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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창조적 삶 (3) 김재엽 스타게이트 대표

CEO를 위한 창조적 삶 (3) 김재엽 스타게이트 대표

한류스타 배용준과 송중기, 그리고 소지섭·지성·한혜진·이지아 등 수많은 스타들의 연기를 지도한 멘토가 있다. 연기 강사라기 보다는 인생의 카운슬러로서 프로 연기자들의 연기와 덕성을 지도하고 있는 김재엽 대표다.
“당신의 삶을 연기하라.” 스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김재엽의 연기 철학이다.
송중기의 미소.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가 아시아의 여심을 뜨겁게 달군 비결이다. 14년 전 <겨울연가> 에서 선보인 배용준의 미소가 한류의 시작을 알렸다면, 송중기의 미소는 한류의 현재를 이끈다. 아름다운 미소의 릴레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적당한 ‘중용의 입 모양’으로 대중의 시선을 품는 미소, 이를 더 아름답게 가꾸는 멘토가 있다. 프로 연기자의 연기를 지도하는 아카데미, 스타게이트 김재엽(50) 대표다. 배용준과 송중기 말고도 소지섭·지성·정석원·지수원·김혜은·한혜진·소이현·이지아 등 수많은 스타들이 그의 연기 지도를 받았다.

“연기는 치유다.” 연기의 노하우를 묻는데 그의 입에서는 의외의 답변이 쏟아졌다. “연기는 내면을 치유하고, 자신의 매력을 발견하게 합니다. 최고의 배우들이 연기를 배우며 그들 스스로를 깨고 나오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일반인도 자신의 굴레를 깨고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은 연기”라고도 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스스로 연출할 권리가 있고,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연기란 자신의 삶의 질부터 변화시키는 작업이죠”라는 그의 이야기는 연기 강사가 아니라 인생의 카운슬러로 다가왔다.

 실전 투입형 연기 교육, 덕성교육 중시
그가 이끄는 스타게이트는 일반 대학의 연극영화과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길을 걷는다. 보통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전통 연극에 기반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이 예술적이고 전통적인 요소를 많이 추구한다면 저는 지극히 엔터적이죠. 저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고 싶어요. 감히 제가 예술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방송이나 영화의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펼치는 실전 투입형 연기 교육이 그의 목표다. 여기에 더해 연기 학원이라는 인식을 뛰어넘게 만드는 덕성 교육이 이뤄진다. 그가 볼 때, 덕성 연마는 연기 기술보다 후순위가 아니다. 최고의 스타를 꿈꾸는 이라면, 덕성은 출발부터 가장 중요하게 배양해야 할 요소다. 그는 자신을 천리마를 알아본 삼국지의 백락(伯樂)에 비유했다. 연기의 천리마를 알아보고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는 얘기다.

즐거운 일상. 자기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한 후 대학로 연극계에서 7년을 뒹굴면서 자신의 적성이 연기를 직접 하는 것보다 가르치는데 더 맞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한 길을 걸었다. 지난해 말 『배우를 배우다』라는 책을 펴내며 자신의 연기 교육 철학과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학교’ 창립을 꿈꾸는,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는 남자의 이야기다.



스타게이트는 언제 오픈했나.


2000년 9월 23일. 16년이 다 됐다. 스타게이트 하기 전에 배용준과 같은 회사에 소속돼 연기 지도 파트를 8년 동안 담당했다. 청담동에 있던 ‘롬 아카데미’다. 당시 배용준은 소속 연기자이면서 메니지먼트쪽을 담당하고 있었다.



국내 연기 학원은 몇 개나 되나.


전국적으로 사설 학원이 1500개 넘는다. 국내 대학의 연극영화과만해도 100개가 넘는다. 우리 수강생은 200~300명 정도로 방송·영화 등 카메라 매체연기 학원으로는 상위권이다. 신인 배우나 스타급 배우가 갈 수 있는 아카데미는 우리를 포함해 10개 정도라고 보면 된다.



스타게이트는 연기자들이 배우는 학원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배용준 회사인 키이스트. 송중기 회사인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소지섭 회사인 피프티원케이 등 국내 메이저급을 비롯한 20여개 회사들이 우리에게 신인 위탁 교육을 시키고 있다. 감독이나 지인들 소개로 온 일반인도 있다. 주·조연급으로 활동 중인 배우들도 있다. 예컨대 송중기도 작품 들어가기 전에 우리한테 와서 캐릭터 분석이나 대본 리딩을 같이 한다.



<태양의 후예> 때도 그랬나.


그렇다. 제대하고 나서 같이 대본 리딩 하고 그랬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 <뿌리깊은 나무> 등을 할 때도 그랬다. 소지섭도 많이 오고, <화려한 유혹> 의 최강희도 자주 와서 하고, 지금 방송 중인 <몬스터> 의 김혜은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데 8년째 한 작품도 거르지 않고 이곳에 와서 준비를 해왔다.
 송중기는 매력적인 미소에 겸손까지 갖춘 배우
2016년 송중기의 <태양의 후예>, 14년 전 배용준의 <겨울연가>, 그 뒤에는‘연기멘토’ 김재엽이 있었다.


