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시티 개발 현주소는] 도시재생과 맞물려 다시 시동 걸 채비
[국내 스마트시티 개발 현주소는] 도시재생과 맞물려 다시 시동 걸 채비
문재인 대통령, 부처 간 협업 강조하며 추진 의지...사회적 인식 부족하고 기술력도 떨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스마트시티를 일주일 사이 두 차례 언급했다. ‘유비쿼터스 도시법’을 9년 만에 개정한 ‘스마트시티법’은 9월 22일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시행착오만 많이 겪었던 만큼 산업계에선 좀 더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예산도 다소 줄었다. 문 대통령은 스마트시티를 “문재인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바람이 현실에서 스마트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과 더불어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긴밀히 협의해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때 이를 확인하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서 스마트시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이 빠진 건 이미 20일 전이었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많은 부처가 참가하기를 희망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 및 정보기술(IT)과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월 29일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스마트시티는) 3개 부처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위원회 모두 역량을 모아야 할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마트시티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이 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부처 간 협의가 여의치 않다고 대통령이 판단해 질책한 것으로도 읽혀진다. 청와대 측은 “부처 간 협조를 당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통신사 임원은 오히려 대통령의 다른 발언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기존 도시에 스마트시티 옷을 입히는 정책과 병행해서 적절한 면적의 부지 위에 백지 상태에서 국가 시범 사업으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신도시가 아닌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국토교통부 측은 대통령 업무보고 하루 전 도시재생과 연계해 스마트시티를 구현해 나가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신도시가 아니라 기존 도시에 스마트기술을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 사업계획을 국토교통부가 함께 세워주면 조성에 약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과 연결되니까 거기에 들어갈 50조원(대통령 공약 당시 규모)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활용하겠다던 도시재생 예산 자체가 줄었다. 대선 공약에서는 매년 재정 2조원, 기금 5조원을 도시 재생에 쓰겠다고 했다. 여기에 LH·SH공사 등 공기업 사업비로 3조원을 더해 도시재생을 위해 연간 10조원, 임기 내 50조 원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8월 29일 공개된 2018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재정에선 국비 8000억원을 예산으로 잡아야 했지만 절반가량만 책정됐다. 기금에서도 연간 1조10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2500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가면 공약 금액에서 30%가량 모자란다.
이상호 한국지역학회장(국립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이런 난맥상이 “부처 간의 칸막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스마트시티는 융합이 핵심이다. 한 부처에서 주도할 수도 없고, 주민은 건물, 스마트폰, 하수처리, 교통 시스템이 다 필요하다. 수요자인 국민에게 (스마트시티를) 만들어주려면 부처 간 협조가 절실하다. 새로운 것이니까 각 부처가 서로 가져가려고 해서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2008년 제정된 ‘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u시티법)’을 개정한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스마트시티법)’은 9월 22일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개정안이 내용 면에서 이전 법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몇 가지 변화는 있다. 165만㎡ 이상의 대규모 신도시만 사업 지원이 가능했던 것을 30만㎡로 축소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 때문에 신도시 건설이 아닌 도시재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시재생 사업에도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교통, 쓰레기 수거, 방범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면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사업시행자로 민간 사업자를 추가해 건설사나 통신사 등이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것도 변화다. 또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 업무에 스마트시티 기술의 수출 지원을 추가해 국내 업체가 해외 진출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난관은 또 있다. 산업계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한 IT 기업 관계자는 “우리도 u시티 때는 판교·청라 등에서 많이 참여했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된 건 아니다”라며 “특히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은 워낙 규모가 커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수요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는 자원외교에 집중했고, 그 이후엔 자원외교 실패로 대형 해외 수주에 나설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도시재생 사업은 수익이 날 수 없고, 수출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뉴딜정책이라고는 하지만 단순 고용이 늘어날진 몰라도 장기적인 수익성 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스마트시티가 도대체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도 쉽지 않다. 국제전기통신엽합(ITU)은 2014년 스마트시티의 정의를 조사했다. 무려 116개의 비슷한 다른 정의가 나왔다. 스마트시티 발전 단계별로 의미가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크게 발달하고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가 뛰어들었다. 그나마 스마트시티란 게 단순히 도시 건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몽땅 집어넣는 게 아니란 부분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u시티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u시티는 3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했고,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기술을 통해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스마트시티는 u시티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진 개념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시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에너지·교통·의료·교육과 같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IT 전문지 테크크런치는 2015년 “도시는 플랫폼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도시에서 사람들은 기술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핵심 도시 기능을 재정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시티의 기본 구성 요소는 인프라·데이터·서비스다. 인프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공간정보 기술을 도시에 적용하고, 데이터 단계에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도시의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다. 서비스 단에서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으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한국의 스마트시티는 어디까지 왔을까? 