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은 산업도시? No 관광·레저의 도시다
창원은 산업도시? No 관광·레저의 도시다
안상수 창원시장, 창원~거제~여수·순천 등 잇는 ‘남해안 다도해 신 관광벨트’ 구축… 문화자산에 스토리를 입혀 관광자원화하고 광역시 승격으로 제2의 도약 준비 안상수(71) 창원시장은 공직사회와 중앙 정치권을 두루 섭렵한 뒤 고희의 나이에 고향인 창원에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일한다. 창원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고 소개하는 안 시장은 “나이 들어 고향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연어의 회귀본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게 창원은 뭔가 보답하고 떠나야 할 부채의식을 갖게 하는 도시인 듯하다.
창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공업육성 차원에서 건립된 계획도시다. 1973년 남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기계공업기지로 건설됐다. 도심을 시원스레 가르는 창원대로는 국내 최장의 직선도로로 13.5㎞의 전 구간이 굴곡이 전혀 없는 일(一)자형으로 뻗어 있다. 1970년대 자주국방이 강조되던 시절 전시에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일직선으로 설계됐다. 2010년 7월 1일 이웃하던 진해, 마산, 창원 3개시가 통합한 전국 최초의 자율통합시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에 안 시장은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각오다. ‘창원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10년은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첨단산업 도시로, 장기적으로는 관광산업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0년은 기계공업이 창원시를 먹여 살렸지만 이제는 324㎞의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선을 가진 진해, 마산만의 바다가 통합 창원시의 미래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올해 3대 시정 중 하나로 ‘문화예술특별시’ 조성을 내세웠다. 문화자산에 스토리를 입혀 관광자원화하고 문화예술 기반을 넓혀 ‘예향의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기계도시 창원이 관광도시, 예술도시로?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안 시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원시의 미래는 광역시 승격에 있다고 했다. 언뜻 보면 어렵고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상을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걸까? 지난 6월 7일 창원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시정 방향과 변화할 창원의 청사진을 들었다.
관광도시 창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창원만 봐선 곤란하다. 남해를 보라. 창원을 시작으로 여수에 이르기까지 다도해, 한려수도가 있지 않나.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 파도가 일지 않는 잔잔한 물결이 어우러진 천혜의 해양 관광자원을 아우르는 남해에 창원이 있다. 창원시가 끼고 있는 해안선 길이는 324㎞에 이른다. 남해안 다도해의 절경을 토대로 부산~창원~거제~여수·순천 등을 잇는 ‘남해안 다도해 신 관광벨트’ 구축에도 전력을 다한다. 앞으로 세계 해양관광의 중심으로 지중해, 카리브해, 한국의 남해안이 될 것이다. 창원에 요트 산업을 일으켜 해양관광시대를 열겠다.
마리나 시설 건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창원시와 세계적인 마리나 기업인 스페인 IPM과 국내 마리나 개발·운영 기업 CKIPM은 마산해양신도시 일원에 800척 규모의 마리나 시설을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진해구 명동지역에 조성 중인 300척 규모의 계류장과 함께 창원시 일원에 국내 최대 규모인 1100여 척의 요트 계류장이 조성된다.
계류장이 조성되면 창원시에 새 성장동력이 움틀까?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건축물을 세워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 이를 계기로 침체되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물론 통합창원시의 경제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유명한 건축물 하나가 도시 전체를 바꾸는 시대다. 주력산업의 쇠퇴로 버려진 섬이었다가 세계 7대 관광지로 도약한 일본 ‘이누지마’ ‘나오시마’의 기적에도 랜드마크인 미술관이 있었다.
마산해양신도시의 미래 모습은?
세계적 수준의 아트센터와 복합마리나시티가 양대 축이다. 먼저 마산해양신도시에 구겐하임미술관 수준의 아트센터를 유치해 ‘예술·관광의 섬’ 조성 아이템을 찾을 것이다. 주력산업의 위축으로 경제가 악화됐던 스페인 빌바오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구겐하임미술관’을 중심으로 도시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해 관광 도시로 거듭났다. 빌바오시의 도시 재생 사례를 우리시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스페인 빌바오시는 어떻게 부활했나.