연기 배울 때 송중기 어땠나.


무명 시절 저녁 수업을 할 때다. ‘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매력적인 미소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저희 자체 오디션이 있는 날 참관하러 온 싸이더스의 박봉기 본부장도 촉이 좋아서 송중기가 발탁됐다.



또 기억에 남는 배우는


당연히 배용준이다. 얼마 전 송중기와 얘기했었는데 14년전 일어난 현상이 똑같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14년 전 뭐가 있었죠?


<겨울연가> 욘사마가 터졌잖아요. 그에 앞서 2000년 12월에 배용준의 CF 촬영에 호주 시드니에 같이 갔다. 12시간 비행기 안에서 잠도 안자고 얘기하다가 배용준이 <겨울연가> 시놉시스를 꺼냈다. ‘형 이거 한번 읽어봐요.’ 작품 선정에 고심을 많이 하는 친구다. ‘느낌 좋다’고 했더니 본인도 하고 싶다며 결정을 했다. 2002년 월드컵 때 붐이 일더라. 그때 배용준 나이가 지금 송중기와 같은 32살이다.



한류 4대천왕 중 2명과 인연이 깊네요.


나름 기분이 좀 묘하다. 초대박까지는 몰랐지만 송중기가 한류 대박을 치리라고는 예상했다. 그래서 군대 가기 전부터 중국어 공부 좀 하라고 했었고, 나도 중국어 공부하고 있다. 2년 넘었다.



<태양의 후예> 가 어느 정도 대박을 친 건가.


기존의 한류가 1000~1500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면 이번엔 그보다 최소 5배에서 10배까지 갈 것 같다.



뭐가 달라졌나.


전 연령층이 고루 좋아한다. 20대 중국 여대생은 가장 핫한 타깃층이다. 송중기는 단기간에 끝날 친구가 아니다. 무엇보다 겸손을 실천할 수 있는 친구이기 때문에.



겸손이 연기자에게 중요한가.


연기자가 갖춰야할 네 가지 조건을 늘 얘기한다. 구질, 소질, 기질, 자질 중 자질을 인성 쪽에 두고 있다. 톱스타 대열에 있는 사람은 인기만이 아니라 대중을 주도하고 갈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은 그 스타의 용량이다. 지덕체 중지와 체, 즉 특기나 외모가 좋은 친구는 많지만 겸손이나 대중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인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덕은 타고나는 건가, 훈련에 의한 것인가.


만들어진다. 단 알아들어야죠.



가르쳐도 못 알아듣는다?


많죠.



송중기는 알아들었군요.


알아듣는 걸 넘어서는 친구죠. 그래서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져도 힘들어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을 거라고 봐요.



덕성 교육을 어떻게 하나.


저 스스로 생활 속에서 터득해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항상 어린 사람의 정서를 갖고 싶은 거예요. 어른의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 내가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아요.
 연기자에게는 어린 아이의 정서가 있어야


어린 아이의 정서?


맛있는 게 있으면 아이들처럼 그냥 ‘아 맛있다’ 표현하면 되잖아요, 어른이 되면 그 솔직한 표현이 어려운 거예요. 체면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 때문에. 저는 그냥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도 인사를 해요. 버스를 타더라도 카드 찍기 전에 기사 보고 미소를 먼저 던져요. 저부터의 실행이죠. 연기를 배우러온 친구들한테 ‘네 삶에서 먼저 윤택함을 맛보라’고 합니다. ‘인기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줘라, 주변에서 스쳐가는 인연 속에서도 그 이미지를 주라, 무조건 활기차게 인사해, 그리고 활기차게 미소 던져, 하루에 제일 많이 웃는 사람이 돼봐.’ 이러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냥 소꿉놀이 하는 것처럼,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지는 겁니다. 일반인이나 기업에 계시는 분들도 이런 훈련을 받는 분들이 있어요.



여기 와서 훈련하나?


네, 처음에는 근엄한 모습으로 있다가 나중에 작업하다 보면 같이 어린애가 됩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을까’ 그래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죠. 누가 쳐다보든 말든 내가 먼저 반응하고 먼저 말을 건네고 이런 거부터가 저는 연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이들의 이미지가 바뀌는 거죠. 그러니까 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자기의 용량을 먼저 만들지 못하면 그가 어떤 인기를 누리고 올라선다고 해도 나중에 괴롭습니다. 부와 명예를 얻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너무 안타깝죠.



김 대표님의 연기 경험은?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 후 대학로에서 7년 정도 연극 작품을 했었고, 영화는 공개 오디션 봐서 주조연급으로 출연했었다. 그걸 하면서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후배들을 가르칠 때 내 가슴 속에서 더 스파크가 많이 일어나더라. 과감하게 교육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연기 하는 것과 가르치는 일의 차이는.


