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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도 부품은 자급자족

우주에서도 부품은 자급자족

NASA, 3D 프린팅과 플라스틱 재활용 통합한 리패브리케이터를 내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할 듯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적층제조설비(AMF)를 통해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코발트 렌치. / 사진 : MADE IN SPACE-NASA
우주 여행을 할 때는 수하물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비용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게 0.5㎏의 물건을 로켓으로 우주에 쏘아올리는데 무려 1만 달러나 든다. 그러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경우 우주에 가져갈 수 있는 물자가 많을수록 탐사 임무를 수행하기가 더 쉽다. 그렇다면 예산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는 NASA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년 봄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장비를 갖게 된다. 리패브리케이터(Refabricator)로 불리는 이 장비는 소형 냉장고 크기의 기계로 플라스틱 부품을 녹여 그 재료로 새로운 부품을 찍어낼 수 있다. 재활용과 3D 프린팅을 하나의 기기에 통합한 최초의 장비다.

리패브리케이터의 단기적인 목적지는 ISS다. 그러나 이 장비는 장기적으로 더 먼 우주로 진출하려는 NASA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졌다. 물자 보급선이 ISS에 도달하는 데는 몇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NASA는 로켓의 이동 시간이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는 달과 화성에 그 장비를 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NASA에서 우주 공간 내부의 제작을 담당하는 니키 버크하이저 연구원은 “ISS에 가는 것과 달이나 화성에 도달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달에 도착하려면 몇 주가 걸리고 화성에 닿으려면 몇 달이 걸린다. 이동 시간이 그 정도라면 중요한 장비를 작동하는 키를 깜박 잊고 가져 가지 않는다면 일을 완전히 망친다.

NASA는 우주선의 운송 목록에서 뭔가를 빠뜨리는 위험에 대한 대비책으로 3D 프린터로 필요한 부품을 무엇이든 즉석에서 찍어낼 수 있는 ‘맥가이버 박스’를 오랫동안 갖고 싶어 했다. 1999년 NASA는 무중력 실험 항공기로 3D 프린팅 실험을 했다. 무중력 실험 항공기는 5∼6㎞ 상공에서 9㎞까지 급상승을 한 뒤 엔진의 출력을 갑자기 줄이면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가던 힘과 지구가 당기는 힘에 의해 비스듬히 자유낙하한다. 이때 내부에 25초 정도 무중력 환경이 생긴다[처음 무중력을 느끼면 대부분 멀미와 구토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중력 실험 항공기는 ‘멀미혜성’(vomit comet)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우주인의 무중력 체험 훈련 외에 무중력 환경에서 사용하는 장비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도 자주 사용된다. NASA는 그 항공기에 3D 프린터를 실어 프린팅 과정이 중력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시험했다.

당시엔 3D 프린팅에 적용되는 특허 문제가 까다로워 그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복잡했다고 버크하이저 연구원은 돌이켰다. 그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난 2014년에 돼서야 ISS에 첫 3D 프린터를 보낼 수 있었다. 그 후속 프린터로 개발된 적층제조설비(AMF)는 지난해 ISS로 운송됐다. AMF는 메이드인스페이스라는 민간업체가 개발한 기계다.

문제는 그런 기계도 플라스틱 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원료를 계속 우주에 보내려면 돈이 많이 든다. 버크하이저 연구원은 “공급 원료를 전부 보내야 한다면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리패브리케이터에 재활용 기능이 추가됐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데는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도 떨어진다. 게다가 미세중력과 엄격한 안전 규칙 등 ISS의 독특한 제한 요소를 추가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먼저 플라스틱을 분쇄해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우주기술개발 회사 테더스 언리미티드에서 연구개발을 이끄는 레이철 멀바우어 이사는 이 과정을 “커피 원두를 빻는 작업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다른 기계를 사용해 그 분말을 새로운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시켜야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기 전에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는 리패브리케이터. / 사진 : NASA
그러나 우주에서 그런 작업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무중력 상태에선 어떤 형태의 분말이든 우주비행사에게 심각한 위험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패브리케이터는 플라스틱을 분쇄하는 대신 녹여서 새로운 기본 원료(필라멘트)를 만들어낸다. 그럴 경우 플라스틱 자체의 손상이 적어 재활용되지 않은 새로운 플라스틱을 섞지 않고도 같은 원료를 여러 차례 반복 사용할 수 있다. 멀바우어 이사는 “지상에서 필라멘트를 만드는 방법이 많기는 하지만 전부 폐기물을 많이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패브리케이터를 사용하면 그런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다.”

우주 환경의 또 다른 특이점 때문에 이런 장비는 자동화될수록 좋다. 작업을 감독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버크하이저 연구원은 “우주비행사에게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리패브리케이터는 지상에서 작동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우주비행사는 리패브리케이터에서 만들어진 새 부품을 꺼내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우주정거장은 환경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데 따르는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플라스틱은 종류가 많다. 쇼핑백 제조에 사용되는 가벼운 플라스틱부터 우유통 제조에 사용되는 무거운 플라스틱 등 종류에 따라 재활용 과정이 약간씩 다르다. 다시 말해 재활용 기계에 넣기 전에 반드시 분류해야 한다는 뜻이다. 분류를 잘해도 이물질이 포함되기 쉬워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우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여전히 분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 리패브리케이터에는 한 가지 종류의 플라스틱만 사용한다. 열 가공성 특수소재로 열과 충격에 강하면서도 가벼운 울템(Ultem) 수지다.

NASA는 그 다음 목표로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다. 특히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HDEP 수지가 한가지 예다. 장기적으로 버크 하이저 연구원은 팹랩(FabLab, ‘제조 실험실’이라는 뜻)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플라스틱을 금속과 혼합하고 전자 프린팅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정거장에서 사용되는 물품의 4분의 1 이상에 전자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팹랩 프로젝트는 내년에 ISS에 보낼 리패브리케이터를 테스트하고 이 기계가 우주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임무를 띤다.

버크하이저 연구원과 멀바우어 이사는 리패브리케이터와 그 후속 장비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발전이 지상에서도 소중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 국방부가 NASA의 리패브리케이터 개발에 비상한 관심을 쏟는다. 군인이 미세중력 상황에 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좁은 공간에서 제한된 수단으로 단시간에 위험한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멀바우어 이사는 “우리가 우주정거장에서 무리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리패브리케이터를 개발하면 앞으로 지상에서도 그 장비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메간 바텔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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