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도산업의 대부
디지털 지도산업의 대부
잭 데인저몬드가 에스리(Esri)를 창업한 지도 50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의 지도는 지금도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중이다.지도는 공공행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 중 하나다. 기획이나 대중교통, 공공안전, 공공 프로젝트, 경제개발 등을 하려면 지도 확보가 필수다. 그러나 도시 건설 근로자와 일반 시민, NGO, 스타트업과 언론 등 누구라도 편할 때 로그인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실시간 디지털 대시보드가 시정부 차원에서 제공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세티 LA 시장은 지진 발생 후 아이패드를 손에 든 소방관이 즉각적으로 지도를 열어서 소화전과 하수도 관, 전기장비, 건물 인프라, 다른 응급요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최신 디지털 매핑 포털 ‘지오허브(GeoHub)’의 사용 방법을 설명했다. 노숙자를 돕는 NGO의 경우,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근처에서 경찰 단속이 있거나 주류 매장이 개점하는 지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지오허브는 LA 시민을 위해 “삶의 질을 개선해줄 것”이라고 가세티 시장은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옆으로 비켜나 지오허브 개발자 잭 데인저몬드(Jack Dangermond)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머리가 희끗한 마른 몸집의 70대 억만장자는 IT업계의 일반 거물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요즘에는 구글 지도를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알고 싶거나 우버 차량 위치를 파악하고 싶을 때 우리는 구글 지도를 연다. 그러나 데인저 몬드는 구글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니 구글 창업자들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디지털 지도를 개발해왔다. 그가 1969년 아내 로라와 함께 창업한 회사 에스리는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가 IT 업계의 예상치 못한 강자로 부상했다.
데인저몬드는 컴퓨팅 산업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에스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미니컴퓨터에서 워크스테이션, PC, 인터넷, 그리고 클라우드와 모바일 기기로 바꿔 타며 솜씨 좋게 생존에 성공했다. 데인저몬드 가족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기업 에스리는 2014년 매출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포브스가 추산한 에스리의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다. “디지털 지도산업 자체를 만들어 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6년간 구글 매핑 사업을 총괄했던 존 행크(John Hanke)는 말했다. 구글 어스나 구글 지도, 구글 스트리트뷰 등의 상품은 “데인저 몬드가 만든 창조물의 어깨 위에 지어진 것”이라고 행크는 말했다.
행크라면 당연히 알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지도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구글이 에스리 역사상 가장 위험한 존재적 위협을 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글 지도 서비스는 대부분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덕분에 에스리는 기업과 정부, 기타 기관의 사용자를 매출 기반으로 삼으며 생존할 수 있었다. 부동산 정도 웹사이트인 질로우(Zillow)에서 주택 위치를 찾아내거나 목적지 방향을 찾을 때에는 구글이 탁월하지만, G7 정상회담을 맞아 뮌헨 근방의 보안을 책임져야 하는 독일 경찰이라면 각국 대표단과 경찰, 응급차량, 구조요원, 시위대, 통제 구간, 등산로의 위치, 정상회담장 접근 경로 등의 정보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 대시보드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에스리가 제격이다. 지난해 구글은 마지못해 진출했던 기업용 지도 시장에서 후퇴했다.
