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사임해도 국정마비 수개월 지속될 것”
“박 대통령 사임해도 국정마비 수개월 지속될 것”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장기적인 정치 안정 위해선 정당별 정치적 득실을 고려하지 않은 개헌 논의 필요하다고 강조 국정농단 사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인 5%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의지하던 최순실 씨에게 대기업에서 자금을 갈취하고 정부의 의사결정에 광범위하게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스캔들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2주 사이에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위기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그런 노력은 높아가는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기기만 했다.
최순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혐의는 지난여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 씨 딸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도록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언론이 제기한 것이 계기였다(그 여파로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했다). 지난 10월 24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뒤 일부 수정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한국 국민은 격분했다(JTBC ‘뉴스룸’은 자체 입수한 최순실의 PC에 들어있는 파일 200여 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회의 자료, 대통령 당선 소감문 등의 파일이 확인됐으며 연설 전에 최순실에게 전달돼 수정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수사가 시작되면서 최순실과 청와대 비서실의 고위 인사들이 구속됐다. 또 최순실이 관리하는 재단이 대기업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출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도 불거졌다. 확대된 수사와 언론의 잇따른 폭로로 최순실이 정부의 여러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검찰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요청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스캔들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북한이 장거리 핵타격 역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의 불안이 커진 상황과 맞물렸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맞은 위기는 박 대통령의 하야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 .
여소야대의 국회는 박 대통령의 국정 결정이 더는 정당성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연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 협정은 지난 11월 23일 체결됐다.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동시 발표한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는 이제 더 강한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19∼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오는 12월 일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는 국회에서 격렬한 논란을 부를 것이다. 한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그처럼 짧은 시일에 후보를 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국은 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적인 관계와 관련된 부패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권력 남용은 국민을 그 어느 때보다 더 허탈하게 만들고 격분케 했다. 그 같은 국민의 감정적인 반응은 박 대통령의 비밀주의와 최순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 결여,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에 연루된 것을 시인하는 듯한 언행, 특권을 이용해 사리를 취하는 친구 최순실에게서 국가 요직 인사와 정책에 관해 은밀한 조언을 받았다는 국가적인 치욕이 혼합된 데서 비롯된다.
최 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1974년 영부인이던 그녀의 모친 육영수 여사의 서거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이 실의에 빠진 영애(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당시 최태민은 꿈에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큰딸 박근혜를 잘 지켜달라고 당부해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후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 다수가 관계를 끊자 그녀는 더욱 최 씨 일가에 의존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2000년대 들어 정치력보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정계에서 부상했다. 한국 리더십의 상징으로 그녀는 보수파 사이에서 정치적인 충성심을 얻을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와 역경을 극복하고 현대화를 이룬 저력에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박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과 달리 가족의 측근에게 의지했을 뿐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확장하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 그녀는 각료나 참모들과 대면 정책 논의를 거의 하지 않고 시스템 상으로 정부 수반을 떠받들어야 하는 군과 관료 인사들에게 주로 의지했다. 참모진을 멀리하고 대중의 눈을 피한 것(기자회견을 각본에 따른 연례행사로 1년에 한 번만 했다)이 국민의 좌절을 악화시켰다.
이번 스캔들은 박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완전히 고갈시켰다. 그러나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전혀 확실치 않다. 최순실 스캔들은 리더십 교체가 있을 경우 정치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 해결해야 할 3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는 합법적 정권교체 절차를 위한 일정 수립이다. 한국 리더십이 당면한 문제는 펼쳐지는 위기의 속도다. 국민의 분노가 검찰의 수사를 앞지르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너무도 급속히 전개되고 국민에게 주는 충격이 너무나 커 법적인 정당한 절차가 국민의 정서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의 정서와 검찰 수사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박 대통령은 현재로선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인센티브가 생겼다. 국민의 사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고수해야 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퇴진 조건을 협상하거나 대가를 제시할 권한을 위임 받은 개인이나 단체 대표가 없다. 국회의 공식 탄핵 절차는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야당으로선 큰 부담이다.
