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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프라우드 헬로 창업자

제임스 프라우드 헬로 창업자

제임스 프라우드(James Proud·25)는 사람들의 수면 방식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2억5000만 달러의 자산을 일구었다. 틸 펠로우십의 제1기자신의 시도가 실패로 끝날지언정 스스로의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비춘다.샌프란시스코의 미션 디스트릭트, 과거 빵집이었던 벽돌건물에 자리한 제임스 프라우드의 사무실에서, 프라우드와 마찬가지로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의 유망주 30인(30 Under 30) 순위에 이름을 올린 토마스 맥노튼이 소유한 요새 뜨는 레스토랑인 센트럴 키친까지는 불과 여섯 블럭 거리이다. 하지만 이 짧은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에도 올해 25세인 제임스 프라우드는 실리콘 밸리 전체를 겨냥한 공격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훌륭한 인재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정작 이러한 인재를 어떻게 기용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전통적인 벤처자금기업은? 필요없다. 센트럴 키친에 거의 다다랐을 쯤, 프라우드는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비현실적인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첨단기술 업계 전체를 조롱하고 있다.

작은 키에 불독을 연상시키는 몸매와 통통한 동안의 얼굴이 마치 컴퓨터 실습실에 죽치고 있는 괴짜 고등학생을 연상시키기에, 프라우드가 내뱉은 이같은 절대명제는 더욱더 모순처럼 들린다. 실제로 과거 이처럼 컴퓨터에 푹 빠진 괴짜였던 프라우드의 페르소나는 그 복장(프라우드는 거의 항상 운동복 셔츠와 운동복 바지 차림이고, 좀 차려입었다 싶으면 까만색 티셔츠 차림이 전부다)과 음식(야채와 생선은 먹지 않는다)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숀 파커, 마크 저커버그, 에반 스피겔과 같은 자신만만한 21세기 천재들의 대열에 가장 최근에 합류한 프라우드는 태생적으로 타인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 누구도 제가 하고 싶어 하지 않은 일을 하도록 만들 수 없다”고 프라우드가 말했다. 프라우드가 사업가로서의 길을 걸어온 방식 역시 이러했다.

제임스 프라우드는 틸 펠로우십의 원년 멤버이다. 현재 122명으로 점점 수가 늘어나고 있는 틸 펠로우들은 지난 7년 동안 억만장자이자 역발상가인 피터 틸로부터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각각 1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프라우드는 틸 펠로우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4년 동안 프라우드가 설립한 스타트업 헬로(Hello)는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기업평가액을 기반으로 대략 40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최근 프라우드는 대부 격인 훨씬 더 높이 상승한 기업평가액을 기반으로 연계자금을 확보하는 중이다. 틸이 자신이 선발한 펠로우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시작부터 제임스는 대단한 근성과 의지가 돋보이는 친구였다"고 틸은 말햇다.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선 괴짜 천재
프라우드역시 부자가 되었다. 여전히 헬로의 지분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프라우드는 덕분에 억만장자 대열에 손쉽게 들어설 수 있었다. 프라우드가 선택한 시장은 보편성이라는 면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확실한, 바로 수면이라는 주제이다. 지난 수천년과 달리, 오늘날 수면은 좀 덜 지루한 대신 좀 더 매력적인 화두로 갑자기 떠올랐다. "80년대에는 운동, 90년대에는 유기농과 건강한 식단으로, 수면을 둘러싼 담론의 주제가 바뀌고 있습니다." 프라우드의 말이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주도하는, 수면시간을 늘림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근간으로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은 700만 달러를, 그리고 소비자의 삶을 바꿔주겠다는 모토를 내건 매트리스 전문 스타트업 캐스퍼(Casper)는 7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프라우드는 하드웨어에 주력한다. 특히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 놓고 사용하는 테니스공 사이즈의 구체 모양 제품은 안에 숨겨진 각종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과 잠자는 밤 시간 동안의 주변 환경을 탐지한다. 제품명은 센스(Sense)로, 가격은 149달러이다. 센스는 사용자에게 수면의 질을 1에서 100사이의 수치로 보여주며, 이 점수를 점차 높여 수면의 질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프라우드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유통업체 타겟에서 명절을 맞아 센스의 판매를 개시했을 때, 이는 타겟의 신규전자제품 출시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타겟은 사실이 아니라 부인한다).

