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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전력은 올해 포브스의 기업평가 글로벌 100대 기업에 진입했다. 2014년 524위에서 2년 만에 427계단을 올라 97위를 기록했다. 세계 전력 시설 분야 순위로는 1위, 아시아 전력 회사로는 사상 최초 기록이다. 한전은 조환익(66) 사장 취임 이후 2013년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더니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 10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조 사장 취임 이후 한전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6월 17일 서울 양재동 한국전력 서초지사 집무실에서 포브스와 만난 조환익 사장이 포즈를 취했다.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 30층 사장 집무실 옆 간부 회의실에는 둥근 원탁형 탁자가 놓여 있다. 10개의 의자로 둘러싸인 탁자의 높이는 어른 무릎보다 낮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 3월 펴낸 『전력투구』에서 ‘2012년 취임 당시 자회사 사장단과 만날 때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으니 원형 테이블로 좌석 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소개한 바로 그 테이블이다. 과거 서울 강남구에 있던 한전 본사의 테이블은 군대처럼 일렬로 도열하듯 앉는 사각형이었다.

조 사장은 ‘간부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테이블 교체를 반대했다. 결국 불같이 화를 내 원탁의 기사가 될 수 있었다’며 취임 당시를 회고했다. 6월 15일, 서울 양재동 한전 서초지사 11층에 있는 사장 집무실 회의 장소에도 마찬가지로 키 작은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조 사장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공공기관장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워크숍과 연계돼 16일 발표된 ‘2015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선 전체 116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중 최상위 등급인 A를 받았다. 지난해 B등급에서 한 단계 뛰었다. 한전으로서는 2009~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 이후 6년 만에 받는 최상위 등급이다. 워크숍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노조를 설득하고 투표 가결을 이끌어 냈다”며 한전이 우수사례로 발표됐다.

한전은 지난 4월 주요 공기업 중 최초로 성과연봉제 도입 찬반 여부를 놓고 노동조합 투표를 진행했다. 조 사장은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예정된 일본 출장을 떠났다. 하지만 투표 전날 회사 간부들이 “신입사원까지도 반대가 압도적이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 사장은 일본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그리고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지난 10년간 조 사장이 공기업 대표로 지내면서 직원들과 ‘감성’ 소통하기 위해 즐겨 쓰던 카드다.

조 사장은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퇴출이 목적이 아니라 성과가 떨어진 부서에 대해 좀 더 생산성을 올리고 오히려 퇴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두 차례 편지를 썼다. 결국 노조 투표에서 57대 43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결됐다.

조환익 사장은 2008~2011년 KOTRA 사장 재임 시절에도 2년 연속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2009년 외국인 투자유치액에서 전년보다 51% 증가한 성과를 거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자 2009년 1월 월평균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이상 떨어지는 시기였다. “수출에는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는 말이 나올 때 조 사장은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쳤다. 조 사장은 9년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로 주로 사자성어로 신년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꺼낸 화두로 감성과 역발상이 어우러진 그만의 경영 비법을 풀어봤다.
 보합대화(保合大和·한마음으로 대화합을)
2014년 7월 뉴욕증권거래소 (NYSE)에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20주년을 맞아 조환익 사장이 현지에서 뉴욕증시 폐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조 사장이 26년간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2001년 자리를 옮긴 곳은 한국산업기술재단이다. 직원이 20명 남짓이던 조직이라 정부 부처 국·과장급이 파견 나올 자리를 차관급이 왔으니 당시 ‘아름다운 용퇴’라고 화제가 됐다.

