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
스타트업이란 스타트업은 모두 ‘제2의 우버’라고 불리길 원할 정도로 스타트업계의 우상이 된 우버, 그러나 680억 달러 규모의 우버 CEO 트래비스 칼라닉이 원하는 방향은 아마존이다. 사람부터 화물까지,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그 중심에 우버가 있어야 한다고 칼라닉은 생각한다.회색 폴로티와 이에 어울리는 회색 치노바지를 입고 검은색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은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41)이 외부의 잡음을 마음에서 차단하며 집중하고 있다. 농구 코치처럼 회의실을 빠르게 걸어 다니던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가 에스프레소 잔크기 종이컵에 담긴 견과류 믹스를 집어 먹다가 다시 커피를 마신다. 회의실 책상을 빙 둘러싸고 6명의 젊은 직원이 우버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칼라닉에게 개발 결과물을 보여준다. 3주 전 런칭한 우버 앱의 새로운 버전으로, 우버에서 진행 중인 중요 프로젝트의 초기 결과물이다. 사용자 눈에는 앱 디자인 상의 단순한 변화로만 보이는 결과물은 앱 다운로드 횟수와 이용, 평가, 자동차 도착시간, 유지율, 로딩 시간, 우버엑스(UberX) 대비 우버풀(UberPool)을 선택하는 사용자 분포 등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는 각국 상황이나 이용자의 스마트폰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논리’다. 그래서 칼라닉은 80분 동안 온갖 도표를 샅샅이 훑으면서 전제가 맞는지 물어보고 검증을 요구했다. “이건 측정 방식으로 생긴 차이일 수도 있고, 진짜 문제일 수도 있지.” 칼라닉이 아주 난해해 보이는 계량 결과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아이폰을 꺼내 그런 작은 차이가 실제 앱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가 살짝 짜증을 냈다가 했다. 그리고는 개별 기능에 대한 “실제 데이터”가 없다면 결국 “감정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아주 싫어하는 상황이다.
칼라닉이 주최하는 회의는 우버라는 거대한 기계의 기본을 이루는 구성요소로, 즉흥 연주를 뜻하는 ‘잼 세션(jam session)’으로 불린다. 잼 세션은 문제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발전시킨 후, 칼라닉이 가장 집착하는 ‘우버의 효율성’에 이 상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다. 칼라닉은 잼 세션을 통해 우버 이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든 측면을 샅샅이 살펴본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르는 칼라닉(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64위)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참 많다. 대부분은 딱히 호의적이지 않다. ‘가차 없고 비윤리적인’,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천재 악당’이 대표적이고, 좀더 나아가면 ‘브로(bro)’나 ‘얼간이(douche)’가 있다. 그러나 이들 별명은 칼라닉의 특별함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버를 680억 달러의 가치로 키워내고 역사상 가장 돈이 넘치는 스타트업으로 만들어낸 그의 능력이다.
잼 세션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칼라닉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경쟁을 유발하고 치열하게 만들어 각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고, 단점을 상호 보완해 문제를 저격하는 해결사로서의 자질이다. 그는 자신을 우버의 ‘최종 문제해결사(problem-solver-in-chief)’로 칭하는 걸 좋아한다. 잼 세션을 이끄는 칼라닉의 모습을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역할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작은 변화여도 앱을 성공적으로 개선한 아이디어가 발견될 때마다 “죽여주는 변화(super-gangster move)”라고 기쁘게 외치는 칼라닉의 얼굴은 사탕가게에 입장한 아이 마냥 환해지고, 생각에 집중한 듯 반영구적으로 가늘게 뜬 눈은 미소로 찡긋하며 더욱 작아진다.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칼라닉을 분류하자면 바로 이쪽이다. 열정을 외치거나 이를 전파하는 유형도 있지만, 칼라닉은 분명 그쪽이 아니다. 그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논리적 장애물을 끝없이 뛰어넘으며 전진하도록 우버를 이끄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는 최고로 흥미롭고 나름의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논리적인 아키텍처로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음 문제로 나아간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한 문제를 풀고 나면 언제나 다음 문제가 나온다. 문제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우버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업 중 하나가 된 이유, 조만간 흑자나 IPO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없는데도 칼라닉이 마음껏(지금까지 주식 및 채권으로 160억 달러 가량) 돈을 모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매끈하게 중개하는 우버의 사업모델(현재는 차량공유 서비스)은 상투어가 될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제는 자신을 ‘~의 우버’라고 자칭하는 스타트업이 100개가 넘을 정도다.