그러나 검찰이 탄핵의 근거를 찾는다면 박 대통령은 즉시 뒤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국회가 합의해 지명한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며 정부 수반을 대리해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는 180일 안에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둘째는 정치 권력의 진공상태를 메우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회 내부의 권력 균형과 관련돼 있다. 국민은 조속한 조치를 원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각 정당 사이와 내부의 차이도 크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이 각 당의 대선 후보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문제다. 처음에 야당은 국회의 합의로 지명되는 과도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의 국정 책임 전부나 일부를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강요 혐의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입건하자 과도 정부에 관한 국회의 논의는 곧바로 탄핵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검찰은 최순실을 구속 기소하고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전력 투구하고 있다(현직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갖고 있어 임기 중에는 기소를 못한다).
각 당의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연히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결정은 국민의당과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로부터 지지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에서 정치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과도 정부 구성이든 탄핵이든 순조롭지는 않을 듯하다.
셋째는 개헌 논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개헌 논의를 금지했지만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자 자신이 먼저 개헌 문제를 꺼냈다. 정치 엘리트의 관심을 스캔들에서 개헌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였을지 모른다. 독재 시대가 끝난 1987년 공포된 현재의 헌법은 절차적 결함이 있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 5년 단임제다. 좀 더 효과적인 민주 통치체제를 뒷받침하려면 그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 최순실 스캔들은 또 정치 위기의 경우 대통령 권한 이양을 둘러싼 결함도 드러냈다. 그에 따라 국가 정치 시스템의 어느 요소가 개헌에서 수정돼야 할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 사임 60일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조항은 정당들이 대통령 후보를 신중하게 선발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고 비현실적이다. 둘째, 프랑스 모델과 유사한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과연 한국에서 그런 방식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불리는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전쟁 등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총리가 경제·사회 등 내치를 맡는 방식으로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절충형 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에 그 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기보다 서로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는 임명된 총리 대신 선출된 부통령이 위기 관리에서 더 강한 정통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에 제약을 준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미국 같은 4년 중임제를 지지한다.
최순실 스캔들은 분명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정당들은 단기적인 이득을 얻는 데 그런 노력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개헌 논의는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현재의 정치 위기와는 별도의 시간표에 따라 이뤄지는 게 필수적이다.
- 스콧 A. 스나이더
[ 필자는 미국외교협회(CFR) 산하 한국문제 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미정책 프로그램 책임자다. 이 기사는 CFR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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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혐의는 지난여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 씨 딸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도록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언론이 제기한 것이 계기였다(그 여파로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했다). 지난 10월 24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뒤 일부 수정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한국 국민은 격분했다(JTBC ‘뉴스룸’은 자체 입수한 최순실의 PC에 들어있는 파일 200여 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회의 자료, 대통령 당선 소감문 등의 파일이 확인됐으며 연설 전에 최순실에게 전달돼 수정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수사가 시작되면서 최순실과 청와대 비서실의 고위 인사들이 구속됐다. 또 최순실이 관리하는 재단이 대기업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출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도 불거졌다. 확대된 수사와 언론의 잇따른 폭로로 최순실이 정부의 여러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검찰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요청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스캔들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북한이 장거리 핵타격 역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의 불안이 커진 상황과 맞물렸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맞은 위기는 박 대통령의 하야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 .
여소야대의 국회는 박 대통령의 국정 결정이 더는 정당성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연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 협정은 지난 11월 23일 체결됐다.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동시 발표한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는 이제 더 강한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19∼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오는 12월 일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는 국회에서 격렬한 논란을 부를 것이다. 한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그처럼 짧은 시일에 후보를 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국은 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적인 관계와 관련된 부패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권력 남용은 국민을 그 어느 때보다 더 허탈하게 만들고 격분케 했다. 그 같은 국민의 감정적인 반응은 박 대통령의 비밀주의와 최순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 결여,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에 연루된 것을 시인하는 듯한 언행, 특권을 이용해 사리를 취하는 친구 최순실에게서 국가 요직 인사와 정책에 관해 은밀한 조언을 받았다는 국가적인 치욕이 혼합된 데서 비롯된다.