지난 4월 빌바오를 가봤다.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발전하게 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기계공업의 하향세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우리 시에 시사하는 바도 컸다. 빌바오는 과거에 번영을 누렸지만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가 황폐화하고 큰 홍수까지 덮쳤다. 빌바오가 속한 바스크 주가 시에 투자를 했다. 황폐화된 산업과 도시시설 재생에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문화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연간 약 11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이 중 외국인이 90%에 이른다. 호텔 수십 곳이 새로 들어서고 여행사, 식당 등 관련 산업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구겐하임미술관 하나로 도시가 부흥했다. 그 경제효과는 수조원에 이르고 약 5000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도시재생이 문화와 관광으로부터 시작되는 생생한 사례다.
마산해양신도시와 관련해 국내 최초로 인공섬이 조성된다고 들었다.
마산만이 호수와 같이 잔잔한 바다로 해양레저를 즐기기에 안전하고, 주변에 아기자기한 섬들이 있는 천혜의 경관으로 마리나 사업의 최적지로 주목받는다. 개항 117주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항에 국내 최초로 인공섬에 조성되는 마산해양신도시는 현재 50% 공정률에 2018년 매립공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 2023년까지 해상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문화, 비즈니스, 관광, 해양레저가 어우러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문화관광지가 될 것이다.안 시장은 창원 마산 앞바다에는 각양각색의 섬들이 있고 물이 깊은 만속으로 들어와 있어 물결이 호수처럼 잔잔하다고 설명했다. 세계 어디 가도 보기 힘든 풍경이라는 것이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16년간의 의정활동을 하면서 60여 개국을 방문했다. 외국의 바다는 수평선이 단조롭다면서 그는 “많은 곳을 둘러 고향으로 40년 만에 와서 이것이 귀중한 관광자산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적 창원의 기억이랄까 안 시장 개인의 정서적 배경도 작용하는 듯하다.
서울대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나게 됐다. 40여 년간 타지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랑했다. 이은상 선생이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가고파’라는 시를 지었을 만큼 고향은 아름다운 곳이다. 고등학교 때 기억이 많다. 무학산 기슭에 포근히 자리 잡은 우리 학교(마산고)는 멀리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봄이 되면 교정에 만발한 벚꽃이 백설처럼 흩날리는 그 아름다운 정경에 취해 방과 후에도 집에 갈 줄 몰랐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조용한 바다는 여름날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상쾌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갯벌에서 게를 잡다 보면 해가 언제 졌는지도 모른다. 이런 기억들은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문화예술특별시’는 어떤 콘셉트인가?
‘문화예술로 도약하는 큰 창원’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김종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재조명하고 김종영 조각공원 및 미술관, 그리고 마산문화원 건립에 관한 기본계획을 세웠다. 경남 최초로 창원시 근대 건조물 및 특화거리를 지정하고 창원 3대 축제(진해군항제, 마산가고파국화축제, K-팝 월드페스티벌)를 국가적 이벤트로 격상시킨다는 포부다. 영상산업 활성화 지원, 촬영지 관광명소화, 진동리 유적 종합정비사업 준공, 청동기시대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문화와 예술이 생동하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그 연장선에서 주남호를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청사진이 궁금하다.
주남호는 전국에서 매년 100만 명이나 찾는 천혜의 생태환경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 7000마리 정도 밖에 없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200여 마리가 매년 겨울에 주남호를 찾아 월동한다. 이것은 주남호가 세계적인 생태 보고라는 증거다. 주남호의 생태계를 지키면서 관광도 할 수 있도록 5~10㎞ 정도 떨어진 곳에 관람시설을 준비할 참이다. 습지와 생태를 보전하면서 관광수입을 올리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가꿔나가겠다.
창원하면 가장 촉망받는 산업도시, 강소도시 아닌가?
창원은 여태껏 기계공업으로 번창한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시장으로 부임해 창원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니 기술 분야는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오거나 어떤 것은 앞서고 있더라. 일본은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데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IT 산업과 자동차로 이동하고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주력 산업인 기계·철강·조선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기계공업을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서비스산업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중에서도 관광산업에 힘을 쏟는다. 첨단산업과 관광산업을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는 산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설립 40년의 창원국가산업단지는 2013년 11월 구조고도화 확산단지, 2014년 3월에는 혁신 대상단지로 선정됐다. 또 지난 4월 산업부로부터 구조고도화사업 승인 고시를 받았다. 이 사업에는 2023년까지 21개 사업에 총 852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창원시는 첨단산업 집적단지와 융복합집적을 통한 공간조성과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센터, 사물인터넷 활용 등 기술고도화 사업, 일터·배움터·놀이터가 공존하는 행복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요즘 산업구조조정이 화두다. 조선·해운·정유·건설·철강 등 5개 업종이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창원시는 어떤가?