조 사장은 재단에 3년 가까이 머물면서 조직 규모를 100여 명으로 늘려 재단을 지금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으로 키우는 역할을 했다. 당시 인사총무팀장이었던 김동균 KIAT 기업지원본부장은 “일을 못하거나 성격이 좋지 않은 직원까지 10명이면 10명 끝까지 같이 가도록 이끌어준 감성 리더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어느 조직이나 인재 경영에서 6·3·1법칙을 쓰면 CEO의 능률이 제일 오른다고 하였다. 핵심 인재를 10명으로 꾸려가되 6명은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3명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사람으로, 1명은 영리하지는 않더라도 충성심이 큰 사람이다. 이 마지막 한명은 “매일 너 때문에 죽겠다”며 화풀이하는 편한 대상도 된다. 하지만 조 사장은 “이 사람이야 말로 조직에서 최후의 생산성을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인데다 시간이 지나도 대표를 가장 많이 챙겨준다”고 치켜세운다. 대표의 정서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는 계산도 있다. 직원들은 “6·3·1법칙에는 조 사장이 부족한 사람도 끝까지 챙겨주는 ‘대화합’의 리더십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조 사장은 추진력이 강해 부하직원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시위로 1년 이상 공사가 지체된 곳은 한전 사장 취임 이후 40번 이상 현장을 찾아다니며 마을 주민과 종교인을 설득했다. 2004년 산업자원부 차관 시절에는 복수 차관 자리를 만들기 위해 3~4개월 동안 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며 관철 시켰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 안 되면 부하직원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조 사장은 ‘확대 간부회의’를 ‘학대 간부회의’라 부르며 자학개그로 부하직원들의 마음을 열었다. 직원들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 눈에 띌 때는 전화나 편지로 다독였다. 김동균 본부장은 “지금도 사무실 근처에 들리면 옛 직원들에게 ‘번개’를 제안해 저녁 자리를 갖는다”며 “‘나한테는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야’라며 후배들에게 믿음을 준 리더였기 때문에 조직을 떠나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일신월이(日新月異·날이 갈수록 새로워진다)
2015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스마트그리드 협약식. 한전은 두바이 수전력청에 신재생에너지와 배전자동화 설비 등을 갖춘 스마트그리드를 공급하면서 중동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조 사장은 해외 출장이 있을 때면 4~5권의 책을 챙긴다. 트랜드·경영서·소설에서 공상과학 소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2004~2005년 산업자원부 차관 시절 그를 보좌했던 최연우 주중광저우영사관 상무관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최훈의 『칼의 노래』와 같은 인기 책들도 물어보면 거의 다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해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에게도 홍삼이나 김보다는 책을 선물로 주는 것을 즐겨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공기업 경영 과정을 기록한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2009년), 『우리는 사는 줄에 서 있다』(2011년), 『전력투구』(2016년) 등 저서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도 했다. 유명 작가가 된 비결은 산업자원부 차관보 자리를 던지고 나간 2001년, 한국산업 기술재단 사무총장이 되기 전 공백기간 동안 그는 날마다 글쓰기와 강연으로 자신을 새롭게 단련시킨 데 있다.

“당시 생활이 참 막막했죠. 공무원 생활이 몸에 배인 까닭에 ‘이렇게 막힌 지식을 갖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직장을 그만두면 여러 기업에서 불러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조 사장은 언론 매체에 분량이 적은 기고부터 시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갔다. 지금은 인기 강연자이지만 당시만 해도 1시간 강의를 하다가도 생각이 막혀 중단되는 경험을 할 정도로 서툴렀다. 그는 “신문과 책을 꼼꼼히 보고 강연도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라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나만의 담론이 나오고 전체적인 시각도 생겼다”고 말했다.
 집사광익(集思廣益·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
조 사장은 형식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을 꺼렸다. KOTRA 시절 직원들의 평가는 공항을 몇 번 갔는지, 바이어를 몇 번 만났는지 정량적인 수치로 이뤄졌다. 그는 “나는 일상적인 평가에 반대했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역량을 최대한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 조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안해 낸 평가 체계는 ‘스타 프로젝트’다. 1년 중 시장에 충격을 주거나 강한 브랜드 가치를 개발한 직원에 높은 점수를 주는 평가 방식이다. 이렇게 되자 ‘중동 여성에게 한국 화장품을 파는 비법’과 같은 색다른 프로젝트가 계속 튀어 나왔다. 조 사장은 “스타 프로젝트 시행 뒤 직원들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외부 평가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집사광익은 조 사장이 한전에 부임한 지 한 해를 넘긴 2014년 1월 나왔다. 어느 정도 조직 기반이 다져졌으니 성과를 내야겠다는 의도다. 조 사장은 그해 7년 만에 순이익 1조원 클럽에 복귀하는 성과를 내고 싶었다.