최 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1974년 영부인이던 그녀의 모친 육영수 여사의 서거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이 실의에 빠진 영애(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당시 최태민은 꿈에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큰딸 박근혜를 잘 지켜달라고 당부해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후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 다수가 관계를 끊자 그녀는 더욱 최 씨 일가에 의존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2000년대 들어 정치력보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정계에서 부상했다. 한국 리더십의 상징으로 그녀는 보수파 사이에서 정치적인 충성심을 얻을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와 역경을 극복하고 현대화를 이룬 저력에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박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과 달리 가족의 측근에게 의지했을 뿐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확장하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 그녀는 각료나 참모들과 대면 정책 논의를 거의 하지 않고 시스템 상으로 정부 수반을 떠받들어야 하는 군과 관료 인사들에게 주로 의지했다. 참모진을 멀리하고 대중의 눈을 피한 것(기자회견을 각본에 따른 연례행사로 1년에 한 번만 했다)이 국민의 좌절을 악화시켰다.
이번 스캔들은 박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완전히 고갈시켰다. 그러나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전혀 확실치 않다. 최순실 스캔들은 리더십 교체가 있을 경우 정치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 해결해야 할 3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는 합법적 정권교체 절차를 위한 일정 수립이다. 한국 리더십이 당면한 문제는 펼쳐지는 위기의 속도다. 국민의 분노가 검찰의 수사를 앞지르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너무도 급속히 전개되고 국민에게 주는 충격이 너무나 커 법적인 정당한 절차가 국민의 정서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의 정서와 검찰 수사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박 대통령은 현재로선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인센티브가 생겼다. 국민의 사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고수해야 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퇴진 조건을 협상하거나 대가를 제시할 권한을 위임 받은 개인이나 단체 대표가 없다. 국회의 공식 탄핵 절차는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야당으로선 큰 부담이다.
그러나 검찰이 탄핵의 근거를 찾는다면 박 대통령은 즉시 뒤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국회가 합의해 지명한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며 정부 수반을 대리해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는 180일 안에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둘째는 정치 권력의 진공상태를 메우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회 내부의 권력 균형과 관련돼 있다. 국민은 조속한 조치를 원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각 정당 사이와 내부의 차이도 크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이 각 당의 대선 후보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문제다. 처음에 야당은 국회의 합의로 지명되는 과도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의 국정 책임 전부나 일부를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강요 혐의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입건하자 과도 정부에 관한 국회의 논의는 곧바로 탄핵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검찰은 최순실을 구속 기소하고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전력 투구하고 있다(현직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갖고 있어 임기 중에는 기소를 못한다).
각 당의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연히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결정은 국민의당과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로부터 지지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에서 정치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과도 정부 구성이든 탄핵이든 순조롭지는 않을 듯하다.
셋째는 개헌 논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개헌 논의를 금지했지만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자 자신이 먼저 개헌 문제를 꺼냈다. 정치 엘리트의 관심을 스캔들에서 개헌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였을지 모른다. 독재 시대가 끝난 1987년 공포된 현재의 헌법은 절차적 결함이 있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 5년 단임제다. 좀 더 효과적인 민주 통치체제를 뒷받침하려면 그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 최순실 스캔들은 또 정치 위기의 경우 대통령 권한 이양을 둘러싼 결함도 드러냈다. 그에 따라 국가 정치 시스템의 어느 요소가 개헌에서 수정돼야 할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 사임 60일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조항은 정당들이 대통령 후보를 신중하게 선발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고 비현실적이다. 둘째, 프랑스 모델과 유사한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과연 한국에서 그런 방식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불리는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전쟁 등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총리가 경제·사회 등 내치를 맡는 방식으로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절충형 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에 그 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기보다 서로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는 임명된 총리 대신 선출된 부통령이 위기 관리에서 더 강한 정통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에 제약을 준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미국 같은 4년 중임제를 지지한다.
최순실 스캔들은 분명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정당들은 단기적인 이득을 얻는 데 그런 노력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개헌 논의는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현재의 정치 위기와는 별도의 시간표에 따라 이뤄지는 게 필수적이다.
- 스콧 A. 스나이더
[ 필자는 미국외교협회(CFR) 산하 한국문제 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한미정책 프로그램 책임자다. 이 기사는 CFR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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