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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시장 돌풍 일으킨 김희윤 더부스 대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맥주로 유명세

[수제맥주 시장 돌풍 일으킨 김희윤 더부스 대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맥주로 유명세

맥주 투어로 신혼여행 대신한 맥주 마니아... 캘리포니아 양조장 인수하고 미국 진출 준비 중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더부스 매장에서 만난 김희윤 대표가 자신이 직접 작업한 그래피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국내 맥주 시장에서 다양한 맛과 향의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수제맥주는 서울 이태원이나 홍대 인근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귀한(?) 존재였다. 그러나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신세계·LF·SPC 등 대기업은 물론 프랜차이즈 기업들과 중소 수입사·브루어리(양조장)까지 속속 가세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체 맥주 시장은 약 5조원 규모다. 이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5% 정도로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수제맥주 열풍으로 수년 내 점유율이 5%까지 성장하고, 10년 후에는 점유율이 10%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선 향후 2조원 규모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매년 100% 성장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수입맥주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30%를 넘고 있다.
 이색 맥주 선보이는 ‘맥덕’들의 아지트
더부스의 대표적인 수제맥주 국민 IPA. 지난해 맥주 전문지 비어포스트의 ‘올해의 맥주’에 선정된 제품이다.
2013년 설립된 더부스 브루잉 컴퍼니(이하 더부스)는 이 같은 수제맥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기업이다. 한의사 김희윤(30)·투자자문사 양성후(30) 부부가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 출신인 다니엘 튜더(35)와 의기투합해 문을 연 이태원 골목의 작은 맥주집이 그 시초다. 현재 김 대표는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양 대표는 해외 사업을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다. 공동 창업자였던 다니엘 튜더는 다른 사업을 위해 더부스에서 손을 뗐다.

더부스의 두 대표는 시쳇말로 ‘맥덕(맥주 덕후의 줄임말)’이다.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홈 브루잉은 물론 3주 간의 맥주투어로 신혼여행을 대신했을 정도다. 두 사람은 양조장만 3000개가 넘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250가지가 넘는 맥주를 원없이 즐겼다. 맥주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 같다는 이들이 맥주집을 열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지난 3월 7일 만난 김 대표는 “당시 남편과 함께 거의 매일 수제맥주를 마시러 다녔는데 맥주집이 2군데밖에 없어 아쉬웠다”며 “맛있는 수제맥주를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4년 전 취미처럼 시작된 이들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더부스는 현재 경기도 성남 판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양조장 두 곳에서 맥주를 생산한다. 이태원·강남·서초·방배·삼성·성수 등 서울 시내에 8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 자회사 더부스 콜드체인을 통해 진진·데블스도어 같은 유명 레스토랑, 코스트코·이마트 같은 대형마트 등 400개가 넘는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은 69억원, 2020년 매출 1000억원이 목표다.

창업 후 1년 동안 무려 2000여 종의 수제맥주를 마셔봤다는 김 대표는 “맛있는 맥주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만큼 우리가 만든 맥주를 더 많은 동네에 공급하고 싶었다”며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맥주의 맛을 알아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맥주와 경쟁하려면 결국 맥주의 품질이 좋아야 해요. 백 마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자신 있게 맛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맥주의 맛을 좌우하는 신선한 홉과 효모를 얻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브루마스터(맥주양조사)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인재를 모셔와 품질에도 항상 신경 쓰고 있어요. 더부스가 적어도 맛있는 맥주에 관한 한 선두기업이라는 타이틀만은 어디에도 뺏기고 싶지 않아요.”

김 대표의 설명처럼 일반적인 맥주와 달리 더부스의 맥주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맛으로 유명하다. 현재 전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국 동부의 맥주 스타일을 재해석한 ‘국민 IPA(인디아 페일 에일)’, 세계 3대 브루어리 미켈러와 함께 제조한 ‘대동강 페일 에일’, 한약재가 들어간 ‘썸머젠에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인기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만든 ‘ㅋ IPA’, 유명 커피 브랜드 빈브라더스와 협업한 ‘브루브로 IPA’, 국립극장과 콜라보한 ‘제인 에어 엠버에일’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합작한 이색적인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4월에는 방송인 노홍철이 참여한 맥주, 72초TV와 함께 만든 맥주도 나올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비롯해 맥주 페스티벌, 시음회 등을 통해 수제맥주 문화를 알려나가는 것도 더부스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맛있는 맥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이 바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맥주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 1년에 두 번 ‘더 비어 위크 서울’이라는 축제도 하고 있고, ‘라이딩 클럽’이라는 동호회도 운영하고 있어요. 라이딩 클럽은 자전거를 타고 매장에 와서 맥주를 마시는 건데, 집에 돌아갈 때는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교통카드를 지급합니다. 또 본점 2층에는 ‘더부스 비어 앤 베드’라는 숙박시설도 운영하고 있어요. 친구나 지인들끼리 홈파티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꾸며 놨습니다.”
 맥주계의 스타벅스를 꿈꾸다
자체 생산한 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더부스는 2015년 국내 최초로 10억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모금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벤처 캐피털을 통해 3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2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치 계획을 발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김 대표는 다수의 사모펀드들과 투자 조건을 논의 중이며, 3월 말까지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투자금은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양조장을 인수하는 데 사용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급속한 수요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기 맥주의 안정적인 재고 확보와 영업 인력 육성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커피하면 스타벅스가 떠오르듯 맥주하면 더부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세계 1등 수제맥주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미국에 양조장을 마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4년 전 처음 맥주집을 열었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처럼, 더 많은 사람이 수제맥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더부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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