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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로의 초대

전원생활로의 초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园)은 중국의 중상계층이 북적이는 도시를 탈출해 거주할 수 있는 교외지역의 주택을 건축하는 사업으로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비구이위안의 수장 양궈창(杨国强)은 새로운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짙은색 수트와 오픈칼라 흰색 셔츠 차림의 양궈창(61) 회장은 활기찬 발걸음으로 으리으리한 사무실로 들어와서 놀란 기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한다. “저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는 사실 양 회장이 사회적으로 상향이동을 하고 있는 수십만 중국 중상층 고객들에게 던진 말이리라. 올해 61세의 양 회장은 중국 최대의 주택부동산 개발업체로 손꼽히는 비구이위안(Garden Country Holdings)의 창업자이자 회장직을 맡고 있다. 24년 전 처음으로 아파트를 시공한 이래 비구이위안는 30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5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300만 인구에 주택을 공급해왔다. 주요 도시 외곽지역에 고급주택을 건설한다는 범상치않은 전략을 통해, 홍콩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인 비구이위안은 중국 부동산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와중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출은 거의 3배 이상 신장했다. 올해 매출은 188억 달러, 그리고 순이익은 동기간 40% 가까이 껑충 상승해 1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적 덕분에 비구이위안은 올해 두 번째로 포브스의 Fab 50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탄탄한 사업기반을 구축했음에도 양 회장은 안주하지 않는다. 비구이위안은 사업의 대대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더욱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부문으로 눈을 돌리는 동시에 국제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비구이위안이 진행하고 있는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인 포레스트 시티(Forest City)는 380억 달러 규모로 말레이시아의 인공섬 4곳에 주택을 건설 중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양 회장은 말한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고 계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요.”

이같은 선견지명이야말로 말 그대로 빈 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양 회장의 원동력이다. 그는 광둥성 포산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농장에서 일용직을 하며 보냈다. 10세가 되던 해부터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종종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18세가 되던 해까지 신발을 신고 다니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같은 경험은 양 회장이 부동산 사업에 독특한 시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저는 지금도 맨손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기업총수 중 양 회장과 같은 자랑을 할 수 있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양궈창 회장의 재산은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증가했다. 1978년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로의 개혁을 막 시작했을 때다. 그는 농장을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지방국유건설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이 기업이 훗날 비구이위안을 창립하는 토대가 됐다. 1993년 정부는 그가 일하던 지방국유건설기업을 민영화하기로 결정하고 양 회장에게 인수제의를 했다. 인수금은 5년에 걸쳐 지급하도록 허락했다. 비구이위안 본사는 여전히 포산에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한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모던한 빌딩에 자리하고 있다.

사업 초기 양 회장은 중국인들이 교외생활의 즐거움에 이끌릴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점점 부를 축적하면서, 가정을 이룬 중국인들이 더욱 평화롭고 안락한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중국의 혼잡하고 오염된 도심지역을 떠나 보다 질 높은 주택으로 옮겨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양 회장은 또 교외에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더 나은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 계산했다. 주요도시 시내의 땅값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컨트리가든이 덜 값비싼 교외지역의 부지를 개발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양 회장은 말했다. “값싼 부지를 찾아 지역 사회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벤자민 플랭클린 자서전 읽으며 꿈 키워
컨트리가든이 진행하는 개발사업 중에는 소도시의 지방유지를 위해 교외 한적한 곳에 고급주택을 짓는 것도 포함된다. 기타 사업은 사실상 하나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광저우 교외에 위치한 피닉스 시티(Phoenix City)는 굽이치는 푸른 언덕에 세워진 고층아파트와 대형형수의 고급빌라에 15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 곳에서 컨트리가든의 직원들은 잔디를 깎는 일부터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단지 내 호텔을 운영하는 일까지 갖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심지어 9개의 학교도 컨트리가든이 지었으며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사를 고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컨트리가든의 교육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저희는 고객들에게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생활수준을 누리게 될 것이라 약속했습니다.” 양 회장이 설명했다. “그렇다면 저희가 직접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낫지요.”

