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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 경쟁, 인공지능으로 은밀하게

군비 경쟁, 인공지능으로 은밀하게

러시아와 중국의 대규모 AI 투자로 미국이 두 나라에 뒤질 수도 있다는 보고서 나와
러시아의 AI 로봇 페도르는 권총 사격과 운전도 가능하며 머지않아 우주탐사에도 활용될 계획이다. / 사진:YOUTUBE
러시아와 중국은 군의 현대화를 위해 인공지능(AI)을 무기에 도입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미국 국방부 전직 관리와 현장 전문가들이 지난해 말 발표한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그 분야에서 두 나라에 쉽게 추월당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데이터분석 그룹 고비니와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부장관이 각각 작성한 보고서는 미국의 양대 군사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AI를 급속히 발전시키면서 미군은 이제 ‘닥쳐오는 AI 혁명을 선도할지 아니면 두 나라에 완전히 밀려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보고서 작성자들은 “이런 불가피한 양자 택일은 미국 국방부가 AI와 첨단 자율 시스템의 군사적 혁신 잠재력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스타트업 이투 테크는 지난해 미국 국방정보국(DIA) 산하 연구소의 안면인식 기술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 / 사진:YITUTECH.COM
러시아군은 크루즈 미사일과 드론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양손에 권총을 들고 표적에 정확히 사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도르(FEDOR)’를 우주에 보내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페도르는 운전도 하고, 열쇠 구멍에 키를 넣어 문을 열 줄도 안다. 전구를 돌려 빼거나 끼우고 용접기와 소화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심지어 팔굽혀펴기, 낮은 포복, 외발 서기 능력도 갖췄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재난구조 지침에 따라 극한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확보한 셈이다. 페도르의 동작 능력이 이처럼 발전하자 러시아는 우주 탐사에도 이 로봇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으로 예정된 러시아의 새 우주선 페데라치야(Federatsiya)의 첫 비행에 페도르를 유일한 승무원으로 탑승시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다양한 우주활동을 시험할 예정이다. 로봇은 정밀한 동작 능력만 갖추면 원격 조정을 통해 우주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우주복을 입을 필요가 없어 별도의 우주비행사 훈련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또 러시아는 최근 보병의 첨단 방호복인 제3세대 전투수트 ‘라트니크-3’도 선보였다.

중국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PLA) 개혁에 나서면서 사이버 무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제시했다. 그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수십억 달러를 AI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AI 발전 속도를 앞지르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방향 설정이 주효한 듯하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방정보국(DIA) 산하 연구소가 상금 2만 5000달러를 내건 안면인식 기술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실리콘밸리 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스타트업 ‘이투테크’였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엘사 카니아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군의 현대화를 위해 급속히 발전하는 AI 기술을 군사 분야에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 추월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더는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비교해 열세에 놓여 있지 않으며, 이제 진정한 미국의 경쟁자 지위로 올라선 데 이어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을 능력마저 갖출 수 있다. 중국군 전략가들은 인간이 AI의 의사 결정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는 것까지 가정한다. AI가 전쟁을 주도하면서 전투 수행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은 시대가 올 것이다. 더구나 중국군은 미국과 같은 법률적·윤리적 제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AI 기술의 전쟁 활용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군은 스텔스 전투기 F-35A 라이트닝II를 포함해 최신 무기에 AI를 도입하는 등 현재로선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지만 카니아 연구원과 워크 전 국방부 부장관, 고비니 등의 작성한 보고서들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AI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장기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핵잠수함에도 인공지능 도입 - 중국, 지휘관의 업무 부담과 실수 줄이고 해저 전투에서 경쟁적 우위 노려
중국의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타이프-094. 지금 중국은 핵잠수함을 AI로 운용할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 / 사진:WIKIPEDIA
중국이 AI로 작동하는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개발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독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AI 핵잠수함이 지휘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인간의 실수를 없애며, 해저 전투에서 중국 해군에 경쟁적 우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 과학자는 “잠수함이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지만 잠수함의 실제 두뇌는 아주 작다”고 말했다.

과거 핵잠수함은 거의 전적으로 승무원이 운용했다. 그러나 AI 기술이 인간 두뇌의 작동을 신속히 따라잡고 있다. 이제 잠수함도 기계학습을 통해 지식을 수집하고,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선하며, 사람의 개입 없이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SCMP가 인용한 그 과학자에 따르면 AI가 도입된 시스템은 소형이라야 하며 동시에 잠수함의 기존 컴퓨터 시스템과 호환이 가능해야 한다. AI는 아직 대용량 컴퓨터가 필요해 잠수함의 좁은 공간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예를 들자면 구두 상자 안에 코끼리를 넣는 것과 비슷하다. 해군이 가장 중시하는 점은 멋진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전투 중에 실수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과학원 음향연구소에서 심해탐사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민 연구원은 AI 무기가 중국군의 차기 목표라면서도 AI가 자의적인 판단을 내릴 때 발생할 위험도 우려했다. “제어가 안 되는 AI가 한 대륙을 파괴할 정도의 핵무기를 지닌 잠수함을 장악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핵잠수함에 AI를 도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다.”

그러나 중국 칭화대학의 덩지둥 컴퓨터과학 교수는 적어도 현재의 기술로선 기계가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SCMP에 말했다. “AI로 작동하는 기계는 여전히 기계일 뿐이다. 생명이 없다. 원할 때는 언제든 스위치를 끄고 수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핵잠수함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1939년 미국 해군연구소의 로스 건이 제안한 아이디어에 따라 1950년대 초 세계 최초로 핵잠수함 노틸러스호를 건조했다. 가장 정교한 무기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핵잠수함은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완제품으로 개발되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 크리스티나 자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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