‘~의 우버’가 되려 애쓰지 않는 소수의 예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버 자신이다. 우버는 오히려 아마존을 지향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봐도 무방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던 아마존은 인터넷 소매유통의 거인 이상으로 변신해 나갔다. 칼라닉의 관심 또한 택시 서비스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는 우버를 이동성(mobility)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 무엇이든 움직인다면, 칼라닉은 그 시장의 일부를 갖고자 한다. 서비스 시작 후 아직 7년이 되지 않았지만, 우버는 도시가 대중교통과 주차, 교통체증을 받아들이는 방식, 밀레니엄 세대가 자동차 소유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물리적 상품을 이동시킨다는 면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운송, 육상교통의 경우 글로벌한 차원에서 보면 규모가 5조, 아니면 6조 달러가 나올 지 모른다. 정확한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중요한 건 시장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 간 우버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음식을 배달하는 이츠(Eats), 뭐든 퀵으로 배송하는 러쉬(Rush), 화물을 트럭으로 운송하는 프레이트(Freight) 등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우버초퍼(UberChopper)와 우버씨플레인(UberSeaplane), 우버보트(UberBoat) 등 특이한 운송수단을 이용한 마케팅 이벤트도 벌였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자율주행 트럭에도 진중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엘론 머스크(Elon Musk) 마냥 ‘비행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공상과학 같은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우버의 핵심 사업인 차량공유 시장을 선례로 삼을 수 있다면, 작게 시작한 각 서비스는 곧 해당 시장에 단단한 뿌리를 내릴 것이다.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돈으로 밀어낸 후 마음껏 가격을 올리는 전략이라고 비난 받을 정도로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 붓는 우버는 엑스부터 풀, 블랙, 셀렉트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차량 유형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모토(Moto)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장도 있다. 그 결과 2016년 우버의 매출은 50억 달러를 상회했지만, 손실액은 최대 2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포브스는 추산한다.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그만큼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얻을 시장이 중요하지, 당장의 수익은 부차적 문제로 보는 듯하다. 제프 베조스, 보고 있나!
“처음 우버를 지원할 때만 해도 그 결과 자동차 산업의 수익결산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벤처투자사 벤치마크(Benchmark)의 빌 걸리는 말했다. 그는 우버 최초 투자자 중 한 명이자 이사회 임원이다. “지구상 규모가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인 운송산업에서 우버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불안감이 컸다.”
트래비스 칼라닉은 언제나 패턴을 보는데 집중했다. 청소년 시절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분석하고 모든 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차선이 가장 적합한지 연구하는 게 취미였다. 결국 자퇴를 하기는 했지만, UCLA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배우면서 그는 자신의 문제해결 역량을 더욱 다듬을 수 있었다. 재학 시절 시작한 멀티미디어 검색엔진 및 파일 교환 소프트웨어 스카우어(Scour)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레드 스워쉬(Red Swoosh)는 미디어 업체에 동영상 온라인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레드 스워시를 운영하는 동안 칼라닉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형편 없는 투자 제안을 받아야 했고, 이후에는 헐값에 기업을 넘기라는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 회사가 끝장난 거나 다름 없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직원들은 회사를 버렸고,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그는 2300만 달러를 받고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에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그는 당시를 두고 “피, 땀, 라면이 뒤섞인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09년 전문 창업가 가렛 캠프(Garrett Camp)와 함께 우버를 창업했다. 캠프가 자신이 창업했다가 매각한 회사 스텀블어판(StumleUpon) 지분을 다시 인수했을 때다. 당시 둘은 우버캡(UberCab)이라는 앱을 통해 우버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블랙 리무진 서비스를 예약하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한 앱이었다. 2010년 시작한 서비스는 초반에만 해도 칼라닉과 친구들이 샌프란시스코를 편하게 돌아다니기 위해 만든 장난감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칼라닉은 숫자를 잘 조정하기만 하면 리무진 서비스뿐 아니라 도시 운송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눈치챘다. 가격을 내리면 더 많은 승차자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는 더 많은 운전자를 플랫폼으로 이끌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대기시간이 줄어들면, 이용자가 증가하고 운전자의 수입이 함께 증가할 수 있었다. 이런 선순환을 잘 다듬는 일이 이 때부터 칼라닉이 집착하는 목표가 됐다.
우버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로켓처럼 내달리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앞지른 대기록이었다. 2분기에 매출액은 10억 달러를 상회했고, 회사 직원은 9000명, 등록 운전자 수는 150만 명에 이른다. 월마트와 맥도날드를 제외한 민간기업 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월급(이나 월급의 일부분)을 주는 기업이 바로 우버다. 우버는 전세계 73개국 450개 도시에서 관련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대를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며 서비스를 출시했다. 매달 평균 4000만 명이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고, 우버 운전수의 월평균 이동거리를 합하면 12억 마일이 나온다. 지구와 화성 사이를 35번 이동한 거리다. 이제 칼라닉의 목표는 “운송 서비스를 수돗물만큼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다.