조선·철강업의 비중이 높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조선 산업이 큰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이곳에 본사를 둔 STX조선해양의 정상화 지원을 정부에 세 번이나 청원하는 등 많은 노력에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 안타깝다.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창원 전반에 미칠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가 300개사에 관련 직원만 1만 명이다. 지난 5월에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고, 특별고용업종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자체적으로 중소기업육성자금 200억원을 긴급 확보해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등에 경영안정자금으로 지원한다. 또한 실직자 맞춤형 취업컨설팅 지원 프로그램 운영으로 실직자 재취업 훈련 및 창업지원사업도 확대 실시한다. 민관합동으로 30명 규모의 전담팀(구조조정, 일자리창출 등 2개 팀)을 운영하는 등 취약업종 지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16년도 수소차 보급 활성화 계획 중점보급도시’로 선정됐다. 수소차 관련 산업에 어떤 변화가 오고 있나?
창원에는 수소차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공장 105개와 생산가능업체 535개가 가동 중이다. 협력업체만도 2500여 개나 된다. 수소산업은 단순한 친환경차 보급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소차·충전소 중점 보급도시’로 선정되는 등 정부와 수소차 생산업체 전문가들은 창원을 수소산업 활성화의 최적지로 본다. 지난해 ‘스테이션’ 구축을 위한 국비 15억원과 ‘수소연료전지차량’ 구입보조금 11억2700만원을 확보해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올해 충전소 1개소와 관용차량 20대를 수소차로 구입할 계획이다. 특히 미래 핵심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산업 선점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2010년 통합 창원시가 출범했다. 2기 시장으로 통합의 긍·부정의 효과를 설명해달라.
창원은 2010년 7월 인근의 3개 시가 통합하면서 인구, 면적, 수출, 지역내총생산(GRDP) 등에서 대한민국 8대 도시의 규모를 갖추는 대도시로 발돋움했다. 따라서 광역시 요건을 충족하게 됐고 당장 승격해도 중간정도는 갈 역량을 갖췄다. 이 같은 대도시를 만들었으면 행정적·재정적 권한과 자치권을 줘 경쟁력을 키웠어야 했다. 당초 통합과 동시에 광역시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못내 아쉽다. 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때부터 기초, 광역, 중앙의 3단계 행정 구조를 선진국처럼 2단계로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을 40~50개의 광역시로 만들고 도는 자연스럽게 소멸시켜 소지역주의 같은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행정구역통합의 의미가 있다.
창원은 광역시 승격을 추진 중이다. 그 요건은 무엇이며 창원시는 어떤 요건을 갖췄나?
창원은 마산시, 진해시,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자율통합하면서 통합창원시가 됐다. 인구 107만 명, 면적 747㎢, 수출 177억 달러, GRDP 36조원이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고 GRDP는 대전·광주 광역시보다 크고 전라북도, 강원도와 비슷하다.
경기도에도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메머드 지자체가 있다.
도시의 규모를 가늠하는 인구, 면적, GRDP 등 모든 면에서 광역시 요건을 충족시키는 도시는 창원밖에 없다. 인구 100만이 넘는 경기도의 도시들은 이런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최근 수원시에서 광역시 승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이들 도시와 연대도 생각한다.
안 시장은 지금 세계는 국가가 아니라 도시 간의 경쟁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창원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고, 기초지자체에 머물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는 논리였다. 그는 “창원광역시로 승격해 첨단 산업과 관광 산업을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미래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광역시 승격 문제에 경남도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경남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창원시 발전을 위해서는 경남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직원들한테도 도청 공무원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한다. 서로 소통이 원활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고 업무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 광역시로 승격하면 창원의 발전이 경남으로 이어지고, 경남 서부권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해, 진주 등 경남도 전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경남도와 윈윈효과를 낼 수 있다.
