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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표시제 논란 GMO가 뭐길래] ‘불안전 vs 안전’ 어느 쪽도 과학적 증명 못해

[완전표시제 논란 GMO가 뭐길래] ‘불안전 vs 안전’ 어느 쪽도 과학적 증명 못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물가·통상마찰 우려로 입장 유보 … 6·13 지방선거에도 GMO 공약 홍수
5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주최로 GMO 없는 안전한 급식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유전자변형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GMO)은 안전한가. 아니, 이 질문은 차치하자. GMO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1994년 이후 무려 사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이므로. 다른 질문을 해보자. GMO를 써서 만들었다면 ‘썼다’고 왜 말을 못할까. 이런 의문을 가진 시민들이 3월 1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GMO 완전 표시제 시행을 촉구’ 청원을 올렸다. GMO가 든 식품에는 예외 없이 ‘썼다’고 표시를 하자는 것이다. 이 청원엔 한 달 동안 21만6886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청와대는 5월 8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SNS 프로그램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할 경우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 입장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물가인상, 통상마찰 우려 등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GMO 완전표시제 유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식용유·간장·당류는 표시 제외
GMO는 1994년 미국의 글로벌 농약·종자 기업인 몬산토가 개발한 토마토가 원조다. 이후 듀폰 등 세계적인 대기업이 식품의 대량 생산과 재배 편의, 저장성 향상 등을 위해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배는 하지 않고 전량 수입하고 있다. GMO의 등장으로 식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곧바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왔다. 신의 영역인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그린피스 등 세계 유명 환경단체는 “GMO는 이제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물체를 인간이 창조한 것으로, 역사가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간 섭취의 안전성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유해성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충분히 안전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그러나 확실한 건 양측 모두 과학적으로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안전성 검증과는 별도로 GMO 사용 여부를 공개해왔다. GMO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은 물론 호주·일본 등은 ‘완전표시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유럽은 수입 농산물에 포함되는 GMO의 비(非)의도적 혼입률을 0.9%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1년 처음으로 GMO 의무표시제를 도입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표시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이전보다 더 강화한 표시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강화한 표시제는 시민이 원하는 완전표시제는 아니다. 열처리 등 정제 과정에서 DNA나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파괴된 가공제품은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을 뒀다. 식용유·간장·당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서는 GMO 표시를 보기 힘들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시중에 판매되는 식용유 등 가공식품 438개를 조사한 결과, GMO 표시가 돼 있는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하지만 식약처에 따르면 연간 GMO 수입량은 1000만t에 달하고, 이 중 200만t이 식용으로 쓰인다. 경실련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내가 먹는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 한다”면서 “가공 제품에 DNA 또는 단백질이 없지만, 결국 GMO에서 추출한 식용유이며 그걸 제품에 사용했으면 사용했다고 표시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업계는 소비자의 GMO 완전표시제 시행 요구에 동감하면서도 완전표시제를 전면 시행하면 GMO를 수입해 식용유나 전분당류 등 식재료를 대량 생산하는 회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사조해표 등이 GMO 대두를 수입해 식용유로 가공하고 있다. 식용유를 판매하는 다른 기업도 GMO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대두를 수입해 직접 가공하는 곳은 CJ제일제당·사조해표뿐이지만 다른 기업도 대부분 GMO를 사용한 식용유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엿·과당·올리고당을 만드는 데 쓰이는 전분당(澱粉糖)은 옥수수에서 뽑아내는데, 이때 사용하는 옥수수도 대개 GMO 옥수수다. GMO 옥수수는 현재 대상·삼양사·인그리디언코리아·CJ제일제당이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또 일부 음료와 라면, 기타 가공식품이 대두와 옥수수를 중간원료로 사용하므로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대부분 GMO를 썼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

비GMO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비GMO 대두·옥수수의 가격이 GMO 대두·옥수수보다 20~30% 비싸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면 식용유는 7.83~24.24%까지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예컨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4000원인 1.8리터 식용유 가격은 비GMO만 사용할 경우 4313원~4969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표시제로 가격 오르고 수급 불안정해질 수도
대두·옥수수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옥수수와 대두 등의 자급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이 비서관도 국민 청원 답변에서 “우리나라의 대두 자급률이 9.4%, 옥수수 자급률은 0.8%에 불과하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GMO 완전표시제 시행은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과 불신만 키우게 된다”고 우려했다.

소비자와 식품 업계 간 주장이 팽팽하다 보니 GMO 완전표시제 관련 법안은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김현권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GMO 완전표시제’ 개정안을 발의했고, 올해 초에는 김종회 국민의당 의원이 학교급식에 GMO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현재 상임위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GMO 완전표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까지 ‘유보’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당분간 GMO 완전표시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6·13 지방 선거에 뛰어든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GMO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GMO 완전표시제를 둘러싼 찬반이 강하게 대립하는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사실상 GMO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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