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똥별을 만드는 사람들
밤하늘의 별똥별을 만드는 사람들
일본 벤처기업, 진짜 유성보다 더 밝게 타고 10배가량 더 오래 볼 수 있는 인공 유성우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선보일 듯 2001년 11월 18일 밤. 오카지마 레나는 일본 도쿄 부근의 산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몸이 얼어붙는 듯한 추위 속에서 때를 기다렸다. 천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매년 연출되는 레오니드 유성우를 처음 볼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혜성이 지나간 자리를 통과할 때 유성(별똥별)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곧 맑은 겨울 밤하늘을 가로질러 유성 수천 개가 우주 폭죽놀이처럼 쏟아졌다. 오카지마는 그 장관을 보면서 유성우에 완전히 반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다음 10년 동안의 진로를 결정했다.
드디어 그해 오카지마는 벤처기업 에일(ALE)을 창업했다. 인공 유성우를 대중에 선보이는 것이 그 회사의 목표다. 에일의 글로벌 전략 담당이사 야마모토 리에는 “유성우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구경하려면 대개는 높은 산에 올라가 추위에 떨며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1년에 몇 차례, 그것도 날씨와 시간 등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유성우는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식당이나 옥상 카페에서 느긋하게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감상할 수 있다.” 오카지마 대표는 ‘스카이 캔버스 프로젝트’(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린다는 뜻)를 통해 2019년 초 세계 최초의 인공 유성우 쇼를 펼친다는 야심적인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녀는 “유성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오카지마 대표가 말하는 ‘인공 유성’은 색깔이 매우 다양하며, 진짜 유성보다 더 밝게 타고 10배가량 더 오래 볼 수 있다(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성은 순식간에 떨어지지만 이 인공 유성은 떨어지는 데 약 3초가 걸린다).
이런 인공 유성을 만들기 위해 에일은 내년 초 마이크로위성(큐브샛, 사방 약 50㎝ 크기)을 지구에서 약 500㎞ 떨어진 궤도로 쏘아올릴 계획이다. 에일은 그 마이크로위성을 싣고 갈 로켓의 자리를 확보했다고 말했지만 비밀 보호 계약서에 따라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마이크로위성에는 구슬 크기의 알갱이가 300개 정도 들어간다. 탑재한 특수장비로 이 알갱이들을 방출하면 지구를 3분의 1가량 돌면서 대기권에 진입한다. 알갱이들은 대기와 마찰하면서 플라즈마를 방출하고, 유성처럼 불꽃을 내뿜어 지상에서 직경 약 200㎞에 걸쳐 볼 수 있다. 알갱이는 리튬, 칼륨, 구리 등 다양한 성분으로 만들어지며 구성을 달리하면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낸다. 예를 들어 리튬이 많으면 분홍, 나트륨은 주황, 세슘은 파랑, 칼슘은 노랑, 구리는 녹색 빛을 발산한다고 오카지마 대표는 설명했다.
에일의 인공 유성우 개념은 아직 검증되진 않았지만 영국 사우스햄프턴대학의 항공우주 엔지니어 휴 루이스 교수는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탄탄한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설계된 프로젝트로 보인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알갱이를 제때에 올바른 고도에서 방출하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 시기와 알갱이가 불타기 시작하는 지점을 예측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오카지마 대표와 에일의 개발팀은 지난 6개월 동안 바로 그 문제와 씨름했다. 애쓴 결과 일부 진전이 있었다. 오카지마 대표는 의도하는 속도와 각도로 거의 정확하게 알갱이를 방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대기권 재진입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루이스 교수는 우주 쓰레기가 가득한 지구 궤도에 또 다른 물체를 추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우주의 환경을 생각할 때 인공 유성우 프로젝트는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라면 장려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오카지마 대표는 그 문제의 해결책까지 생각해뒀다. 그녀는 ‘스카이 캔버스 프로젝트’가 지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우주쇼로 오락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지구의 상층 대기에 관한 과학적 이해를 넓히고 임무를 마친 마이크로위성 같은 물체를 안전하게 대기권에 재진입시켜 소각하는 일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카지마 대표는 우주 쓰레기를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안전하게 처분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인공 유성우 쇼의 기지 역할을 하는 위성도 이 계획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다. 발사 25년 후에는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시켜 스스로 유성우 쇼를 펼치며 종말을 맞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에일의 주된 목표는 ‘유성우로 밤하늘을 수 놓는 것’이다. 데뷔 쇼가 2019년 초 히로시마 일대에서 예정돼 있다. 오카지마 대표는 그 ‘리허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개막식이나 폐막식에서 ‘본 공연’을 펼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바란다.
에일은 얼마 전 지상에서 1차 실험을 마쳤다. 마이크로 위성에 들어갈 알갱기들을 진공실에 넣고 뜨거운 가스를 쏘아 초음속으로 대기권 환경에 재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인공 유성의 겉보기 밝기 등급은 -1이었다.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때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 등급(-1.5)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에일은 올해 하반기에 첫 위성을 발사한 뒤 매년 1기의 유성우 위성을 계속해서 쏘아올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밝기도 -3등급으로 더 올린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로 에일은 지자체 또는 다른 기업과 제휴해 ‘불꽃놀이’처럼 인공 유성우를 중심으로 하는 이벤트 개최 등 새로운 사업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오카지마 대표는 “현재로선 우주 개발이 정부와 대기업 또는 거부들의 전유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린 우주에서 펼치는 인공 유성우 쇼를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번 도전을 통해 우주와 개인을 연결해 보겠다.”