창원시가 광역시로 떨어져나가면 경남도 위상의 하락과 지역 공동화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그건 반대를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 경남도는 도세 위축을 표면적으로 내세운다. 창원이 광역시로 승격하더라도 경남도는 전국 8개 도 중에서 인구는 3위, GRDP 5위, 예산 4위를 유지할 수 있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할 때도 같은 이유로 극심한 반대를 했었다. 결과적으로 경남은 창원을 비롯해 김해, 거제 등 새로운 발전 축을 통해 성장해 왔고, 울산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우뚝 섰다. 창원의 광역시 승격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울 때 규제개혁은 하나의 청량제로 기능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창원시의 노력은?
기업들을 돕고자 ‘창원의 생명줄인 기업을 섬긴다’는 자세로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시행한다. 대표적으로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대못 규제를 뽑는 성과도 거뒀다. ‘대형중량화물 운송로’ 확보가 그것이다. 기업들이 마산항 부두로 대형중량화물을 옮기려면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데도 30여 년 가까이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담팀을 꾸려 교통 구조물을 개선하고 진입도로를 확장했다.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10년 동안 공장 증설을 못해 애간장을 태우던 기업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그리고 국무총리 주재 규제개혁 간담회에도 거듭 건의해 창원시의 요구가 반영되는 결실을 거뒀다.
창원시가 국제도시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내딛고 있는데 그 성과는?
우선 투자유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난해 5월 국제투자유치자문관 운영규정을 제정했고 10월에는 미주 기업인 12명, 올해 1월 중국 현지기업인 11명을 자문관으로 위촉했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섰던 ‘세계한상대회’의 2017년 대회를 유치하는 쾌거도 이뤘다. 세계 지방정부와의 관계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친화도시’가 될 것임을 선포했고, 4월에는 중국 지방정부 10곳과 경제·관광 협력 컨퍼런스도 개최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스페인 빌바오 시와 우호협력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중국의 위남, 남통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연태시 등 4개 도시와 우호의향 MOU를 체결하는 등 총 9개국 27개 도시와 우호·협력관계를 다졌다. 앞으로 중국 22개성의 도시들과 손잡고 문화·관광·학생·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일본·미국·유럽 등지의 지방정부로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새누리당 당대표 외부인사 영입해 분열 막아야
1946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태어난 안상수 창원시장은 1975년 사법 시험에 합격, 검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주·대구·마산·서울지검 검사를 거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을 역임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 후보로 당선된 그는 18대까지 내리 4선을 달렸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 최고위원과 원내대표(2회)를 역임하는 등 중앙 정치권 주역으로 활동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에 당선됐다.
이력이 말해주듯 그의 중앙정치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부산·경남·울산(PK) 지역의 자치단체장으로서 나름의 판세 분석도 했다.
안 시장은 언젠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김무성 전 대표를 제외하곤 변변한 PK 주자가 없는 현실과 맥을 같이한다. 안 시장은 대선후보 경선 참여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앙정치와 담을 쌓고 지내진 않는다”면서 “내년 정치 지형을 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내년 초 여러 상황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는 역사적 역할을 다했으며 내각책임제로 가야 한다”고 개헌 문제를 언급했다. “내각제로 가는 게 이르면 중간 단계로 ‘이원정부제’(이원집정부제)를 거치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난 중앙정치에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낸 그는 내년 대선에서도 PK표가 판세를 크게 좌우한다는 이른바 ‘PK결정론’에 공감했다. 그는 “인구가 800만에 달하는 PK는 표의 집중성이 강해 대세를 좌우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 대선도 PK가 좌우할 것이다.”
보수진영에 PK주자가 없어 내년 대선이 불리하다는 일각의 분석에 그는 “보수진영에서 PK가 대통령이 된 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그 외에는 다른 지역 출신이 보수진영의 후보로 나와 당선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PK 표심이 대세를 좌우하지만 PK 후보가 없다고 해서 대선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진 않는다는 말로 해석된다. 다만 야권에서 PK 대선 주자가 나오면 여권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진단에는 수긍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PK에서 비(非)새누리당 후보가 13명이나 당선된 것을 두고는 “내가 봐도 PK가 야성화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새누리당 소속 기초단체장으로서 PK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PK 지역 큰 도시에서는 40% 이상이 야당에 표를 줬다. 새누리당 공천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다른 당에 투표하거나 기권한 결과다. 이번 총선의 현상을 갖고 내년 대선이 어떠하리라 단정하기에는 좀 이르다. 새누리당이 정신 차려서 제대로 된 후보를 내면 또 달라진다.”