그는 2013년부터 간부급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분과 경영 성과급을 반납하고, 직원 복지 제도도 줄였다. 흑자 전환을 목표로 비상 대책 기구 3개를 가동시켜 아이디어를 모았다. 일부 간부들은 “올해 아무리 노력해도 2000억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 좀 줄인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무리하지 말자”며 말렸다. 하지만 조 사장은 “마른 수건을 짜보자. 1억원이라도 흑자를 내보자”며 직원들의 생각을 모았다. 결국 그해 한전은 2000억 흑자를 냈고, 2014년에는 1조를 기록했다. 조 사장은 “2013년 실무진 말대로 ‘편한 적자’로 남겼다면 2014년 흑자도 장담 못했다. 2013년 기적 같은 흑자는 직원들이 똘똘 뭉친 의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올해 3월 초전도케이블 전력기기 산업화 출정식에서 인사말 하는 조환익 사장.
조 사장이 한전에 부임한 첫 해인 2013년 첫날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당시 조 사장은 시무식 때 공자가 ‘식량과 군사가 없어도 나라를 일으킬 수 있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결코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해 무신 불립을 신년 화두로 던졌다.

그는 2만여 명의 한전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e메일을 주로 활용했다. 전력난으로 매일 절전운동 대민 홍보를 나가야 할 정도로 바빴던 그해 여름 ‘절대로 부하 직원의 휴가를 잘라먹지 말라. 휴가 잘라 먹는 상사는 3대가 저주를 받을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e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 백여 통의 답장이 올라오고 사내 노조 게시판은 ‘입사 뒤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는 글로 가득 찼다.

조 사장은 “과거에 한전 하면 빚덩이 회사라는 인식에 직원들의 자부심이 없었다”며 “조직이 폐쇄적으로 남을 의심하는 문화까지 생겨 이것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에 신년 화두를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임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봤다. 권위주의의 상징인 경영진 전용 엘리베이터를 개방해 누구나 탈 수 있도록 했다. 경영진 출퇴근길 청경들의 거수경례도 없애고 10명이 넘던 비서실 직원도 절반으로 줄였다. 조 사장은 “권위는 필요하지만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한다. 권위주의의 허상 대신 소통의 다리를 놓아 역발상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풍경초(疾風勁草·세찬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강한 풀을 알 수 있다)
KOTRA 임기 마지막해인 2011년 조 사장은 질풍경초를 신년 화두로 던졌다. 2008년 7월 KOTRA 수장으로 부임한 뒤 조 사장은 임기 내내 세찬 바람을 겪어야 했다. 부임 전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수출의 숨통까지 끊어 놓을 기세였다. KOTRA는 전 세계 85개국에 125개 무역관을 가진 수출 최전방을 지키는 조직이다.

“이젠 수출보다 내수를 살려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올 때 조 사장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바이 코리아’를 내세우며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서울로 불러 들였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일본의 기술력 때문에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이 나올 때 그는 오히려 ‘역(逆)샌드위치’를 주장했다. 한국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고 일본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장점을 부각시켰다.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던 윤원석 KOTRA 정보통상 지원본부장은 “처음 바이 코리아를 제안했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에 어떤 바이어가 한국에 찾아오겠냐는 회의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코엑스에서 개최된 ‘2009 바이 코리아’ 행사에는 해외 바이어 1200명이 몰렸다. 환율에 따른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 경기 부흥을 위해 각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윤 본부장은 “남들보다 반 발짝만 빠르게 가자는 게 조 사장의 경영 노하우”라며 “뒤처져서도 안 되지만 선진국의 압박까지 계산해 한 발짝 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절도봉주(絶渡逢舟·끊어진 길에서 배를 만나 위기를 넘긴다)
전남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우뚝 선 한전 본사.
조 사장 인생 최대 위기는 언제였을까. 지난달 15일 인터뷰에서 그는 “중학교 두 번 떨어졌던 게 최대 위기였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5대조부는 고종 황제 시종(수석 비서관)을 지낸 조득림(趙得林)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경복궁 북문 신무문을 재건할 당시 한성부판윤을 지낸 5대조부가 상량문을 쓴 기록도 남아 있다. 할머니의 삼촌은 대한민국 초대 국회의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1894~1956) 선생이다. 집안 식구들은 그에게 “너는 도저히 공직으로는 소질이 없으니 상업학교에 들어가서 은행일 하고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동급생이었던 중학교 선배가 같은 통학 버스를 탈 때면 창피해서 중간에 내리기도 했다.

조 사장은 속으로 “나는 이런 존재가 아니다. 언젠가 나를 보여 줄 때가 있을 거다”라고 이를 갈았다. 그는 “중학교 탈락을 한 것은 위기였지만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대입 시험에서 서울대학교 문리대 2등을 차지할 성적을 내 정치학과로 입학했다. 지난해 6조42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준 서울 강남구 본사 부지 매각도 한전에는 절도봉주에 해당된다. 한전 직원조차 “2014년 현대자동차가 매입가로 10조원을 썼다는 발표가 났을 때 실무자들이 제차 확인까지 했다”고 할 정도였다.

