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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미래 산업의 소울메이트(SOULMATE)’] 미래의 운송수단(Transportation for the Future)

[조원경의 ‘미래 산업의 소울메이트(SOULMATE)’] 미래의 운송수단(Transportation for the Future)

세계 VR과 AR 시장이 올해부터 4년 동안 매년 2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증강현실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하이브리드차가 양산에서 대중화까지 20년이 걸렸다. 블루투스 같은 기능이 차에 탑재된 이후에도 5년 이상이 걸려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대중브랜드로, 고급차량에서 대중차량으로 내려온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언제쯤일까? 일단 이에 대한 결말은 논란이 있기에 미뤄두고 정보통신기술(IT)과 자동차 이야기부터 해 보자.

독일 대표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 소비자를 기망하는 것은 큰 범죄다. 유럽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주도의 음모론’이 들려왔었다. 하지만 미국 음모론을 확인해 줄 증거는 지금까지 아무도 제시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한술 더 떠 미국 정보통신업계와 전기차업계의 성장을 위한 미국 당국의 자작극은 아닌가 하고 이야기한다. GM과 테슬라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애플과 구글까지 합세한 시점에서 확인 불가능한 이야기가 나온다. 구글 웹사이트에서 구글링을 해보자. 구글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기본 차량 개발과 주행 시험을 한 지 벌써 몇 년이 되었다.

유튜브·넷플릭스·아마존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스카이프·페이스북·트위터·스냅챗은 소비자가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기업들이 신생 기업들과 경쟁을 인식하고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태그 호이어(Tag Heuer)는 구글과 협력한다. 제조업·은행·금융·교육에도 테크 바람이 분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테크 기업인지 고급 시계를 만드는 회사인지 생각해보자. 구글이 검색 엔진 기업인지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신생 제조 기업인지 생각해보자. 많은 전통적인 기업은 너무 전통적인 산업 기준을 따르다가 시대에 뒤처졌다. 기업은 과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주어야 기업이 흥한다.
 자동차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벤츠가 준비 중인 자율주행차 F015.
기술과 전통산업이 먹고 먹히는 관계일지 상생 협력할 관계일지는 기업경영진이 알아야 할 문제이나 여하튼 그러한 기업 생태계의 변화를 인식하여야 한다. 늘 글로벌 테크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몰고 왔다. 애플이 음악 산업과 통신 분야의 혁신을 가져왔고 이제는 시계를 만들고 있다. 자동차산업이라고 했을 때 자동차라는 물리적 기기만을 지칭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동 수단으로서 자동차가 현대의 IT기술과 융합되어 어떤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지 모른다.

누군가 말한다. 자동차의 핵심 기술은 IT와 인터넷 그리고 서비스라고. 레이더와 같은 센서장비가 발전하고 IT가 발전하면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기존의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발전시킨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낮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속도를 맞추어 놓으면 엑셀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까지 긴 주행에 진가를 발휘한다. 이 기술은 센서로 앞 차와의 거리를 계산하고 장애물을 인식해 자동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브레이크를 제어한다. 운전자는 핸들을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향만 바꿔주면 된다. 일부 기업들은 카메라로 차선을 인식해서 조향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능을 탑재하기도 한다. 운전 실력의 마지막 단계인 주차마저 자동차가 스스로 한다. 이러한 자동차 회사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앞으로 더 많은 신뢰성·안전성·경제성을 확보하면서 대중화될 것이다. 문제는 대중화의 기간이다. 가수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들으며 그 언젠가에 이르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열릴 것을 상상해본다.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 앉아본다. 누군가는 여자친구와 사랑행위를 하기도 할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을 나누면서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누운 채로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운전을 한다. 어찌 사랑뿐이랴! 회사 업무며 소설을 읽는 거며 상상이 현실이 되는 행복한 시간이 다가올 수 있다.