적어도 당장은, 밀려드는 주문량이 그만큼 커다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헬로의 소식통에 따르면, 헬로 내부에서 예측하는 센스의 2017년 판매량은 25만 대이며, 이는 순매출이 2000만 달러 가량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핏빗 등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경쟁사에 비교해보아도 이는 작은 수치로, 핏빗의 경우 2016년 매출이 23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되나 이 정도로도 거의 수익은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아마존, 애플, 구글을 위시한 3대 공룡기업은 소비자의 몸에서 가능한 부위라면 어디든지, 그리고 소비자의 집 곳곳에 커넥티드 기기를 장착하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프라우드는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 경쟁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양갈비와 돼지갈비 구이를 먹다가 얼굴을 든 프라우드는 양손을 들어 가운데 손가락을 하늘 위로 치켜드는 것으로 답한다. 피터 틸이라면 이같은 자신만만한 태도를 마음에 들어하리라. 저버커그나 스피겔도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성공에 이르렀다. 그러나 젊은이 특유의 자만을 잘 보여주는 이카로스의 신화로 돌아가면, 이 이야기는 결국 성공적인 주식상장으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적들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놓은 복잡한 시장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결국 프라우드는 확고한 자신감이 기업가로서 필수적인 자질인지 아니면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 10월 보스턴에서 개최된 포브스의 30 UNDER 30 서밋에서, 프라우드는 무대 뒤에서 곧 패널리스트로 자리를 함께 할 리차드 브랜슨을 한 번이라도 만나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진짜 해야 할 질문은, 브랜슨이 나를 한 번이라도 만나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죠.” 프라우드의 대답이었다.
 12살에 인터넷으로 처음 수입 올려
프라우드가 자란 곳은 런던 남부에 자리한, 브랜슨에 어린시절을 보낸 곳과 불과 1시간 여 거리에 있다. 아버지는 영국 정부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비서로 일하며 밤에는 식료품점의 판매대에 상품을 진열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프라우드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기보다 컴퓨터 실습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했다. 프라우드는 온라인 포럼에서 만난 한 사기꾼에게 웹사이트를 만들어 주며 12살의 나이로 인터넷을 통해 처음 수입을 올렸다(프라우드는 번 돈을 소니 에릭슨의 휴대폰과 크리에이티브 랩스의 MP3 플레이어를 사는 데 썼다). 인터넷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으로 일하면서, 프라우드는 건당 수백 달러의 수입을 올리기 시작했다. 미성년자였던 프라우드의 페이팔 계좌가 동결되는 바람에 현금이 우편으로 배달되어 부모로부터 빗발치는 질문을 받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17세가 된 해, 프라우드는 콘서트 티켓의 정보를 취합해 보여주는 웹사이트인 기그로케이터(GigLocator)를 만들고,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대학에 진학하기 전 1년의 갭이어(gap year)를 보낼 수 있도록 부모님을 설득했다. 식사는 영국의 닭요리 체인점 난도스에서 여러 번 식사를 했던 것처럼 고객 로열티카드에 가짜로 구멍을 내거나, 벤처자본가들과 여타 유럽의 기술컴퓨터 전문가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언제나 이들이 밥값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미 이 당시에도 제임스는 향후 10년 동안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지에 대해 날카로운 관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때 핑퐁 게임을 하며 프라우드를 알게 된 스포티파이의 창업자 다니엘 엑의 말이다. “보통 그 나이에는 여자친구나 학업에 더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제임스는 정말 보기 드문 경우였지요.”