안 시장은 새누리당이 변화의 상징으로 새누리당 당대표에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이 또 다시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려 싸운다면 회복하기 힘든 분열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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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연어의 회귀본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게 창원은 뭔가 보답하고 떠나야 할 부채의식을 갖게 하는 도시인 듯하다.
창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공업육성 차원에서 건립된 계획도시다. 1973년 남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기계공업기지로 건설됐다. 도심을 시원스레 가르는 창원대로는 국내 최장의 직선도로로 13.5㎞의 전 구간이 굴곡이 전혀 없는 일(一)자형으로 뻗어 있다. 1970년대 자주국방이 강조되던 시절 전시에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일직선으로 설계됐다. 2010년 7월 1일 이웃하던 진해, 마산, 창원 3개시가 통합한 전국 최초의 자율통합시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에 안 시장은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각오다. ‘창원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10년은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첨단산업 도시로, 장기적으로는 관광산업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0년은 기계공업이 창원시를 먹여 살렸지만 이제는 324㎞의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선을 가진 진해, 마산만의 바다가 통합 창원시의 미래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올해 3대 시정 중 하나로 ‘문화예술특별시’ 조성을 내세웠다. 문화자산에 스토리를 입혀 관광자원화하고 문화예술 기반을 넓혀 ‘예향의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기계도시 창원이 관광도시, 예술도시로?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안 시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원시의 미래는 광역시 승격에 있다고 했다. 언뜻 보면 어렵고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상을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걸까? 지난 6월 7일 창원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시정 방향과 변화할 창원의 청사진을 들었다.
관광도시 창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창원만 봐선 곤란하다. 남해를 보라. 창원을 시작으로 여수에 이르기까지 다도해, 한려수도가 있지 않나.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 파도가 일지 않는 잔잔한 물결이 어우러진 천혜의 해양 관광자원을 아우르는 남해에 창원이 있다. 창원시가 끼고 있는 해안선 길이는 324㎞에 이른다. 남해안 다도해의 절경을 토대로 부산~창원~거제~여수·순천 등을 잇는 ‘남해안 다도해 신 관광벨트’ 구축에도 전력을 다한다. 앞으로 세계 해양관광의 중심으로 지중해, 카리브해, 한국의 남해안이 될 것이다. 창원에 요트 산업을 일으켜 해양관광시대를 열겠다.
마리나 시설 건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창원시와 세계적인 마리나 기업인 스페인 IPM과 국내 마리나 개발·운영 기업 CKIPM은 마산해양신도시 일원에 800척 규모의 마리나 시설을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진해구 명동지역에 조성 중인 300척 규모의 계류장과 함께 창원시 일원에 국내 최대 규모인 1100여 척의 요트 계류장이 조성된다.
계류장이 조성되면 창원시에 새 성장동력이 움틀까?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건축물을 세워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 이를 계기로 침체되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물론 통합창원시의 경제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유명한 건축물 하나가 도시 전체를 바꾸는 시대다. 주력산업의 쇠퇴로 버려진 섬이었다가 세계 7대 관광지로 도약한 일본 ‘이누지마’ ‘나오시마’의 기적에도 랜드마크인 미술관이 있었다.
마산해양신도시의 미래 모습은?
세계적 수준의 아트센터와 복합마리나시티가 양대 축이다. 먼저 마산해양신도시에 구겐하임미술관 수준의 아트센터를 유치해 ‘예술·관광의 섬’ 조성 아이템을 찾을 것이다. 주력산업의 위축으로 경제가 악화됐던 스페인 빌바오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구겐하임미술관’을 중심으로 도시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해 관광 도시로 거듭났다. 빌바오시의 도시 재생 사례를 우리시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스페인 빌바오시는 어떻게 부활했나.
지난 4월 빌바오를 가봤다.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발전하게 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기계공업의 하향세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우리 시에 시사하는 바도 컸다. 빌바오는 과거에 번영을 누렸지만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가 황폐화하고 큰 홍수까지 덮쳤다. 빌바오가 속한 바스크 주가 시에 투자를 했다. 황폐화된 산업과 도시시설 재생에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문화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연간 약 11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이 중 외국인이 90%에 이른다. 호텔 수십 곳이 새로 들어서고 여행사, 식당 등 관련 산업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구겐하임미술관 하나로 도시가 부흥했다. 그 경제효과는 수조원에 이르고 약 5000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도시재생이 문화와 관광으로부터 시작되는 생생한 사례다.
