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 기자가 만난 ‘판교밸리언’(3) 이원재 요즈마 한국법인장] 한국 스타트업계의 박지성·김연아 물색
[최은경 기자가 만난 ‘판교밸리언’(3) 이원재 요즈마 한국법인장] 한국 스타트업계의 박지성·김연아 물색
3월 25일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에 국내 최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지원기관인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1만7364㎡(약 5250평) 부지에 8층 건물 두 동, 5층 건물 한 동으로 구성됐다. 경기도는 여기에서 200개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스타트업캠퍼스에는 스타트업 보육센터,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관, 해외 액셀러레이터 등이 입주했거나 입주할 계획이다. 입주기관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이 있다. 2동 7층에 입주한 이스라엘 요즈마펀드의 한국법인 요즈마캠퍼스다.
요즈마펀드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로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들었다. 현재는 100% 민간에서 운용한다. 1호 펀드 2억6500만 달러, 2호 펀드 6000만 달러, 3호 펀드 8000만 달러로 총 4억 달러 규모가 운용됐다. 운용 성과로 23개 벤처 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 펀드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모델로 거론되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3호 펀드 운용을 끝낸 2013년 6월 이후 최근 실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요즈마그룹은 벤처 투자 경쟁이 치열해진 이스라엘을 떠나 신흥국 개척에 나섰고 한국을 중심지로 정했다. 2013년 7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한국지사를 설립한 이유다. 일부에서는 한국 진출 후 3년 가까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진출 초기 강남에 창업보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궁금했다. 3년 만에 판교에 둥지를 튼 요즈마그룹이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지. 이원재(34) 요즈마 한국법인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 대표는 “솔직히 한국에 들어올 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며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올 때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판교에 요즈마캠퍼스를 열기 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다니며 우수한 기술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 3월 선보인 온라인 창업 보육 플랫폼 ‘와이브릿지’ 론칭도 준비했다. 와이브릿지는 스타트업을 위한 정보 교류의 장이다. 말하자면 기존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의 창업 버전이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링크드인처럼 온라인에서 투자자나 멘토를 만나 정보를 얻고, 요즈마캠퍼스의 창업 지원도 원격으로 이뤄진다”며 “실제 창업하면 요즈마캠퍼스에 입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 밖에 되지 않아 스타트업 회원이 200여 팀에 불과하지만 정보가 쌓이면 점차 확대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교 요즈마캠퍼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중국 국영 투자펀드 ISPC, 영국 벤처캐피털 브라이트스타 파트너스, 미국 투자자문사 클리어브룩 등 글로벌 투자사 6곳과 하나금융그룹·NH증권 등 국내 투자사 5곳을 협력사로 두고 스타트업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삼일PWC(회계), 율촌(법률), 테크숍·N15(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이노디자인(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업체들과 협력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했다.
12살에 구호활동가인 어머니를 따라 이스라엘로 간 이 대표는 그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히브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6∼2009년 이스라엘 총리를 지낸 에후드 올메르트의 한국 담당관으로 일하며 외국 자본 유치와 창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때쯤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을 역임한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회장을 만났다.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를 비롯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130여 개로 알려졌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스라엘의 벤처 성장 과정을 경험한 이 대표는 “초기 요즈마 펀드가 이스라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요즈마의 기술 평가 노하우에 확신과 자신감을 보였다.
요즈마펀드의 차별점은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해왔다. 이 대표는 “의료 영상기기 업체 바이오센스에 100만 달러를 투자해 존슨앤드존슨에 4억 3000만 달러 규모로 매각하는 등 퀄컴·시스코·GE 같은 글로벌 기업과 오랫동안 함께 일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혁신을 원하는지, 필요로 하는 기술 트렌드가 무엇인지 잘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이 대표가 요즘 눈여겨보는 분야는 헬스케어·보안·특수소재다. 현재 판교 요즈마캠퍼스는 부동산 직거래 핀테크 업체인 ‘두꺼비세상’, 특수소재인 그래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탠다드 그래핀’, 가상현실(VR) 콘텐트업체인 ‘JW네스트’, 헬스케어 업체인 ‘NA’ 등에 투자했다.