우버의 스케일이 거대해지면서 효율성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필요성도 증가했다. 포브스는 칼라닉의 순재산을 63억 달러로 추산하지만, 칼라닉은 보유하고 있는 우버 주식을 하나도 매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버의 모든 구성요소를 해결 가능한 문제로 분해해서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코드와 프로세스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비트와 원자로 구성된 물질 세상에 프로세스와 코드를 적용하니 솔직히 모든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칼라닉은 “아니, 사람과 코드와 프로세스로 구성된 시스템”이라고 재빨리 ‘사람’을 추가한 후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트래비스는 엄격한 실험과 테스트를 적용하는 철학을 전파한다”고 차량 합승 서비스 우버풀을 총괄하는 브라이언 톨킨(Brian Tolkin·26)은 말했다. 잼 세션은 며칠, 심지어 몇 주에 걸쳐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센티브를 좀더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엔지니어링부터 재정, 데이터 과학, 운영 등 다양한 부서의 중역이 한 자리에 모여 일련의 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그 결과 우버는 각 부서의 책임범위를 미세하게 조정해 시장의 변화에 대한 반응성을 높였다. 들인 노력의 양에 비해 사소해 보이는 성과다.
그러나 우버의 매머드급 규모를 생각하면, 아주 작은 부분을 고쳤다 해도 이것이 모여서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잼 세션을 통해 기술적 면에서는 개별적이면서 통합적인 1000여 개 ‘서비스’가 탄생했다. 우버 전체를 포괄하는 기술의 1000여 개 부분이 변화한 것이다. “서비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수록 운전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베트남 전쟁 당시 보트피플 중 한 명으로 미국에 와 자수성가해서 4년 전 우버에 합류한 팜 CTO는 말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차가 온다는 약속과 경험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런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려면 수많은 코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작동해야 한다.
이용자가 앱을 열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이용자의 현재 위치가 우버 서버로 전달되면, 차를 배정하는 소프트웨어가 가격결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근방의 자동차를 샅샅이 물색하기 시작한다. 모든 정보는 이용자가 차량을 요청하기 전에도 수 초마다 업데이트 된다. 운전자가 요청을 받아들이면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승차 위치로 안내하고, GPS를 이용해 4초마다 도착예정시간(ETA)을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거의 상시적인 추적은 승객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되고, 서비스가 종료되기 전에 운전자에게 최적의 경로에 있는 다음 승객을 미리 배정한다. 요금 청구와 처리, 이용자의 서비스 평가, 자체 분석 소프트웨어로 승차 품질을 평가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우버풀의 경우 작업은 더욱 복잡하다.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려는 승객이 또 누가 있는지, 운전 경로를 크게 연장하지 않는 최상의 카풀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계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부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교통 상황이 변할 때마다 계산 또한 끊임 없이 변한다. 운전한 곳을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경우는 다른 기준을 아무리 많이 충족해도 경로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아무리 가깝다 해도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건 승객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팜은 말했다. 코드와 이를 만들어 내는 더 중요한 프로세스, 그리고 사람은 이동성의 세계를 넓히려는 우버의 새로운 시도를 뒷받침하는 근간이다.
우버는 새로운 시스템 및 기술에 대해 새로운 투자 방법을 만들었다. “우선 우리 존재를 위협하는 요인에 가장 먼저 집중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영할 사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팜은 말했다. 해당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투자 중 가장 눈에 띄고 금액도 가장 높은 부문이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다. 이와 함께 분석법과 할증요금 책정, 경로 설정, 데이터센터 기술을 포함한 수많은 다른 프로젝트에도 이미 많은 투자가 들어가고 있다. 다음 순위로 투자하는 부문은 ‘있으면 좋은’ 기능이다. 우버의 성장이 워낙 거침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씻고 닦고 광을 내는 과정은 계속해서 반복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데이터 처리능력을 10배로 늘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12~18개월 안에 폐기하고 새로운 걸 다시 만들어야 할 정도다. “3년 반 후면 자동차 배정 시스템을 아마 3번은 새로 구축했을 것”이라고 팜은 말했다. 2년 전 칼라닉은 지도를 작성하는 매핑 기술이 우버가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존재 담보’ 기술 중 하나라고 확신하고, 구글 어스(Google Earth) 공동개발자로 매핑 개발을 이끌었던 브라이언 맥클렌든(Brian McClendon)을 영입했다. 구글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기술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고 왜 그 정도로 투자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 사업의 모든 것이 지도에 달려 있다”고 맥클렌든은 말했다.
