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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봉쇄’로 은둔의 왕국 옥죄라

‘스포츠 봉쇄’로 은둔의 왕국 옥죄라

미국이 김정은의 체육 유산을 공격함으로써 정권 무너뜨리려 한다고 주장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평양체육기자재공장. 북한은 국제 스포츠 강국이 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 사진:DITA ALANGKARA-AP-NEWSIS
중무장한 은둔 국가인 북한이 자칭 ‘사회주의 천국’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최신 음모를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스포츠 유산을 표적으로 하는 미국의 사악한 공격이 바로 그것이라고 그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핵 프로그램 강행을 두고 국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자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지난 10월 26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이 주도하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광란적인 제재압박 소동은 체육 부문에까지 깊숙이 촉수를 뻗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미국이 스포츠에서 정치를 배제해야 마땅하다며 최근의 무역 제재에 스포츠 장비를 포함시키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비난했다.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대변인은 “세계 모든 이의 친선과 인류 문명의 발전을 도모하는 체육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사악한 정치 의도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추종세력들을 내몰아 벌이고 있는 우리 체육부문에 대한 제재는 현대문명을 파괴하는 행위일뿐 아니라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허물어버리고 우리 인민의 문화생활 향유까지 완전히 막아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면서 “국제 체육기구들은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고 인간의 체력 발전과 현대 문명을 추동하는 체육 이념을 고수해야 한다”며 “온갖 형태의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제재행위들에 대하여 철저히 계산하고 반드시 그 대가를 받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제재 항목에 각종 체육 기자재를 포함시켜 놓고 그 판매뿐 아니라 국제 체육기구들이 우리에게 기증하는 체육 기자재의 해당 나라 통과도 차단시키도록 하고 있다. 또 미국의 비열하고 끈질긴 압력으로 일부 나라들이 우리와 합의하여 평양에서 진행하게 되었던 정상적인 내왕 경기가 한해가 지나도록 지연되고 있다.”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북한에서 개최되기로 예정됐던 북한-태국 축구경기가 태국에서 열리게 됐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간섭으로 국제유도연맹(IJF)이 2017 세계 주니어 유도 선수권대회 개최지를 북한에서 크로아티아로 옮겼고, 국제역도연맹(IWF)도 2018년 세계 주니어 역도 선수권대회 개최지를 북한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우승한 북한 이세광 선수. / 사진:AP-NEWSIS
그 외에도 북한 19세 이하(U-19) 축구 대표팀의 호주 입국이 거부된 것도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두고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캠페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호주 뉴데일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호주 U-19 대표팀과 경기하기로 예정된 북한 U-19 대표팀에 입국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기로 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 참가 중인 양측 대표팀은 11월 8일 빅토리아 주 셰퍼턴에서 조별 예선전을 치르기로 돼 있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부 장관은 언론 성명을 통해 “북한을 초청하는 것은 호주 정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과 모순된다”고 입국 불허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북한 초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우리의 노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이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그런 주장을 일축한다. 북한은 군사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국가 스포츠 팀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1989년 건설된 ‘세계 최대의 스타디움’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도 거기에 포함된다. 북한은 국제 스포츠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국의 체육 관련 업적을 과시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런 국제 대회는 비밀주의로 악명 높은 북한과 외부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보기 드문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농구를 아주 좋아한다고 알려졌다. 2013년 2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시절 ‘악동’으로 유명했던 데니스 로드먼이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트로터스’를 이끌고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북한 농구팀과 시범 경기도 가지면서 김 위원장이 해외 유학시절 농구광이자 로드먼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김 위원장을 ‘평생 친구’로 부르는 로드먼은 이후에도 수차례 북한을 오가며 그와 각별한 친분을 쌓았고 나름대로 국제 평화와 북한 농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 텔레그래프 신문은 북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세 살 때 운전을 배웠고, 아홉 살 때 요트 경기에서 승리한 신동으로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개인숭배를 위한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지는 김정은이 ‘9세에 외국 요트 회사를 운영했고, 그 당시 김정은이 열세를 극복하고 요트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북한 교과서를 인용했다. 그러나 그의 부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스포츠 업적이라고 칭해지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김정일은 1994년 부친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 자리를 물려 받아 2011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북한을 통치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북한 관영 매체 기사를 인용하며 김정일이 평양에서 열린 첫 볼링게임에서 300점 만점을 받았으며, 1991년 7700야드에 이르는 평양 골프장을 개장했을 땐 생애 첫 라운딩에서 5개의 홀인원을 포함해 38언더파를 기록해 세계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일부 보도에선 그가 그 첫 골프에서 기록한 홀인원이 11개였다고도 전한다. 사실이라면 세계 최고의 기록이다.

김정일도 아들 김정은처럼 농구를 좋아했다. NBA 스타 마이클 조던의 팬으로 알려졌던 그는 2000년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조던이 친필 서명한 농구공을 선물 받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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