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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리더에서 로비스트로

IT 리더에서 로비스트로

아마존·페이스북·구글 기술 대기업의 자유주의 정신 사라지고 경제 넘어 미국 정계로까지 권력 휘둘러
실리콘밸리의 거물 기업들이 미국 정계를 상대로 로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해 3분기 로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아마존이 지난 7~10월 미국 정가에서 로비에 사용한 비용은 모두 합해 1260만 달러였다.

그중 구글이 지출한 로비 비용은 52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분기의 지출액에서 9% 늘었다. 의회에 로비하도록 24개 회사와 자사 소속 로비스트 10명에게 지급한 자금이 거기에 포함됐다. 인신매매부터 세제 개혁, ‘중소기업 광고 문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로비를 펼치기 위한 노력이었다. 페이스북의 로비 비용은 지난해 같은 분기 지출액에서 41%가 증가했다. 한편 아마존은 340만 달러를 로비에 썼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아마존이 단일 분기에 지출한 로비 자금 중 가장 큰 액수였다.

물론 그 정도는 그들의 기업가치에 비하면 결코 큰 돈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기업이나 이익단체가 일반적으로 지출하는 액수에 비하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해 미국에서 로비 비용 지출이 가장 많았던 톱3(미국 상공회의소,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 보험회사 블루크로스블루실드)는 지난 분기 모두 합해 전년 동기 지출액과 비슷한 수준인 1500만 달러를 썼다.

실리콘밸리는 오랫동안 자유주의 정신으로 유명했다. 의회는 그에 대해 자유방임적인 태도로 화답했다. 그러나 기업의 정치적 지출이 늘어나고 의회의 감시가 강화되는 동시에 기술 대기업을 향한 사회의 반발로 인해 ‘선의에 따른 무관심’의 시대는 이제 지나간 듯하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러시아가 기술 대기업의 플랫폼을 무기로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발버둥친다(예를 들어 러시아 기관들이 지난해 미국 대선을 방해하기 위해 구글 플랫폼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론 기술 대기업이 우리의 데이터와 경제, 정치에 갖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고조된다.
아마존·페이스북· 구글에 쏠린 권력 집중 현상이 민주주의와 경제, 그리고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 사진:AP-NEWSIS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기술 대기업을 향한 가장 포괄적인 비판은 프랭클린 포어가 쓴 ‘생각 없는 세계: 기술 대기업의 실존적 위협(가제·World Without Mind: The Existential Threat of Big Tech)’에서 찾을 수 있다. 포어는 진보 성향 잡지 뉴리퍼블릭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잡지 애틀랜틱의 기자로 활동하는 언론인이자 저술가다. 최근 발간된 이 책은 기술 대기업 전반과 특히 페이스북·구글·아마존의 권력 집중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IB타임스는 얼마 전 이 책의 저자인 포어를 만나 미국 정가에서 실리콘밸리가 갖는 영향력과 시대에 뒤진 독점금지법, 미국 정치에서 반독점 전통을 되살릴 필요성에 관해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실리콘밸리의 무서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술 대기업은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우리의 일상생활과 시장, 우리의 민주주의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그들은 승자와 패자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우리의 온라인 피드와 검색 결과에서 맨 위에 오르며 그들 가게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된다. 물론 우리에겐 언제나 도구가 있었다. 또 기술은 늘 우리를 인간으로 정의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합쳐지는 이 기계들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기계다. 이 기계들은 인공지능(AI) 같은 지적인 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을 만들어낸다. 곧 우리는 그들의 가상현실(VR)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기계와 결합할 뿐 아니라 그 기계를 운영하는 회사와도 합쳐진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넓게 생각하면 포괄적인 데이터 보호법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술 대기업의 경쟁적 우위 중 압도적인 부분이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그토록 많은 데이터를 소유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광고업계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미국에는 매우 훌륭한 독점금지 전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대기업에 적합하도록 개정되지 않았다. 시대에 뒤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통신과 정보 영역 안에서 기업의 힘을 규제하려는 길고도 중요한 전통이 살아 있다.



실리콘밸리 대기업의 시장독점 상황은 어떠하며 그들은 독점금지 규제를 어떻게 피할 수 있었나?


우선 미국에선 독점이 불법이 아니다. 반독점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되려면 시장에서 갖는 힘을 남용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대기업을 그런 업체와 완전히 다르고 여러 모로 놀랍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이 제품을 아예 무료나 아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독점 여부를 평가하는 주요 패러다임은 소비자 복지다. 기술 대기업은 반독점 관련 법에 저촉될 정도로 소비자 복지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쟁과 관련된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유럽연합(EU)이 구글의 사업 관행을 조사한다. 그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구글이 유럽의 시장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힘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유럽의 맥락에서는 상당히 신빙성 있는 주장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의 반독점 관련 법의 맥락에선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지난 11월 1일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장에 진열된 페이스북 광고. 전부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던 러시아의 노력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 사진:AP-NEWSIS