끊어진 길에서 만난 배는 우연이었을까. 조 사장은 “관련 부서 책임자를 바꾸고 위탁 개발에서 일반 매각 방식으로 바꾼 계획에 따라 거둔 성과였다”고 말했다. 공직 생활 중에 공기업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관여해 아무 문제없이 끝난 일을 본 적 없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택이었다. 특히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온비드 시스템’을 적용한 게 주효했다. 온비드 시스템은 개봉하기 직전까지 입찰 가격을 한전을 포함해 아무도 알 수 없는 ‘깜깜이’ 방식이다. 조 사장은 “너도 나도 패를 모르면 베팅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원축록(中原逐鹿·천하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
만년 적자, 빚덩이 공기업의 대명사였던 한전은 올해 포브스 기업평가 글로벌 100대 기업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전력회사 중 유일하게 S&P·무디스·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A를 받았다. 2014년에는 세계은행(World Bank)가 주관한 글로벌 기업 환경평가에서도 전기공급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4~5년 전부터 밀양 송전선로 건설, 전기 요금 현실화, 삼성동 부지 매각 등 굵직한 난제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조 사장은 “에너지 시장을 강타할 초강력 허리케인이 불어오고 있다”고 예견했다.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지능형 송전망이 아우러지는 에너지신산업 시장이 펼쳐진다는 전망이다. 조 사장은 “중원에서 맹수가 사슴을 쫓는데 놓치면 허기진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맹수에 오히려 잡아 먹힌다”며 중원축록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에서 사슴을 쫓으면서도 다른 맹수에 잡아먹히지 않을 무기를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 증진 ▶이산화탄소 포집 등으로 에너지신산업에서 주목 받을 3가지 분야를 꼽았다. 이중 한국이 앞서 나갈 분야를 에너지 효율 증진으로 내다봤다. 조 사장은 “대다수 개도국은 전기 손실률이 20%를 넘는데 한국은 3.5%에 불과하다”며 “에너지 효율 시스템을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게 발전소 몇 개 짓는 것보다 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서해 덕적도와 동해 울릉도에 신재생 에너지와 ESS, 자동조절 관리시스템을 가동해 에너지 자립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한다)
그의 가훈이다. 친동생인 조환복 새마을운동중앙회 국제협력위원장(전 주멕시코 대사)는 “경기도 양주 집안 선산에서 가족모임을 할 때마다 집안 조상이 대대로 공직을 하던 분이라 자연스럽게 국가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사장도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에서 ‘2008년 수출보험공사 사장 시절 국교도 맺지 않은 쿠바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태극기를 꽂히고, 수출 활로가 뚫리자 눈시울이 뜨거워진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항상 가족과 국가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국적을 버리라고도 조언한다. 한국 브랜드를 버리고 철저한 현지화를 해야만 낯선 시장으로 뚫고 한국 상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40년 이상 한국의 대표 상품과 수출을 고민했던 그에게 한국인은 밖으로 뛰어야 살 수 있는 운명이다. KOTRA 사장 시절에는 직원들에게 “홍콩 김 씨나 시드니 박 씨가 되어도 좋으니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국경 개념이 사라지는 시대다. 외국 근로자가 시골에서도 두 집 걸러 한 명씩 사는 마당에 단일 민족, 한 핏줄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조 사장은 한전 3년 임기를 끝내고 1년 연임됐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연임은 1년 단위로 수차례 이어갈 수 있다. 조 사장에게 “국가를 위해 정치인으로 일할 생각은 없나?” 고 물었다. 그는 “하려면 벌써 했다. 내가 왜 거기 가서 신입생으로 일하나. 전세계를 돌아다녀본 경험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나 극본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글 김민상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박스기사] 2015년 한국전력 주요 성과
· 사상 최대 당기 순이익 : 10조1600억원 (전년대비 9조원 증가)
· 비용 절감 : 5800억원
· 구입전력비 절감 : 5000억원
· 해외 사업 수익성 제고 : 1500억원
· 지분 매각 등 : 1700억원
·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 6조 4200억원
· 유가하락, 예비율 상승 등 대외 여건 : 2조 34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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