마산해양신도시와 관련해 국내 최초로 인공섬이 조성된다고 들었다.
마산만이 호수와 같이 잔잔한 바다로 해양레저를 즐기기에 안전하고, 주변에 아기자기한 섬들이 있는 천혜의 경관으로 마리나 사업의 최적지로 주목받는다. 개항 117주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항에 국내 최초로 인공섬에 조성되는 마산해양신도시는 현재 50% 공정률에 2018년 매립공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 2023년까지 해상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문화, 비즈니스, 관광, 해양레저가 어우러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문화관광지가 될 것이다.안 시장은 창원 마산 앞바다에는 각양각색의 섬들이 있고 물이 깊은 만속으로 들어와 있어 물결이 호수처럼 잔잔하다고 설명했다. 세계 어디 가도 보기 힘든 풍경이라는 것이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16년간의 의정활동을 하면서 60여 개국을 방문했다. 외국의 바다는 수평선이 단조롭다면서 그는 “많은 곳을 둘러 고향으로 40년 만에 와서 이것이 귀중한 관광자산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적 창원의 기억이랄까 안 시장 개인의 정서적 배경도 작용하는 듯하다.
서울대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나게 됐다. 40여 년간 타지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랑했다. 이은상 선생이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가고파’라는 시를 지었을 만큼 고향은 아름다운 곳이다. 고등학교 때 기억이 많다. 무학산 기슭에 포근히 자리 잡은 우리 학교(마산고)는 멀리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봄이 되면 교정에 만발한 벚꽃이 백설처럼 흩날리는 그 아름다운 정경에 취해 방과 후에도 집에 갈 줄 몰랐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조용한 바다는 여름날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상쾌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갯벌에서 게를 잡다 보면 해가 언제 졌는지도 모른다. 이런 기억들은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문화예술특별시’는 어떤 콘셉트인가?
‘문화예술로 도약하는 큰 창원’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김종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재조명하고 김종영 조각공원 및 미술관, 그리고 마산문화원 건립에 관한 기본계획을 세웠다. 경남 최초로 창원시 근대 건조물 및 특화거리를 지정하고 창원 3대 축제(진해군항제, 마산가고파국화축제, K-팝 월드페스티벌)를 국가적 이벤트로 격상시킨다는 포부다. 영상산업 활성화 지원, 촬영지 관광명소화, 진동리 유적 종합정비사업 준공, 청동기시대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문화와 예술이 생동하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그 연장선에서 주남호를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청사진이 궁금하다.
주남호는 전국에서 매년 100만 명이나 찾는 천혜의 생태환경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 7000마리 정도 밖에 없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200여 마리가 매년 겨울에 주남호를 찾아 월동한다. 이것은 주남호가 세계적인 생태 보고라는 증거다. 주남호의 생태계를 지키면서 관광도 할 수 있도록 5~10㎞ 정도 떨어진 곳에 관람시설을 준비할 참이다. 습지와 생태를 보전하면서 관광수입을 올리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가꿔나가겠다.
창원하면 가장 촉망받는 산업도시, 강소도시 아닌가?
창원은 여태껏 기계공업으로 번창한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시장으로 부임해 창원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니 기술 분야는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오거나 어떤 것은 앞서고 있더라. 일본은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데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IT 산업과 자동차로 이동하고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주력 산업인 기계·철강·조선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기계공업을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서비스산업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중에서도 관광산업에 힘을 쏟는다. 첨단산업과 관광산업을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는 산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설립 40년의 창원국가산업단지는 2013년 11월 구조고도화 확산단지, 2014년 3월에는 혁신 대상단지로 선정됐다. 또 지난 4월 산업부로부터 구조고도화사업 승인 고시를 받았다. 이 사업에는 2023년까지 21개 사업에 총 852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창원시는 첨단산업 집적단지와 융복합집적을 통한 공간조성과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센터, 사물인터넷 활용 등 기술고도화 사업, 일터·배움터·놀이터가 공존하는 행복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요즘 산업구조조정이 화두다. 조선·해운·정유·건설·철강 등 5개 업종이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창원시는 어떤가?