에스리는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에스리 보유 기술은 전세계 35만 개 기업과 정부기구, NGO 등이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에스리를 통해 매일 총 1억5000만 개의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낸다. 대표 고객 중에는 미 백악관과 연방재난관리청(FEMA), 지질조사소 등이 있다.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와 카운티에서 에스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수십 개 정부기관이 사용한다. 석유가스 업체와 소매 유통업체, 에너지 공사, 환경 그룹도 에스리의 고객이다. 효율적 배송 경로 설정을 위해 에스리를 사용했던 UPS는 덕분에 매년 3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약국 체인 월그린 또한 에스리 기술을 이용해 신규 매장의 적절한 입지를 선택하고, 독감 유행 경로를 파악하며, 뷰티 제품 판매를 확대할 장소를 파악한다.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비롯한 NGO 단체는 에스리를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와 에볼라 퇴치 캠페인을 벌인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발전한 기술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지도 산업”이라고 빌 게이츠가 이메일 인터뷰 답변서에 적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잭 데인저몬드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지난 50년간 선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준 덕분”이라고 쓴 게이츠는 “데인저몬드야말로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여러모로 에스리는 IT 업계의 원조 유니콘이라 할 만하지만 요즘 트렌드와는 좀 달리 성장해왔다. 데인저몬드는 외부에서 투자금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회사 설립 초기 어머니로부터 5000달러를 빌린 게 전부다. 그 후 에스리는 어느 곳에서도 대출을 한 적이 없고, 설립 초기부터 수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벤처 캐피탈이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대가가 엄청나다는 걸 안다”고 데인저몬드는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른 누군가의 비전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지난 수년 간 데인저몬드는 인수 제의를 여러 번 뿌리쳐 왔다. 비상장기업으로 남겠다고 선택하며 당당한 성공을 거둔 그는 덕분에 주식시장의 단기 실적 압박을 피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직원을 해고한 적은 있지만, 비용감축을 위한 정리해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데인저몬드는 LA에서 동쪽으로 6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레들런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네덜란드계 이민자였던 아버지는 정원사로 일했고, 어머니는 메이드로 일했다. 5명의 자식을 모두 대학에 보내기 위해 추가 소득이 필요했던 부모님은 종묘사업을 시작했다. 데인저몬드는 고등학교에서 장차 아내가 될 로라를 처음 만났다. 둘은 캘리포니아 주립 공과대학에 함께 진학했고, 데인저몬드는 환경과학과 조경학을 전공했다. 결혼 후 데인저몬드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도시설계학을 전공했고, 1968년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서 일자리 제의를 받았다. 컴퓨터 그래픽과 공간분석을 접목해 세계 최초의 매핑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연구소였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그냥 기술 자체에 흥분이 됐다. 그런 기술을 유용하게 만드는 방식을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데인저몬드 가족은 레들런즈로 돌아와 ‘환경시스템연구소’라고 이름 붙인 회사를 세웠다. 하버드 연구소로부터 영감을 받은 컨설팅업체였고, 데인저몬드와 가족이 파트타임 프로그래머와 데이터 전문가, 비서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 기업 고객의 계약 규모가 커지면서 데인저몬드는 역량을 개선한 일반적 지도 제작툴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고객이 스스로 지도를 제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툴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상품은 1982년부터 배송됐다. “우리의 사업 전체가 바뀌었다”고 데인저몬드는 말했다. 첫 지도 제작 소프트웨어 ‘아크GIS’는 아직도 에스리의 대표 상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스리 직원 3500명 중 2300명은 레들런즈 기업 캠퍼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캠퍼스 부지의 조경 디자인은 데인저몬드가 직접 했다. IT 기업이라고는 근방에 에스리가 유일무이해서 기업 문화도 보통 IT 기업과 다르다. 우선, 직원들은 시급을 받는다. 데인저몬드는 근무 유연성을 가질 수 있어서 직원 대부분이 시급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은 빨리 솎아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한 직원도 있었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혜택도 거의 없다. 데인저몬드 대표조차 회사 식당에서 자기 돈을 내고 음식을 사먹는다.
에스리의 세계적 파급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곳은 레들런즈가 아니라 샌디에이고다. 매년 여름 에스리는 샌디에이고에서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GIS 국제사용자 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 7월, 청중이 꽉 들어찬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 무대 위로 데인저몬드가 등장한 순간, 행사의 주인이 그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그는 기조연설자와 주최자, 진행자 역할을 모두 맡았다. 애플 세계개발자회의나 구글 개발자회의의 3배에 달하는 참가자 1만6000명이 모였다. 스웨덴과 한국, 아이다호, 인디애나, 보츠와나, 브라질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 모두가 ‘전설’이라 믿는 한 남자의 연설을 듣기 위해 그 자리에 모였다. 데인저몬드가 부른 초대 연사들 또한 무대에 올라 에스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질병 퇴치와 의사결정 과정 수립, 자연재해 대응에 나섰던 사례를 설파했다. 회의 주제는 “지리 정보의 범용(applying geography everywhere)”이었다. 완전히 몰입한 청중 앞에서 데인저몬드는 여느 때처럼 “지리적 계몽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무언가 엄청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지도 제작이 클라우드 시대에 새롭게 민주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에스리 소프트웨어는 각 조직의 내부에서도 좀 더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월그린의 경우 2000년부터 에스리 소프트웨어로 신규 매장 부지를 물색했지만,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월맵(WalMap)을 직원에게 배포해 이들이 매장별 매출, 시장 점유율, 경쟁업체 장소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월그린의 매핑 앱을 사용하는 내부 관계자 수는 지난 수년간 10배로 늘어났다고 기업위치정보 사업부의 질리언 엘더 이사는 말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서는 에스리 툴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마다가스카르 나비 개체수를 기준으로 지구온난화 영향을 예측하거나 토양 오염지역 근방에서 특정 암 발생 건수를 조사한다. “지리공간적 개념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스탠포드대학 산하의 지리, 지도, 과학 데이터 및 서비스 연구소 부원장 줄리 스위트카인드-싱어는 말했다. 이들 사례를 알고 있는 데인저몬드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시각대로 주변 상황과 환경을 바라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향후 5~10년간 10배는 성장할 것이다.”