세계를 지도로 만들고 그 지도를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서 우버는 승차와 하차 계획을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했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통계 자료를 이용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서 출입구가 많은 쇼핑몰에서 최상의 위치를 제안하는 식이다. 칼라닉이 효율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교통체증이 심한 거리를 피해가거나 운전자가 불필요하게 경로를 돌아갈 필요가 없도록 승객에게 최상의 승차지점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동시에 카메라를 장착한 우버 차량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리 표지판을 찍어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를 우버 시스템에 입력하면 시스템은 기계학습을 이용해 ‘정차 금지’ 등의 표지판 뜻을 이해하고,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물론,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도 지도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쪽에서 칼라닉이 가장 자랑스레 업적을 내보였던 때는 지난해 8월이다. 당시 그는 피츠버그에서 운행하는 우버 차량 일부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사고를 예방하고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기는 한다.) 그리고 우버는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부에서 일했던 베테랑들이 구글을 퇴사하고 시작한 스타트업 오토(Otto)를 인수했다. 당시 오토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오토 인수로 우버는 A에서 B로 사람이나 사물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2016년 2월, 칼라닉은 그의 첫 테드(TED) 강연을 위해 밴쿠버로 갔다. 칼라닉은 “천재 악당(evil genius)”이라는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도시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우버의 잠재력이 규제 때문에 발목 잡혔다는 그의 강연은 초조하게 들렸고, 어떤 부분에서는 방어적이기도 했다. 강연을 끝내고 무대 뒤로 돌아온 그는 유통업체 타겟(Target)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 최고마케팅책임자 제프 존스(Jeff Jones)와 마주쳤다. 그는 존스에게 자신의 강연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존스의 답은? ‘B-‘였다. 애정에서 나온 엄격한 평가는 칼라닉처럼 논리적인 사람에게는 고마운 충고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칼라닉은 걸리와 함께 타겟 본사가 있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존스를 데려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8월에 존스는 ‘사장’ 직함을 달고 우버에 합승했다. “트래비스는 팀원으로 어떤 사람이 필요한 지를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그들을 데려온다”고 같은 해 존스보다 먼저 이사회에 합류한 아리아나 허핑턴은 말했다.
지구상 모든 운송의 운영체제가 되려고 노력하는 우버가 근무하기 힘든 회사라는 사실은 그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칼라닉의 주변인들은 그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으며, 초토화 작전을 펼쳤던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유능한 직원을 모집하고 안정적인 경영팀을 구축한 게 그 증거다. 중국에서의 패배 또한 마찬가지다. 우버가 중국에 20억 달러를 투자해서 경쟁업체 디디 추싱(Didi Chuxing)의 지분 70억 달러를 얻었으므로 우버 사람이라면 누구도 ‘패배’라고 표현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에서의 철수 결정은 칼라닉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그만큼 성숙해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버 CEO는 중국에 대단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지 마’라고 말할 때마다 ‘와우, 사람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그는 중국에 모든 걸 걸었다. 우버차이나의 성장 과정은 우버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축소판이었다. 들불처럼 빠르게 번져 나가며 인기를 끌었고,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중국은 우버 서비스 이용 중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우버 승차 횟수 기준 상위 10대 도시 중 중국 도시가 8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대적 성장은 대대적 손실을 감수하며 이루어졌다. 디디와의 출혈 보조금 경쟁 때문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중국이 너무 많은 자원을 집어삼켰다는 점이다. 우버 엔지니어와 상품 개발자, 경영 담당자, 칼라닉을 포함한 경영진까지 모두가 중국에만 매달린 점도 문제였다. 그래서 지난 여름 칼라닉은 우버차이나를 접고 디디와 합병하는데 찬성하며 피 말리던 전쟁을 끝냈다. “트래비스가 개인적인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버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허핑턴은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싸움을 계속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엄청나다고 봤다.” 칼라닉 자신도 중국 법인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우리가 100% 이긴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용맹하게 싸웠고,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걸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 우버에게 가능한 세계는 무한하다. 유례없이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고, 출혈이 컸던 중국에서의 싸움이 끝난 만큼 우버의 손실액도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추정된다. 우버가 운송내 다른 사업 부문으로 뻗어나가려는 시점에서 칼라닉은 미국과 브라질, 인도를 비롯한 중요 시장에서 이기는데 집중할 수 있다. “100억 달러나 되는 자금을 모집한 건 투자를 위해서였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리프트(Lyft)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사 점유율이 우버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요 도시야말로 “전체 승차의 90%를 차지하는 시장”이라고 리프트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존 짐머(John Zimmer)는 말했다. 