조선·철강업의 비중이 높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조선 산업이 큰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이곳에 본사를 둔 STX조선해양의 정상화 지원을 정부에 세 번이나 청원하는 등 많은 노력에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 안타깝다.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창원 전반에 미칠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가 300개사에 관련 직원만 1만 명이다. 지난 5월에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고, 특별고용업종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자체적으로 중소기업육성자금 200억원을 긴급 확보해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등에 경영안정자금으로 지원한다. 또한 실직자 맞춤형 취업컨설팅 지원 프로그램 운영으로 실직자 재취업 훈련 및 창업지원사업도 확대 실시한다. 민관합동으로 30명 규모의 전담팀(구조조정, 일자리창출 등 2개 팀)을 운영하는 등 취약업종 지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16년도 수소차 보급 활성화 계획 중점보급도시’로 선정됐다. 수소차 관련 산업에 어떤 변화가 오고 있나?
창원에는 수소차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공장 105개와 생산가능업체 535개가 가동 중이다. 협력업체만도 2500여 개나 된다. 수소산업은 단순한 친환경차 보급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소차·충전소 중점 보급도시’로 선정되는 등 정부와 수소차 생산업체 전문가들은 창원을 수소산업 활성화의 최적지로 본다. 지난해 ‘스테이션’ 구축을 위한 국비 15억원과 ‘수소연료전지차량’ 구입보조금 11억2700만원을 확보해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올해 충전소 1개소와 관용차량 20대를 수소차로 구입할 계획이다. 특히 미래 핵심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산업 선점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2010년 통합 창원시가 출범했다. 2기 시장으로 통합의 긍·부정의 효과를 설명해달라.
창원은 2010년 7월 인근의 3개 시가 통합하면서 인구, 면적, 수출, 지역내총생산(GRDP) 등에서 대한민국 8대 도시의 규모를 갖추는 대도시로 발돋움했다. 따라서 광역시 요건을 충족하게 됐고 당장 승격해도 중간정도는 갈 역량을 갖췄다. 이 같은 대도시를 만들었으면 행정적·재정적 권한과 자치권을 줘 경쟁력을 키웠어야 했다. 당초 통합과 동시에 광역시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못내 아쉽다. 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때부터 기초, 광역, 중앙의 3단계 행정 구조를 선진국처럼 2단계로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을 40~50개의 광역시로 만들고 도는 자연스럽게 소멸시켜 소지역주의 같은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행정구역통합의 의미가 있다.
창원은 광역시 승격을 추진 중이다. 그 요건은 무엇이며 창원시는 어떤 요건을 갖췄나?
창원은 마산시, 진해시,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자율통합하면서 통합창원시가 됐다. 인구 107만 명, 면적 747㎢, 수출 177억 달러, GRDP 36조원이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고 GRDP는 대전·광주 광역시보다 크고 전라북도, 강원도와 비슷하다.
경기도에도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메머드 지자체가 있다.
도시의 규모를 가늠하는 인구, 면적, GRDP 등 모든 면에서 광역시 요건을 충족시키는 도시는 창원밖에 없다. 인구 100만이 넘는 경기도의 도시들은 이런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최근 수원시에서 광역시 승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이들 도시와 연대도 생각한다.
안 시장은 지금 세계는 국가가 아니라 도시 간의 경쟁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창원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고, 기초지자체에 머물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는 논리였다. 그는 “창원광역시로 승격해 첨단 산업과 관광 산업을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미래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광역시 승격 문제에 경남도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경남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창원시 발전을 위해서는 경남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직원들한테도 도청 공무원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한다. 서로 소통이 원활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고 업무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 광역시로 승격하면 창원의 발전이 경남으로 이어지고, 경남 서부권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해, 진주 등 경남도 전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경남도와 윈윈효과를 낼 수 있다.
창원시가 광역시로 떨어져나가면 경남도 위상의 하락과 지역 공동화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그건 반대를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 경남도는 도세 위축을 표면적으로 내세운다. 창원이 광역시로 승격하더라도 경남도는 전국 8개 도 중에서 인구는 3위, GRDP 5위, 예산 4위를 유지할 수 있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할 때도 같은 이유로 극심한 반대를 했었다. 결과적으로 경남은 창원을 비롯해 김해, 거제 등 새로운 발전 축을 통해 성장해 왔고, 울산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우뚝 섰다. 창원의 광역시 승격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울 때 규제개혁은 하나의 청량제로 기능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창원시의 노력은?
