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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불발에 그친 6월 개헌 그 후 - 법학] 국민이 주인되고 정의 실현하는 개헌을

[‘각학각색(各學各色)’ | 불발에 그친 6월 개헌 그 후 - 법학] 국민이 주인되고 정의 실현하는 개헌을

불발된 개헌안에서 정치 상황에 따라 대립과 혼란 일으킬 조항 많아
시대적 화두로 중요한 정치적 쟁점을 빨아들였던 개헌 논의가 불발에 그쳤지만 개헌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국가의 모든 틀을 전반적으로 개조하는 방식인 전면적인 개헌 논의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적 중요성을 가지는 사항을 졸속으로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대다수의 서구 정치 선진국은 국회의 가중된 다수결로 한두 쟁점만 집중적으로 논의해 개정한다. 우리처럼 국회의 가중된 다수결을 거쳐 국민투표로 확정하는 프랑스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등도 직접민주주의의 특성상 단일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 국민 전체적인 합의를 전제로 개헌을 한다. 이번 개헌 논의는 우려스러웠다. 너무나 많고 다양한 주제를 개헌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자신의 관심사항이나 이해관계 사항에만 신경을 쓰고 나머지는 건성으로 정하거나 국민 전체의 관심사를 제외한 주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 관철로 변질될 우려도 있었다.

서구 선진국의 혁명의 시작인 민주주의의 시작은 국민들이 자신의 재산권에 대한 국가의 침해에 저항한 것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혁명을 거치지 않은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주의와 군주독재의 진정한 차이점을 경험하지 않은 채 민주주의를 하다가 4·19혁명이나 촛불혁명 등을 거치면서 혁명에 기초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혁명 후의 결과물인 기본권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다만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사회 속에서의 자유를 누린다는 한계 속에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대표제를 원칙으로 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주도권을 갖고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투표를 행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장식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고 보인다. 대표제는 현실적으로는 많은 부작용을 부르게 마련이다. 능동적인 법률이나 개헌 등에 국민발안 제도를 전제로 한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신뢰도가 가장 많이 떨어지게 만든 대의제의 문제점을 대의기관 스스로 해결하려는 수많은 정치개혁의 노력은 거의 실패했고, 실질적으로 과두정으로 전락해 국민주권주의에 반할 수도 있다. 이제는 직접민주주의를 통해서 대의제의 본래의 목적인 엘리트정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

권력구조에 대해 논의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볼 필요도 있다. 국무총리의 분권,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한 재정·인사에서의 국회 권한의 확대를 전제로 한 분권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우선 근본적으로 분권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분권은 국민을 위한 효율적인 관점에서 권한을 배분하고 주도권을 가지는 주체가 그에 상응하는 엄격하고 가중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주도권을 지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무책임에 가까운 책임을 지기에 국회에서는 엄격한 책임을 생략한 채 자신들의 권한 확대만을 주장하며 국가적 혼란을 야기했다. 또 분권은 주도권을 가진 주체 이외의 제3자가 혹독할 정도의 감시 내지는 견제권을 가져야 하는데,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면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여대야소든 여소야대든 어떤 경우에도 발목잡기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게 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과연 수많은 외교·안보상 위협이 상존하며 이런 위협이 국민의 생존과 밀접히 관련된 한국적 현실에 과연 맞는지도 생각할 문제다. 앞으로 개헌을 다시 거론한다면 국민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고 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 장용근 교수는…헌법학회 기획이사이자 국회 입법자문위원이다.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 경제·재정분과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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