- MIGUEL HELFT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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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티 LA 시장은 지진 발생 후 아이패드를 손에 든 소방관이 즉각적으로 지도를 열어서 소화전과 하수도 관, 전기장비, 건물 인프라, 다른 응급요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최신 디지털 매핑 포털 ‘지오허브(GeoHub)’의 사용 방법을 설명했다. 노숙자를 돕는 NGO의 경우,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근처에서 경찰 단속이 있거나 주류 매장이 개점하는 지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지오허브는 LA 시민을 위해 “삶의 질을 개선해줄 것”이라고 가세티 시장은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옆으로 비켜나 지오허브 개발자 잭 데인저몬드(Jack Dangermond)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머리가 희끗한 마른 몸집의 70대 억만장자는 IT업계의 일반 거물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요즘에는 구글 지도를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알고 싶거나 우버 차량 위치를 파악하고 싶을 때 우리는 구글 지도를 연다. 그러나 데인저 몬드는 구글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니 구글 창업자들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디지털 지도를 개발해왔다. 그가 1969년 아내 로라와 함께 창업한 회사 에스리는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가 IT 업계의 예상치 못한 강자로 부상했다.
기업가치 30억 달러의 ‘에스리’창업자
행크라면 당연히 알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지도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구글이 에스리 역사상 가장 위험한 존재적 위협을 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글 지도 서비스는 대부분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덕분에 에스리는 기업과 정부, 기타 기관의 사용자를 매출 기반으로 삼으며 생존할 수 있었다. 부동산 정도 웹사이트인 질로우(Zillow)에서 주택 위치를 찾아내거나 목적지 방향을 찾을 때에는 구글이 탁월하지만, G7 정상회담을 맞아 뮌헨 근방의 보안을 책임져야 하는 독일 경찰이라면 각국 대표단과 경찰, 응급차량, 구조요원, 시위대, 통제 구간, 등산로의 위치, 정상회담장 접근 경로 등의 정보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 대시보드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에스리가 제격이다. 지난해 구글은 마지못해 진출했던 기업용 지도 시장에서 후퇴했다.
에스리는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에스리 보유 기술은 전세계 35만 개 기업과 정부기구, NGO 등이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에스리를 통해 매일 총 1억5000만 개의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낸다. 대표 고객 중에는 미 백악관과 연방재난관리청(FEMA), 지질조사소 등이 있다.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와 카운티에서 에스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수십 개 정부기관이 사용한다. 석유가스 업체와 소매 유통업체, 에너지 공사, 환경 그룹도 에스리의 고객이다. 효율적 배송 경로 설정을 위해 에스리를 사용했던 UPS는 덕분에 매년 3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약국 체인 월그린 또한 에스리 기술을 이용해 신규 매장의 적절한 입지를 선택하고, 독감 유행 경로를 파악하며, 뷰티 제품 판매를 확대할 장소를 파악한다.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비롯한 NGO 단체는 에스리를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와 에볼라 퇴치 캠페인을 벌인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발전한 기술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지도 산업”이라고 빌 게이츠가 이메일 인터뷰 답변서에 적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잭 데인저몬드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지난 50년간 선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준 덕분”이라고 쓴 게이츠는 “데인저몬드야말로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여러모로 에스리는 IT 업계의 원조 유니콘이라 할 만하지만 요즘 트렌드와는 좀 달리 성장해왔다. 데인저몬드는 외부에서 투자금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회사 설립 초기 어머니로부터 5000달러를 빌린 게 전부다. 그 후 에스리는 어느 곳에서도 대출을 한 적이 없고, 설립 초기부터 수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벤처 캐피탈이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대가가 엄청나다는 걸 안다”고 데인저몬드는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른 누군가의 비전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지난 수년 간 데인저몬드는 인수 제의를 여러 번 뿌리쳐 왔다. 