칼라닉이 효율성에 집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운전자가 언제 승차 장소에 나타나는지 쪽에서 경쟁업체와 분명히 차별화될 수 없다면, 차량마다 더 많은 승객을 태워서 효율성을 높이면 된다. 칼라닉이 구축한 시스템도 여기에 활용되고 있다. 그럼 승객은 더 저렴한 요금으로 목적지에 갈 수 있고, 운전자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우버의 매출도 높아질 것이다. 칼라닉이 우버풀을 그렇게 만지작거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버풀은 리프트의 카풀 서비스를 앞지를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도시에서는 우버 차량 이용 중 40%가 카풀 서비스다. 우버가 대중교통을 뒤집고 도시계획에까지 영향을 주는 가운데, 우버풀은 도시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칼라닉의 목표 달성에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인가하는 택시 독점 공급을 위협했던 우버에게 과거 날카롭게 각을 세웠던 시 정부들은 도로에서 차량 수를 줄일 수 있는 우버의 아이디어를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칼라닉은 이미 이들에게 우버풀의 장점을 설파하며 지지를 얻는 중이다. 뉴저지 서밋(Summit)은 최근 기차역에 주차장을 확대하는 대신 통근자를 위한 우버풀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모두의 적이었던 우버가 급작스레 ‘우리의 친구’로 변신하면서 얻게 되는 기업 명성 차원에서의 장기적 이득 또한 분명하다.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원칙은 우버가 자율주행 사업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현재 우버는 자산이나 시설이 필요치 않은 차량공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자체적으로 자동차 군단을 보유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버의 경제학이 뿌리부터 변화하는 건 시간 문제다. 자동차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게 우버의 아킬레스 건이라는 비판도 있다. (리프트와 손을 잡은)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테슬라 등 자동차 생산업체, 그리고 어쩌면 구글과 애플 등의 기술 기업조차 특별 제작한 자율주행 자동차로 향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100%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능해지는 날이 온다면, 해당 산업에 뛰어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온디맨드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그런데 우버의 경우는 이미 온디맨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현실이 될 때, 칼라닉이 현재 구축하고 있는 이동성 운영체제, 다시 말해 비트와 원자의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완벽히 조율하는 그 시스템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물리 세계의 인간과 인간 행동을 정량화해야 한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이렇게 차갑고 아름다우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문제야말로 우버 안에서 논리로 문제를 풀어가는 칼라닉을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힘이다.
- MIGUEL HELFT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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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건 ‘논리’다. 그래서 칼라닉은 80분 동안 온갖 도표를 샅샅이 훑으면서 전제가 맞는지 물어보고 검증을 요구했다. “이건 측정 방식으로 생긴 차이일 수도 있고, 진짜 문제일 수도 있지.” 칼라닉이 아주 난해해 보이는 계량 결과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아이폰을 꺼내 그런 작은 차이가 실제 앱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가 살짝 짜증을 냈다가 했다. 그리고는 개별 기능에 대한 “실제 데이터”가 없다면 결국 “감정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아주 싫어하는 상황이다.
칼라닉이 주최하는 회의는 우버라는 거대한 기계의 기본을 이루는 구성요소로, 즉흥 연주를 뜻하는 ‘잼 세션(jam session)’으로 불린다. 잼 세션은 문제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발전시킨 후, 칼라닉이 가장 집착하는 ‘우버의 효율성’에 이 상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다. 칼라닉은 잼 세션을 통해 우버 이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든 측면을 샅샅이 살펴본다.
CEO이자 우버의 ‘최종 문제해결사’
잼 세션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칼라닉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경쟁을 유발하고 치열하게 만들어 각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고, 단점을 상호 보완해 문제를 저격하는 해결사로서의 자질이다. 그는 자신을 우버의 ‘최종 문제해결사(problem-solver-in-chief)’로 칭하는 걸 좋아한다. 잼 세션을 이끄는 칼라닉의 모습을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역할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작은 변화여도 앱을 성공적으로 개선한 아이디어가 발견될 때마다 “죽여주는 변화(super-gangster move)”라고 기쁘게 외치는 칼라닉의 얼굴은 사탕가게에 입장한 아이 마냥 환해지고, 생각에 집중한 듯 반영구적으로 가늘게 뜬 눈은 미소로 찡긋하며 더욱 작아진다.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칼라닉을 분류하자면 바로 이쪽이다. 열정을 외치거나 이를 전파하는 유형도 있지만, 칼라닉은 분명 그쪽이 아니다. 그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논리적 장애물을 끝없이 뛰어넘으며 전진하도록 우버를 이끄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는 최고로 흥미롭고 나름의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논리적인 아키텍처로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음 문제로 나아간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한 문제를 풀고 나면 언제나 다음 문제가 나온다. 문제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우버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업 중 하나가 된 이유, 조만간 흑자나 IPO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없는데도 칼라닉이 마음껏(지금까지 주식 및 채권으로 160억 달러 가량) 돈을 모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매끈하게 중개하는 우버의 사업모델(현재는 차량공유 서비스)은 상투어가 될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제는 자신을 ‘~의 우버’라고 자칭하는 스타트업이 100개가 넘을 정도다.
