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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이머 이젠 스포츠 스타 부럽지 않아

비디오 게이머 이젠 스포츠 스타 부럽지 않아

e스포츠가 급부상하면서 시청률과 광고수입 면에서 전통 스포츠 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비디오 게임이 관중을 끌어들이는 것은 갈수록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 사진:ROBERT PAUL-BLIZZARD ENTERTAINMENT-AP
어렸을 때 취미로 즐기다가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을지 모른다. 남들보다 잘하고 심지어 재능을 타고났다는 말까지 듣는다. 프로 선수가 될 기회도 있었을 수 있다. 곧 대학들이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며 줄을 선다. 정말 열심히 많은 시간 훈련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계약금과 세계적인 명성이 기다린다.

‘빅리그 진출’을 꿈꾸는 상당수 북미 지역 어린이들이 이런 꿈을 갖는다. 하키든 미식축구든 야구든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번듯한 평생 직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투자할 만한 가치는 있다.

비디오게임은 어떨까? e스포츠(electronic sports)가 급부상하면서 10년도 안 돼 프로 스포츠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들 비디오게임 경기가 시청률과 광고수입 면에서 요즘엔 전통 스포츠 리그와 어깨를 나란히(그리고 몇몇 경우 능가)한다. e스포츠 선수들에게 이는 후원계약, 광고계약, 상금 그리고 물론 글로벌 스타덤을 의미한다.

6월 초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연례 음악·예술 페스티벌 NXNE에 수십 명의 프로 비디오게임 선수가 참가했다. 최대 1000달러의 상금이 걸린 각종 게임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적지 않은 보수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e스포츠 계에선 푼돈이다.

예컨대 게임 개발사 밸브가 출시한 인기 적진점령(AOS) 게임 도타 2는 최근 결승전에서 정상급 선수들에게 2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는 전통 스포츠, 그리고 스포츠 TV 시청률에 무엇을 의미할까?

스포츠 리그 경기 중계방송의 지속적인 성공은 그런 경기는 여럿이 함께 봐야 하고 생방송으로 경험해야 스릴 있다는 사실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환경 내의 와해성 혁신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같은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 도래의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아주 많은 ‘시선’을 정확한 시각에 그리고 오래도록 붙잡아두는 능력은 프로 스포츠 리그가 여전히 고액의 TV 중계권료 계약과 광고 수입을 얻어내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수년간 북미의 ‘빅4’ 스포츠 리그 모두 수억 달러에 달하는 중계권료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야구 그리고 한때 그 산하에 있던 ‘메이저리그 어드밴스드 미디어(MLBAM)’는 오래 전부터 기술혁신으로 시청자의 체험을 강화해 왔다. 한편 미디어와 통신 대기업들은 뒤늦게 대응했다. 2016년 존 스키퍼 당시 ESPN 방송 사장은 케이블 TV 패키지를 가리키면서 “우리는 미디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한다.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 같은 태도는 기술혁신 도입의 태만 또는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증상이었을 뿐 아니라 그 회사의 미래에 관해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광대역 IT 중심의 요즘 미디어 환경에서 전통적인 실시간 방송의 쇠퇴와 도태 위험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 미디어 대기업들로선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의문을 품고 온라인 고객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변화와 함께 신세대에 맞춘 인기 만점의 광범위한 트렌드가 새로 떠올랐다. 바로 e스포츠다.

e스포츠가 진짜로 스포츠인지 아닌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러나 글로벌 비디오 게임 경기 분야의 부상은 관심과 전략적 투자를 끌어모은다.

비디오 게임은 관전 스포츠로서 프로 스포츠 리그와 최소한 동등한 시청률을 기록한다. 예컨대 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토너먼트’ 결승전은 만원 사례를 이룬 중국의 유명한 올림픽주경기장(‘새둥지’)으로 360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미국 프로농구 NBA 챔피언십 시리즈보다 500만 명이 많은 숫자였다.

e스포츠는 스릴 넘치는 콘텐트, 인기 스타, 부르기 좋은 팀명, 슬로모션 하이라이트, 치열한 경쟁, 불확실한 결과 등 전통 스포츠 리그 원칙을 모방한다. 이들 비디오 게임이 관중을 끌어들이는 것은 더 이상 단순히 플레이 형식만이 아니라 갈수록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령 기준으로도 관객 인구구성 다양화에 어려움을 겪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젊은 시청자 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팬의 61%가 18~34세 그룹에 속할 만큼 팬 기반이 상당히 젊다. 특히 젊은 남성 그룹은 많은 광고주가 원하는 시장이다.

비디오게임 스포츠의 경제적 전망은 어마어마하다. e스포츠는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때 2020년에는 1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선 수입을 24억 달러로 잡는다”고 게임 통계 사이트 뉴주는 밝혔다. 레드불·코카콜라·삼성 등 광고와 젊은 세대가 있는 곳에 항상 등장하는 기업들이 e스포츠로 몰려오고 있다.

근년 들어 e스포츠는 전통적인 수입 흐름 전반에 걸쳐 수익사업을 전개했다. 관련상품 판매, 회원 가입 플랜, 티켓 판매, 방송권 계약 등이다. 이번에도 전통 스포츠 리그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한다.

그렇다면 기성 리그와 미디어 대기업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e스포츠에 맞서 싸우느냐 같은 편에 서느냐의 양자택일 중 다수가 후자를 선택하는 듯하다. 2016년 ESPN이 변화에 저항했던 일을 기억하는가? 2년 만에 태도를 바꿔 얼마 전 MLBAM의 후신인 디지털 플랫폼 뱀테크(BAMTech)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ESPN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ESPN의 100% 소유주인 디즈니가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 스트리밍에 발언권을 갖게 됐다. 게임 발행사 라이엇 게임스가 뱀테크와 7년간 3억5000만 달러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플레이어 2000만 명, 시청자 3000만 명을 끌어모은 한 온라인 게임 토너먼트와 관련해 최근 일렉트로닉 아츠사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도 2014년 선두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를 인수했다. 플랫폼 시너지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청자에 접근하려는 포석이었다.

이들 사례는 e스포츠가 게이머뿐 아니라 스포츠리그와 미디어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임을 보여준다. 양쪽 모두 서로에게서 배울 게 많다. 액티비전의 CEO가 “e스포츠의 ESNP이 되고 싶다”고 말할 만하다. 이런 인기는 또한 프로 레벨에서 경쟁하면서 NBA의 르브론 제임스, 테니스의 세레나 윌리엄스, 카레이싱의 다니카 패트릭 또는 아이스하키의 시드니 크로스비처럼 엄청난 광고계약·상금·연봉 수입을 올릴 기회를 더 많이 열어준다.

실제로 미국 각지에서 대학 e스포츠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있으며 대학 장학금도 지금은 흔해졌다. e스포츠 인기의 경제성과 대중성을 인정하는 또 다른 증거다. e스포츠의 파리 2024 올림픽 경기 종목 채택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캐나다의 ‘시상대 점령(Own the Podium, 국가 차원의 메달 획득 프로젝트)’ 프로그램도 곧 뒤를 따라야 할지 모른다. 어쨌든 이젠 우리 부모 세대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요즘엔 지하에서 게임기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어도 얼마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 로렐 월작, 루이-에티엔 뒤부아



※ [루이-에티엔 뒤부아는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 창조산업 스쿨의 조교수, 로렐 월작은 미디어 스쿨 조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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