비상장기업으로 남겠다고 선택하며 당당한 성공을 거둔 그는 덕분에 주식시장의 단기 실적 압박을 피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직원을 해고한 적은 있지만, 비용감축을 위한 정리해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데인저몬드는 LA에서 동쪽으로 6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레들런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네덜란드계 이민자였던 아버지는 정원사로 일했고, 어머니는 메이드로 일했다. 5명의 자식을 모두 대학에 보내기 위해 추가 소득이 필요했던 부모님은 종묘사업을 시작했다. 데인저몬드는 고등학교에서 장차 아내가 될 로라를 처음 만났다. 둘은 캘리포니아 주립 공과대학에 함께 진학했고, 데인저몬드는 환경과학과 조경학을 전공했다. 결혼 후 데인저몬드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도시설계학을 전공했고, 1968년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서 일자리 제의를 받았다. 컴퓨터 그래픽과 공간분석을 접목해 세계 최초의 매핑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연구소였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그냥 기술 자체에 흥분이 됐다. 그런 기술을 유용하게 만드는 방식을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데인저몬드 가족은 레들런즈로 돌아와 ‘환경시스템연구소’라고 이름 붙인 회사를 세웠다. 하버드 연구소로부터 영감을 받은 컨설팅업체였고, 데인저몬드와 가족이 파트타임 프로그래머와 데이터 전문가, 비서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 기업 고객의 계약 규모가 커지면서 데인저몬드는 역량을 개선한 일반적 지도 제작툴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고객이 스스로 지도를 제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툴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상품은 1982년부터 배송됐다. “우리의 사업 전체가 바뀌었다”고 데인저몬드는 말했다. 첫 지도 제작 소프트웨어 ‘아크GIS’는 아직도 에스리의 대표 상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 파급력 갖는 GIS업계의 ‘전설’
에스리의 세계적 파급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곳은 레들런즈가 아니라 샌디에이고다. 매년 여름 에스리는 샌디에이고에서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GIS 국제사용자 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 7월, 청중이 꽉 들어찬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 무대 위로 데인저몬드가 등장한 순간, 행사의 주인이 그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그는 기조연설자와 주최자, 진행자 역할을 모두 맡았다. 애플 세계개발자회의나 구글 개발자회의의 3배에 달하는 참가자 1만6000명이 모였다. 스웨덴과 한국, 아이다호, 인디애나, 보츠와나, 브라질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 모두가 ‘전설’이라 믿는 한 남자의 연설을 듣기 위해 그 자리에 모였다. 데인저몬드가 부른 초대 연사들 또한 무대에 올라 에스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질병 퇴치와 의사결정 과정 수립, 자연재해 대응에 나섰던 사례를 설파했다. 회의 주제는 “지리 정보의 범용(applying geography everywhere)”이었다. 완전히 몰입한 청중 앞에서 데인저몬드는 여느 때처럼 “지리적 계몽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무언가 엄청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지도 제작이 클라우드 시대에 새롭게 민주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에스리 소프트웨어는 각 조직의 내부에서도 좀 더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월그린의 경우 2000년부터 에스리 소프트웨어로 신규 매장 부지를 물색했지만,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월맵(WalMap)을 직원에게 배포해 이들이 매장별 매출, 시장 점유율, 경쟁업체 장소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월그린의 매핑 앱을 사용하는 내부 관계자 수는 지난 수년간 10배로 늘어났다고 기업위치정보 사업부의 질리언 엘더 이사는 말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서는 에스리 툴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마다가스카르 나비 개체수를 기준으로 지구온난화 영향을 예측하거나 토양 오염지역 근방에서 특정 암 발생 건수를 조사한다. “지리공간적 개념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스탠포드대학 산하의 지리, 지도, 과학 데이터 및 서비스 연구소 부원장 줄리 스위트카인드-싱어는 말했다. 이들 사례를 알고 있는 데인저몬드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시각대로 주변 상황과 환경을 바라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향후 5~10년간 10배는 성장할 것이다.”
- MIGUEL HELFT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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