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이오 투자 열풍] 수출 기대감 커지며 부푼 성장의 꿈
[거센 바이오 투자 열풍] 수출 기대감 커지며 부푼 성장의 꿈

팬젠 청약 경쟁률 1073대 1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애타게 찾던 금융시장도 바이오산업에 주목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년에 상장되는 바이오 기업은 7개 남짓에 불과했다. 2014년에 9개에 그쳤던 바이오기업의 코스닥 신규 상장 수는 2015년에 24개로 늘어났다. 올해엔 4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이 상장할 전망이다. 청약경쟁률도 무시무시하다. 수백 대 1을 가볍게 넘어선다. 올해 상장된 바이오 기업 가운데 3곳은 기관투자가 경쟁률만 700대 1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상장한 휴온스·팬젠·큐리언트·안트로젠 등은 증시에 화제를 불러 모은 주인공이다. 지난 3월 상장한 바이오의약품 전문 기업 팬젠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1073 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희망가격 최상단에 형성됐음에도 3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이 몰리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했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안정적인 내수시장에 더해 해외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중소형 제약·바이오주의 주가도 상승했다. 제일약품·신풍제약·슈넬생명과학 등 연초 대비 주가가 100% 넘게 상승한 종목이 등장하며 산업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증권가에선 하반기에도 바이오주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연구개발(R&D) 성과가 나타날 것이고, 굵직한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다. 최근 외국인·기관 투자가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외국인의 경우 지난 6월 590억원에 그쳤던 순매수 기록이 8월에는 1451억원으로 늘었다. 8월 외국인 투자가는 휴젤과 셀트리온을 각각 849억원, 566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 투자가는 같은 기간 셀트리온과 메디톡스를 각각 477억원, 1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이자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에 대해 “올해 유럽 점유율 4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판매가 시작되면 분기당 매출액 증가와 함께 이익률이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디톡스는 8월 신약 ‘이노톡스(액상 보툴리늄 톡신)’의 기술 수출 가치가 확인되면서 주가가 급등해 코스닥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유한양행의 디스크 치료제와 한미약품의 RAF 항암제 기술 수출 추진, 씨젠의 추가 계약 추진 등의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기관·외국인 투자가 순매수 활발

하반기에도 기대주가 줄을 서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종목은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송도에 세 번째 상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중 조건이 더 좋은 곳에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 안팎으로, 공모자금 규모만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CJ그룹의 자회사인 CJ헬스케어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제약사인데다 제약사 매출 순위 10위권이다. 일반의약품에서 신약, 제네릭, 개량신약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지난해에는 중국에 1000억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셀트리온 제품의 판권을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녹십자의 세포 치료제 부문 자회사 녹십자랩셀, 국내 수액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JW생명과학도 기대주로 꼽힌다. 중견 기업 가운데에선 고품질 원료의약품에 특화된 에스티팜, 비뇨기과와 피부과에 특화된 동구바이오제약, 항암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신라젠과 파멥신 등도 투자 유망주로 꼽힌다.
바이오 투자, 3년은 기다려야

바이오는 멀리 바라봐야 하는 산업이다. 적어도 3년은 기다리며 장기적인 투자를 생각해야 한다. 더욱이 상장한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이제 막 연구계획을 세우고 개발비를 모으는 단계에 있다. 투자자들이 바라는 높은 기대수익률을 당장 기록하긴 어렵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기업은 제품과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기업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바이오는 좀 다르다”며 “임상실험 중이고 오류를 확인하고 있다는 주장만으로 3~4년은 실적 없이도 버틸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정보통신(IT) 기업보다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자들이 우호적이다. 예전 IT버블 당시 묻지마 투자 현상과 비교될 정도로 투자가 몰린다. 이를 활용하는 기업도 늘었다. 바이오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가 넓은 분야다. 화장품이 좋은 예다. 화장품에 바이오 원료를 사용하면 바이오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경계가 워낙 모호해서다. 제약에 비해 화장품 생산허가를 받는 일은 쉽다. 제약회사 가운데 신약 개발에 애를 먹는 경우 바이오 화장품을 출시한 다음 코스닥에 상장해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도 있다. 일반 기업이 바이오 기업 연구소를 인수한 다음, 회사 이름에 바이오를 넣어 우회 상장하는 사례도 있다. 제약 주가가 바이오보다 안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제품을 생산해왔고 수익성이 검증된 덕에 주가가 꾸준하다. 바이오주로 구성된 코스닥 제약은 연초 기준 8월까지 평균 9% 오른 반면, 전통 제약주로 구성된 코스닥 의약품 주는 같은 기간 22% 올랐다.
바이오 투자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와 벤처캐피털 등 업계의 ‘스마트머니’까지 바이오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반기 10개의 신규 바이오펀드가 등장한다. 국민연금도 지난 2분기 바이오·제약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한국 거래소 역시 바이오 기업 유치에 열심이다. 청구 기업의 편의성을 고려해 6주 간의 평가기간을 4주로 단축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도 운영 중이다.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할 기회를 주는 제도로, 중소 바이오 기업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박스기사] 늘어나는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상장 - 기술은 있지만 실적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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