‘~의 우버’가 되려 애쓰지 않는 소수의 예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버 자신이다. 우버는 오히려 아마존을 지향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봐도 무방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던 아마존은 인터넷 소매유통의 거인 이상으로 변신해 나갔다. 칼라닉의 관심 또한 택시 서비스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는 우버를 이동성(mobility)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 무엇이든 움직인다면, 칼라닉은 그 시장의 일부를 갖고자 한다. 서비스 시작 후 아직 7년이 되지 않았지만, 우버는 도시가 대중교통과 주차, 교통체증을 받아들이는 방식, 밀레니엄 세대가 자동차 소유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물리적 상품을 이동시킨다는 면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운송, 육상교통의 경우 글로벌한 차원에서 보면 규모가 5조, 아니면 6조 달러가 나올 지 모른다. 정확한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중요한 건 시장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 간 우버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음식을 배달하는 이츠(Eats), 뭐든 퀵으로 배송하는 러쉬(Rush), 화물을 트럭으로 운송하는 프레이트(Freight) 등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우버초퍼(UberChopper)와 우버씨플레인(UberSeaplane), 우버보트(UberBoat) 등 특이한 운송수단을 이용한 마케팅 이벤트도 벌였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자율주행 트럭에도 진중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엘론 머스크(Elon Musk) 마냥 ‘비행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공상과학 같은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모든 차량 유형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
“처음 우버를 지원할 때만 해도 그 결과 자동차 산업의 수익결산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벤처투자사 벤치마크(Benchmark)의 빌 걸리는 말했다. 그는 우버 최초 투자자 중 한 명이자 이사회 임원이다. “지구상 규모가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인 운송산업에서 우버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불안감이 컸다.”
트래비스 칼라닉은 언제나 패턴을 보는데 집중했다. 청소년 시절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분석하고 모든 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차선이 가장 적합한지 연구하는 게 취미였다. 결국 자퇴를 하기는 했지만, UCLA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배우면서 그는 자신의 문제해결 역량을 더욱 다듬을 수 있었다. 재학 시절 시작한 멀티미디어 검색엔진 및 파일 교환 소프트웨어 스카우어(Scour)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레드 스워쉬(Red Swoosh)는 미디어 업체에 동영상 온라인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레드 스워시를 운영하는 동안 칼라닉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형편 없는 투자 제안을 받아야 했고, 이후에는 헐값에 기업을 넘기라는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 회사가 끝장난 거나 다름 없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직원들은 회사를 버렸고,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그는 2300만 달러를 받고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에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그는 당시를 두고 “피, 땀, 라면이 뒤섞인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09년 전문 창업가 가렛 캠프(Garrett Camp)와 함께 우버를 창업했다. 캠프가 자신이 창업했다가 매각한 회사 스텀블어판(StumleUpon) 지분을 다시 인수했을 때다. 당시 둘은 우버캡(UberCab)이라는 앱을 통해 우버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블랙 리무진 서비스를 예약하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한 앱이었다. 2010년 시작한 서비스는 초반에만 해도 칼라닉과 친구들이 샌프란시스코를 편하게 돌아다니기 위해 만든 장난감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칼라닉은 숫자를 잘 조정하기만 하면 리무진 서비스뿐 아니라 도시 운송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눈치챘다. 가격을 내리면 더 많은 승차자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는 더 많은 운전자를 플랫폼으로 이끌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대기시간이 줄어들면, 이용자가 증가하고 운전자의 수입이 함께 증가할 수 있었다. 이런 선순환을 잘 다듬는 일이 이 때부터 칼라닉이 집착하는 목표가 됐다.
우버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로켓처럼 내달리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앞지른 대기록이었다. 2분기에 매출액은 10억 달러를 상회했고, 회사 직원은 9000명, 등록 운전자 수는 150만 명에 이른다. 월마트와 맥도날드를 제외한 민간기업 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월급(이나 월급의 일부분)을 주는 기업이 바로 우버다. 우버는 전세계 73개국 450개 도시에서 관련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대를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며 서비스를 출시했다. 매달 평균 4000만 명이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고, 우버 운전수의 월평균 이동거리를 합하면 12억 마일이 나온다. 지구와 화성 사이를 35번 이동한 거리다. 이제 칼라닉의 목표는 “운송 서비스를 수돗물만큼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다.