기업들을 돕고자 ‘창원의 생명줄인 기업을 섬긴다’는 자세로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시행한다. 대표적으로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대못 규제를 뽑는 성과도 거뒀다. ‘대형중량화물 운송로’ 확보가 그것이다. 기업들이 마산항 부두로 대형중량화물을 옮기려면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데도 30여 년 가까이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담팀을 꾸려 교통 구조물을 개선하고 진입도로를 확장했다.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10년 동안 공장 증설을 못해 애간장을 태우던 기업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그리고 국무총리 주재 규제개혁 간담회에도 거듭 건의해 창원시의 요구가 반영되는 결실을 거뒀다.
창원시가 국제도시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내딛고 있는데 그 성과는?
우선 투자유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난해 5월 국제투자유치자문관 운영규정을 제정했고 10월에는 미주 기업인 12명, 올해 1월 중국 현지기업인 11명을 자문관으로 위촉했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섰던 ‘세계한상대회’의 2017년 대회를 유치하는 쾌거도 이뤘다. 세계 지방정부와의 관계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친화도시’가 될 것임을 선포했고, 4월에는 중국 지방정부 10곳과 경제·관광 협력 컨퍼런스도 개최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스페인 빌바오 시와 우호협력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중국의 위남, 남통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연태시 등 4개 도시와 우호의향 MOU를 체결하는 등 총 9개국 27개 도시와 우호·협력관계를 다졌다. 앞으로 중국 22개성의 도시들과 손잡고 문화·관광·학생·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일본·미국·유럽 등지의 지방정부로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박스기사] 안상수 시장의 중앙정치 관전평 - “다음 대선도 PK가 좌우한다”
새누리당 당대표 외부인사 영입해 분열 막아야
1946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태어난 안상수 창원시장은 1975년 사법 시험에 합격, 검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주·대구·마산·서울지검 검사를 거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을 역임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 후보로 당선된 그는 18대까지 내리 4선을 달렸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 최고위원과 원내대표(2회)를 역임하는 등 중앙 정치권 주역으로 활동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에 당선됐다.
이력이 말해주듯 그의 중앙정치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부산·경남·울산(PK) 지역의 자치단체장으로서 나름의 판세 분석도 했다.
안 시장은 언젠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김무성 전 대표를 제외하곤 변변한 PK 주자가 없는 현실과 맥을 같이한다. 안 시장은 대선후보 경선 참여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앙정치와 담을 쌓고 지내진 않는다”면서 “내년 정치 지형을 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내년 초 여러 상황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는 역사적 역할을 다했으며 내각책임제로 가야 한다”고 개헌 문제를 언급했다. “내각제로 가는 게 이르면 중간 단계로 ‘이원정부제’(이원집정부제)를 거치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난 중앙정치에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낸 그는 내년 대선에서도 PK표가 판세를 크게 좌우한다는 이른바 ‘PK결정론’에 공감했다. 그는 “인구가 800만에 달하는 PK는 표의 집중성이 강해 대세를 좌우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 대선도 PK가 좌우할 것이다.”
보수진영에 PK주자가 없어 내년 대선이 불리하다는 일각의 분석에 그는 “보수진영에서 PK가 대통령이 된 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그 외에는 다른 지역 출신이 보수진영의 후보로 나와 당선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PK 표심이 대세를 좌우하지만 PK 후보가 없다고 해서 대선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진 않는다는 말로 해석된다. 다만 야권에서 PK 대선 주자가 나오면 여권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진단에는 수긍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PK에서 비(非)새누리당 후보가 13명이나 당선된 것을 두고는 “내가 봐도 PK가 야성화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새누리당 소속 기초단체장으로서 PK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PK 지역 큰 도시에서는 40% 이상이 야당에 표를 줬다. 새누리당 공천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다른 당에 투표하거나 기권한 결과다. 이번 총선의 현상을 갖고 내년 대선이 어떠하리라 단정하기에는 좀 이르다. 새누리당이 정신 차려서 제대로 된 후보를 내면 또 달라진다.”
안 시장은 새누리당이 변화의 상징으로 새누리당 당대표에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이 또 다시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려 싸운다면 회복하기 힘든 분열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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