지방자치단체들의 시범 사업에서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고양시 등이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정보기획담당관 사물인터넷 정책팀 김현곤 주임은 “기존 통신망이 커버리지·비용 등 사물인터넷 서비스 구현에 약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KT와 LG 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NB-IoT를 서비스하고, SK텔레콤이 로라(LoRa)망을 서비스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 활용 능력은 아직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마트시티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도심 폐기물 처리 사정도 비슷하다. 관련 업체 대표는 “폐기물이 넘치면 센서를 통해 수거하도록 알람을 보내고,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스마트 쓰레기통을 납품하기도 하고, 기존 쓰레기통에 센서를 부착해 팔기도 한다. 회사가 내세우는 건 이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수거 시점을 알려주는 데이터 분석 툴이다. 문제는 이 툴을 제대로 쓰는 지방자치단체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시스템을 구매하는 곳은 정보화사업 관련 부서지만, 실제 운영부서로 넘어가면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이 업체는 매월 일정액을 내면 언제, 얼마나 많은 양의 도심 폐기물이 배출되는지, 언제 수거하는 게 좋고, 이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절약되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공한다. 하지만 쓰레기 수거는 대부분 민간 업체가 하다 보니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데이터 분석 툴에 접속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때 한국은 스마트시티 기술의 주도권을 잡았다. 지금은 아니다. 동등하거나 후발주자에 그친다.” 이상호 한국지역학회장은 한국이 더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말 펴낸 ‘스마트시티 발전 전망과 한국의 경쟁력’ 보고서에서도 “스마트시티의 발전 방향을 보면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부분보다 열세인 부분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오랜 시간 추진했지만 성공 사례가 없고, 시범 사업이 본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한국이 불리한 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IT와 건설을 넘어 모든 도시 서비스와 산업의 융합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수평적 융합에 취약하다. 둘째, 비교적 일찍 u시티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오랜 기간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과 국가적 노력이 미흡했다. 셋째, 국민의 기대와 달리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됐다. 마지막으로, 도시 혁신의 전통과 시민활동이 약해 스마트시티의 추진 동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전기신문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스마트시티 개념을 설명하면서 도시 운영의 비효율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의 개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도시 운영 효율을 높여 편의성을 제고하는 것과 시민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자만 놓고 보자면 성과주의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지만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실패했다. 예컨대 원격계량기를 달아두고도, 여전히 검침원이 다니고 있다. 사실상 도시 운영의 효율을 높여 행정 비용을 절감하는 데 실패한 거다. 정말 어려운 건 후자다.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현장에서 보면 아예 이쪽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마트시티를 제대로 구현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저비용 도시가 구현된다. 지능형 주차장, 지하철 무인운전, 재난방지 시스템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도시 전체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능형 교통신호처럼 다른 도시 시설과 결합하는 것으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시티가 제대로 돌아가면 도시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돼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도 볼 수도 있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장이 개화기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이렇다 할 시장이 없는 단계지만, 2025년 이후에는 스마트도시를 추진하는 곳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리서치업체 네비간트 리서치는 현재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 수를 세계 도시 4037개 중 3~4%인 150개 내외로 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ICT 도시 수준의 프로젝트까지 모두 더하면 2016년 1월 현재 세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수는 235개로 추정된다. 바꿔 말하면 세계 도시의 30~40%만 스마트시티를 추진한다고 해도 1300여개의 도시가 잠재적 수요자가 되는 셈이다. 네비간트 리서치의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량이나 상하수도 등 스마트시티에는 세부 항목이 많은데 이를 다 합친 게 전체 시장 규모”라며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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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스마트시티를 일주일 사이 두 차례 언급했다. ‘유비쿼터스 도시법’을 9년 만에 개정한 ‘스마트시티법’은 9월 22일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시행착오만 많이 겪었던 만큼 산업계에선 좀 더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예산도 다소 줄었다. 문 대통령은 스마트시티를 “문재인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바람이 현실에서 스마트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과 더불어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긴밀히 협의해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때 이를 확인하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서 스마트시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이 빠진 건 이미 20일 전이었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많은 부처가 참가하기를 희망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 및 정보기술(IT)과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월 29일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스마트시티는) 3개 부처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위원회 모두 역량을 모아야 할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마트시티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이 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부처 간 협의가 여의치 않다고 대통령이 판단해 질책한 것으로도 읽혀진다. 청와대 측은 “부처 간 협조를 당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마트시티 연계하려던 도시재생 예산 줄어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활용하겠다던 도시재생 예산 자체가 줄었다. 대선 공약에서는 매년 재정 2조원, 기금 5조원을 도시 재생에 쓰겠다고 했다. 여기에 LH·SH공사 등 공기업 사업비로 3조원을 더해 도시재생을 위해 연간 10조원, 임기 내 50조 원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8월 29일 공개된 2018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재정에선 국비 8000억원을 예산으로 잡아야 했지만 절반가량만 책정됐다. 기금에서도 연간 1조10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2500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가면 공약 금액에서 30%가량 모자란다.
