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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일 기자의 ‘K-뷰티 히어로’(1) | 박철홍 닥터글로덤 대표] 화장품 과잉 사용은 毒 ... ‘알약 크림’으로 해결

[오승일 기자의 ‘K-뷰티 히어로’(1) | 박철홍 닥터글로덤 대표] 화장품 과잉 사용은 毒 ... ‘알약 크림’으로 해결

신제품 출시 한 달 만에 900만 달러 수출 계약... 블라인드 테스트 1등 제품만 시중에 내 놔



‘K-뷰티’라고 하면 막강한 자금력과 화려한 마케팅으로 무장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름은 낯설지만 남다른 전문성과 차별화 전략으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업 또한 적지 않다. K-뷰티의 숨은 주역을 소개한다. 첫 주인공은 ‘알약크림’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박철홍 닥터글로덤 대표다. [편집자 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만난 박철홍 대표는 지난 20년간 화장품 업계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 사진:김경록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는 신제품 출시 한 달만에 중국에 900만 달러를 수출한 회사가 있다. 서울대 피부과 전문의 54명이 제품 개발에 참여한다. 모든 제품은 유럽 표준 안전성 테스트를 거친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겨루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등을 하지 못한 제품은 시중에 내놓지 않는다. 여드름·아토피 등 피부 질환을 개선해주는 메디컬 화장품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낸 닥터글로덤(DR.GLODERM) 이야기다. 회사명 닥터글로덤의 ‘글로덤’은 글로벌과 더마톨로지스트(피부과 전문의)의 합성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메디컬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이 신생 회사는 현재 12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 등지에서 벌써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3월 6일 닥터글로덤을 이끌고 있는 박철홍(48)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한불화장품 신개발 프로젝트 팀에서 수년간 몸담은 연구원 출신의 기업가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일찍부터 메디컬 화장품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2005년 리더스코스메틱을 설립했다. 2015년에는 마스크팩 하나로 연매출 1800억원을 올리며 화장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는 “리더스코스메틱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회사 상장 후 대주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영에 제약이 많았다”며 “온전히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닥터글로덤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량 사용으로 올바른 화장 문화 선도
닥터글로덤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타블엑스 크림은 알약 형태의 고농축 제형으로 1회 사용에 알맞은 정량을 제안한다. / 사진:닥터글로덤 제공
박 대표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제품을 위해 내세운 원칙은 화장품의 정량 사용이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일지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선크림이었어요.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지수(SPF) 수치가 무척 중요합니다. SPF 수치를 측정할 때 단위 면적당 사용 수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SPF 50 제품으로 100명에게 실험을 했는데, 같은 면적에 선크림을 절반만 발랐더니 SPF 25만큼의 효과를 내더군요. SPF 수치보다 정량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인 거죠. 그런데 사람마다 사용하는 양이 모두 달랐어요. 실제 무게를 쟀더니 많이 쓰는 사람과 적게 쓰는 사람이 두 배 정도 차이가 나더라고요. 잘못된 사용법을 바로잡고, 정량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화장품 정량 사용을 손쉽게 하기 위해 박 대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 결과 크림을 농축해서 알약 모양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주걱 모양의 스패츌러로 한 알씩 떠서 아침·저녁으로 사용하면 되는 식이었다. 기존 캡슐 화장품에서 느껴지던 이물감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인 캡슐 화장품은 캡슐과 내용물 사이에 막이 있는 형태지만 알약크림은 달라요. 특허 받은 자체 기술을 적용해 에멀전(emulsion, 유화액) 자체를 동그란 모양으로 농축했죠. 쌓여있는 눈을 손에 쥐고 힘을 가해 동그랗게 뭉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닥터글로덤의 기술력·제품력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12월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중국 5대 온라인 채널인 티몰 입점과 동시에 9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이끌어낸 것이다. 1월에는 홍콩에서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알리는 대규모 론칭 행사도 가졌다. 위생 허가가 완료되는 상반기에는 오프라인으로 유통 채널을 더욱 확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메디컬 화장품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월까지 초도 물량이 홍콩 15만 달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각 4만 달러, 베트남 2만5000달러입니다. 아직 큰 금액은 아니지만 반응이 괜찮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동남아 쪽에서 올 한 해 매출 600만 달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2600만 달러 정도 보고 있는데요. 사드 문제만 잘 해결되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피부과 병원을 비롯해 명동의 로드숍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마켓·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진출했다. 올리브영·왓슨스·롭스 같은 H&B(헬스&뷰티)숍과는 입점 시기를 조율 중이다. “H&B에는 4~6월 중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런 곳들은 처음 론칭 시 1+1 행사를 하던지, 50% 할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국내에서 먼저 할인을 해버리면 해외에 공급할 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직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국내에서 매출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조금 참으면서 해외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종합 스킨케어 회사로 성장할 것”
박 대표는 최근 알약크림을 이을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의 힘은 제품에서 나온다”는 믿음에서다. 4월 클렌징 제품, 5월 여드름 제품, 8~9월 마스크 추가 제품, 11월 아토피 관련 제품 등 올해만 40품목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여드름 제품 출시에 맞춰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 떠나는 여드름 캠프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설립한 ‘서울 피부과 전문의 화장품 학회’를 통해 여드름 피부를 개선할 수 있는 운동법과 음식 등을 알려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단순히 제품을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메디컬 화장품 시장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메디컬 코스메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11% 정도지만 한국과 중국은 아직 각각 4%와 0.5%에 그치고 있어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300% 성장한 인도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과거 아모레·LG 같은 대기업들의 성공 전략이 브랜드력이었다면 지금은 제품력이 굉장히 중요해요. 특화된 제품을 특화된 유통 전략에 붙여서 내보내면 성공 확률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지 않아요. 특화된 아이템, 히트 상품이 브랜드 전체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됐어요. 제가 알약크림을 개발한 것도 그런 이유죠. 게리쏭 하면 마유크림, 잇츠스킨 하면 달팽이크림이 생각나듯, 닥터글로덤 하면 알약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를 통해 우리 회사가 피부에 관한 한 1등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스킨케어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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