유럽은 기술 대기업 규제에 미국과 달리 접근했다. 미국이 유럽의 방식에서 배울 점이나 미국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만한 것이 있는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유럽이 미국보다 사생활 보호를 더 중시한다. 기술 대기업과 관련해 유럽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바로 사생활 침해다. 미국에는 심지어 데이터 보호법도 없다. 미국에는 건강 정보나 금융 정보를 보호하는 법은 있지만 데이터 자체를 보호하는 법은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유럽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둘째는 유럽이 구글 규제와 관련해 취하는 입장을 보면 구글의 검색 엔진과 광고 판매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분명하다. 그들은 회사를 분할하는 부드러운 방법을 찾는 듯하다. 상당히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으로 생각할 때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이 분할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반독점을 바라보는 구식 사고방식이란 점에서 이것이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인가? 그런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가? 회사를 쪼갤 수 있다는 발상 말이다.


물론이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 통신업체였던 AT&T가 1984년 반 독점 소송에서 패소해 8개 업체로 분할됐을 때는 지역마다 다른 업체로 자연스럽게 나눠질 수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분할한다면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그 회사의 유틸리티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분할이란 것이 반드시 핵심 네트워크의 분할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 유럽이 구글에 적용한 것과 비슷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럴 경우 광고 판매와의 관계를 변경하도록 하거나 일반적인 검색 서비스 제공업체가 되도록 강제할 수 있다.

아직은 강제적인 분할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정도로 검토 진행 상황이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으로선 문제 진단의 단계라고 생각하는 게 옳다. 이제 사람들이 대체적인 윤곽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이론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다만 ‘이 회사들을 분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당신의 지적대로 우리가 과거의 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마지막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과 그들의 구조를 잘 분석하면 대형 망치로 그들을 수백만 개 조각으로 박살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분할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AT&T의 방식이 아니라 좀 더 미묘한 분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기술 대기업의 힘에 반발하기 시작한 것 같다.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은 당연히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기술 대기업의 위협에 사람들이 실제로 눈뜨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이런 기업이 너무 과도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 민주주의에서의 권력과 경제에 관한 문제다. 지난 대선 때부터 사람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건강 상태가 변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미국 정치 시스템이 실제로 변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첫 시험대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을 보면 미국 정치가 진짜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어느 회사가 최대의 위협이라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페이스북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본다. 페이스북은 미국 시민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질을 신속히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것이 미국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은 거의 즉각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 소재 아마존 캠퍼스(사진)를 확장하는 한편 제2사옥 부지 선정에 나섰다. / 사진:AP-NEWSIS


지난 분기의 로비 현황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는데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이 미국 정가에서 갈수록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실리콘밸리는 미국 정가와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기술 대기업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정치권은 그들이 알아서 하도록 맡겨뒀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신은 새로 펴낸 책에서 특히 구글이 미국 정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그렇게 됐나?


워싱턴에서 가장 길고 깊은 로비 역사를 가진 기술 대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은 유럽에서 총력전을 치렀기 때문에 자사의 내재적인 취약점을 가장 잘 안다. 따라서 그들은 로비에 가장 많이 투자한다. 또 구글은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트래픽에 대해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을 따지지 않고 이를 생성하거나 소비하는 주체에게 차별 없이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과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대대적인 전투를 치렀다. 지금은 접었지만 구글의 중국 사업도 고도로 정치화된 문제였다. 따라서 구글은 기술 대기업 중에서 정치적 경험이 가장 많은 회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다가 경질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백악관에 있었을 때 구글과 페이스북을 전화망처럼 공공 유틸리티로 취급하길 원했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공공 서비스 업체로 보고 그에 맞춰 규제한다면 국가가 기업에 갖는 권한이 너무 커진다. 아울러 SNS나 검색 엔진 또는 매장이 하나만 있어야 한다고 가정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의 접근법은 기술 대기업의 규모를 있는 그대로 용인하기보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의 힘을 사용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정치 스펙트럼에서 희한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업에 대응하는 방법을 두고 좌익과 우익 둘 다 내부적으로 분열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 중심점이 협치를 지향하는 초당적 정치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의 형태로 반독점을 지향한다는 사실이다. 그 단체에선 민주당의 무력한 평화주의에 절망해 공화당으로 전향한 네오콘 빌 크리스톨과 브루킹스 연구소의 빌 갤스턴이 기술 대기업에 관해 정부의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당신은 뉴리퍼블릭 기사에서 아마존이 가진 막강한 힘을 논했다. 아마존의 제2본사를 유치하려는 도시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현재 아마존 본사는 미국 시애틀에 있다. 아마존 본사 인력은 지난 20년 간 수천 명에서 4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마존이 시애틀에서 더 이상 몸집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도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더 쉽고 경제적으로 판단됐다. 그래서 아마존은 지난 9월 8일 제2본사인 ‘HQ2’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초기 자본 지출과 지속적인 운영 비용을 상쇄하는 인센티브 제공이 제2사옥 부지 결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주요 도시에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지난 10월 19일 제안서 마감 결과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지역 238개 도시가 아마존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아마존의 제2본사를 유치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내줄 수 있다는 많은 도시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존의 그런 수법은 역사가 길다. 그들은 늘 물류 센터를 짓기 위해 각 지역에서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많이 받아냈다. 그들로선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늘 해오던 일이다.