오래 전부터 내 삶이 영화고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이 순간도 제 가상의 카메라가 저기 까맣게 비추고 있다. 이게 연기지. 제 책의 제목을 원래 ‘당신의 삶을 연기하라’라고 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란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가 시작된 거죠. 내가 어떻게 주도하느냐에 따라 찬란할 수도 아니면 비관적으로 바뀌고 단역 엑스트라로 그칠 수도 있다. 이건 생각의 차이 하나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이면 주인공답게 살아가야죠.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저만의 가상 카메라를 가동시킵니다. 그렇다고 카메라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저로 바꾸는 거죠. ‘너는 영화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하고 스스로 묻고, ‘제일 많이 웃었던 사람이 되고 싶다’고 스스로 대답하죠.



CEO들은 어떤가요.


저 사람은 CEO인데 왜 인상을 쓰고 있을까, 보면 안쓰러워요.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선글라스 끼고 모자 눌러쓰고 팬들이 달려들면 귀찮아 하는 표정…. 그럼 왜 하나, 하지 말지. 그런 관심을 받고 싶으면서 왜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을 시키냐는 거죠. 대중이 없는데 스타가 어떻게 존재하나요. 그래서 먼저 그냥 다가서는 연습부터 시킵니다. 그게 저한테는 소꿉놀이 같은 거죠.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저부터가 가볍게 무장해제하고 사는 거죠. 그게 저는 연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벼운 무장해제, 그게 연기라….


내가 내 가정의 아내와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연출이고 연기죠. 그걸 따라서 가정의 즐거움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니면 서로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고.



긴장감 극복 훈련은 어떻게 하나요.


연기를 30년 넘게 한 사람이 오디션장에서 떠는 걸 봤다. 긴장의 원인은 뭘까. 결과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너 잘해야 해’ 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묶어버리는 것. 주변의 지인들도 ‘잘해야 한다’고 불을 지피고. 저는 오히려 역으로 간다. ‘잘하지 마, 너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와. 뭘 보여줄려구? 연습도 너무 많이 하지마.’ 이렇게 말해요. 하지만 이게 마음과 머리로는 접수가 되는데 막상 현장에 도달한 순간 호흡이 달라지죠. 그런 긴장은 기질적으로 풀어야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킵니다. 공동묘지에 보내 수기를 써오게도 하고, 중요한 미팅 있으면 번지 점프 갔다 오게도 합니다. 뭔가 치열하게 자기와 부딪치는 감성 요법이 수십 가지가 있어요. 그러다보면 어느 한 순간에 깨져나가기 시작해요.
 한류 지속시킬 ‘스타 학교’ 만들고 싶어


배우로 성공하려면 우선 이쁘고 잘생겨야 하지 않나?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이유도 그렇고.


신중하게 생각해야하는데 성형해서 좋은 효과를 봐야지 대중이 봐서 인위적이란 느낌을 주면 마이너스 효과가 큽니다. 그래서 그거보다는 자기의 매력을 찾아내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결국 이미지 컨트롤을 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관상이 바뀌어요.

그의 방에는 휴지가 두 개나 놓여있다. 그의 연기 수업에서는 눈물이 큰 의미를 차지한다. 묵었던 감정의 발산, 거기서부터 새로운 연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눈물도 그렇고 웃음도 그렇고 감정이라는 거는 발산이잖아요. 여기서 감성훈련 할 때, ‘세상에 내뱉고 싶은 말이 뭐가 있니’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너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거야’ 소릴쳐요. 또 어떤 사람들은 ‘제발 날 내버려둬, 내버려둬’ 그러죠. 그렇게 불 꺼놓고 절규를 해보라고 해요, 30분 정도 하면 대부분 다 터집니다. 콧물 눈물부터 땀, 오바이트까지 진이 다 빠져요. 그 다음부터 눈빛이 바뀌어요. 벽에 쌓여 단단해진 자신을 충격요법으로 터트려버리는 거죠. 그 희열을 알기 때문에 진짜 배우들은 계속 연기를 하는 겁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기 철학은 그의 삶 자체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래서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살다보니 후회할 일을 만들 겨를도 없다고 한다. 마라톤·축구·골프·기계체조·쌍절봉 돌리기 등 운동이란 운동은 다 좋아한다는 그다. 고교 시절 마라톤 선수로 뛰면서 체육대학 입학을 꿈꾸기도 했다. 친구의 권유로 서울예대에 입학한 것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출발이다. 이제 그의 꿈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아시아를 커버하는 ‘스타 학교’를 만들어 15년 정도 더 일한 후 깨끗이 물려주고 처가 식구들이 살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오래전부터 ‘스타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배용준과 함께 시드니에 갔을 때 모델로 삼았던 학교가 있다. ‘니다(NIDA)’라는 연기 교육 사설학교다. 맬 깁슨, 러셀 크로우, 니콜 키드만 등이 나왔다. 입학 경쟁률이 보통 2만대 1이다. 사설 학원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시드니의 대표 상품으로 시 당국에서 완전히 밀고 있다. 그런 학교를 아시아에서 펼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류를 정책화 하려면 이런 데 관심을 가져야죠, 한류 스타들이 나올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겁니다. 스타 메이킹이죠. 그 스타 공장이 없이 지금까지 운 좋게 달려왔어요.

배영대 - 2014~15년 중앙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문화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동양철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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