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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슈퍼 핀테크 혁명’

중국의 ‘슈퍼 핀테크 혁명’

결제 앱 시장에 진출하는 ‘서클’, 디지털 통화 이용하는 대기업부터 시장 상인까지 모두 사로잡을 수 있을까
중국인은 현금과 수표를 이용하지 않고 계좌이체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통화를 이용한다.
글로벌 P2P(개인간) 결제 플랫폼 ‘서클’이 중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서클은 매년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 여행자 1억2000만 명을 대상으로 대금 결제를 이메일 전송처럼 쉽게 해주는 서비스와 위안화의 세계화를 목표로 한다.

서클 고객은 자국 통화를 이용해 해외로 즉석 송금이 가능하다. 돈을 받은 사람은 자국 통화로 바꿀 수 있다. 서클이 송금액만큼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네트워크를 통해 수신자의 비트코인 주소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수신자가 비트코인을 원치 않을 경우엔 자국 통화로 바꾸면 된다.

서클은 올해 초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다. IDG 캐피털 파트너스, 베이징의 유수한 벤처캐피털 업체, 그리고 중국 최대 검색 대기업 바이두를 포함한 중국의 전략적 투자자 그룹이 참여한 펀딩 행사를 통해 6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들은 끝없는 혁신과 막대한 규모로 신화를 쓰고 있다. IBTIMES가 서클 CEO 제레미 올레어를 만나 중국의 슈퍼 핀테크 플랫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관해 들었다.

중국 알리페이와 위챗의 결제 앱 이용자는 5억 명을 웃돈다. 중국인은 현금과 수표를 이용하지 않고 계좌이체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통화를 이용한다. 소매유통 대기업부터 가판대 상인까지 모두 이들 앱으로 결제 대금을 받는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된다. 복잡한 판매시점 관리 시스템 없이 QR 코드만 스캔하면 된다.

많은 중국 소비자가 은행 계좌 대신 모바일 앱을 사용한다. 공공요금·교통비를 납부하고,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거나 분납도 할 수 있다. 앱이 제공하는 저축계좌의 이자율은 연 10%에 달한다. 알레어 CEO는 “그 계좌를 통해 주식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다”며 “이 모든 과정이 즉석에서 매끄럽게 이뤄지는, 서방에선 볼 수 없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중국의 금융 플랫폼 혁신은 그들에겐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50년 전통의 대형 소매금융 브랜드가 없다. 지난 15년 사이 수억 명의 중국인이 빈곤에서 벗어나 중산층으로 올라섰다. 동시에 모바일 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상당수 국민이 랩톱과 데스크톱 PC에서 휴대전화로 도약했다.

그때까지 모든 은행은 정부가 운영하는 국유 기업이었다. 이즈음 중국 정부는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민간 은행의 설립을 허용했다. 처음 인가를 받은 2개 민간은행이 텐센트와 알리바바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기업이 소매금융의 미래라고 밝혔다. 미국에 비유하자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핀테크 혁명을 장려하면서 페이스북·아마존·애플에 은행업 허가를 내주겠다고 말하는 격이다.
중국에선 소매유통 대기업부터 시장 가판대 상인까지 모두 모바일 앱으로 결제 대금을 받는다.
그렇다면 규제당국이 핀테크 혁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란 말인가? 미국에선 금융 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감독과 규제를 받기 때문에 다른 사업에 악영향이 미친다. 따라서 상당수 기업은 그런 악영향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금융 개혁은 시스템의 변두리만 바꾸는 수박 겉핥기식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단적인 예가 애플 페이다. 앞서 언급한 중국 핀테크 앱과 달리 애플 페이는 기존 카드 네트워크 위에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덧씌운 것에 불과하다. 개인 금융정보를 자기 스트라이프에 담는 대신 휴대전화 하드웨어에 저장해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P2P(개인간) 결제 플랫폼 서클의 목표는 대금 결제를 이메일 전송처럼 쉽게 만드는 것이다.
추가적인 요소, 가령 지문으로 전화 결제를 인증하더라도 덧씌운 UI 기능일 뿐이다. 내부는 전혀 바뀌지 않고 시스템의 가장자리에서 진행되는 극히 미미한 혁신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경우엔 애초부터 그런 소비자 행동과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은 맨땅에서 시스템을 쌓아 올릴 수 있다.

인터넷 대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중국 시장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얼마 전엔 구글이, 최근에는 우버가 그랬다. 권장할 만한 전략이 아니다. 서클은 중국 정부의 목표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공을 들였다.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위안화 비중을 확대해 주요 기축통화 반열에 올려놓으려 총력을 기울인다.

중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준비통화 바스켓 편입부터 통화관리 방식의 변화까지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중국 중산층의 저축액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 중국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 소비자의 역할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흥미롭게도 인터넷 뱅킹과 금융의 미래에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텐센트와 알리페이도 변하고 있다고 올레어 CEO는 말한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배운다. 중국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이 몇 년 앞서간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특히 P2P 결제와 소셜 결제 분야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하는 첫 제품은 P2P 결제다. 우리는 위챗이나 알리페이와 경쟁할 생각은 없다. 그건 자살행위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소비자와 위안화를 구미를 비롯한 다른 나라, 그리고 블록체인에 연결해줄 수 있다. 따라서 현지 중국 기업에는 없는 독특한 서비스를 중국 시장에 제공한다고 본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략과 맞아떨어지고 수요에 부응하는 시장 진입 전략이다.”

서클은 그런 포석에 따라 지난 1월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한 뒤 중국에서 사업 허가가 떨어지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올레어 CEO는 미국에서 영업 허가를 받는 데 2년 반, 유럽에선 2년이 걸렸다고 덧붙인다.

“우리는 7개월 전에 서클 차이나를 설립해 진출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전략을 택해 왔기 때문에 제대로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규제 당국과 협력하며 사업 취지를 이해시키려 한다. 우리의 리스크 관리 방식과 그 우수성을 말이다. 궁극적으로 그런 방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 이언 앨리슨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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