우버의 스케일이 거대해지면서 효율성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필요성도 증가했다. 포브스는 칼라닉의 순재산을 63억 달러로 추산하지만, 칼라닉은 보유하고 있는 우버 주식을 하나도 매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버의 모든 구성요소를 해결 가능한 문제로 분해해서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코드와 프로세스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비트와 원자로 구성된 물질 세상에 프로세스와 코드를 적용하니 솔직히 모든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칼라닉은 “아니, 사람과 코드와 프로세스로 구성된 시스템”이라고 재빨리 ‘사람’을 추가한 후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 이뤄
그러나 우버의 매머드급 규모를 생각하면, 아주 작은 부분을 고쳤다 해도 이것이 모여서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잼 세션을 통해 기술적 면에서는 개별적이면서 통합적인 1000여 개 ‘서비스’가 탄생했다. 우버 전체를 포괄하는 기술의 1000여 개 부분이 변화한 것이다. “서비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수록 운전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베트남 전쟁 당시 보트피플 중 한 명으로 미국에 와 자수성가해서 4년 전 우버에 합류한 팜 CTO는 말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차가 온다는 약속과 경험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런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려면 수많은 코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작동해야 한다.
이용자가 앱을 열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이용자의 현재 위치가 우버 서버로 전달되면, 차를 배정하는 소프트웨어가 가격결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근방의 자동차를 샅샅이 물색하기 시작한다. 모든 정보는 이용자가 차량을 요청하기 전에도 수 초마다 업데이트 된다. 운전자가 요청을 받아들이면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승차 위치로 안내하고, GPS를 이용해 4초마다 도착예정시간(ETA)을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거의 상시적인 추적은 승객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되고, 서비스가 종료되기 전에 운전자에게 최적의 경로에 있는 다음 승객을 미리 배정한다. 요금 청구와 처리, 이용자의 서비스 평가, 자체 분석 소프트웨어로 승차 품질을 평가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우버풀의 경우 작업은 더욱 복잡하다.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려는 승객이 또 누가 있는지, 운전 경로를 크게 연장하지 않는 최상의 카풀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계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부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교통 상황이 변할 때마다 계산 또한 끊임 없이 변한다. 운전한 곳을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경우는 다른 기준을 아무리 많이 충족해도 경로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아무리 가깝다 해도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건 승객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팜은 말했다. 코드와 이를 만들어 내는 더 중요한 프로세스, 그리고 사람은 이동성의 세계를 넓히려는 우버의 새로운 시도를 뒷받침하는 근간이다.
우버는 새로운 시스템 및 기술에 대해 새로운 투자 방법을 만들었다. “우선 우리 존재를 위협하는 요인에 가장 먼저 집중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영할 사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팜은 말했다. 해당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투자 중 가장 눈에 띄고 금액도 가장 높은 부문이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다. 이와 함께 분석법과 할증요금 책정, 경로 설정, 데이터센터 기술을 포함한 수많은 다른 프로젝트에도 이미 많은 투자가 들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지도 기술 개발에 거액 투자
세계를 지도로 만들고 그 지도를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서 우버는 승차와 하차 계획을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했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통계 자료를 이용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서 출입구가 많은 쇼핑몰에서 최상의 위치를 제안하는 식이다. 칼라닉이 효율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교통체증이 심한 거리를 피해가거나 운전자가 불필요하게 경로를 돌아갈 필요가 없도록 승객에게 최상의 승차지점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동시에 카메라를 장착한 우버 차량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리 표지판을 찍어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를 우버 시스템에 입력하면 시스템은 기계학습을 이용해 ‘정차 금지’ 등의 표지판 뜻을 이해하고,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물론,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도 지도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쪽에서 칼라닉이 가장 자랑스레 업적을 내보였던 때는 지난해 8월이다. 당시 그는 피츠버그에서 운행하는 우버 차량 일부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사고를 예방하고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기는 한다.) 그리고 우버는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부에서 일했던 베테랑들이 구글을 퇴사하고 시작한 스타트업 오토(Otto)를 인수했다. 당시 오토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오토 인수로 우버는 A에서 B로 사람이나 사물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2016년 2월, 칼라닉은 그의 첫 테드(TED) 강연을 위해 밴쿠버로 갔다. 칼라닉은 “천재 악당(evil genius)”이라는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도시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우버의 잠재력이 규제 때문에 발목 잡혔다는 그의 강연은 초조하게 들렸고, 어떤 부분에서는 방어적이기도 했다. 강연을 끝내고 무대 뒤로 돌아온 그는 유통업체 타겟(Target)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 최고마케팅책임자 제프 존스(Jeff Jones)와 마주쳤다. 그는 존스에게 자신의 강연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존스의 답은? ‘B-‘였다. 애정에서 나온 엄격한 평가는 칼라닉처럼 논리적인 사람에게는 고마운 충고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칼라닉은 걸리와 함께 타겟 본사가 있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존스를 데려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8월에 존스는 ‘사장’ 직함을 달고 우버에 합승했다. “트래비스는 팀원으로 어떤 사람이 필요한 지를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그들을 데려온다”고 같은 해 존스보다 먼저 이사회에 합류한 아리아나 허핑턴은 말했다.
