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리더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자산운용사 노리되 서두르진 않는다
[자본시장의 리더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자산운용사 노리되 서두르진 않는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지방은행들의 경쟁구도가 점입가경이다. BNK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을 품고 총자산 100조원을 돌파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던 DGB금융지주를 따돌렸다. JB금융지주도 광주은행을 안으며 총자산을 40조원 가까이로 늘렸다. 2014년 농협금융에서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DGB생명을 출범시키며 총자산 51조원을 달성한 DGB금융지주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운용사가 없는 DGB금융지주는 다소 급해졌다. 올 초 칸서스자산운용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칸서스자산운용의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이 늦어지면서 거래 자체가 무산됐다. 잇단 인수·합병(M&A) 덕에 성세환(64) BNK금융지주 회장과 김한(62) J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박인규(62) DG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가 첫 임기 마지막 해다. 연임의 시험대에 오른 그를 3월 31일 오후 대구은행 서울지점에서 만났다.
올해는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나.
“지금도 못 하는 건 아니다. 자본도 충분하다. 적절한 매물을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큰 자산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대형 매물이 나온다고 무리하게 인수할 생각은 없다. DGB금융지주에 맞는 자산운용사 매물이 나온다면 올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증권사 인수 얘기가 나오지만, 규모 면에서 시기상조다.”
지금까지 자산운용사 인수에 번번이 실패했다.
“주변에서 우리보다 더 걱정이 많다. 자주 들었다. 하지만 실패가 아니다. 자산운용사 매물이 나온 시장은 마치 포장이 잘 된 상품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놓은 백화점 같다. 물론 매물을 고른다고 해서 지금까지 인수 대상이었던 운용사가 문제였다는 뜻은 아니다. 자산운용사 인수가 한두 푼 드는 일도 아니다. 물건이 뭔지 뜯어보고 살펴봐야 하지 않겠나. 백화점처럼 산 물건이 문제가 생기면 반품이라도 쉬워야 하는데 기업 M&A가 어디 그런가. 회사 내에서도 여러 가지 얘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차근차근 돌다리 두드려가며 가자고 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산운용사 인수 준비는 마쳤다. 단지 우리의 인수 의지만큼이나 더 꼼꼼하게 매물을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수 작업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2014년 경남은행 인수 실패 때는 안팎으로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로부터 옛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DGB생명으로 탈바꿈하면서 출범 첫해 흑자전환했다. DGB캐피탈도 자동차금융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좋다. 그만큼 우리가 ‘몸집 불리기’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은행·보험·캐피탈업을 탄탄하게 구축해놓고, 자산운용업에 진출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지나친 ‘신중함’이 자칫 DGB금융지주의 ‘능력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긍정적으로 봐달라. 실제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고 있다. 국내 최초 모바일 은행 지점인 ‘아이M뱅크’는 중·장기 전략사업으로 DGB대구은행 핀테크센터 Fium(피움) 등을 구축하기 위해 직원들을 수없이 해외로 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 은행과 시중은행의 모바일 은행과도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도 꾀하고 있다. 나는 ROTC(학군단) 출신으로 육군 장교로 복무하다 같은 고등학교 동기보다 8년이나 늦게 입행했다. 먼저 하지 않았다고 해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했다면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겠나.”
DGB금융지주의 탄탄한 자본력이 강점이다.
“지역민의 애행심 덕분이다. 대구은행은 대구 주민의 자존심과도 같다. 대구·경북의 중소기업이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관계형 금융과 현지 지역 밀착 영업에 강하다. 그래서 우선은 타 금융지주의 인수합병 이슈와 무관하게 DGB금융지주만의 ‘선택과 집중형’ 전략을 밀고 나갈 생각이다. 사실 지역 곳곳을 꼼꼼하게 살피는 지역밀착형 영업은 대구뿐만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통하는 비법이다. 발로 뛰며 고객을 찾아 다니는 데 우리를 마다할 곳이 있겠나? DGB금융지주가 지역금융그룹의 한계를 벗어나겠다는 출발점은 거창하지 않다. 일단 사람을 중시하는 분위기 덕분에 우리를 믿고 돈을 맡긴다고 생각한다.”
초저금리 시대라 고객의 자산을 굴리는 게 쉽지 않겠다.
“맞다. 기준금리 1% 시대다. 은행이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지역민을 위한다고 해도 수익을 내기 위해 시야를 넓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그래서 요새 동남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가 1%대라면 그곳은 15%인 곳도 있다. 순마진만 5%에 달한다. 요즘 같으면 엄청난 수익이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어제(3월 30일) 라오스 최대 민간기업인 코라오 그룹과 아세안 지역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제휴를 했다. 오세영 회장이 이끄는 코라오 그룹이 인도차이나반도를 중심으로 아세안 지역 비즈니스 구축에 함께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코라오 그룹에 대출도 결정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라오스 경제의 10%를 차지한다지만 코라오 그룹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부행장과 실무자 모두를 현지로 두 번이나 보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코라오를 봤고, 아직도 성장에 목마른 동남아 시장을 봤다. 코라오 그룹은 주력 업종인 자동차를 비롯해 전자유통, 금융, 레저 등 분야 사업을 라오스·베트남·중국까지 넓힐 참이다. DGB금융지주도 사업적인 측면에서 앞으로 적극 교류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가장 많이 챙기는 부분은.
