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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3D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쏘 시스템의 베르나르 샤를 CEO, 과학과 전략 접목해 항공·자동차와 중공업에서 의료·생명과학까지 사업 확장
다쏘 시스템은 최근 3D 영상 기술로 맞춤형 항공기 객실의 체험을 제공하는 ‘여객 체험’을 시작했다. / 사진 : DASSAULT SYSTEMES
다쏘 시스템(DS)이라는 회사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DS의 플랫폼을 사용해 디자인된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유로넥스트(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통합 증시)에 상장된 프랑스 기업 DS는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3D 디지털 모형,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 솔루션 분야의 세계적인 선구자다. DS의 고객 포트폴리오는 항공부터 자동차까지, 생명과학부터 중공업까지 다양한 부문을 아우른다.

DS의 베르나르 사를 CEO는 IB타임스 영국판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회사가 고객의 변화를 이끌고 정확성, 지속가능성, 발전을 가능케 해준다고 자랑했다. “DS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수십 년에 걸쳐 계속 달라졌지만 우리의 핵심 서비스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의 전제는 단순하다. 복잡한 형태의 뭔가를 만들 때 종이 위에 그려서 모델을 만들기는 어려우니 3D를 사용하라고 우리는 권한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뭔가를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에는 수학과 과학이 있다.”

샤를 개인과 DS의 이력은 서로 맞물려 있다. 그는 회사가 설립된 지 2년도 채 안된 1983년 입사해 1995년 CEO가 됐다. 컴퓨터 지원 설계(CAD) 분야에서 샤를 CEO는 DS의 디지털 모형 최고전파책임자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는 처음엔 실물 모델을 대체하는 완벽한 가상 3D 모델을 만들었고, 10년도 안 돼 PLM 솔루션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떠올랐다. PLM 솔루션이란 제품 수명주기의 디지털 모형을 위한 개념을 말한다.

손대는 부문마다 착착 성공이 따랐다. 유기적인 성장, 전략적 인수합병, 신흥시장의 사업 확장이 건전하게 균형을 이뤘다. 최근 DS는 올해 1분기 매출이 7억6600만 유로(약 9650억원)라고 발표했다. 연간 기준으로 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 현금흐름도 3억4800만 유로로 12% 증가했다.

“그러나 1980년대엔 우리 직원이 15명에 불과했다. 당시의 뉴에이지 스타트업이라고 할 만했다. 우린 먼저 비행기의 공기역학에 수학과 컴퓨팅을 적용해 풍동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작은 모형을 만들었다. 당시 CAD는 걸음마 단계였다. 우린 잠재적인 고객을 찾아가 자동차 차체나 비행기 동체 등 평평하지 않은 모든 것을 우리의 솔루션으로 더 효과적이고 우수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회사는 곧 최초의 후원자였던 프랑스 항공업체 아비옹 마르셀 다쏘를 뛰어넘어 BMW와 혼다 같은 자동차회사들과 소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려면 우리의 디자인 플랫폼을 믿고 뭔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모델을 사용할 정도로 우리 아이디어에 혹하는 열성 고객이 필요했다.”

샤를 CEO는 1986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해 그가 찾던 열성팬이 드디어 나타났다. “보잉의 임원과 회의를 하면서 비행기 전체를 설계하고 싶다고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말했다. 그러고는 잊어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샤를 CEO의 전화가 울렸다. 당시 보잉 부사장이던 앨런 멀러리였다. 멀러리는 나중에 경영난에 허덕이던 포드 자동차를 회생시킨 것으로 유명한 전문 경영인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내게 “보잉 747의 최신 기종 747-400을 좀 맡아달라”고 했다.

DS는 그 도전에 선뜻 응했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어느 날 멀러리가 전화를 걸어와 비행기를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의 CAD 개념과 보잉의 목표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당황해서 시애틀로 날아갔다. 여러 모로 검토했지만 우리가 틀린 게 아니었다.”