최근 구글은 ‘나는 자동차(flying car)’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자동차가 마치 제트스키를 공중 부양시킨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행하는데, 시연은 사방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호수에서 이뤄졌다. 자동차 바닥의 작은 프로펠러들이 차를 공중에 띄우는 동력을 낸다. 공중부양 차량을 올해 연말 쯤 판매할 계획이라는데 가격이 궁금하다. 흥분되는 일이라 하겠다. 구글 입장에서는 자동차에 컴퓨터를 추가한 것이 아니다. 컴퓨터에 자동차를 얹고 구글의 아침은 자유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구글에게 계기판은 안드로이드이고 무인자동차는 스마트 폰이다. 구글은 자동차와 안드로이드 간의 보다 나은 통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간과 생각이 자유로워진 미래를 꿈꾸면서 말이다.

구글의 무인차 관련 자료를 보자. 구글이 무인차를 개발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사고 위험성 줄이기,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건강이상자의 이동성 개선, 도시의 쾌적한 삶 추구이다. 구글은 무인차를 단순히 굴러가는 ‘자동차’로 보지 않는다. 무인차를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로 인식해 도시 정보를 수집하고 ‘효율적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구글이 그리는 미래는 도시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 사람들의 움직임, 생활을 효율화 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구글이 인수한 기업을 보자. 위성 동영상 업체 ‘스카이박스 이미징’은 위성에서 지상을 촬영해 동영상으로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차량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 구글이 투자한 ‘어반 엔진’은 교통기관의 지연시간, 도시 에너지 이용률을 추정하는 기술이 있다. 무인차와 대중교통을 연결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구글이 꿈꾸는 세상은 올 것인가?
푸조와 삼성전자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차 ‘인스팅트’(위쪽). 애플 CEO 팀쿡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설명하고 있다.
즉, 무인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것 이상이다. 무인자동차의 진짜 가능성은 편리함 너머에 있다. 교통사고율 감소를 보자. 아직은 안전성을 100% 신뢰할 수 없지만 관련 기술이 발전하여 제대로 안전한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아마 지금보다 교통사고 위험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기계가 실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사람이 제어하는 것보다는 안전 측면에서 뛰어날 것이다. 기계는 알고리즘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에 극단적인 돌발 상황만 아니면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판단능력과 제어능력이 동일하다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인간이다. 사람은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운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흥분하는 사람들, 상습적으로 과속·난폭 운전하거나 신호위반 하는 사람들, 음주운전 하는 사람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교통사고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하루 5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고 한다. 무인자동차가 중국에서 발전할 대목이다.

다음으로 도로와 차들이 컴퓨터로 통제되기에 교통 체증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교통체증은 다수의 평범한 운전자 때문에 발생한다. 운전자들은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병목지점 앞에서 지나치게 일찍 한쪽 차선으로 몰리는 현상도 정체를 일으킬 수 있다. 인간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이상 이는 어쩔 수 없다. 무인자동차라면 통합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래의 무인자동차는 거대한 운송 네트워크에 포함될 것이다. 현재는 도로라는 시스템을 개별 자동차들이 이용하는 형태다. 법·제도·시스템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운전자 개인의 성향과 돌발 상황과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미래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된다. 실시간 교통상황을 컴퓨터가 감지하고 경로를 탐색하고 차량의 속도를 조절하고 교차로 진입 타이밍을 결정한다. 도로의 모습도 달라진다. 도로에 태양광 패널을 이식해 무선으로 전기자동차를 충전시키면 도로·자동차·시스템이 하나로 결합된 거대한 운송 네트워크에서 인간은 탑승자의 역할만 수행한다. 운전면허증은 없고 뭔가 다른 자격증이 필요할 것이다. 최소한의 운동능력을 요구하는 그 무엇이 예상된다. 구글은 다가올 카 셰어링 시대를 앞두고 차량공유업체 우버에 투자했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차량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구글이 개발한 무인차가 배차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구글 자료에는 교통이 혼잡한 도시에서는 차량의 30%가 주차난에 직면한다.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대부분의 자동차가 주차장에서 96% 정도 머문다고 언급돼 있다. 자율주행차가 있으면 1인 1대씩 차량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카 세어링이 늘고 주차장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트리트뷰 서비스는 또 어떤가? 도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차량에 복수의 카메라와 적외선 레이저 스캐너를 탑재해 도시를 촬영한다. 구글은 약 50개국에서 3000대 이상의 차량을 이용해 정밀한 지도를 제작하며 자율주행차 주행에 필요한 지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차가 나이 드신 어르신과 몸이 불편하신 노인, 장애인에게 도움이 된다니 얼마나 좋은가? 풀어야 할 문제도 몇 가지 있다. 무인자동차가 보편화된다면 그 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누가 질까?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시험운행 중에 자신의 과실로 사고를 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건을 두고 다양한 토론이 벌어졌다. 현행 법률체계에서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어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자동차가 자율주행시스템으로 도로를 달리더라도 법적인 운전자는 여전히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험금 처리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 변화에 따라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조물 배상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책임과 보상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기대된다.