이같은 사업전략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 대학 문턱도 밟지 못한 양 회장은 독서광으로 독학을 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청결과 진보에 대한 프랭클린의 헌신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제가 이 책에서 배운 교훈은 어떤 일을 하든지 이유가 있어야 하며 최상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같은 혜안 덕분에, 신발도 신지 못했던 가난했던 시절은 이제 먼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양 회장과 가족은 50억 달러에 이르는 부를 축적해 중국 최고의 부호 대열에 합류했다. 양 회장이 사무실의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는 동안, 두 명의 종업원이 뒤에서 공손한 자세로 선 채 노트나 간식을 건넸다. 그는 포브스 아시아지에 실을 사진 촬영 제안을 거절했다.

직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양 회장은 계속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업무에 긴밀히 관여하고 있다. “일한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양 회장은 말한다. 하지만 후계 구도 역시 어느 정도 계획해 놓은 상태다. 중국 재벌 사이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구이위안에 보유한 자신의 지분 거의 모두를 11년 전 딸 양혜원에게 양도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을 졸업한 딸은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양 회장은 34세가 된 딸이 부동산개발사업 이외 가족사업의 모든 부분을 관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50개 이상의 사립학교를 관리하는 방대한 교육사업이 포함된다.

양 회장은 딸로 하여금 기업운영을 맡도록 독려하기 위해 자신의 지분을 넘겼노라 이야기한다. 딸은 현재 비구이위안의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교육사업이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 가족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정말 중요하지 않습니다.” 양 회장의 설명이다.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딸아이는 더욱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지요. 만약 제 딸에게 그럴 의향이 있다면, 사업을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딸로부터는 이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지분을 취득한 이후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딸이 물려받게 될 미래의 비구이위안은 아마 오늘의 모습과는 꽤 다를 것이다. 중소도시와 교외지역에서 부동산을 개발한다는 전략은 이제까지 유효했지만, 동시에 큰 성장의 기회를 놓쳤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심지역의 경우 거의 언제나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고 가격도 더 높은 편이다. 그 결과 6월 중국 대도시의 가격은 일년 전에 비해 31% 증가했다. 이들 거대 도시의 외곽에는 매수자를 찾지못한 아파트 건물이 굉장히 많으며, 가장 최근 발생한 투자붐의 여파로 남겨진 이같은 건물은 부동산 가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 진출도 준비
양 회장은 상하이와 광저우를 비롯한 중국 대도시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개발해 이처럼 성장하는 시장에 합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달 양 회장은 주요 도시 근처에 컨트리가든의 주택과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복합상업지구를 결합한 형태의 테크 타운(Tech Town)을 10군데 개발하는 데 1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 발표했다.

홍콩의 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의 바네사 찬(Vanessa Chan)은 컨트리가든이 이같은 시장에 뛰어들만한 재정적 여력과 경영노하우를 갖고 있으나, 경쟁이 치열하고 더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시장이기에 그만큼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중국 가구의 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높은 품질의 신규주택에 대한 욕구 역시 증가할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한 연구에서 피치는 이같은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2030년까지 매년 싱가포르 면적에 달하는 8억 평방미터 규모의 주거용 부동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양 회장은 기업의 미래를 온전히 중국시장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중국의 중소도시에서 매도할 수 있는 부동산 물량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며 한편 대도시에서 프로젝트는 수행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됨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양 회장은 중국 밖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비구이위안의 첫번째 해외 프로젝트는 2011년 말레이시아에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2013년 착공해 현재 진행중인 포레스트 시티 프로젝트만큼 대담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술탄이 지배주주로 있는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포레스트 시티 프로젝트의 부지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접경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양국의 부유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이다.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자동차와 트럭은 지하도로를 통해 운행되고 있으며 건물은 푸르른 식물로 가득찰 것이다. 양 회장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좋은 기업은 세계 어디에서든지 환영받아야 합니다.”

- MICHAEL SCHUM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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