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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원인은 기업가정신 결여…게임업계 세대교체 필요”[이코노 인터뷰]

[역대급 위기 맞은 게임업계]④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유저 신뢰 깨져…“진정성 보여줘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국내 게임산업이 큰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계속되는 중국 게임들의 한국 시장 침투 가속,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출시로 인한 국내 유저들의 외면, 참신한 신규 게임의 부재 등 국내 게임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을 만나 국내 게임산업이 처한 현실과 향후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Q.현재 게임업계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A.10년 단위로 보게되면 PC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모바일 시대로 오면서 중국 게임사들이 크게 성장했고, 이후 확률형 아이템이 대거 등장하면서 게임업계를 망쳤다. 국내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큰 돈을 벌다보니, 신규 지식재산권(IP) 개발을 소홀히 했다. 특히 코로나 때 돈잔치만 했다. 현재의 위기는 누적된 결과다. 더 근본적으로는 게임업계 1세대 창업자들이 과거와 같은 창업가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가 고갈된 모습이다. 이제는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대형 게임사의 경우 이미 내부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제는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고 본다.

Q.이렇다할 신규 IP가 보이지 않는다. 신규 IP 발굴을 위해 게임사가 할 일은?

A.넥슨의 민트로켓이 좋은 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하이브리드 형태가 필요하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조직이 관료적이 된다. 기존 개발자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관료화된 조직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스타트업도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시간 축적된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일처리가 비효율적이다. 세련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방식이 필요하다. 사내에서 민트로켓처럼 개발하는 방식이 있고 소규모 개발사들에게 분산투자를 하는 방식이 있다. 이렇게 개발된 게임들 중 한두개만 성공하겠지만 분산투자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는 크지 않다.

Q.확률형 아이템이 계속해서 화두다.

A.엄밀히 말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나온 확률형 아이템들은 유저들에게 과금을 요구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게임 내 아이템은 크게 ‘기능용’과 ‘장식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나온 확률형 아이템들은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이른바 ‘기능용’이 많다. 결국 돈을 많이 쓸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구조다. 여기에 많은 유저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능력치 상승 없이 캐릭터의 외형을 꾸며주는 ‘장식용’ 아이템 정도는 유저들의 거부감이 덜하다. 매출을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해야만 한다면 장식용 아이템 위주로 넣어야 한다. 아울러 게임사 스스로 비즈니스모델(BM)을 다원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Q.현재 중국 게임사의 개발 실력은 어느정도라고 보나.

A.모바일만 놓고 봤을 때 한국 게임사와 비교해 개발력에 있어 1.5배정도 앞서가고 있다고 본다. ‘던전앤파이터’ 등 옛날 인기 IP는 한국이 가지고 있지만 이는 PC 게임 시절 이야기다. 최근 흥행하고 있는 국산 모바일게임 상당수가 과거 PC 시절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들이다. 중국의 경우 신규 모바일 IP에 있어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Q.유저와 게임사간 신뢰가 깨진 모습이다.

A.유저와 게임사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 이상은 확률 조작이 나와서는 안된다. 향후 다시 확률 조작 사례가 나온다면 유저들은 크게 분노할 것이다. 정부가 징벌적 배상 등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게임사들도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결국에는 게임사 스스로 유저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Q.최근 숏폼 콘텐츠 성장으로 인해 게임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이제는 ‘보는 게임’이 대세라는 것을 게임사들이 인정해야 한다. ‘리니지 시리즈’와 같은 하드코어 게임보다는 소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일본에서 5~6년전에 나타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있다. 게임사들은 이런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방치형 게임’이 그 중간 단계다. 과거에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만을 게이머라고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게이머의 범주를 더 넓혀야만 한다. 게임을 직접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게임을 보는 사람도 게이머로 인정해야 한다. 최근 숏폼 콘텐츠의 영향력이 너무나 강력한 상황이다. 여가시간을 비롯해 대다수의 시간을 숏폼 콘텐츠에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사들도 이런한 변화를 인정하고 게임의 다양성에 초첨을 맞춰야 한다. 

Q.콘솔 개발에 나서는 국내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A.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이제 남은 시장은 콘솔 밖에 없다. 최근 몇몇 국산 콘솔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콘솔 대작이 나와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의 개발 실력은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등을 거쳐 콘솔 게임에 도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게임성을 인정받는 마지막 테스트장이 콘솔 시장이다. 과거에는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나갔을때 게임 퀄리티가 낮아 상대를 해주지 않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게임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앞으로 콘솔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Q.앞으로 국내 게임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먼저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중소 개발사와 스타트업 등을 통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경기장은 열렸지만 경기를 뛸 선수가 없다. 정부 역시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스타트업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줘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될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는 짧은 성과를 원하는데 그렇다보니 일관성이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길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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