 일부는 고스란히 MLB에 로열티 명목으로 내야 한다.

메이저리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한국에도 비슷한 기회가 있었다. 대만의 국민타자로 불리는 린즈셩이 한국 무대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 프로야구 시장의 독특한 구조 탓이 크다. 특정 구단이 린즈셩을 영입해 대만에 중계권을 팔아 수익을 내고, 대만 기업의 광고를 유치할 수 있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그를 영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은 개별 구단에 귀속되지 않는다. 설사 대만에 한국 야구가 중계가 되더라도 그 수익은 10개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된다. 또 대부분 구장의 광고권은 구단이 아닌 지자체에 귀속되어 있다. 폐쇄적인 구조 탓에 대만에 한국 야구를 알릴 기회를 놓친 것이다.

프로야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지금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네이밍 라이트(구장 명칭 사용권)가 좋은 사례다. 특정 구장의 명칭에 기업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대가로 지불한 돈을 구단이 갖는 것을 말한다. 현재 MLB 30개 구단 중 네이밍 라이트를 판매한 구단은 22개다. 이 중 7개 팀은 연간 3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다. 특히 뉴욕 메츠는 이를 통해 연간 2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네이밍라이트가 주목을 받는 추세다. 최근 새로운 홈구장을 갖게 된 기아와 삼성은 구장 건설비 일부를 기업이 부담하는 대신 수십 년 간의 구단 명명권을 보장받았다. SK와 kt 등 구단도 홈구장에 모기업의 이름을 새기는데 성공했고, 창원에 새로운 구장을 짓고 있는 NC 역시 관련 권리를 얻는 협약을 맺었다. 다만, 모기업의 지원 없이 메이저리그식 생존을 꿈꾸는 넥센은 고척 스카이돔의 네이밍라이트와 광고권을 얻지 못했다. 서울시와 수 차례 협상을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우리 야구계는 질적 양적인 면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하며 리그 존속이 어려울 뻔한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2개의 신규 구단까지 유치해 10구단 체제를 마련했다. 한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만큼 리그 수준도 올라갔다. 하지만 언제 또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른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군림하고 있으면서도 계속해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MLB에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 임선규 비즈볼 프로젝트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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