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가&혁신가 | 광고기업 상화 정범준 대표] 생각하면 곧바로 실행한다
[창조가&혁신가 | 광고기업 상화 정범준 대표] 생각하면 곧바로 실행한다

“창업 후 1년 반 동안 일이 전혀 없었어요. 기발한 특허 하나면 돈방석에 앉을 줄 알았습니다. 특허는 등록보다 사용료를 받기 위한 영업이 중요하단 걸 몰랐죠.” 운영자금이 바닥날 때쯤 정 대표는 USB 200개를 구매해 무작정 하루 5곳을 정해 광고주를 찾아 다니며 일감을 구했다. 변화를 모색할 기회를 찾은 건 201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정 대표는 이곳에서 상화의 비전을 발견했다. “다들 콘텐트 자체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콘텐트를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정 대표는 심리서적을 읽으며 방법을 찾았다. 그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사물에 일단 시선을 빼앗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고정된 스크린을 움직이면 사람들이 주목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는 곧장 로봇 전시회가 열리는 독일에 가서 산업용 로봇 한대를 구매했다. 로봇 가격 1억원을 지불하고 나니 회사 통장 잔고는 거의 비었다. “저는 생각하면 바로 실행해야 하는 성격입니다. 고정된 화면을 시청자가 외면하듯 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클라이언트는 떠난다고 생각했죠.”
산업용 로봇을 변형해 LED패널을 설치해 보기도 하고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도 진행했다. “2009년 경기도 동탄에 마련한 80평 규모의 미디어 실험실에서 로봇을 활용한 촬영과 영상 퍼포먼스를 연구했습니다.” 로봇을 이용한 영상물은 기대보다 만족스러웠다. 자신감이 생긴 정 대표는 해외 기업에 e메일을 보냈다. ‘로봇으로 촬영하고 로봇 퍼포먼스로 귀사 콘텐트의 주목도를 높입니다.’
굳이 국내가 아닌 해외 기업에 e메일을 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싶었어요. 메일을 보내고 답변 오기 전에 곧장 해외로 사업 수주하러 간다며 나갔습니다.” 먼저 러시아·중국 기업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다음은 두바이. 다행히 두바이 최대 통신사인 DU MOBILE이 관심을 보였다. “로비에서 3시간을 기다리다 안 될 것 같아 일어나려는데 내려오더군요. 그날 부사장까지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콘텐트 빛나게 만들 방법 고민
매버릭을 통해 상화는 사람이 촬영할 수 없는 각도, 카메라 이동 속도를 구현했다. 가령 물방울이 연속으로 떨어지거나 화염이 폭발하는 순간, 다양한 색상의 가루가 퍼져나가는 순간 등 찰나를 2.5m/s 속도로 움직이며 촬영할 수 있다. 지난해 상화는 이 기술로 삼성전자 커브드UHD 화질데모 영상을 만들어 ‘2015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로봇을 도입한 게 분명 큰 전환점이긴 했지만 2009년부터 상화는 3D 촬영, 드론 등을 직접 만들며 연구했습니다.”
정 대표의 말처럼 광고 시장에서 상화의 존재감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현대차가 17년 만에 내놓은 트럭 ‘올뉴마이티’가 로봇 팔에 설치된 4개의 LED 패널 속 영상과 조화를 이루며 소개된 것이다. 당시 업계에선 “최근 제품 출시 행사 중 가장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퍼포먼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봇과 함께 상화가 공들여온 VR기술도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난 2월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6 MWC 행사장에 모인 5000여 명이 상화가 만든 VR콘텐트로 삼성의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7를 접했다. 세계 최초로 VR 프리젠테이션을 경험한 사람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고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가 여기저기 나왔다. 상화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상화와 손잡고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
매버릭의 성능은 4월에 열린 20대 총선에서도 입증됐다. MBC 선거개표방송에서 LED패널을 팔에 단 상화의 로봇 스크린이 실시간 개표 현황 화면을 전달한 것. 로봇 스크린을 이용한 생방송은 세계 최초의 실험이었다. 정 대표는 “매버릭을 통한 로봇 제어 기술이 생방송에서도 안정적으로 구현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상화는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 연락사무소 개념의 사무실을 설립했다. 상화의 첫 해외 사무실이다. 상화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광고 제작 문의가 많아 설립했다”고 말했다.
20대 총선 개표방송에서 로봇 스크린 인기
광고기업이 이 많은 로봇과 기술을 어떻게 보여주려고 할까. 정 대표는 “로봇과 VR, 3D영상을 접목한 클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이 좋을 듯싶어 물색하고 있다. 로봇VR을 이용한 테마파크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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