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재벌 사법처리하면 경제가 죽는다?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재벌 사법처리하면 경제가 죽는다?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로 본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 낙수효과 등 실증 안된 경제이론 많아 사랑하는 사람이 돌연 세상을 등져버린 충격은 곧잘 ‘외상후장애(PTSD)’를 남긴다. PTSD는 악몽·환각·불면 등의 증세로 나타난다.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가늠하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단장(斷腸:창자가 끊어짐)’이라고 표현했을까.
신경숙의 단편소설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는 단장의 아픔을 담고 있다. 자식을 죽음으로부터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은 심심찮게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간다. 신경숙은 이 소설을 쓴 뒤 몇 해 뒤 [엄마를 부탁해]를 썼다. 치매로 사라져버린 엄마를 지키지 못한 자녀의 이야기다. 뜻하지 않게 부모와 이별하게 된 자녀의 충격도 부모에 못지 않다.
소설은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다. 편지를 보낸 이는 서른 한 살의 김희수라는 기혼여성이다. 수신인은 그녀가 출판사에 근무했을 때 교정을 봐준 인연이 있는 작가다. 그녀는 두 달 전 새벽에 겪은 기묘한 일을 작가에게 써 보낸다. ‘사실이었는지 환영인지’ 잘 분간이 안가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한 일이었다. 2년 전 그녀는 태어난 지 7개월 된 딸아이를 저세상으로 떠나 보냈다. 면역성 결핍 체질을 갖고 태어났던 아이는 수두를 이겨내지 못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뒤 그녀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친구와는 연락을 끊었고, 가족 모임도 가지 않는다. 남편과도 말을 섞지 않게 됐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등산이다. 산만 가면 온몸이 따뜻해진다. 폭설이 내리는 산을 종주한 뒤 그녀는 눈의 기척을 알게 됐다. 그날 밤도 그녀는 눈 내리는 기척에 잠이 깼다. 남편도 깨어 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현관문을 열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누군가가 있을 리 없다. 그저 눈보라 치는 소리를 잘못 들었거니 한다. 설핏 잠이 들었던 그녀는 잠결에 욕조에서 받아놓은 물이 찰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남편을 불러 세면장의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다. 이번에도 역시 눈보라 치는 소리를 잘못 들었을까.
영혼이란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던져보는 물음이다. 화성에 로봇을 보내고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시대에 무슨 미신 같은 소리냐고 치부하는가 하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나 혼은 정말로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정치인들이 출마에 앞서, 재계의 총수들이 대형투자를 하기 전에 점집을 찾는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케이블TV 채널인 티비엔(tvN)의 드라마 ‘도깨비’가 크게 히트한 것도 따지고 보면 많은 사람이 영혼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혼의 존재를 맹신하면 미신에 빠질 수도 있다.
경제학에도 미신이 있다. 경제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지만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경제이론을 ‘부두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 부른다. 부두(voodoo)는 미국 남부에서 행해졌던 일종의 주술적 종교를 말한다. 부두경제학은 정부가 내건 공약과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을 경우 국민을 상대로 한 일종의 기만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사용됐다. 부두경제학이 유명해 진 것은 1980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다. 로널드 레이건 후보는 공화당 경선에서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펴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고소득층은 소비를 늘려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낙수효과’였다. 낙수효과는 래퍼 교수가 냅킨 위에 세율과 정부 총수입간의 상관관계를 그리며 레이건 후보진영을 설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세율이 높아지면 처음에는 세수가 늘어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감소한다. 너무 높은 세율을 이기지 못해 기업이나 고소득층이 투자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세율이 0%거나 100%면 세수는 0달러가 된다고 래퍼 교수는 설명했다. 레이건의 주장에 대해 당시 경쟁자였던 조지 부시는 “감세를 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만 피워올리는 일”이라며 “알맹이는 전혀 없는 부두 경제학”이라고 반박했다.
감세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감세정책으로 인해 1980년대 후반 미국 경제가 살아났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쌍둥이 적자를 야기해 경제를 망쳤다는 주장도 있다. 확실한 것은 어느 경제학자도 낙수효과를 체계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내고 “낙수효과는 없다”고 선언했다. IMF가 150여 개국 사례를 분석해보니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향후 5년의 성장은 평균 0.08%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대로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0.38%포인트 증가했다. 고소득층 감세는 소득 불평등을 키워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이 IMF의 요지였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진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감세정책을 믿는 경제학자와 정책당국자를 ‘부두교 신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감세분위기에 대해 “1981~82년 불황 탈출은 감세 때문이 아니라 이자율 하락에 따른 것이지만 여전히 부두교 신자들은 감세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며 “오랫동안 보수주의자들이 경제학을 장악해오면서 부두경제학은 반대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내향적인 컬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을 하면 비용이 상품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이 커지거나 임금을 깎아 직원들의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논리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잘 증명되지 않는다.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면 경제가 죽는다’도 마찬가지로 증명된 명제가 아니다. 범법을 저지른 재벌총수를 일벌백계하면 경제정의가 바로 세워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부동산 부양책을 펴면 경기가 살아난다’도 저성장시대에는 점점 부두경제학이 되어간다. ‘돈을 풀면 경기가 풀린다’는 주술도 요즘은 잘 맞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실물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수년째 목격하고 있다. 존 퀴긴 퀸즐랜드대 교수는 저서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을 통해 낙수효과와 함께, 사기업이 더 잘할 것이라는 민영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효율적 시장 가설 등은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좀비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 보자. 다시 잠을 청하던 화자는 죽은 딸아이의 옹알이 소리에 깜짝 놀란다. 남편도 이 소리에 놀라 방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냉장고 앞에 섰을 때 옹알이는 멈춘다. 남편이 냉장고를 열어 젖혔더니 아무것도 없다. 털썩 주저앉은 남편은 눈물을 쏟아낸다. “오늘은 딸 아이를 묻은 날이야.” 아내는 딸아이가 떠난 지 2년 만에 남편과 사랑을 나눈다. 두 달 뒤 그녀는 임신한다. 아마도 자신들에게 찾아온 그 방문객이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미신이라 생각해 믿고 싶지 않았던 그 환영의 존재를 이제는 믿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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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단편소설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는 단장의 아픔을 담고 있다. 자식을 죽음으로부터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은 심심찮게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간다. 신경숙은 이 소설을 쓴 뒤 몇 해 뒤 [엄마를 부탁해]를 썼다. 치매로 사라져버린 엄마를 지키지 못한 자녀의 이야기다. 뜻하지 않게 부모와 이별하게 된 자녀의 충격도 부모에 못지 않다.