지구상 모든 운송의 운영체제가 되려고 노력하는 우버가 근무하기 힘든 회사라는 사실은 그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칼라닉의 주변인들은 그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으며, 초토화 작전을 펼쳤던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유능한 직원을 모집하고 안정적인 경영팀을 구축한 게 그 증거다. 중국에서의 패배 또한 마찬가지다. 우버가 중국에 20억 달러를 투자해서 경쟁업체 디디 추싱(Didi Chuxing)의 지분 70억 달러를 얻었으므로 우버 사람이라면 누구도 ‘패배’라고 표현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에서의 철수 결정은 칼라닉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그만큼 성숙해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버 CEO는 중국에 대단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지 마’라고 말할 때마다 ‘와우, 사람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그는 중국에 모든 걸 걸었다. 우버차이나의 성장 과정은 우버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축소판이었다. 들불처럼 빠르게 번져 나가며 인기를 끌었고,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중국은 우버 서비스 이용 중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우버 승차 횟수 기준 상위 10대 도시 중 중국 도시가 8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대적 성장은 대대적 손실을 감수하며 이루어졌다. 디디와의 출혈 보조금 경쟁 때문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중국이 너무 많은 자원을 집어삼켰다는 점이다. 우버 엔지니어와 상품 개발자, 경영 담당자, 칼라닉을 포함한 경영진까지 모두가 중국에만 매달린 점도 문제였다.
기대했던 중국 시장에서 패배한 뒤 성숙해져
현재 우버에게 가능한 세계는 무한하다. 유례없이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고, 출혈이 컸던 중국에서의 싸움이 끝난 만큼 우버의 손실액도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추정된다. 우버가 운송내 다른 사업 부문으로 뻗어나가려는 시점에서 칼라닉은 미국과 브라질, 인도를 비롯한 중요 시장에서 이기는데 집중할 수 있다. “100억 달러나 되는 자금을 모집한 건 투자를 위해서였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리프트(Lyft)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사 점유율이 우버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요 도시야말로 “전체 승차의 90%를 차지하는 시장”이라고 리프트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존 짐머(John Zimmer)는 말했다. 칼라닉이 효율성에 집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운전자가 언제 승차 장소에 나타나는지 쪽에서 경쟁업체와 분명히 차별화될 수 없다면, 차량마다 더 많은 승객을 태워서 효율성을 높이면 된다. 칼라닉이 구축한 시스템도 여기에 활용되고 있다. 그럼 승객은 더 저렴한 요금으로 목적지에 갈 수 있고, 운전자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우버의 매출도 높아질 것이다. 칼라닉이 우버풀을 그렇게 만지작거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버풀은 리프트의 카풀 서비스를 앞지를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도시에서는 우버 차량 이용 중 40%가 카풀 서비스다.
대중교통을 뒤집고 도시계획에까지 영향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원칙은 우버가 자율주행 사업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현재 우버는 자산이나 시설이 필요치 않은 차량공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자체적으로 자동차 군단을 보유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버의 경제학이 뿌리부터 변화하는 건 시간 문제다. 자동차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게 우버의 아킬레스 건이라는 비판도 있다. (리프트와 손을 잡은)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테슬라 등 자동차 생산업체, 그리고 어쩌면 구글과 애플 등의 기술 기업조차 특별 제작한 자율주행 자동차로 향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100%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능해지는 날이 온다면, 해당 산업에 뛰어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온디맨드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그런데 우버의 경우는 이미 온디맨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현실이 될 때, 칼라닉이 현재 구축하고 있는 이동성 운영체제, 다시 말해 비트와 원자의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완벽히 조율하는 그 시스템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물리 세계의 인간과 인간 행동을 정량화해야 한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이렇게 차갑고 아름다우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문제야말로 우버 안에서 논리로 문제를 풀어가는 칼라닉을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힘이다.
- MIGUEL HELF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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