“역시 사람이다. 총자산이 지난해보다 24% 넘게 늘었다. 당기 순이익이 30% 가까이 오른 곳은 아마 우리가 유일할 거다.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DGB금융지주 모든 식구가 발로 뛴 결과물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한다. 계열사 사장단에게는 ‘선집행·후보고’ 하라며 힘을 실어줬고, 기간과 범위만 정해주고 새로운 사업 구상을 마음껏 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준 일도 여러 차례다. 제한된 자원과 범위 속에서 우리 인력이 더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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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나.
“지금도 못 하는 건 아니다. 자본도 충분하다. 적절한 매물을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큰 자산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대형 매물이 나온다고 무리하게 인수할 생각은 없다. DGB금융지주에 맞는 자산운용사 매물이 나온다면 올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증권사 인수 얘기가 나오지만, 규모 면에서 시기상조다.”
지금까지 자산운용사 인수에 번번이 실패했다.
“주변에서 우리보다 더 걱정이 많다. 자주 들었다. 하지만 실패가 아니다. 자산운용사 매물이 나온 시장은 마치 포장이 잘 된 상품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놓은 백화점 같다. 물론 매물을 고른다고 해서 지금까지 인수 대상이었던 운용사가 문제였다는 뜻은 아니다. 자산운용사 인수가 한두 푼 드는 일도 아니다. 물건이 뭔지 뜯어보고 살펴봐야 하지 않겠나. 백화점처럼 산 물건이 문제가 생기면 반품이라도 쉬워야 하는데 기업 M&A가 어디 그런가. 회사 내에서도 여러 가지 얘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차근차근 돌다리 두드려가며 가자고 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산운용사 인수 준비는 마쳤다. 단지 우리의 인수 의지만큼이나 더 꼼꼼하게 매물을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수 작업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2014년 경남은행 인수 실패 때는 안팎으로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로부터 옛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DGB생명으로 탈바꿈하면서 출범 첫해 흑자전환했다. DGB캐피탈도 자동차금융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좋다. 그만큼 우리가 ‘몸집 불리기’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은행·보험·캐피탈업을 탄탄하게 구축해놓고, 자산운용업에 진출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지나친 ‘신중함’이 자칫 DGB금융지주의 ‘능력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긍정적으로 봐달라. 실제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고 있다. 국내 최초 모바일 은행 지점인 ‘아이M뱅크’는 중·장기 전략사업으로 DGB대구은행 핀테크센터 Fium(피움) 등을 구축하기 위해 직원들을 수없이 해외로 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 은행과 시중은행의 모바일 은행과도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도 꾀하고 있다. 나는 ROTC(학군단) 출신으로 육군 장교로 복무하다 같은 고등학교 동기보다 8년이나 늦게 입행했다. 먼저 하지 않았다고 해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했다면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겠나.”
DGB금융지주의 탄탄한 자본력이 강점이다.
“지역민의 애행심 덕분이다. 대구은행은 대구 주민의 자존심과도 같다. 대구·경북의 중소기업이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관계형 금융과 현지 지역 밀착 영업에 강하다. 그래서 우선은 타 금융지주의 인수합병 이슈와 무관하게 DGB금융지주만의 ‘선택과 집중형’ 전략을 밀고 나갈 생각이다. 사실 지역 곳곳을 꼼꼼하게 살피는 지역밀착형 영업은 대구뿐만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통하는 비법이다. 발로 뛰며 고객을 찾아 다니는 데 우리를 마다할 곳이 있겠나? DGB금융지주가 지역금융그룹의 한계를 벗어나겠다는 출발점은 거창하지 않다. 일단 사람을 중시하는 분위기 덕분에 우리를 믿고 돈을 맡긴다고 생각한다.”
초저금리 시대라 고객의 자산을 굴리는 게 쉽지 않겠다.
“맞다. 기준금리 1% 시대다. 은행이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지역민을 위한다고 해도 수익을 내기 위해 시야를 넓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그래서 요새 동남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가 1%대라면 그곳은 15%인 곳도 있다. 순마진만 5%에 달한다. 요즘 같으면 엄청난 수익이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어제(3월 30일) 라오스 최대 민간기업인 코라오 그룹과 아세안 지역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제휴를 했다. 오세영 회장이 이끄는 코라오 그룹이 인도차이나반도를 중심으로 아세안 지역 비즈니스 구축에 함께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코라오 그룹에 대출도 결정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라오스 경제의 10%를 차지한다지만 코라오 그룹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부행장과 실무자 모두를 현지로 두 번이나 보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코라오를 봤고, 아직도 성장에 목마른 동남아 시장을 봤다. 코라오 그룹은 주력 업종인 자동차를 비롯해 전자유통, 금융, 레저 등 분야 사업을 라오스·베트남·중국까지 넓힐 참이다. DGB금융지주도 사업적인 측면에서 앞으로 적극 교류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가장 많이 챙기는 부분은.
“역시 사람이다. 총자산이 지난해보다 24% 넘게 늘었다. 당기 순이익이 30% 가까이 오른 곳은 아마 우리가 유일할 거다.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DGB금융지주 모든 식구가 발로 뛴 결과물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한다. 계열사 사장단에게는 ‘선집행·후보고’ 하라며 힘을 실어줬고, 기간과 범위만 정해주고 새로운 사업 구상을 마음껏 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준 일도 여러 차례다. 제한된 자원과 범위 속에서 우리 인력이 더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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