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뒤바뀐 두 해운사의 얄궂은 운명] “한진의 우량 자산 현대가 인수 추진”
[1년 새 뒤바뀐 두 해운사의 얄궂은 운명] “한진의 우량 자산 현대가 인수 추진”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8월 31일 금융시장 대응회의에서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말이다. 사실상 한진해운을 현대상선에 흡수합병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양대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운명이 지난 1년 간 얼마나 극적으로 바뀌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한 마디다. 1년 전만 해도 이런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금융권에선 현대상선의 자금난이 훨씬 심각했고, 한진해운의 경영상태는 상대적으로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시엔 지금과는 반대로 한진해운의 현대상선 흡수합병 추진설이 돌았을 정도다. 1년 간의 드라마틱한 반전 과정을 돌아본다.
지난해 10월 19일, 현대상선은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PE와의 현대증권 매각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해 6월 자회사인 현대증권 주식 22.56%를 6475억원에 파는 계약을 오릭스와 했다. 해운업 침체로 갈수록 쌓여가는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현대상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현대증권 매각 등을 통해 신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자 시장은 차갑게 돌변했다. 현대상선 주가는 매각 무산 이후 한 달 간 45%나 하락했다. “이대로 가면 현대상선의 부도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 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나왔다. 10월 28일자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였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한진해운에 흡수합병을 타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때 정부와 한진해운 간에 엇박자가 났다. 정부는 “합병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지만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합병에 대한 검토 요청을 받았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합병 권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부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 추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11월 9일자에서 ‘한진해운·현대상선 강제 합병 추진’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합병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언제든 합병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그룹은 결국 현대상선을 채권단에 넘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전제로 한 3개월 간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채권단과 맺었다. 현대그룹 오너인 현정은 회장과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채권단에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현 회장은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그렇다고 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이 큰 건 아니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3개월 동안 현대증권 재매각, 용선료(선박임대 비용) 재조정, 회사채 채무 재조정, 국제 해운동맹 가입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채무 원리금 만기를 연장해주겠다고 했다.
경영 정상화의 실타래를 풀 수 있었던 건 현대증권 재매각이 흥행한 덕분이다.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가 참여하면서 현대증권의 몸값이 올랐다. 결국 올해 3월 말 실시한 매각 본입찰에서 KB금융지주가 약 1조2000억원을 써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상선에 현금 1조2000억원이 들어오자 시큰둥하던 채권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재조정 협상이 탄력을 받았다. 5월 18일 해외 선주들이 대면 협상을 위해 내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직접 협상 파트너로 나서 현대상선에 힘을 실어줬다. 여러 차례의 줄다리기 끝에 6월 10일 3년 6개월 간의 용선료 2조5300억원 중 21% 수준인 5300억원을 조정했다. 이 중 절반은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2022년 이후 갚기로 했다. 1조8000억원의 회사채 재조정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투자자와 투자금의 50% 이상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마지막 관문은 국제 해운동맹 가입이었다. 해운업은 전 세계 주요 선사가 서로 동맹을 맺어 항로 운영권을 공유한다. 한진해운이 가입한 디얼라이언스의 가입을 타진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회원사별 지분이 어느 정도 정해진데다 국내 경쟁사인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가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은 다른 해운동맹을 알아보기로 했다. 과감하게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가 속한 해운동맹 ‘2M’의 문을 두드렸다. 산업은행 부행장이 직접 2주 간 머스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 머물며 협상한 끝에 가입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해서 현대상선은 조건부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결국 현대상선은 7월 기존 대 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회장의 감자와 채권단·용선주·사채권자의 출자전환과 일반 공모를 합친 유상증자(1조 4400억원)를 통해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이고, 다른 은행과 용선주·사채권자가 주요 주주인 구조다. 이를 통해 5000%가 넘던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졌다.
한진해운이 걸어온 길은 현대상선과 정반대다. 애초 자구책만으로도 부족 자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한진해운은 올해 봄이 되면서 급격히 어려워졌다. 해운업황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3월 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비공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결단을 촉구했다. 부채 5조6000억원을 해결할 특단의 자구책을 내놓지 않으면 현대상선처럼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게 골자였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사전 협의 없이 4월 22일 전격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진해운의 자구책을 기다리던 채권단으로서는 허를 찔린 격이었다. 한진해운과 채권단의 불편한 관계가 본격화된 순간이다. 2015년 11월에 현대상선과의 합병 추진 보도를 놓고 엇박자를 냈던 채권단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놓고 또다시 부딪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채권단은 5월 4일 한진해운과 3개월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현대상선과 거의 같은 조건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한진해운 주식 매각 의혹이 터지면서 대국민 이미지까지 나빠졌다. 최 전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제수씨로, 남편(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작고 후 7년(2007~2014년) 간 한진해운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 전 회장 경영 시절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조양호 회장이 구원투수로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다. 이를 감안하면 한진해운 경영난의 가장 큰 책임은 최 전 회장에게 있다. 그런데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두 자녀와 함께 보유 주식 31억원어치를 전량 매각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조사를 거쳐 1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일찌감치 국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데다, 용선료와 회사채 채무조정도 별 문제 없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여름 들어 해외 선주에게 2000억원 이상의 용선료를 체납한 사실이 알려지고, 상반기 4730억원의 적자(당기순손실)를 내면서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채권단은 부족 자금 규모를 6000억~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올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나서 추가 자금 마련을 요구했지만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은 “5000억원의 자금만 마련할 수 있다”며 버텼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시한인 8월 4일 자율협약을 9월 4일까지 한 달 연장했지만 회생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자율협약 연장 기간 동안 한진해운과 채권단의 감정 갈등은 더 커졌다. 