요즈마그룹은 한국을 거점으로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아시아에 근거지를 두고 미국·유럽 시장에서 엑시트(Exit, 자금회수)를 하겠다는 것. 그만큼 한국에서의 성공이 중요하다. 에를리히 회장이 한 달에 한 번 판교 캠퍼스를 찾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의 뛰어난 원천기술에서 기회를 봤다”며 “특허로만 두지 말고 상용화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접목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직 세계 시장에서 한국 벤처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진출 초기 해외 투자사에 한국 기업을 소개했지만 투자를 꺼렸다”고 말했다.
“해외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요즈마캠퍼스의 목표는 분명하다. “올해 한 기업만 나스닥에 상장하자는 것입니다. 한번 성과가 나면 그 다음부터는 길이 열릴 거라 봅니다. 판교에서 한국 스타트업계의 박지성·김연아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벤처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은 벤처 투자금의 86%가 해외에서 들어온 민간자금”이라며 “정부는 마중물 역할만 해야지 오래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업가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민간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문을 열면서 성공한 중견 벤처들 사이로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즈마캠퍼스 역시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며 “1년 후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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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마펀드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로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들었다. 현재는 100% 민간에서 운용한다. 1호 펀드 2억6500만 달러, 2호 펀드 6000만 달러, 3호 펀드 8000만 달러로 총 4억 달러 규모가 운용됐다. 운용 성과로 23개 벤처 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 펀드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모델로 거론되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3호 펀드 운용을 끝낸 2013년 6월 이후 최근 실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요즈마그룹은 벤처 투자 경쟁이 치열해진 이스라엘을 떠나 신흥국 개척에 나섰고 한국을 중심지로 정했다. 2013년 7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한국지사를 설립한 이유다. 일부에서는 한국 진출 후 3년 가까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진출 초기 강남에 창업보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궁금했다. 3년 만에 판교에 둥지를 튼 요즈마그룹이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지. 이원재(34) 요즈마 한국법인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국 진출 3년 만에 판교에 둥지 마련
판교 요즈마캠퍼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중국 국영 투자펀드 ISPC, 영국 벤처캐피털 브라이트스타 파트너스, 미국 투자자문사 클리어브룩 등 글로벌 투자사 6곳과 하나금융그룹·NH증권 등 국내 투자사 5곳을 협력사로 두고 스타트업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삼일PWC(회계), 율촌(법률), 테크숍·N15(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이노디자인(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업체들과 협력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했다.
12살에 구호활동가인 어머니를 따라 이스라엘로 간 이 대표는 그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히브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6∼2009년 이스라엘 총리를 지낸 에후드 올메르트의 한국 담당관으로 일하며 외국 자본 유치와 창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때쯤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을 역임한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회장을 만났다.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를 비롯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130여 개로 알려졌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스라엘의 벤처 성장 과정을 경험한 이 대표는 “초기 요즈마 펀드가 이스라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요즈마의 기술 평가 노하우에 확신과 자신감을 보였다.
요즈마펀드의 차별점은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해왔다. 이 대표는 “의료 영상기기 업체 바이오센스에 100만 달러를 투자해 존슨앤드존슨에 4억 3000만 달러 규모로 매각하는 등 퀄컴·시스코·GE 같은 글로벌 기업과 오랫동안 함께 일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혁신을 원하는지, 필요로 하는 기술 트렌드가 무엇인지 잘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이 대표가 요즘 눈여겨보는 분야는 헬스케어·보안·특수소재다. 현재 판교 요즈마캠퍼스는 부동산 직거래 핀테크 업체인 ‘두꺼비세상’, 특수소재인 그래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탠다드 그래핀’, 가상현실(VR) 콘텐트업체인 ‘JW네스트’, 헬스케어 업체인 ‘NA’ 등에 투자했다.
한국 거점 삼아 아시아 진출 계획
이 대표는 “아직 세계 시장에서 한국 벤처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진출 초기 해외 투자사에 한국 기업을 소개했지만 투자를 꺼렸다”고 말했다.
“해외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요즈마캠퍼스의 목표는 분명하다. “올해 한 기업만 나스닥에 상장하자는 것입니다. 한번 성과가 나면 그 다음부터는 길이 열릴 거라 봅니다. 판교에서 한국 스타트업계의 박지성·김연아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벤처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은 벤처 투자금의 86%가 해외에서 들어온 민간자금”이라며 “정부는 마중물 역할만 해야지 오래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업가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민간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문을 열면서 성공한 중견 벤처들 사이로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즈마캠퍼스 역시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며 “1년 후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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