보잉 엔지니어들은 20년 동안 만들던 747이 기본 설계와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의 CAD 플랫폼이 옳았다. 그들이 보관하던 모든 폴리머 모델은 실제로 날고 있던 비행기와 달랐다. 그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그때 우리 솔루션의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그래서 보잉이 1989년 차세대 비행기를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실물 모델 없이 우리의 CAD 솔루션으로 전부 설계됐다. 그 비행기가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모델인 777이다. 나는 언제나 고객의 시각과 관점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본다. 돌아보면 지금 날고 있는 비행기 대부분은 우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설계되고 검증되고 생산됐다. 더 안전하고 공기역학적으로는 더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우린 새로운 차원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보잉이 DS를 인정하면서 고객 포트폴리오는 급속도로 확장됐다. 가지각색의 자동차·중공업 회사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샤를 CEO가 얻은 가장 큰 개인적인 보람은 멀러리 CEO와의 30년 이상의 우정이었다.
베르나르 샤를 CEO는 신경제를 위한 노동력의 재교육에 다쏘 시스템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진 : XINHUA-NEWSIS
샤를 CEO는 다섯 자녀의 아버지이자 여섯 손주의 할아버지다. 그들은 그의 세계를 기꺼이 공유한다. “내게는 가족과 우정, 그리고 내일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것은 구체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샤를 CEO에게 3D는 무한한 가능성 그 자체다. “복잡한 모델은 3D로 만들면 너무 좋은데 왜 평평한 종이 위에 그리나? 디지털 모델이 더 나은데 왜 꼭 실물 모델을 사용해야 하나? 3D의 좋은 점은 전체론적이라는 것이다. 3D는 우리의 현실과 매우 가깝고 상상력을 키워준다. 예를 들어 디즈니와 픽사는 3D를 통해 소설과 동화에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상상과 개념을 3D를 사용해 현실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전에 해본 적 없는 것의 솔루션을 상상하고 가상세계에서 그 형태를 만들어본 뒤 궁극적으로 최적의 상태로 현실화할 수 있는 개념을 찾아내는 수단이 3D다. 아울러 3D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개선하고 완벽하게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의 PLM은 데이터, 프로세스, 비즈니스 시스템을 통합하는 정보관리 시스템이다. 궁극적으로는 ‘제품 중심’에서 ‘체험 중심’의 관점으로 경제를 이동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아무튼 가치는 실제 활용에서 창출된다. 3D는 바로 그런 목표의 달성에 도움을 준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로서 나는 3D가 우리 지구에 가장 적은 충격을 주면서 신경제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확신한다. 3D의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DS의 고객 포트폴리오는 현재 생명과학으로 확장되고 있다. 복잡한 수술을 지원하는 3D 모델링과 솔루션에도 참여한다. “의학, 심장 수술, 3D 시뮬레이션 모형 연구가 우리 기업 DNA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솔루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미국의 모든 연구소에 추천됐다. 엄청난 일이다. 우리가 승인을 신청한 게 아니라 FDA가 먼저 우리의 핵심 생명과학 솔루션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출, 오스트리아·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포퓰리즘과 극우운동의 부상이 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에 따라 세계경제가 크게 바뀌면서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다.

샤를 CEO는 세계의 근로자가 새로운 기술을 익혀 시대의 흐름에 맞추고 기존의 재정 규칙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재정 수단을 사용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 멋진 눈덩이 효과가 나타나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DS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손잡고 ‘팹랩(Fab Lab)’을 설립했다. 팹랩이란 ‘제작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약자로 디지털 기기, 소프트웨어, 3D 프린터와 같은 실험 생산 장비를 구비해 예비 창업자, 중소기업가가 기술적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제로 구현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다. “우리에겐 로봇, 인공지능, 가상현실 장비가 있다. 우리는 그런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매일 아침 불러 점심 시간까지 과제를 수행해보라고 권한다. 그들이 얼마나 빨리 배우는지 보면 놀랄 것이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그들에게 정교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이 노력하면 경제를 위해, 자신을 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몇몇 사람은 앞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될 로봇의 노동에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이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 등에 로봇 세금이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이츠는 적절한 훈련을 통해 로봇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세금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위스 다국적기업 ABB의 울리히 스피어스호퍼 CEO 같은 사람은 로봇 과세가 그런 목표 달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샤를 CEO는 두 가지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일정 기간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그 돈으로 직업 재교육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건 훨씬 복잡한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문제는 로봇이나 이산화탄소에 세금을 매기는 것보다는 우리가 어떤 재정 수단을 사용하느냐에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세계경제를 바꿔나가기 위해선 적합한 재정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 구아라브 샤마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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