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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의 주체는 국민”

“통치의 주체는 국민”

영국 작가 차이나 미에빌의 새 역사 소설 , 러시아 혁명의 역사와 교훈을 객관적 입장에서 서술해
미에빌은 ‘10월: 러시아 혁명 이야기’를 쓰면서 보통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 사진·KATIE COOKE
영국 작가 차이나 미에빌(44)은 지난 5월 초 새 역사 소설 ‘10월: 러시아 혁명 이야기’를 펴냈다. 소련의 탄생을 이끌어낸 1917년 공산주의 혁명에 관한 책이다. 케임브리지대학에 다닐 때부터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미에빌은 그 혁명에 큰 감명을 받았던 터라 이 책을 집필하면서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난 역사학자도 아니고 이 분야에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미에빌은 말했다.

사실 미에빌은 ‘바스-라그’ 3부작(2000~2004년) 등 불길하고 예측 불가능한 판타지 소설과 ‘이중도시’(2009) 같은 초현실적 범죄 소설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스토리텔러로서 그의 재능은 그런 경계를 뛰어넘는다. 미에빌은 러시아 혁명기 격동의 역사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한다. 그러면서도 이 주제가 너무 뻔하다고 여길 만한 독자들을 위해 서스펜스의 요소를 가미했다.

그의 비전은 영화적이고 매우 생생하다. 멈춰 선 전차와 문 닫은 상점들, 담배 꽁초와 빈 술병, 먹다 남은 음식 접시에서 악취가 풍기는 의회에서 한밤중에 벌어지는 열띤 토론 장면 등등.

미에빌의 책에는 알렉산드르 케렌스키(단명한 임시정부의 총리였던 온건 사회주의자)나 미하일 로드지안코(니콜라스 2세 황제에게 러시아의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임무를 맡았던 국무위원)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니콜라스 2세를 광신적 애국주의자이자 국가 불안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태만한 군주로 묘사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황제와 황후의 근시안적 태도는 내 눈에 매우 비현실적으로 비쳐졌다”고 미에빌은 말했다. 하지만 그가 묘사한 캐릭터들은 1차원적이 아니다. 니콜라스 2세조차도 때로는 측은해 보이도록 묘사됐다. 그리고 이 책은 혁명군이 군주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낱낱이 서술한다.

10월: 러시아 혁명 이야기 / 차이나 미에빌 지음 / 버소 펴냄/ 사진·VERS
미에빌은 이 책을 쓰면서 혁명을 이끈 지도자들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경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혁명은 그 격동의 시기에 정보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했다. “기록물을 훑어보면서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전선의 문맹 병사들에게 누군가가 농민 조직에서 온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 등이다. 이 사람들은 혁명의 언저리에 수동적으로 머무른 게 아니었다. 그들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에빌의 책은 혁명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의 말마따나 소련을 건국한 사람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게 아니라 변화가 보통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미에빌은 이 혁명이 레닌(그리고 그 다음엔 스탈린)의 집권으로 끝났다고 해서 애초에 변화를 이끌어냈던 생각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지지했던 애초의 동기와 비극적인 결과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런 재앙을 겪은 후에도 ‘통치의 주체는 국민’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 대미언 샤코브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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