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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차이나 리스크’ 커지나] 위상 높아진 중국, 무리한 보복은 글쎄

[사드 배치에 ‘차이나 리스크’ 커지나] 위상 높아진 중국, 무리한 보복은 글쎄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7월 8일 국 방부는 국내에 사드 배치를 확정하고, 경상북도 성주를 배치 지역으로 발표했다. / 사진:중앙포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이상일 수도 있다. 당장 화장품 같은 중국 내수 관련 종목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중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전자·자동차 업종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경험적으로 그랬다.” 7월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한국 배치가 결정된 후 한 증권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실제로 11일까진 그의 예상이 맞는 듯했다.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배치 발표 첫날인 8일과 다음날 11일까지 주가가 4.4% 하락했다. 전날까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타던 중이었다. 또 다른 화장품주인 LG생활건강 역시 이틀 간 주가가 8.0% 떨어졌다. 에이블씨엔씨(-8.8%)·한국콜마(-5.8%)·코스맥스(-6.2%) 등도 비슷했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로 분류되는 카지노(GKL·파라다이스) 종목도 10% 정도 주가가 빠졌다.

중국은 한국에게 수출과 수입이 가장 많은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업종별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전기자동차 업계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거나 정부가 인증을 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필 삼성SDI는 중국 장화이기차(JAC)가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삼성SDI는 “생산 중단 결정은 시점상 사드 배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가 지난 6월 중국 정부의 제 4차 배터리 모범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나온 대응일 뿐, 추후 인증을 받으면 생산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산업통상 자원부 역시 ‘사드 배치 발표 전에 발생한 사안’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중국 완성차 업체 10위권 기업 중 절반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한 LG화학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목표 주가 오히려 올린 증권사도
중국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화·레저 관련 업종도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 내에서 영화관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CJ CGV와 중국인 관광객 유출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호텔신라·파라다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로 한류 열풍이 식을 경우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업계에 여파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혐한 분위기 조성에 따른 중국 진출 기업의 경영 악화뿐만 아니라 유커의 국내 관광 감소로 이어져 대(對)중국 관광수지 흑자가 위축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대부분은 사드 배치가 중국 정부의 경제 제재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25%에 달하지만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는 중국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어서다. 중국 현지의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액정표시장치(LCD)·반도체 등 제조업의 경우 설비·중간재를 조달하는 데 있어 한국·일본 의존도가 높다”며 “한국 업체의 협력 없이는 중국의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우려했던 대규모 후폭풍은 없었다. 주식 시장만 봐도 대부분의 종목이 7월 12일부터 조금씩 회복해 금세 안정을 찾았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 30분 만에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이후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이 없었고, 실제 국내 산업계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피해 기업으로 꼽힌 아모레퍼시픽의 목표 주가를 기존 49만원에서 51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5%, 23.6%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기저 효과와 함께 고마진 면세점 비중 확대, 중국 부문 수익성 개선 등으로 전체 영업이익률은 18%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 배치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중국 정부의 구체적 대응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실적과 주가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비관세 장벽 통해 압박 가능성
7월 14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사드 관련 언급은 없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7%로 0.1%포인트 내렸다. 한은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주요 이유는 세계 교역량의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과 더딘 내수 회복세,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 등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 경제는 미약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신흥국의 금융·경제 상황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보단 다른 변수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당분간 중국의 정책 대응을 주목하면서 선제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의 과거 전력이 있어서다. 중국은 주변국과의 분쟁에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2000년 한국이 저가 중국산 마늘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하자 일주일 후 중국은 한국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급하게 협상에 나섰지만 관련 업계는 이 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2010년과 2012년엔 일본을 상대로 강력한 무역 보복에 나섰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이유였다. 당시 중국은 일본과의 장관급 교류를 차단하고 일본 여행 자제 권고, 희토류 수출 금지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물론 센카쿠 분쟁은 사실상 준전시 상황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중국이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맡으며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 당시처럼 ‘감정적 대응’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더구나 한국과 중국 사이엔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상태다. 2000년 ‘마늘 파동’ 같은 보복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 역시 외교·안보적 마찰이라는 점에서 센카쿠 사례와 유사한 점이 사실이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맞불을 놓기보단 경제 분야에서 공격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통관 기준이나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해 한국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이 교역 중인 나라 가운데 가장 많은 26종류의 비관세 장벽을 발동하고 있다. 만약 통상 압력이 가시화된다면 WTO를 통한 소송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이 미국이나 EU를 상대했던 과거를 보면 반덤핑 조치 등으로 명시적으로 보복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송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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