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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의 건강학] 가족 스킨십이 보약이죠

[스킨십의 건강학] 가족 스킨십이 보약이죠

쓰다듬고 안아줄 때 뇌·혈관 건강해지고 면역력도 향상
사진:© gettyimagesbank
서울 개포동에 사는 이미종(48)씨와 이규완(20)씨는 친구 같은 부자(父子)다. 아들 규완씨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아버지와 단둘이 있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군입대, 이성 문제 등도 아버지와 상담한다. 흔한 사춘기 반항이 없었고 공부도 곧잘 해서 원하는 과(科)에 진학했다. 이미종씨는 동년배 가장이 흔히 느끼는 소외감·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다고 한다. 고혈압이 있지만 주말마다 전국 명산을 찾아 오를 정도로 건강하다. 이씨는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어릴 때부터 손을 잡거나 어깨를 두드려주는 등 스킨십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때론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가족의 소통과 공감을 이끄는 ‘열쇠’가 된다. 가족 간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건강을 위한 ‘명약’이기도 하다.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아주는 과정에서 뇌가 발달하고 혈관이 튼튼해지며 면역력이 향상된다. 심리적 안정감을 선물해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이연정 교수는 “미숙아라도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쓰다듬는 ‘캥거루 케어’만으로 체중이 하루 평균 40%나 증가한다”며 “가족 간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자녀뿐 아니라 부모의 신체·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피부와 뇌는 태아 시기 외배엽에서 각 기관으로 분화한다. 나무 줄기에서 여러 가지가 뻗는 것과 비슷하다. 줄기와 가지가 물과 영양소를 주고 받듯, 피부와 뇌도 신경을 통해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특히 뇌가 형성되는 만 5~6세 이전의 신체 접촉은 뇌를 제대로 조직·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며 “청소년·성인도 신체 접촉으로 뇌를 자극하면 뇌 속 연결망이 확충돼 뇌가 발달한다”고 말했다.

스킨십은 혈관 건강을 지키고 면역력도 높인다. 친밀한 사람과의 접촉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도파민·옥시토신의 분비를 늘리고,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낮춘다. 그 결과 혈압·혈당이 안정되고 혈관이 받는 부담이 준다.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대학은 가족·연인 100쌍을 대상으로 절반은 손을 잡거나 포옹 등 스킨십을 하게 하고, 나머지는 접촉을 제한한 후 서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을 이야기하게 했다. 이 후 혈압·심박수를 측정한 결과 스킨십을 한쪽은 각 수치의 개선폭이 그렇지 않은 쪽의 두 배에 달했다(미국심신의학회, 2003).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세로토닌은 혈소판 작용을 억제해 혈전(피떡) 위험을 낮추고 혈액 순환을 돕는 등 혈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가족 스킨십은 우울증·불안감 등 정신질환 위험을 낮춘다. 이런 효과는 특히 남성에게 더 크다. 김붕년 교수는 “남성은 여성보다 감각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회적으로 이를 억압받다 보니 고독감·외로움 등을 느끼기 쉽다”며 “가족 사이에서 스킨십을 배우고 실천하며 ‘접촉 결핍’을 채우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말했다.

단, 가족이라 해도 스킨십을 무작정 시도해서는 곤란하다. 친밀감이 없는 일방적인 스킨십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신뢰 관계를 깨트릴 수 있다. 안철우 교수는 “호르몬 분비도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며 “같은 자극을 받아도 대상과 태도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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