모두들 프라우드가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등록일이 다가오자 프라우드는 부모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0년 9월의 어느날 새벽 1시, 테크크런치디스럽트 컨퍼런스를 생중계로 보고 있던 프라우드는 자신의 구세주를 발견한다. 피터 틸이 자신의 이름을 딴 펠로우십을 만들어 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꿈을 꾸는 십대 20명에게 각각 10만 달러의 무상보조금을 제공하겠노라 발표한 것이다. 프라우드는 그 자리에서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피터 틸은 결승전 진출자들이 서로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샌프란시스코로 불러들였다. 프라우드는 하버드대학에 합격하고도 진학을 포기하고자 하는, 프레피 룩의 미국 십대들에 둘러싸였다. 자신이 최종선택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 프라우드는 런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011년 4월 틸 펠로우십은 프라우드에게 희소식을 전하며 더불어 7월까지는 대기상태라고 말했다. 프라우드는 곧 저축해 둔 돈을 탈탈 털어 비행기표를 샀다. 그리고 자신이 길거리에서 자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면 틸 펠로우십의 지원금을 어서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틸 펠로우십은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틸 펠로우십은 프라우드의 삶을 바꾸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무명의 프로그래머에서, 신동들이 모인 프로그램의 원년 멤버가 된 것이다. 그 다음 1년 동안은 거의 대부분을 에어매트리스와 소파에서 잠을 청해야했지만, 프라우드는 틸 펠로우십이 실리콘 밸리 곳곳에서 열어준 기회의 문을 십분 활용했다. 한동안 프라우드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맥스 레브친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서 일했고, 2012년 6월 기그로케이터를 콘서트홍보사업가 피터 샤피로에게 매각하며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수입을 올렸다. (“그것 참 젊고 똑똑한 녀석이로세”라고 샤피로는 말했다.)

그 후 바로 프라우드는 비밀리에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는 훗날 헬로가 된다. 헬로가 원래 하려던 사업은 핏빗과 조본이 개척한, 손목밴드 형태의 활동량 추적장치를 보다 나은 형태로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프라우드는 젊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을 모아 18개월 동안 연구한 끝에 이후 애플 워치에 채용된 것과 유사한 자석 손목줄을 포함한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프라우드는 이 제품의 가능성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팀원 중 누구도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을 몇 주 이상 계속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느날 프라우드는 항상 착용할 필요가 없는 제품을 주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수면 추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람들은 손목밴드의 기능을 좋아했지만, 자는 동안 착용해야 한다는 점은 싫어했다. 뉴욕에서 돌아온 프라우드는 팀원들을 한 데 불러 일년 반 동안 노력해온 결과물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프라우드는 불과 몇 달 전 700만 달러 규모의 A 시리즈 자금조달을 지원해준 화난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납득시켜야했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프라우드는 샤킬 칸, 당시 페이팔 사장이었던 데이비드 마커스 그리고 샤오미 부사장 휴고 바라를 포함해 투자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추가 지분을 제공했다.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결정을 3개월 더 늦게 내렸더라면, 헬로가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의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이자 프라우드를 제외한 헬로의 유일한 이사회 임원 댄 로즈의 말이다.
 프라우드의 삶을 바꾼 틸 펠로우십
웨어러블로 가지 않겠다는 프라우드의 결정으로 헬로는 수많은 경쟁사들이 존재하는, 그러면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시장에서 빠져나왔고 (올해 스마트워치 판매량은 67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선구자가 되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이는 아이패드에 맞먹는 소비자 기기가 될 수 있습니다.” 피터 틸의 말이다. 가능성은 막대하다. 제품의 과학적 근거를 확립하고자, 프라우드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수면 & 신경촬영 연구소 소장 매튜 워커를 헬로의 수석과학자로 영입했다. 워커는 수면부족이 제1세계 선진국가에서 ‘유행병’처럼 만연해있으며, 센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헬로의 주장에 따르면, 센스를 일년 동안 사용한 이후 사용자의 71%에서 평균 수면시간이 이전보다 늘어났으며, 57%에서 기상시간이 더욱 규칙적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헬로는 더욱 맞춤화된 수면기술을 시험하며 이보다 훨씬 개선된 성과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

프라우드는 2014년 7월 킥스타터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적어도 얼리 어답터들 사이에서는 수면제품 시장이 존재함을 입증했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프로토 타입과 시장에 내놓을만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헬로는 멋진 영상과 10만 달러라는 목표를 내세워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개시했다. 첫 4일 동안 100만 달러, 그리고 첫 한달 동안 240만 달러의 기록을 올리며, 헬로의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은 목표를 초과달성했고, 이는 가상현실기기로 주목받고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크라우드펀딩 액수에 약간 못 미치는 기록이다. 그 해 여름 헬로는 도취에 빠질 만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으나, 마케팅 문구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기에 축하를 위한 샴페인 네 병은 올해 추수감사절이 지나기까지 사무실 냉장고에서 개봉을 기다려야했다.