이상호 한국지역학회장(국립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이런 난맥상이 “부처 간의 칸막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스마트시티는 융합이 핵심이다. 한 부처에서 주도할 수도 없고, 주민은 건물, 스마트폰, 하수처리, 교통 시스템이 다 필요하다. 수요자인 국민에게 (스마트시티를) 만들어주려면 부처 간 협조가 절실하다. 새로운 것이니까 각 부처가 서로 가져가려고 해서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2008년 제정된 ‘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u시티법)’을 개정한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스마트시티법)’은 9월 22일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개정안이 내용 면에서 이전 법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몇 가지 변화는 있다. 165만㎡ 이상의 대규모 신도시만 사업 지원이 가능했던 것을 30만㎡로 축소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 때문에 신도시 건설이 아닌 도시재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시재생 사업에도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교통, 쓰레기 수거, 방범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면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사업시행자로 민간 사업자를 추가해 건설사나 통신사 등이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것도 변화다. 또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 업무에 스마트시티 기술의 수출 지원을 추가해 국내 업체가 해외 진출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난관은 또 있다. 산업계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한 IT 기업 관계자는 “우리도 u시티 때는 판교·청라 등에서 많이 참여했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된 건 아니다”라며 “특히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은 워낙 규모가 커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수요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는 자원외교에 집중했고, 그 이후엔 자원외교 실패로 대형 해외 수주에 나설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도시재생 사업은 수익이 날 수 없고, 수출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뉴딜정책이라고는 하지만 단순 고용이 늘어날진 몰라도 장기적인 수익성 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스마트시티 정의만 116개
u시티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u시티는 3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했고,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기술을 통해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스마트시티는 u시티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진 개념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시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에너지·교통·의료·교육과 같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IT 전문지 테크크런치는 2015년 “도시는 플랫폼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도시에서 사람들은 기술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핵심 도시 기능을 재정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시티의 기본 구성 요소는 인프라·데이터·서비스다. 인프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공간정보 기술을 도시에 적용하고, 데이터 단계에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도시의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다. 서비스 단에서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으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한국의 스마트시티는 어디까지 왔을까? 지방자치단체들의 시범 사업에서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고양시 등이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정보기획담당관 사물인터넷 정책팀 김현곤 주임은 “기존 통신망이 커버리지·비용 등 사물인터넷 서비스 구현에 약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KT와 LG 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NB-IoT를 서비스하고, SK텔레콤이 로라(LoRa)망을 서비스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 활용 능력은 아직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마트시티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도심 폐기물 처리 사정도 비슷하다. 관련 업체 대표는 “폐기물이 넘치면 센서를 통해 수거하도록 알람을 보내고,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스마트 쓰레기통을 납품하기도 하고, 기존 쓰레기통에 센서를 부착해 팔기도 한다. 회사가 내세우는 건 이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수거 시점을 알려주는 데이터 분석 툴이다. 문제는 이 툴을 제대로 쓰는 지방자치단체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원격계량기 달고도 검침원 다녀”
이렇게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때 한국은 스마트시티 기술의 주도권을 잡았다. 지금은 아니다. 동등하거나 후발주자에 그친다.” 이상호 한국지역학회장은 한국이 더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말 펴낸 ‘스마트시티 발전 전망과 한국의 경쟁력’ 보고서에서도 “스마트시티의 발전 방향을 보면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부분보다 열세인 부분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오랜 시간 추진했지만 성공 사례가 없고, 시범 사업이 본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한국이 불리한 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IT와 건설을 넘어 모든 도시 서비스와 산업의 융합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수평적 융합에 취약하다. 둘째, 비교적 일찍 u시티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오랜 기간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과 국가적 노력이 미흡했다. 셋째, 국민의 기대와 달리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됐다. 마지막으로, 도시 혁신의 전통과 시민활동이 약해 스마트시티의 추진 동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국내외 시장 모두 개화기
스마트시티를 제대로 구현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저비용 도시가 구현된다. 지능형 주차장, 지하철 무인운전, 재난방지 시스템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도시 전체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능형 교통신호처럼 다른 도시 시설과 결합하는 것으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시티가 제대로 돌아가면 도시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돼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도 볼 수도 있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장이 개화기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이렇다 할 시장이 없는 단계지만, 2025년 이후에는 스마트도시를 추진하는 곳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리서치업체 네비간트 리서치는 현재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 수를 세계 도시 4037개 중 3~4%인 150개 내외로 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ICT 도시 수준의 프로젝트까지 모두 더하면 2016년 1월 현재 세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수는 235개로 추정된다. 바꿔 말하면 세계 도시의 30~40%만 스마트시티를 추진한다고 해도 1300여개의 도시가 잠재적 수요자가 되는 셈이다. 네비간트 리서치의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량이나 상하수도 등 스마트시티에는 세부 항목이 많은데 이를 다 합친 게 전체 시장 규모”라며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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