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 희망 찾기
불신의 시대 희망 찾기
미국의 주요 민주주의 제도가 다수 대중을 위해 일한다는 믿음이 국민에게서 사라진 지 오래다 1963년에는 정부가 언제나 또는 거의 항상 올바른 일을 하리라고 신뢰하는 미국인 비율이 70%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16%에 불과하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 비슷하게 하락했다. 1970년대 후반 32%가 대기업을 신뢰했지만 2016년에는 18%에 그쳤다. 은행에 대한 신뢰는 60%에서 27%로, 신문에 대한 신뢰는 51%에서 20%로 떨어졌다. 비영리단체·대학·자선단체·종교단체에 대한 신뢰도 급락했다.
왜 그렇게 불신이 커진 걸까? 부유층 기득권자는 갈수록 불어나는 재산을 쏟아부어 게임의 법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려 애써 왔다. 더 많은 돈을 벌거나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해서
라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재계 지도자가 너무 많았다.
이런 일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기업 법인세 인하에서, 총기 제조업체의 미국총기협회(NRA)를 앞세운 총기규제 차단에서, 환경규제 완화를 위한 데이비드 코크 형제들(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석유 재벌)의 로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이용한 사리사욕 등에서다.
미국의 주요 기관들이 다수 대중을 위해 일한다는 믿음이 국민에게서 사라졌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 기관들은 소수를 위한 도구가 됐다. 문제는 공익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스템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일부는 그런 가망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탐욕·나르시시즘·증오의 사례가 너무 많다. 그러나 희망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보통사람들의 미담을 거의 매일 목격하거나 듣는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주의 산불과 루이지애나 주의 홍수 이재민을 돕는 수많은 손길들, 시애틀의 젊은 무슬림 여성을 증오 가득한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 자신의 목숨을 던진 두 남성,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학교에서 총기난사범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코치, 플로리다 주 의원들에게 총기 규제조치를 요구하는 십대 등이다.
과제는 이 모든 선의를 미국의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는 공공의식, 미국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공중도덕 의식으로 승화하고, 경제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미국의 주요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이 완벽한 통합을 이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사람들이 전보다 더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시점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런 노력을 통해 그것이 추구할 가치가 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공익성을 회복할 수 있다.
나는 반세기 전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엔 공익성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널리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난 반세기 동안 희미해져갔다. 그것을 되살리려면 앞으로 반세기 또는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가 언젠가 말했듯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우리 생애에 이룰 수 없다. 따라서 희망으로 구원받아야 한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공공정책학 교수이며 블럼 개발도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최근 저서 ‘공익성(The Common Good)’을 펴냈다. 이 글은 RobertReich.org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업에 대한 신뢰도 비슷하게 하락했다. 1970년대 후반 32%가 대기업을 신뢰했지만 2016년에는 18%에 그쳤다. 은행에 대한 신뢰는 60%에서 27%로, 신문에 대한 신뢰는 51%에서 20%로 떨어졌다. 비영리단체·대학·자선단체·종교단체에 대한 신뢰도 급락했다.
왜 그렇게 불신이 커진 걸까? 부유층 기득권자는 갈수록 불어나는 재산을 쏟아부어 게임의 법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려 애써 왔다. 더 많은 돈을 벌거나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해서
라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재계 지도자가 너무 많았다.
이런 일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기업 법인세 인하에서, 총기 제조업체의 미국총기협회(NRA)를 앞세운 총기규제 차단에서, 환경규제 완화를 위한 데이비드 코크 형제들(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석유 재벌)의 로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이용한 사리사욕 등에서다.
미국의 주요 기관들이 다수 대중을 위해 일한다는 믿음이 국민에게서 사라졌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 기관들은 소수를 위한 도구가 됐다. 문제는 공익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스템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일부는 그런 가망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탐욕·나르시시즘·증오의 사례가 너무 많다. 그러나 희망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보통사람들의 미담을 거의 매일 목격하거나 듣는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주의 산불과 루이지애나 주의 홍수 이재민을 돕는 수많은 손길들, 시애틀의 젊은 무슬림 여성을 증오 가득한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 자신의 목숨을 던진 두 남성,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학교에서 총기난사범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코치, 플로리다 주 의원들에게 총기 규제조치를 요구하는 십대 등이다.
과제는 이 모든 선의를 미국의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는 공공의식, 미국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공중도덕 의식으로 승화하고, 경제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미국의 주요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이 완벽한 통합을 이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사람들이 전보다 더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시점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런 노력을 통해 그것이 추구할 가치가 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공익성을 회복할 수 있다.
나는 반세기 전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엔 공익성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널리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난 반세기 동안 희미해져갔다. 그것을 되살리려면 앞으로 반세기 또는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가 언젠가 말했듯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우리 생애에 이룰 수 없다. 따라서 희망으로 구원받아야 한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공공정책학 교수이며 블럼 개발도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최근 저서 ‘공익성(The Common Good)’을 펴냈다. 이 글은 RobertReich.org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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