헬로는 2014년 11월까지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 약속했으나, 생산과 관련된 문제가 속출함에 따라 다음해 2월까지 첫제품의 출하를 늦추었다. 센스는 두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LED, 회로 그리고 빛, 소리, 온도, 공기질을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있는, 침대 옆에 두고 사용하는 작은 구체 모양의 기기(아래 사진)가 하나, 그리고 이에 딸린 배터리로 작동되고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베개에 부착하는 ‘슬립 필(Sleep Pill)’이 다른 하나이다. 개발팀은 이 시스템의 제조를 위해 독자적으로 수많은 도구를 설계해야했다. 그 해 6월, 헬로는 싱가포르 정부소유의 투자펀드 테마섹 홀딩스 등으로부터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3000만 달러의 현금을 수혈받았으나, 그 해의 나머지 기간은 소프트웨어 버그를 해결하고 핵심기능을 재설계하는데 투자해야했다. 2016년 아마존과 구글이 각각 음성으로 작동되는 무선스피커 에코와 구글 홈을 내놓으면서, 프라우드는 전년도 11월부터 판매를 개시한 센스의 최신 버전에 음성작동기능을 추가할 것을 개발팀에 주문했다.

“심각한 도전과제는 항상 ‘더욱 저렴하면서도 거의 동등한 성능을 발휘하는 모방제품이 개발되기 전에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피터 틸의 말이다. “이런 문제는 언제나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조금 더 어려운 문제이지요.”

애석하게도 새로운 버전의 센스조차도 아직 시장을 탐색하고 있는 미완성의 제품같다는 느낌을 준다. 시험삼아 일주일 동안 센스를 사용하면서, 기자는 음성명령 인식기능은 제한적이나 손을 공중으로 한 번 훑는 동작으로 알람을 끌 수 있는, 좀 더 스마트해진 알람시계라는 신선함에 매료되었다. 그렇지만 149달러라는 금액을 지불하기에, 센스의 핵심기능은 일관성이 너무나 부족했다. 센스는 사용자가 잠들고 일어나는 때를 탐지하고, 사용자가 몇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용자가 수면 중 뒤척이거나 몸을 돌리는 동작등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손목에 착용한 밴드가 아닌, 베개에 부착된 클립으로부터 취합된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가 종종 발생했고, 옆에서 자는 약혼녀의 움직임을 나의 움직임과 혼동하는 일도 잦았다. 설사 센스가 정확하다 하더라도, 수면데이터나 여타 측정자료 모두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충분한 휴식을 위해서는 암막커튼이 유용하다던가 개짖는 소리는 방해가 된다던가 하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밖에도 경고의 신호는 무수히 많다. 프라우드는 미국 전역에 소재한 700여 곳의 타겟 매장에서 새로운 버전의 헬로가 전시되어 있다고 자랑하지만, 오클랜드의 재고량은 애플 TV와 링크시스의 무선 라우터 옆의 진열대에 놓인 제품 한 개뿐이었다. 뉴욕 근처의 베스트바이 상점을 조사한 결과, 보유재고가 확인되는 센스는 오직 한 개로, 다른 상점에서는 주문을 해야만 했다. 또한 기자가 센스를 집으로 가져와 사용하려 했을 때도, 충전 케이블을 꽂기위해 한 시간 동안 씨름을 해도 되지 않아 셋업 과정을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젊고 변덕스러운 보스, 프라우드에 거는 기대
센스에 대해 수많은 질문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프라우드는 리스크를 감내하며 방향을 선회하기로 했던 자신의 결정을 대명제로 내세운다. 프라우드는 애플 워치처럼 몸에 착용해야 하는 제품 혹은 아마존과 구글에서 내놓은 홈 어시스턴트처럼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한 제품들을 폄하한다. 프라우드의 목표는 센스처럼 거의 “착용자의 관여가 필요 없는” 건강데이터추적기기로 사용자의 하루를 24시간 내내 관리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같은 제품을 모두 만들고 출시할 수 없다는 것이 비극적인 일입니다.” 프라우드의 주장이다.