소설은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다. 편지를 보낸 이는 서른 한 살의 김희수라는 기혼여성이다. 수신인은 그녀가 출판사에 근무했을 때 교정을 봐준 인연이 있는 작가다. 그녀는 두 달 전 새벽에 겪은 기묘한 일을 작가에게 써 보낸다. ‘사실이었는지 환영인지’ 잘 분간이 안가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한 일이었다.
경제학에도 미신이 있다
영혼이란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던져보는 물음이다. 화성에 로봇을 보내고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시대에 무슨 미신 같은 소리냐고 치부하는가 하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나 혼은 정말로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정치인들이 출마에 앞서, 재계의 총수들이 대형투자를 하기 전에 점집을 찾는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케이블TV 채널인 티비엔(tvN)의 드라마 ‘도깨비’가 크게 히트한 것도 따지고 보면 많은 사람이 영혼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혼의 존재를 맹신하면 미신에 빠질 수도 있다.
경제학에도 미신이 있다. 경제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지만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경제이론을 ‘부두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 부른다. 부두(voodoo)는 미국 남부에서 행해졌던 일종의 주술적 종교를 말한다. 부두경제학은 정부가 내건 공약과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을 경우 국민을 상대로 한 일종의 기만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사용됐다. 부두경제학이 유명해 진 것은 1980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다. 로널드 레이건 후보는 공화당 경선에서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펴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고소득층은 소비를 늘려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낙수효과’였다. 낙수효과는 래퍼 교수가 냅킨 위에 세율과 정부 총수입간의 상관관계를 그리며 레이건 후보진영을 설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세율이 높아지면 처음에는 세수가 늘어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감소한다. 너무 높은 세율을 이기지 못해 기업이나 고소득층이 투자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세율이 0%거나 100%면 세수는 0달러가 된다고 래퍼 교수는 설명했다. 레이건의 주장에 대해 당시 경쟁자였던 조지 부시는 “감세를 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만 피워올리는 일”이라며 “알맹이는 전혀 없는 부두 경제학”이라고 반박했다.
감세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감세정책으로 인해 1980년대 후반 미국 경제가 살아났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쌍둥이 적자를 야기해 경제를 망쳤다는 주장도 있다. 확실한 것은 어느 경제학자도 낙수효과를 체계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내고 “낙수효과는 없다”고 선언했다. IMF가 150여 개국 사례를 분석해보니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향후 5년의 성장은 평균 0.08%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대로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0.38%포인트 증가했다. 고소득층 감세는 소득 불평등을 키워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이 IMF의 요지였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진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감세정책을 믿는 경제학자와 정책당국자를 ‘부두교 신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감세분위기에 대해 “1981~82년 불황 탈출은 감세 때문이 아니라 이자율 하락에 따른 것이지만 여전히 부두교 신자들은 감세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며 “오랫동안 보수주의자들이 경제학을 장악해오면서 부두경제학은 반대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내향적인 컬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좀비 아이디어’
‘부동산 부양책을 펴면 경기가 살아난다’도 저성장시대에는 점점 부두경제학이 되어간다. ‘돈을 풀면 경기가 풀린다’는 주술도 요즘은 잘 맞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실물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수년째 목격하고 있다. 존 퀴긴 퀸즐랜드대 교수는 저서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을 통해 낙수효과와 함께, 사기업이 더 잘할 것이라는 민영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효율적 시장 가설 등은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좀비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 보자. 다시 잠을 청하던 화자는 죽은 딸아이의 옹알이 소리에 깜짝 놀란다. 남편도 이 소리에 놀라 방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냉장고 앞에 섰을 때 옹알이는 멈춘다. 남편이 냉장고를 열어 젖혔더니 아무것도 없다. 털썩 주저앉은 남편은 눈물을 쏟아낸다. “오늘은 딸 아이를 묻은 날이야.” 아내는 딸아이가 떠난 지 2년 만에 남편과 사랑을 나눈다. 두 달 뒤 그녀는 임신한다. 아마도 자신들에게 찾아온 그 방문객이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미신이라 생각해 믿고 싶지 않았던 그 환영의 존재를 이제는 믿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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