- 샌디 옹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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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해 오카지마는 벤처기업 에일(ALE)을 창업했다. 인공 유성우를 대중에 선보이는 것이 그 회사의 목표다. 에일의 글로벌 전략 담당이사 야마모토 리에는 “유성우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구경하려면 대개는 높은 산에 올라가 추위에 떨며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1년에 몇 차례, 그것도 날씨와 시간 등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유성우는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식당이나 옥상 카페에서 느긋하게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감상할 수 있다.” 오카지마 대표는 ‘스카이 캔버스 프로젝트’(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린다는 뜻)를 통해 2019년 초 세계 최초의 인공 유성우 쇼를 펼친다는 야심적인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녀는 “유성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오카지마 대표가 말하는 ‘인공 유성’은 색깔이 매우 다양하며, 진짜 유성보다 더 밝게 타고 10배가량 더 오래 볼 수 있다(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성은 순식간에 떨어지지만 이 인공 유성은 떨어지는 데 약 3초가 걸린다).
이런 인공 유성을 만들기 위해 에일은 내년 초 마이크로위성(큐브샛, 사방 약 50㎝ 크기)을 지구에서 약 500㎞ 떨어진 궤도로 쏘아올릴 계획이다. 에일은 그 마이크로위성을 싣고 갈 로켓의 자리를 확보했다고 말했지만 비밀 보호 계약서에 따라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마이크로위성에는 구슬 크기의 알갱이가 300개 정도 들어간다. 탑재한 특수장비로 이 알갱이들을 방출하면 지구를 3분의 1가량 돌면서 대기권에 진입한다. 알갱이들은 대기와 마찰하면서 플라즈마를 방출하고, 유성처럼 불꽃을 내뿜어 지상에서 직경 약 200㎞에 걸쳐 볼 수 있다. 알갱이는 리튬, 칼륨, 구리 등 다양한 성분으로 만들어지며 구성을 달리하면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낸다. 예를 들어 리튬이 많으면 분홍, 나트륨은 주황, 세슘은 파랑, 칼슘은 노랑, 구리는 녹색 빛을 발산한다고 오카지마 대표는 설명했다.
에일의 인공 유성우 개념은 아직 검증되진 않았지만 영국 사우스햄프턴대학의 항공우주 엔지니어 휴 루이스 교수는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탄탄한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설계된 프로젝트로 보인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알갱이를 제때에 올바른 고도에서 방출하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 시기와 알갱이가 불타기 시작하는 지점을 예측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오카지마 대표와 에일의 개발팀은 지난 6개월 동안 바로 그 문제와 씨름했다. 애쓴 결과 일부 진전이 있었다. 오카지마 대표는 의도하는 속도와 각도로 거의 정확하게 알갱이를 방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대기권 재진입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루이스 교수는 우주 쓰레기가 가득한 지구 궤도에 또 다른 물체를 추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우주의 환경을 생각할 때 인공 유성우 프로젝트는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라면 장려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오카지마 대표는 그 문제의 해결책까지 생각해뒀다. 그녀는 ‘스카이 캔버스 프로젝트’가 지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우주쇼로 오락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지구의 상층 대기에 관한 과학적 이해를 넓히고 임무를 마친 마이크로위성 같은 물체를 안전하게 대기권에 재진입시켜 소각하는 일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카지마 대표는 우주 쓰레기를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안전하게 처분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인공 유성우 쇼의 기지 역할을 하는 위성도 이 계획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다. 발사 25년 후에는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시켜 스스로 유성우 쇼를 펼치며 종말을 맞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에일의 주된 목표는 ‘유성우로 밤하늘을 수 놓는 것’이다. 데뷔 쇼가 2019년 초 히로시마 일대에서 예정돼 있다. 오카지마 대표는 그 ‘리허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개막식이나 폐막식에서 ‘본 공연’을 펼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바란다.
에일은 얼마 전 지상에서 1차 실험을 마쳤다. 마이크로 위성에 들어갈 알갱기들을 진공실에 넣고 뜨거운 가스를 쏘아 초음속으로 대기권 환경에 재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인공 유성의 겉보기 밝기 등급은 -1이었다.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때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 등급(-1.5)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에일은 올해 하반기에 첫 위성을 발사한 뒤 매년 1기의 유성우 위성을 계속해서 쏘아올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밝기도 -3등급으로 더 올린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로 에일은 지자체 또는 다른 기업과 제휴해 ‘불꽃놀이’처럼 인공 유성우를 중심으로 하는 이벤트 개최 등 새로운 사업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오카지마 대표는 “현재로선 우주 개발이 정부와 대기업 또는 거부들의 전유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린 우주에서 펼치는 인공 유성우 쇼를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번 도전을 통해 우주와 개인을 연결해 보겠다.”
- 샌디 옹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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