헬로와 마찬가지로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 프로그램의 총아였으나 지난 12월 문을 닫은 페블, 그리고 펀딩으로 확보한 1억 달러를 모두 소진하고 폐업을 선언한 드론제작업체 3D 로보틱스와 같은 여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 닥친 운명을 피하고자 한다면, 프라우드는 곧 제품라인을 다각화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핏빗(주가가 최고점에서 86% 하락했다)이나 고프로(주가가 90% 급감했다)와 같은 상장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라우드는 직원수나 자금규모 모두에서 헬로를 압도하는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자 노력하는 50명의 직원을 둔 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더욱 성숙해야 만 한다. 지인들은 프라우드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현명함을 갖추었다고 극찬하나, 과거 헬로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프라우드가 똑똑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기질의 소유자로 긴박한 상황에서 종종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프라우드가 압박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때때로 저는 이것이 아직 젋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로의 엔지니어로 일했던 한 직원의 말이다. “갑자기 들이닥쳐 ‘소비자들이 불평을 하고 있으니 X라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거지요.”

프라우드는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고수하기 보다,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제임스의 의사결정은 리스크를 감내하고 공격적으로 나서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제임스를 해치게 될 겁니다.” 2년 넘게 프라우드 측근에서 일했던 한 전직 헬로 직원의 말이다.

프라우드 자신도 스스로 변덕스러운 보스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2014년 12월 어느 아침 센스의 제조 공정 첫 가동을 위해 최종 펌웨어를 설치하고자 헬로의 엔지니어 한 명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는 찰나 프라우드는 한 가지 기능을 더 추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헬로의 CTO인 팀 바트는 프라우드에게 이렇게 막판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코드를 변경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프라우드는 마치 컴퓨터가 부팅될 때처럼 센스가 처음 전원과 연결되는 순간 빛이 켜지고 소리가 나야 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논쟁 끝에, 프라우드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엔지니어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 변경사항을 코딩하는 작업을 마쳤고, 숙련된 기술과 행운 덕분에 최종제품에 새로운 버그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막판에 취한 개입조치는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제품 천재(product genius)가 출현하는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능력은 있으나 아직 성숙하지 못한 창업자의 권력 과시였을까?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분석하는 프라우드의 답변은 간단하면서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 “음, 어쨌건 제가 옳았죠.”

- BRIAN SOLOMO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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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스기사] 틸 펠로우들은 어떤 성과를 보여주었을까?
2011년 피터 틸은 야심찬 계획에 착수했다. 십대들에게 10만 달러를 주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대신 맨손으로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은 즉각 어마어마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결국 24명의 젊은 기업가들이 제1기 틸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그후 5년 동안 이 원년 멤버들은 다양한 행보를 걸었다. 원래 갖고 있던 사업 아이디어를 고수한 이들도 있고,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선 이들도 있다. 자신이 설립한 스타트업의 투자자금을 확보한다는, 실리콘 밸리의 중대한 통과의례를 마친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자금을 확보하다틸 펠로우 원년멤버의 대략 16%에 해당하는 4명의 펠로우만이 틸의 제안을 수락한 이후 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업스타트(Upstart)의 공동창업자 폴 구(Paul Gu)가 온라인 대출거래 웹사이트를 통해 53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처음 계획을 고수하다펠로우들의 대략 절반 가량이 원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데일 스티븐스는 갭이어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언칼리지를 창업해 현재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 로라 데밍은 자신이 설립한, 바이오테크를 주력으로 하는 벤처자금기업 롱지비티 펀드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대학으로 진학하다틸 펠로우가 되었다고 해서 이후 대학으로 진학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다섯 명이 대학 진학의 길을 택했는데, 이 중 데이비드 루안은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덱스트로를 창업했다.



방향을 선회하다펠로우 중 12명 가량은 애초의 계획에서 방향을 선회했다. 수제이 타일은 구직 웹사이트 하이어드를 창업했으나, 이후 하이어드의 투자자인 셰르파 벤처스에 합류했다.



틸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다제임스 프라우드 외에도 적어도 3명의 펠로우들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피터 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에덴 풀 고는 틸이 공동창업한 데이터마이닝업체 팔란티어에 입사했으며, 톰 커리어는 틸의 파운더스 펀드에 예비창업자로 합류했다.

- MATT DRANGE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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