상황에 따라 무인자동차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운전자로 해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운전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과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다른 운전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려운 과정일 수도 있다. 독일 정부가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 시 윤리적 행동기준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도로의 종류와 구간별로 혼재된 차량들이 주행과 교행, 앞차와의 간격유지 및 속도변화, 차로변경을 안전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교통표지와 정보제공, 교통관리 및 운영, 진출입 및 교차로제어 같은 고도화된 시스템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차량 간, 차량과 도로 간 초연결성 (V2X)확보와 차량의 정밀한 위치도 파악 가능한 도로 정밀지도 같은 디지털인프라 기반의 정보화도로를 구축하는 효율적인 방안도 찾아내야 한다.

도덕적인 부분도 논의해야 한다. 5명을 피하기 위해 1명을 희생하도록 설정된 무인자동차는 윤리적인가? 발전하는 무인자동차의 속도에 맞춰 윤리적·법적·제도적 기준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탁기·청소기 같은 도구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켰다. 무인자동차도 인간을 운전의 노동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유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무인자동차’라는 기술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독일, 무인차 윤리기준 마련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가전쇼에서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이런 추세를 보며 최근의 조류를 보자. 최근 전 세계 자율주행 연구 흐름은 5단계 완전 자율주행, ADAS 등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먼저 5단계 완전 자율주행을 보자. 1단계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및 속도 조절, 조향 등 안전에 민감한 기능을 제어하되 자동차가 차로 이탈 방지나 주차 등을 보조하는 기능을 갖춘 단계다. 2단계는 자동차가 차량 인식 및 자동 조향, 앞차와의 간격 유지 주행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2단계까지는 운전자가 핸들과 페달을 제어하고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 1, 2단계는 현재 출시된 자동차에도 상당부분 적용돼 있다. 3단계는 제한된 자율주행 단계로 특정 교통환경에서 자동차가 모든 안전 기능을 제어하고 교통 모니터링을 하면서 탑승자의 제어가 필요할 경우 신호를 보낸다. 사실상 3단계부터 자율주행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4단계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탑승자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된다. 5단계는 사람이 타지 않고도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차다.

그런데 이런 완전 자율주행이 실제 환경에서 구현될지가 법규, 신호등 체계, 보험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문시되면서 최근에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덕분이다. 차선을 조금 벗어나면 차가 '삑삑' 경고음을 울리고 핸들이 묵직해지면서 차선 안에 차가 들어오도록 해준다. 앞차와 간격이 너무 가까워질듯 하면 자동으로 차 속도가 줄어들면서 앞차와 거리도 자동조절된다. ADAS는 자동차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각종 최첨단 안전 편의 사양을 뜻한다. ADAS는 ‘차는 기계(machine)’라는 기존의 상식이 전복되고, ‘차는 IT 소프트웨어(software)’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여기에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조명, 음악, 소리를 맞춰주는 소프트웨어적인 ‘감성’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여하튼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진 미래를 꿈꾸고 생활할 수 있다. 갑자가 영화 ‘카’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차 안에서 진정 자유를 느끼며 명대사를 조용히 읊어 본다.

“바로 옆으로 지나가면서 무엇을 놓치는지도 모르고 있어. 가끔은 느리게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조원경은…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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