지금 우리는 ‘일’의 미래에 관한 중대한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특히 지금 진행되는 소매 산업의 종말에선 아마존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한 도시나 지역이 생각할 때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데 아마존이 들어와 일자리 1만 개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만큼 좋은 조건은 없다. 그러나 그런 도시들은 비용편익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듯하다. 그들은 대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따르는 이익과 장기적인 손해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았다.

여기에도 경쟁의 문제가 있다. 아마존은 몸집이 크기 때문에 계속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거대하고 영향력도 막강해 경쟁업체에 비해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생각 없는 세계: 기술 대기업의 실존적 위협’ 프랭클린 포어 지음 펭귄 프레스 펴냄 / 사진:PENGUIN PRESS


좌익은 이 문제에서 어디에 위치하는가? 좌파는 전통적으로 기업 권력의 집중에 반대하지 않았는가?


기업 권력의 집중 현상이 문제라는 점을 사람들이 서서히 깨닫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대부분은 혼란으로 규정됐다. 따라서 우리는 인터넷 시대엔 기업의 부침이 아주 급속히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술 분야에선 주요 대기업의 안정된 무리가 형성됐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지금은 그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졌다.

게다가 기술업체는 좌익의 편에 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구글을 적극 지지했다. 따라서 좌익은 자연스럽게 기술업체를 자기 편으로 생각하게 됐다.



기술 대기업은 힘과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볼 때 그들이 좌익과 연대한다면 실질적으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현재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고 미국은 공화당 정권이다. 망 중립성 문제에서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기술 대기업이 막강하지만 망 중립성에서 기존의 통신 대기업을 능가하지 못하는 듯하다.


페이스북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술 대기업이 지난 대선에서 무조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건 아니다. 그들은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익을 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망 중립성 문제에서도 트럼프 정부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물을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앉혔다. 지금 FCC는 망 중립성 폐지를 추진한다. 기술업체는 그 문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



실리콘밸리의 일부 IT 창업자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술 발전이 근로 형태와 조건을 변화시키는 상황에서 열악해지는 일자리를 보완하는 장치로 정부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이 개념은 대다수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 같다. 따라서 그런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소득 보장이라는 발상이 실리콘밸리의 세계관에 관해 무엇을 말해준다고 보나?


한마디로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 깔려 있는 자아도취증을 보여준다. 고도의 사회공학처럼 느껴진다. 이성적이긴 하지만 인간을 실제로 이해하지 못하는 해결책처럼 보인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일’이 인간 존엄성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기본소득이란 우리 대다수가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의 모욕적인 발상에서 비롯된다.



기술이 제멋대로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기술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것과 기술에 반대하는 것 사이에 절충안이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자동차를 생각해보라. 처음에 자동차는 인간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놀랍도록 효율적인 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규칙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우리는 속도를 제한하고, 일단정지 표지를 설치하고,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연료효율 기준을 만들었다. 기술업체와 기술도 인간을 지키기 위한 규칙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안전을 위해 기술은 얼마든지 제어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스마트폰을 바다에 던져버려라’고 말하지 않는다. 기술 대기업의 사업 관행에 반기를 드는 것을 기술혐오로 몰아붙이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든 비판을 혁신에 반대하려는 행위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EU 집행위원회의 마그레테 베스타거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이 수년간 검색 분야의 독점에 가까운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고발했다. / 사진:AP-NEWSIS


책에서 데이터 보호 기구를 언급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 데이터 보호 기관이 있다. 일반인이 대기업에 대해 갖는 불만을 심판하고 그들이 자신의 데이터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무엇보다 데이터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책에서 나는 우리 환경에 적합하도록 데이터를 취급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술업체가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시행하고 싶은 법이나 해결책이 있나?


가장 시급한 일은 기술이 우리에게 가하는 압력을 상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영업 면허를 취소했다. 아주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업체 대다수는 우리의 비판이 들리지 않는 별세계에 존재해왔다. 단기적으로 보면 예를 들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게 의회에 나와 증언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럴 경우 그가 회사에서 갖는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겠지만 그들의 시스템에 눈에 확 띌 정도로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청문회에 나와서 성난 정치인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기술 대기업에 맞설 힘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실리콘밸리, 특히 구글은 금융 등 예전엔 다른 분야에 속하는 일자리에 엔지니어를 고용한다. 앞으로 이런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지고, 또 반발이 더 거세지면 이런 기술업체가 순수한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지 않겠는가?


궁극적으로 컴퓨터 과학은 너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컴퓨터 과학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시스템 중 일부는 효율적이고 논리적으로 잘 돌아가겠지만 윤리나 정치에 대한 이해는 지극히 부족하다. 우리는 인간을 단순히 데이터의 총합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 대기업 내부에서 대대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 조시 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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