일례로 채권단은 8월 10일쯤 회생 시나리오를 전달한 후 8월 20일까지 한진해운으로부터 자구안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약속 시한을 3일 앞둔 8월 17일에야 “조양호 회장에게 오늘 보고했다”며 “자구안 제출 일자를 미루겠다”고 알려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회사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오너에게 보고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8월 25일 56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이전 자구안과 달라진 게 없다”며 평가 절하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한진해운의 자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8월 30일 열린 채권단 회의는 30분 만에 만장일치 ‘거부’로 끝났다. 채권단이 최소한 자율협약 종료일인 9월 4일까지는 한진해운에 시간을 더 줄 거라는 시중의 예상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주주(한진그룹)와 오너(조양호 회장)의 자구 노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신청 당일 곧바로 자산동결을 한 데 이어 9월 1일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법원의 실사를 거쳐 존속가치가 더 높으면 회생, 청산가치가 더 높으면 청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부재”라며 “한진그룹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채권단과 소통했다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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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9일, 현대상선은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PE와의 현대증권 매각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해 6월 자회사인 현대증권 주식 22.56%를 6475억원에 파는 계약을 오릭스와 했다. 해운업 침체로 갈수록 쌓여가는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현대상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현대증권 매각 등을 통해 신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자 시장은 차갑게 돌변했다. 현대상선 주가는 매각 무산 이후 한 달 간 45%나 하락했다. “이대로 가면 현대상선의 부도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현대증권 매각에 울고 웃고
벼랑 끝에 몰린 현대그룹은 결국 현대상선을 채권단에 넘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전제로 한 3개월 간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채권단과 맺었다. 현대그룹 오너인 현정은 회장과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채권단에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현 회장은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그렇다고 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이 큰 건 아니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3개월 동안 현대증권 재매각, 용선료(선박임대 비용) 재조정, 회사채 채무 재조정, 국제 해운동맹 가입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채무 원리금 만기를 연장해주겠다고 했다.
경영 정상화의 실타래를 풀 수 있었던 건 현대증권 재매각이 흥행한 덕분이다.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가 참여하면서 현대증권의 몸값이 올랐다. 결국 올해 3월 말 실시한 매각 본입찰에서 KB금융지주가 약 1조2000억원을 써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상선에 현금 1조2000억원이 들어오자 시큰둥하던 채권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재조정 협상이 탄력을 받았다. 5월 18일 해외 선주들이 대면 협상을 위해 내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직접 협상 파트너로 나서 현대상선에 힘을 실어줬다. 여러 차례의 줄다리기 끝에 6월 10일 3년 6개월 간의 용선료 2조5300억원 중 21% 수준인 5300억원을 조정했다. 이 중 절반은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2022년 이후 갚기로 했다. 1조8000억원의 회사채 재조정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투자자와 투자금의 50% 이상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마지막 관문은 국제 해운동맹 가입이었다. 해운업은 전 세계 주요 선사가 서로 동맹을 맺어 항로 운영권을 공유한다. 한진해운이 가입한 디얼라이언스의 가입을 타진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회원사별 지분이 어느 정도 정해진데다 국내 경쟁사인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가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은 다른 해운동맹을 알아보기로 했다. 과감하게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가 속한 해운동맹 ‘2M’의 문을 두드렸다. 산업은행 부행장이 직접 2주 간 머스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 머물며 협상한 끝에 가입을 이끌어냈다.
회사의 명운 걸린 사안 놓고 늑장 보고
한진해운이 걸어온 길은 현대상선과 정반대다. 애초 자구책만으로도 부족 자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한진해운은 올해 봄이 되면서 급격히 어려워졌다. 해운업황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3월 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비공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결단을 촉구했다. 부채 5조6000억원을 해결할 특단의 자구책을 내놓지 않으면 현대상선처럼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게 골자였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사전 협의 없이 4월 22일 전격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진해운의 자구책을 기다리던 채권단으로서는 허를 찔린 격이었다. 한진해운과 채권단의 불편한 관계가 본격화된 순간이다. 2015년 11월에 현대상선과의 합병 추진 보도를 놓고 엇박자를 냈던 채권단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놓고 또다시 부딪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채권단은 5월 4일 한진해운과 3개월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현대상선과 거의 같은 조건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한진해운 주식 매각 의혹이 터지면서 대국민 이미지까지 나빠졌다. 최 전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제수씨로, 남편(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작고 후 7년(2007~2014년) 간 한진해운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 전 회장 경영 시절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조양호 회장이 구원투수로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다. 이를 감안하면 한진해운 경영난의 가장 큰 책임은 최 전 회장에게 있다. 그런데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두 자녀와 함께 보유 주식 31억원어치를 전량 매각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조사를 거쳐 1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일찌감치 국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데다, 용선료와 회사채 채무조정도 별 문제 없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여름 들어 해외 선주에게 2000억원 이상의 용선료를 체납한 사실이 알려지고, 상반기 4730억원의 적자(당기순손실)를 내면서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채권단은 부족 자금 규모를 6000억~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올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나서 추가 자금 마련을 요구했지만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은 “5000억원의 자금만 마련할 수 있다”며 버텼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시한인 8월 4일 자율협약을 9월 4일까지 한 달 연장했지만 회생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자율협약 연장 기간 동안 한진해운과 채권단의 감정 갈등은 더 커졌다. 일례로 채권단은 8월 10일쯤 회생 시나리오를 전달한 후 8월 20일까지 한진해운으로부터 자구안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약속 시한을 3일 앞둔 8월 17일에야 “조양호 회장에게 오늘 보고했다”며 “자구안 제출 일자를 미루겠다”고 알려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회사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오너에게 보고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8월 25일 56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이전 자구안과 달라진 게 없다”며 평가 절하했다.
한진해운, 존속과 청산의 갈림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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